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7.17. 리셋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그제에 그끄제까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통째로 고쳐쓰느라 힘썼습니다. 2014년에 처음 선보인 책을 열 해 만에 갈아엎듯 손보았습니다. 지난 열 해에 걸쳐 새롭게 보고 듣고 겪고 익히고 살린 길이 있으니, 열 해를 묵은 책을 참말로 갈아엎을 만합니다.


  몸은 한겨레이되, 말은 일본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알 길이 없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말 ‘되살림’을 싫어하면서 한자말 ‘재생’에 매달리는 이가 있고, 영어 ‘리사이클’에 사로잡히는 이가 있습니다. 어린이 곁에서 ‘재생·리사이클’을 쓰는 이라면, 철없는 꼰대입니다.


  영어를 쓰는 이웃나라로 간다면 ‘리마인드’ 같은 영어를 쓸 만하지만, 우리말로 마음을 나눌 이곳에서는 우리말을 써야겠지요. 그런데 글을 쓰려는 이들은 자꾸 우리말을 등집니다.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를 잔뜩 끼워넣어야 ‘멋진 문장·문학이 탄생’한다고 엉뚱하게 여겨요.


  아무 곳에나 엉성히 불거지는 ‘유발’이란 한자말을 손질하다가 ‘리셋’이란 영어를 추스르다가 ‘금주·음주’를 어떻게 더 풀어낼까 하고 살피다가, ‘호르몬’도 얼마든지 우리말로 풀어낼 만한 실마리를 들여다보다가, “신선한 관점”이라는 얄궂말을 다듬습니다. 짧게 다섯 글씨인 “신선한 관점”이지만, ‘일본말씨 + 옮김말씨’로 똘똘 뭉친 뜨내기말입니다.


  지난 2010년에 스스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란 이름으로 책을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만, 저부터 어른으로 살아갈 마음이고, 이웃님 누구나 부디 ‘어른’으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철든 사람 = 어른 = 착하고 참한 사람’이라는 얼거리를 읽어낼 노릇입니다. ‘나이만 먹은 사람 = 꼰대 = 늙은이’라는 굴레도 알아볼 노릇입니다. 꼰대 아닌 어른으로 서야 비로소 어린이 곁에서 사랑을 노래하면서 물려주는 씨앗 한 톨을 심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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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7.11. 늘빛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비슷한말 = 다른말’이라는 얼거리를 이웃님이 헤아리기를 바라면서 엮은 밑꾸러미(기초어사전)입니다. 이 꾸러미에 ‘늘·노상·언제나’가 어떻게 비슷하되 다른가를 풀이해 놓기도 했는데, 오늘은 ‘늘’이라는 낱말이 어떤 뿌리(어원)인지를 가볍게 밝히는 글자락 하나를 추스릅니다. 이러면서 ‘늘사랑·늘빛·늘살림’이라는 낱말을 새롭게 쓰는 길을 풀어냅니다.


  숲노래 씨 모둠꾸러미(종합사전)는 언제 나올는 지 모릅니다만, 서두르지는 않아요. ‘늘어지게’ 하지는 않으나, ‘늘’ 여미면서 천천히 ‘늘어’가는 살림입니다. 말살림도 숲살림도 노래살림도 하루하루 새롭게 추스르기에 저절로 빛나면서 퍼질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서로 생각을 스스로 밝히고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놈(권력자)이 퍼뜨리는 말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하루가 아닌, 우리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언제나 사랑으로 빛나는 마음으로 말 한 마디를 여미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알아야 하고, 사랑을 마음에 몸으로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사랑’이라고 소리를 내는 이 낱말도 무슨 뜻이자 결인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이나 ‘네이버·구글 검색’으로는 ‘사랑’을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알까요? 아마 아직 모르지 않나요? ‘사랑’을 알려면, 스스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고 품어서 말밭을 가꾸고 살림밭을 일구는 이야기책을, 우리 스스로 차근차근 찾고 챙겨서 읽고 하루를 노래하면 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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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2 등산



