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7.30.


어느덧 여름이 막바지로 접어든다. 더위가 살짝 수그러든다고 느낀다. 한여름을 지나 늦여름인 팔월로 다가서네. 팔월 뒤에는 구월이로구나. 우리 집은 시골이기에 딱히 ‘다른 시골로 여름놀이’를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조용히 우리 시골 보금자리에 깃들어 모깃불을 태우면서 쉰다. 시골에 살기에 시골에서 늘 그렇듯 지내는 일이 쉬는(휴가) 셈이라고 할까. 이러면서 《섬마을 산책》을 읽는다. 《자연생태 개념수첩》을 쓴 분이 쓴 섬마을 나들이인 터라 여느 여행자 눈길하고 제법 다르다. 여느 때에는 서울에서 살며 생태도감을 엮는 손길로 일하다가 섬마실을 다니다 보니, 작은 게나 벌레나 물고기 한 마리를 마주할 적에도 ‘이름’을 불러 주면서 가까이 다가선다. 새삼스러우면서 재미있다. 이 여름 막바지에 이르도록 시골로 쉬러 마실을 떠나지 못하는 이웃님이 있다면, 《섬마을 산책》 한 권이 싱그럽게 섬바람과 바닷바람과 숲바람을 베풀어 줄 만하지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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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내 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0
주윤희 지음 / 북극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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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52



숨바꼭질하며 노는 아이들

― 아이코 내 코

 주윤희 글·그림

 북극곰 펴냄, 2017.6.19. 15000원



“내코! 무슨 일이야?”

“아이코! 내 코가 없어졌어.” (1∼2쪽)



  아이들 놀이를 지켜보면 언제나 연극이로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어떤 몫을 맡아서 목소리랑 몸짓을 바꾸어요. 그때그때 새로운 몫을 맡으면서 이런 연극을 하다가 저런 연극을 해요. 서로 몫을 바꾸면서 연극을 하기도 하고요.


  어느 모로 본다면 연극놀이는 소꿉놀이입니다. 때로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고, 때로는 언니나 동생이 됩니다. 때로는 나무나 꽃이 되고, 때로는 제비나 벌이 되지요. 때로는 로봇이나 비행기가 되고, 때로는 요정이나 도깨비가 됩니다.


  ‘아이코’하고 ‘내코’라는 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을 보면, 두 아이 이름인 ‘아이코’하고 ‘내코’를 빗대는 말놀이가 함께 흐릅니다. 숲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다가 물놀이를 하는데요, 어쩌면 이 아이들은 숲이 좋아서 숲에서 논다고 할 수 있으나, 숲을 지키는 요정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더 생각해 보면 따로 깊은 숲에서 살아야만 요정이 되지 않아요. 우리 집에서 사는 아이들도 요정입니다. 이웃마을에 사는 아이들도 요정입니다. 도시에도 시골에도 다른 나라에도 모두 요정이라고 할 아이들이 살악갑니다. 우리 어른들이 요정인 아이들을 못 알아챌 뿐입니다. 2017.8.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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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무늬 애지시선 39
박일만 지음 / 애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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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말 301



아이 셋을 낳아도 한국사람이 아닌

― 사람의 무늬

 박일만 글

 애지 펴냄, 2011.11.29. 



  누군가 말합니다. 시집 한 권을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시가 두 꼭지만 되어도 시집을 읽은 값이 있다고.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두 꼭지만 마음에 남아도 되는가 하고요. 시집 한 권이 통째로 마음에 남도록 이야기가 흐를 수는 없는가 하고 묻기도 합니다.



꽃도 영혼도 지구의 흔적이다 (지구의 체적)



  곰곰이 돌아보면 시집 한 권이 대단해야 하지는 않습니다. 시집 한 권에서 한 줄만 아름다울 수 있어도 됩니다. 개구지게 노는 아이들이 문득 한 마디를 꽃처럼 바람처럼 하늘처럼 나무처럼 숲처럼 햇살처럼 해님처럼 별빛처럼 달님처럼 내놓을 적에 이 아이 가슴속에 어떤 씨앗이 이토록 몽실몽실 자랐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작은 말 한 마디가 모든 삶을 씻어 주어요. 시집 한 권에서 짧은 한두 줄이 문득 울리기에 시를 찬찬히 읽는다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가 아프시다

용하다는 점쟁이는 부적을 권하고

신통방통 보살님은 치성을 주장하고

도립병원 추천받아 간 대학병원에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원수속 속전속결 (유물론)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2011)를 읽습니다. 사람한테 있는 무늬가 무엇인가 하고 되새기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때로는 꽃하고 사람이 얼마나 닮거나 다른가를 읽고, 때로는 아픔과 병원과 돈은 얼마나 잇닿는가를 읽습니다. 때로는 한국사람하고 한국사람이 아닌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를 읽습니다.



