바닥똥

 


  작은아이가 또 바닥똥을 눈다. 작은아이는 두 돌 지난 세 살인데, 큰아이와 달리 똥을 눌 적에 오줌그릇(또는 똥그릇)에 앉지 않는다. 사내는 가시내와 달리 앉아서 쉬를 해 버릇하지 않아 똥을 누는 버릇 들이기까지 훨씬 오래 걸리려나. 하루에 한두 차례, 또는 서너 차례 바닥똥 눌 때마다 똥바지 빨아야 하고, 바닥에 고이는 똥오줌물 치워야 한다. 치우는 일이야 훌쩍 해내지. 다만, 이 아이 언제쯤 똥을 잘 가려서 스스로 씩씩하게 눌까 궁금하다. 틀림없이 작은아이 스스로 ‘아이, 똥이 마렵네.’ 하고 느낄 텐데, 아버지한테 무언가 시키고 싶어 이렇게 바닥똥을 누나.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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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7] 군내버스 타는 아이들
― 자리 없으면 씩씩하게 서서

 


  읍내마실을 할 적에는 되도록 장날을 비껴 다닙니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여느 때에는 읍내마실을 잘 안 하시지만, 장날이면 으레 군내버스 타고 마실을 다니셔요. 장날에 볼일 본다며 읍내로 나오면 군내버스가 미어터질 만큼 북적거리기도 해요. 읍내로 나갈 적에도, 집으로 돌아올 적에도 고단합니다. 그런데 장날이 아니어도 읍내마실 나온 할매와 할배가 많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군내버스에서 무거운 짐 짊어지고 아이들 세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군내버스 할매는 으레 한 자리에 두 분이 겹쳐 앉습니다. 군내버스 할매는 바닥에도 털푸덕 앉습니다. 군내버스 할배는 겹쳐앉거나 바닥에 털푸덕 앉는 일이 아주 드뭅니다. 이런 날, 아이들도 바닥에 털푸덕 앉을 만하지만, 아이들은 털푸덕 앉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털푸덕 앉으며 무릎에 앉으라 해도 좀처럼 안 앉아요. 큰아이는 씩씩한지 남우세스러운지 손잡이를 꼭 잡을 뿐입니다. 누나가 이렇게 서면 작은아이도 누나 따라 손잡이를 잡으려 합니다.


  그래, 그런데 손잡이를 잡더라도 한손으로만 잡으며 다른 한손으로 놀지는 말자. 구불구불 시골길 돌아가는 버스이니까 두 손으로 단단히 잡자. 우리 예쁜 아이들은 읍내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어엿하고 다부지게 서서 손잡이 잡고도 갈 수 있지?


  할매들이 무릎에 앉으라고 앉으라고 불러도 고개조차 안 돌리며 손잡이만 붙들더니, 할매들이 웃으면서 고놈 참 고놈 참 하다가 나이 몇 살이냐 물으니, “벼리는 여섯 살, 보라는 세 살” 하고 손가락을 꼽으며 알려줍니다.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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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1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벼리랑 보라 보며 환하고 즐겁게 웃으시는 할머니들 모습이
와락, 마음에 스며옵니다.
이 아름답고 따스한 사진 보니,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쪼끔 눈물이
나오려 하네요..^^;;;;

숲노래 2013-06-21 07:40   좋아요 0 | URL
에이고, 죄송합니다 (__)

군내버스에서 할머니들 참 고우시고
이야기도 말씀도 좋아요
 

하늘을 날듯이

 


  하늘을 날듯이 걷는다. 아니, 하늘을 날듯이 달린다.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날갯짓이다. 마음속에 품은 나비가 되려는듯이 사뿐사뿐 하늘을 난다. 네 앞을 가로막을 걸림돌이란 없다. 네 앞에 파인 수렁도 낭떠러지도 없다. 네 앞에는 오직 풀밭과 꽃밭이 있다. 너는 숲에 깃들어 노래잔치 빚는 멧새와 같이 맑게 이야기하고 밝게 웃는 어린이란다. 몸도 마음도 하늘을 날듯이 살아간다. 생각도 꿈도 하늘을 날듯이 춤춘다. 사랑도 믿음도 언제나 하늘을 날듯이 사뿐사뿐 가볍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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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두 아이를 아버지가 맡아서 재운 지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돌아보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처음에는 엄마순이 엄마돌이였다. 어머니 곁에 찰싹 달라붙어야 잠드는 아이들이었다. 두 살 되고 세 살 되면서 차참 엄마순이 엄마돌이에서 벗어나, 아이들은 스스로 꽃순이 되고 흙돌이 된다. 새벽에 글쓰기를 마치고 조용히 두 아이 사이에 누울라치면 어느새 알아채고는 왼쪽 오른쪽에서 나한테 찰싹 달라붙는다. 얘들아, 여름에도 찰싹 달라붙으면 서로 더운데. 그래도 이 아이들 이렇게 아버지 품에서 새근새근 잘 자니 고맙다. 따스한 햇볕이 온누리를 골고루 안아 주듯, 너희들 마음도 따스하게 사랑을 꽃피우면서 꿈속에서 꽃날개 훨훨 펄럭이기를 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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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 자전거로 다닌다
― 가장 시골스러운 나들이

 


  시골에서 살며 자전거를 즐겨타는 이웃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처음부터 자전거를 좋아하면서 즐겨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까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든,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왔든, 어린 나날부터 자전거와 가까이 지낸 사람일 때에만 자전거를 타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오는 이들은 으레 자가용이 꼭 있어야 한다고 여겨요. 시골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며 두 다리로 걷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땅을 제법 넉넉히 장만해서 흙을 좀 일구려는 이들은 짐차를 따로 장만해서 이것저것 실어 나를 때에 쓰겠다고 생각해요. 손수레를 쓰거나 지게를 짊어지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아무리 좋은 뜻과 마음으로 시골에 와서 살겠다 하면서, 기름 먹는 자동차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살피지 못하기 일쑤예요.


  자동차를 아예 안 탈 수 있으면 가장 좋아요. 자동차를 타야 할 때에는 타면 되어요. 그러나 자동차를 늘 타 버릇하는 일은 반갑지 않아요. 왜냐하면, 시골이거든요. 자동차에서는 시골바람도 시골내음도 시골빛도 시골소리도 누리지 못해요. 오직 자동차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멍멍하면서 사람도 풀도 나무도 벌레도 개구리도 숲도 휙휙 지나치기만 해요.


  새와 이웃하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개구리와 어깨동무하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풀을 쓰다듬고 나무를 어루만지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뛰놀려고 시골에서 살아요. 시골스러운 삶 생각하며 저마다 예쁘게 자전거 장만해서 천천히 몰면 좋겠어요. 자전거 발판 천천히 구르며 확 끼치는 산뜻한 바람 맞고, 자전거 위로 노니는 제비와 멧새 바라보면서 구름빛 함께 누려요. 호젓한 들길과 숲길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기지개를 크게 켜요. 우리 함께 가장 시골스럽게 시골에서 살아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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