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5 의미 2023.5.29.



물에 담가서 살랑살랑

새물로 헹궈 사락사락

햇볕에 말리고 바람을 쏘여서

때랑 먼지 씻는 빨래


비가 내려서 후두두둑

냇물이 불어 촤라라락

잎은 싱그럽고 뿌리는 깊어서

들도 숲도 푸른 하루


옷을 왜 빨까?

비는 왜 올까?

궁금해서 바라보고 생각해

수수께끼 품어보고 풀어내


뜻없는 일이란 없더라

뜻있는 이야기 가없어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네가 나서는 길과 만나


ㅅㄴㄹ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모를 수 있어요. 그 말이 어떤 ‘값’인지 종잡지 못 할 수 있지요. ‘왜’ 그럴까요? 무엇을 ‘가리키’거나 ‘나타내’거나 ‘드러낼’까요? 뜻없거나 값없는 일이나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 다르게 뜻있고 값있어요. ‘의미(意味)’는 “1. 말이나 글의 뜻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를 뜻한다지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면 ‘말뜻’을 헤아리면 됩니다. ‘글뜻’을 읽기도 하고, ‘까닭’을 짚기도 합니다. 때로는 누구 ‘탓’을 하다가, 어떤 ‘바’를 드러내려는지 살핍니다. 알고 싶기에 ‘바라보’지요.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하기에 ‘살펴보’면서 ‘알뜰’히 배우려고 합니다. 하나하나 느끼면서 ‘생각’하노라면, 어느 날 ‘알차’게 맞아들여서 눈을 환하게 뜰 만해요. 말 한 마디에 어떤 마음을 담으려는지 헤아리기에 우리 이야기가 빛납니다. 글 한 줄에 어떤 꿈을 실으려는지 짚는 하루이기에 우리 수다가 두런두런 즐겁습니다. 비가 오는 뜻을 생각해 봐요. 빨래를 하는 까닭을 헤아려 봐요. 서로 만나서 오늘을 누리는 숨결을 돌아보면서, 수수께끼를 풀고 응어리도 실타래도 풀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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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1 케이 K- 2023.5.25.



한바탕 내리는 함박눈

함초롬히 피는 함박꽃

한가득 퍼붓는 함박비

함께 즐거워 함박웃음


서울 한복판에 한내

한마음 담아낸 한글

한뜻으로 일궈 한빛

서로 손잡아 한겨레


하늘은 하나인 울타리

우리는 하늘빛 마시고

하얗게 해맑게 비추는

햇살에 햇빛을 반긴다


한옷 한집 한밥 한길

한노래 한사랑 한살림

한꽃 한새 한넋 한님

한나래 한나라 한나무


ㅅㄴㄹ


우리나라를 한자말로는 ‘한국(韓國)’이라 하고, 영어로는 ‘Korea’로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롯하거나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이야기나 살림을 펼 적에 한자말로는 ‘한류(韓流)’를 으레 쓰고, 영어로는 ‘K-’를 붙이곤 합니다. 그런데 나라이름으로 삼는 ‘한국’에서 ‘한’은 한자 ‘韓’이 아닌, 우리말 ‘한’입니다. 우리말을 담아낼 우리글이 없던 무렵에는 어쩔 길이 없이 ‘韓’을 끌어들여 ‘韓國’이나 ‘韓民族’처럼 적어야 했더라도, ‘훈민정음’을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고서 우리말결(국어문법)을 비로소 세운 뒤부터는 우리말 ‘한’을 한자 없이 쓸 일이에요. ‘한겨레’가 스스로 지어서 쓰는 ‘한글’입니다. 한글에는 ‘한나라’를 이룬 온갖 사람이 저마다 ‘한말’을 펴면서 새롭게 ‘한마음’으로 어우러집니다. ‘한’은 ‘하늘·하나·하다(짓다 + 많다 + 크다)’를 말밑으로 삼습니다. 서울에는 ‘한강(漢江)’이 아닌 ‘한내·한가람’이 흐릅니다. ‘한복(韓服)’이 아닌 ‘한옷’이요, ‘한식(韓食)’이 아닌 ‘한밥’이며, ‘한옥(韓屋)’이 아닌 ‘한집’이에요. 우리는 한나래로 날아올라 하늘빛을 마시면서 한빛으로 반짝일 만합니다. 한별로 만나고 한넋을 가꿉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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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55 역사 2023.5.24.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배는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들에 빙그르르 날며