아이 셋을 낳고도 한국인 되지 못했다

까맣고 눈 큰 여자

얼핏 보면 내남없는 얼굴이

몸빼 입고 큰 수건을 둘러써도 어색해 보였다

아이들은 커갈수록 남방인 표시가 나서

바깥보다 집안에서 칭얼댔고 (놋쳉잉 씨)



  저는 인천이라는 고장에서 태어나 전남 고흥으로 옮겨서 삽니다. 저는 인천에 안 살지만 어쩌다 한두 해에 한 번쯤 인천에 들르면 다들 저를 보며 ‘인천사람’이라 합니다. 전남 고흥에 산 지 일곱 해가 넘지만 다들 저를 보며 ‘고흥사람 아니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요? 우리는 ‘사람’이기는 한가요? 우리한테는 어떤 이름이 붙어야 알맞을까요? 우리는 서로 어떤 이름을 부르면서 마주할까요? 시집 《사람의 무늬》가 나온 지 일곱 해가 흐르는데, 놋쳉잉 님은 이제 ‘한국사람’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이 땅에서 세 아이를 곁에 두면서 ‘안 쫓겨나도’ 될 만한지 궁금합니다. 2017.8.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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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0
파비앵 그롤로 & 제레미 루아예 지음, 이희정 옮김, 박병권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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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09


매가 그림을 뚫고 나오려 하다
―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파비앵 그롤로·제레미 루아예 글·그림
 이희정 옮김
 푸른지식 펴냄, 2017.7.3. 16000원


  전남 고흥 도화면 시골에서 지난 칠월 십일 무렵부터 제비를 한 마리도 못 봅니다. 읍내에서도 제비를 거의 못 봅니다. 고흥에서 다른 마을을 군내버스로 지나가거나 이웃님 자동차를 얻어타고 지나갈 적에도 제비를 좀처럼 못 봐요. 보름 넘게 제비 한 마리조차 구경하지 못합니다.

  이 얘기를 고흥 사는 이웃님 여럿한테 했더니 다들 한목소리로 “그래, 요즘 제비가 안 보이데.” 하고 말을 받습니다. 늘 익숙하게 곁에 있던 새 한 가지가 자취를 감추어 버리니 어딘가 허전한데 미처 어느 새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왜 자취를 감추었는지는 모르셨나 봐요.

  제비는 팔월이 저물 즈음부터 구월 첫무렵에 태평양을 가로질러서 따뜻한 나라로 날아갑니다. 칠월 한복판부터 제비가 사라져야 할 일이란 없어요. 그러나 그 많던 제비가 하루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그날 밤, 나는 관찰하려고 백 개체 정도를 채집했다. 한편으로 경험을 되새겨 단순하게 계산해서 양버즘나무의 너비를 가늠해 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내부에 표본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하여, 약 11만 마리의 제비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 ‘9월 말에 둥지가 비었다. 2월, 여전히 둥지는 텅 비어 있다. 어떤 희한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제비가 완전히 이 고장을 떠난 것 같다. 그리고 봄이 왔다. 봄바람은 하늘의 바랑객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늙은 양버즘나무는 몇 주 만에 손님들로 다시 북적인다. 얼마나 놀라운 신비인가.’ (28∼29쪽)


  논을 짓는 시골에서는 칠월 한복판은 논마다 농약을 뿌리는 철이곤 합니다. 요즈음은 시골 할매하고 할배는 손수 농약을 잘 못 칩니다. 작은 밭뙈기는 손수 농약을 치지만 논은 엄두를 못 내시지요.

  할매랑 할배가 나이가 들어 논에 농약을 치기 어려운 이즈음, 농협에서는 헬리콥터하고 드론으로 농약을 뿌려 주는 일을 도맡습니다. 시골 할매랑 할배는 농협에 돈을 주고서 농약치기를 맡겨요.

  농협 일꾼은 헬리콥터나 드론을 한꺼번에 여러 대 띄웁니다. 때로는 열 대가 넘는 헬리콥터나 드론이 온 들판을 뒤덮습니다. 아무래도 한꺼번에 떠서 한꺼번에 뿌려야 보람이 있다고 여기는 듯해요.

  흔히 새벽부터 저녁까지 농약을 여러 날 뿌리는데, 이동안 나비나 잠자리는 거의 몽땅 죽습니다. 가을에는 나락을 쫀다지만 가을까지는 언제나 벌레잡이를 하는 참새마저 농약바람이 불면 깡그리 자취를 감추어요. 이때에 제비도 거의 모조리 자취를 감추지요.