  “등산 하시나요?” “아닙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국어사전을 씁니다.” “뭐라고요?” “우리말사전을 쓰는 사람이 나라에 몇 없으니 아마 처음 보실 텐데 국어사전을 쓰기에 어디를 가든 온갖 책을 잔뜩 사서 모든 말을 살피고 수첩에 모든 말을 적어요.” “우리말도 좋은데 사람들이 영어를 너무 많이 써요.” “어느 말이건 스스로 마음을 나타내도록 생각을 지으면 되는데 학교를 오래 다니고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나 아닌 남이 들려주는 틀에 쉽게 갇히니 스스로 무슨 말을 쓰는 줄도 모르지요. 좋거나 나쁜 말이란 없이 그저 오늘 우리 모습을 고스란히 비출 뿐이에요.” 책짐을 이고 지고 안고 다니면, 더구나 민소매 깡똥바지(또는 치마바지) 차림에 80리터 등짐차림인 사람을 쳐다보며 비슷비슷하게 묻기에 비슷비슷하게 얘기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저처럼 책짐을 짊어지고서 걷거나 버스·전철을 타는 이웃을 못 본 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책사랑벗은 서로서로 못 만나는 셈일는지 모릅니다만 스무 해 앞서만 해도 길에서 이따금 스쳤어요. 누리책집으로 장만하는 이웃이 늘었을 테고, 부릉이 짐칸에 싣는 이웃도 늘었을 테며, 책을 이제는 안 읽는 이웃도 늘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꿋꿋하게 책사랑길을 갈 생각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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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7.2. 어느 만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일손은 어느 만큼 건사할 수 있는가 하고 돌아보면, 하루하루 즐겁게 여밀 만큼 다루는구나 싶습니다. 살림을 돌보고, 일을 하고, 아이들하고 놀고, 온집안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를 바라보고, 별빛을 느끼고, 빨래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책숲을 건사합니다.


  쟁이듯 그러모은 꾸러미랑 책을 차곡차곡 제자리에 놓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책살림은 언제나 곁에서 기다립니다. 기다리고 지켜보고 바라봅니다. 숲노래 씨 손길이며 눈길을 기다리면서 받기도 하지만, 고라니랑 꿩이 둘레에서 지나가면서 노래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책한테 무슨 귀가 있어서 새노래를 듣느냐?”고 나무라는 분이 있을 텐데, 책은 우리 발자국 소리를 느끼고 알아듣습니다. 우리가 손을 뻗어 사그락사그락 한 쪽씩 넘기는 손길을 느끼고 기뻐합니다.


  밥을 먹으며 손에 쥐는 수저도 매한가지예요. 밥그릇이며 솥도 똑같습니다. 모두 우리 손길하고 숨결을 느낍니다. 돌이랑 물한테 숨결이 없다고 여기나요? 풀한테는 눈코귀입이 없고 소랑 돼지랑 닭한테만 눈코귀입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나요? 낫으로 슥슥 그을 적에 아파하는 풀은 없지만, 부릉부릉 시끄럽게 울리며 밀어대는 짓에는 모든 풀이 아파서 눈물을 흘립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이자 물결입니다. 말 한 마디에도 숨결이 서립니다. 아무 말이란 없어요. ‘아무’가 아닌 ‘우리 마음’을 담는 말입니다. 말을 아무렇게나 읊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마음을 아무렇게나 팽개쳤다’는 뜻입니다. 말씨 하나로도 마음을 얼마든지 느끼고 읽습니다. 그래서 책이란, 사르르 펼쳐서 첫 줄부터 끝 줄까지 훑으면서도 읽지만, 가만히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도 읽습니다.


  눈속임을 하는 책은 슬쩍 보거나 만지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담은 책도 슬쩍 보거나 만지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눈가림을 하는 책은 한 쪽씩 읽으면서도 훤히 느끼고, 사랑을 펴는 책은 한 쪽씩 읽으면서 눈물웃음으로 밝게 느낍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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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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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1 따라쓰기



  따라하려 들면 누구나 무엇이든 못 하게 마련입니다. 토끼는 토끼처럼 뛰고 달릴 뿐, 거북이처럼 기지 못 합니다. 거북이는 거북이처럼 길 뿐, 토끼처럼 뛰거나 달리지 못 합니다. 거북이가 헤엄치듯 토끼가 헤엄칠 수 있을까요? 둘레 숱한 이웃님은 자꾸만 ‘훌륭한 책(추천도서·권장도서·명작)’을 읽으려 하십니다만, 저는 제발 ‘훌륭한 책’을 읽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훌륭한 책’을 아무리 읽는들 훌륭한 사람으로 깨어나지 않거든요. 훌륭한 사람으로 깨어나는 길은 늘 하나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를 꾸밈없이 바라보고 사랑할 노릇입니다. 스스로 제 모습을 사랑하지 않기에 얼굴을 꾸미고 옷차림을 꾸밉니다. 말을 꾸미고 글까지 꾸미지요. 그러나 꾸밈은 참낯이 아닌 겉낯입니다. 속임낯이자 가림낯이에요. 따라하지 말아요. 따라읽지 말아요. 따라쓰지 말아요. 아무리 ‘훌륭한 책’이어도 따라쓰기(필사)를 하다가는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잊고,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하고 멀리 떨어집니다. 오직 우리 모습을 꾸밈없이·티없이·가없이 즐겁게 노래하면 어느새 사랑이 피어나고,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아름꽃’으로 나아갑니다. 가볍게 생각해요. 즐겁게 읽어요. ‘훌륭길’ 아닌 ‘우리길’을 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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