“작은 딱새 말이야! 당신 내 작업실 옆에 둥지를 틀었던 그 딱새 기억하지?” “장 자크.” “그 새한테 당신 이름을 붙여 줬잖아. 알지? 그 새가 아직도 와. 적어도 일곱 살은 된 것 같아.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43쪽)


  파비앵 그롤로·제레미 루아예 두 분이 빚은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푸른지식,2017)를 읽으면서 시골마을 제비를 떠올립니다. 이 책 첫머리에 제비 이야기가 나와요. 오듀본이 늙은 양버즘나무 속을 파고 들어가서 그곳에 둥지를 튼 제비를 살핀 적이 있다는데, 찬찬히 어림하니 자그마치 11만 마리에 이르는 제비가 있구나 싶었다지요.

  제비 11만 마리가 늙은 양버즘나무 속에 둥지를 튼다? 어쩌면 이 모습을 본 적이 없고서는 못 믿을 만하지 싶어요. 오늘날에는 더더구나 못 믿을 만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1980년대 무렵까지만 해도 어느 시골에서든 제비가 대단히 흔했어요. 서울까지 제비가 찾아왔어요. 1980년대 무렵에 시골에는 전깃줄이 새까맣도록 제비가 앉기 일쑤였습니다. 작은 마을에도 제비 천 마리쯤 우습지 않은 숫자였고, 이 제비는 ‘시골사람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바지런히 벌레를 잡아 주는 몫을 톡톡히 하고는 가을을 앞두고 서둘러 이 땅을 떠났어요.


“이건 자연주의자가 아니라 예술가의 시각으로 그린 거죠. 한껏 솟은 이 깃털, 매의 부리에 맺힌 피에 무슨 의미가 있죠?” “생명이죠. 알렉산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그거예요.” “나는 보이는 대상에 감정을 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 이 그림은 완전히 반대잖아요. 새가 그림을 뚫고 나오려는 것 같아요. 너무 낭만적이에요.” “이런, 윌슨! 새는 생물이에요. 죽은 정물이 아니라고요. 그래요. 나는, 우짖으며 아직 따뜻한 오리 사체를 뒤적이는 매를 그렸어요. 오리고기를 삼키느라 부리에 피가 묻었고요. 그래요, 그래요, 그래요!” (69쪽)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를 읽다 보면, 오듀본이 어느 철에 숲에서 수억 마리에 이르는 나그네비둘기떼가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모습을 본 일이 나옵니다. 수억 마리에 이르는 나그네비둘기떼도 몸소 지켜보지 않고서야 믿지 못할 노릇이리라 생각해요. 더구나 이제는 나그네비둘기는 미국에서 자취를 감추었어요. 그 많던 새가 깨끗이 사라졌어요.

  수억 마리씩 무리를 지어 하늘을 덮던 새가 사라진 곳에 사람들이 도시를 짓고 찻길을 닦습니다. 문명과 물질이 넘치기도 하지만, 군대와 전쟁무기가 넘치기도 합니다. 새벽에 새가 노래로 우리를 깨우고, 낮에 새가 노래로 우리를 달래며, 밤에 새가 노래로 우리를 재우던 터전이 사라져요. 새벽이든 낮이든 밤이든 우리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나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소리에 길든 하루를 보내요. 또는 텔레비전이나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요.


“오늘 아침에 나는 기적을 믿게 됐어. 해가 막 떠올랐을 때였지. 당신한테는 너무나 익숙하나 새소리가 들렸어. 숲지빠귀가 우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 당신이 내게 자주 얘기했잖아. 모험하는 동안 가장 힘든 순간마다 늘 어디선가 숲지빠귀의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고. 그 노랫소리가 고사리를 엮어 만든 잠자리에서 당신을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그 노랫소리를 들으면 어김없이 우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벅찬 기쁨이 찾아온다고. 물론 나는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새의 습성은 잘 몰라. 하지만 이런 계절에 지빠귀는 더 따뜻한 지방에 가 있다는 건 알아. 지빠귀 한 쌍이 이른 봄을 알리려고 미리 돌아온 걸까? 이번만큼은 숲지빠귀의 노래가 당신을 침대에서 일으키지 못하리란 것도 알아. 그래도 한겨울에 찾아온 이 노래 선물에 나는 깊은 감사를 느껴. 마치 당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듯. 이제 편안히 쉬어, 나의 라포레.” (176∼177쪽)


  오듀본은 과학자이면서 사냥꾼이었고 그림쟁이였다고 해요. 그리고 이녁은 집에서 새를 살뜰히 키우는 돌봄이 노릇도 했겠지요. 수억 마리나 수만 마리에 이르는 새를 늘 두 눈으로 지켜보고서 두 손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혼자만 바라보며 사랑할 새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이웃들 누구나 이 아름다운 새를 바라보면서 이 땅을 어떻게 가꾸는 사람이 되면 좋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때 서녘이나 남녘 갯벌에 수만이나 수십만에 이르는 철새가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공항이 된 인천 앞바다 영종·용유섬 갯벌에도 대단히 많은 철새가 찾아왔지요. 그렇지만 공항이 된 갯벌에는 철새가 찾아오지 못해요. 아니, 철새는 공항이 서건 말건 늘 찾아오지만 그만 보금자리도 먹이도 없이 날갯힘이 빠진 채 죽어 버리고 말아요.

  오늘날 우리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오늘날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서 새를 마주할까요. 참새가 나락을 쪼는 일이란 고작 가을 한철이요, 그동안 참새가 잡는 애벌레가 대단히 많은데, 참새를 너무 미워하는 살림은 아닌가요. 제비가 무리지어 태평양을 건너오는데, 막상 우리가 제비를 맞이하면서 내주는 선물이란 헬리콥터·드론 농약바람은 아닌가요. 철새가 쉴 갯벌이란 사람이 사는 터전도 곱게 가꾸어 주는데, 우리는 갯벌을 너무 쉽게 메꾸면서 막개발을 일삼지 않나요.

  새를 사랑하고, 숲을 사랑하며, 잠자리를 사랑할 수 있기를 빌어요. 풍뎅이를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빕니다. 2017.7.3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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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23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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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10



내가 쳐다보는 곳에 있는 두려움

― 백귀야행 23

 이마 이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시공사 펴냄, 2015.2.25. 5000원



‘미소 너머로 도움을 구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알아채지 못한 우리 역시 같은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츠키는 어린 여동생을 구해 주었다. 그러면서 미츠키 본인도 구원 받았을 거라 믿고 싶다.’ (50쪽)


‘사람은 공포에서 달아나긱 위해 기억을 바꾸지만, 진실이 어떻든 모르는 것보다 아는 편이 공포는 줄어든다. 그래서 난 탐정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괴로운 비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서.’ (166쪽)


“만지면 안 됩니다. 그쪽은 함정이에요. 여자라면 저도 모르게 열어 보고 싶어지죠.” “아까 왔던 인형사가 놓고 간 건가요?” “아뇨.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성질을 가졌습니다. 실체가 없으니 무시하면 사라질 겁니다. 뭐, 그 무시한다는 게 꽤나 어렵지만 말이죠.” (199쪽)



  스스로 겪어 보지 않고서 모르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적이 없는 사람은 무릎이 까진 사람이 왜 절뚝거리는지 모르기 일쑤예요. 무릎이 까진 사람이 걸음이 늦는 까닭을 모르지요. 농약 냄새가 어질어질한 적이 없는 사람도, 농약 바람이 불 적에 새나 벌나비가 떨어져서 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농약을 마시고 죽는 시골 이웃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농약이 참말 무엇인가를 모르기 마련이에요.


  《백귀야행》 스물셋째 권에서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길하고 두려움을 끝내 붙잡는 길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짚습니다. 두려워서 이웃한테 도와 달라고 눈빛으로 말하지만 이웃은 이를 못 느끼곤 해요. 두려워서 입으로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눈빛으로만 바라는 사람을 겪거나 만난 적이 없다면, 스스로 이러한 두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면, 참말 우리는 이웃 눈빛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두려움은 스스로 떨쳐야 하고, 스스로 이겨야 합니다. 이웃이 도와주더라도 스스로 일어서려는 마음이 없고서야 도움을 못 받아요.


  그러니까 두려움을 떨치거나 벗기는 맨 첫째 일이라면, 스스로 일어서기입니다. 두려워할 만한 곳을 바라보지 않고서 사랑할 만한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두려움이 가득한 곳을 자꾸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사랑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기가 어려우니 두려울 수 있겠지요. 네, 그래요. 다들 이렇게 못하니 두렵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 보려고 한 걸음씩 씩씩하게 내딛을 적에 두려움이 조금씩 걷힙니다. 어려워서 못한다는 말을 치울 줄 알기란, 두려움을 털어내는 작은 걸음이에요. 어려워도 조금씩 해 보겠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벗고서 사랑으로 가는 걸음마입니다. 2017.7.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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