그윽히 깍깍 노래한다


박주가리씨가 날아오른다

민들레씨 엉겅퀴씨도 날고

감씨 해바라기씨는

새랑 함께 골골샅샅 누빈다


오늘 이곳은

어제그제 그리던 모레

우리 걸음은

온길을 잇는 발자국


살림을 지어 살림길

삶을 가꾸어 삶자취

사랑 노래하며 사랑씨

사람으로 서는 사람빛


ㅅㄴㄹ


‘역사(歷史)’는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를 가리킨다지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길·걸어온길·걸음’이라 할 만하고, ‘자국·자취’요, ‘발걸음·발길’이나 ‘발바닥·발자국·발자취·발짝’이라 할 만합니다. 살아온 길이니 ‘해적이·나날·날·삶’이거나 ‘삶글·삶자국·삶자취·삶얘기’나 ‘삶길·사는길·살아온 길’이라 할 수 있어요. 걸어오면서 남긴 모습이라 ‘자취’인데, 자취는 ‘어제·지난날’입니다. ‘이제껏’ 살아온 나날이니 ‘오랜빛·오래빛’이요 ‘살림자국·살림자취·살림얘기’로 바라볼 만해요. ‘예·예전·옛날·옛길·옛빛·옛자취’라 할 모습에는 우리가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살아온 이야기가 흐릅니다. 지나온 모든 하루는 어느새 깊이 아로새기며 ‘뿌리’를 이루어요. “스무 돌(돐)”이며 “일흔 돌”이며 “즈믄(1000) 돌”로 되새깁니다. 이름을 남기려는 자국이 아닌, 오순도순 살림을 지으면서 가꾼 기쁜 사랑을 돌아봅니다. 책에 남을 이야기가 아닌 역사입니다. 마음에 새겨 고이 잇는 사람빛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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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52 공부 2023.5.19.



머리에 욱여넣기만 하니

멀미가 나서 고단하고

멍멍 어질어질 지치고

생각이 멎는 듯해


마음에 담으려는 길은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스스로지어 만나면서

천천히 슬슬 가지


거미는 하늘을 가르면서

맑게 바람빛 실을 풀고

제비는 구름을 가르면서

밝게 들빛 노래를 품네


꽃피고 잎지는 철을 읽어

눈오고 비오는 날을 읽어

해뜨고 별돋는 빛을 읽어

속으로 익히고 몸으로 배워


ㅅㄴㄹ


‘공부(工夫)’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을 뜻한다는데, 우리말 ‘배우다’를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로 풀이하는 낱말책입니다. 겹말풀이예요. 이 같은 뜻풀이로는 우리가 무엇을 ‘배우’거나 어떻게 ‘익히’는가를 알기 어렵겠다고 느껴요. ‘배우다’는 “스스로 몸을 놀려 해보거나 겪다. 몸으로 받아들이도록 스스로 해보거나 겪다”처럼 뜻풀이를 새롭게 추슬러야지 싶습니다. 새롭게 해보면서 그야말로 새롭게 받아들여서 스스로 알아보려는 길이 ‘배우다’라고 할 만합니다. ‘익히다’라면 “자꾸, 오래, 꾸준히 하면서 쉽게 하도록 하다”로 뜻풀이를 붙이면서, ‘배우다·익히다’를 알맞게 갈라서 쓰는 길을 밝혀야지 싶어요. 어두운 곳이 눈에 ‘익’고, 낯선 길도 어느덧 눈에 ‘익는’다고 해요. 처음에는 하나도 알기 어렵고 낯설지만, 하고 또 하고 거듭하면서 몸에 어느덧 붙도록 하는 길이 ‘익히다’입니다. 더 잘 해내고 싶을 적에는 ‘갈다·갈고닦다·닦다’라는 낱말을 쓰지요. 더더욱 잘 해내고 싶으니 ‘벼리다’라는 낱말을 쓰고요. 둘레를 읽고 생각하고 마음을 기울이니 하나씩 알아갑니다. 글도 하늘도 숲도 마음도 읽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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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달아 나도 공부하게되네요. 공부라는 한자어가 바로 쿵푸인듯.

숲노래 2023-06-10 08:40   좋아요 0 | URL
‘쿵푸‘라 말씀하시니
<쿵푸 팬더>가 떠오르네요.

저는 아직 <쿵푸 팬더> 영화평을 안 쓴 듯한데,
아이들은 진작에 100번을 넘게 보았고,
저는 아직 50번쯤밖에 안 본 터라....

저도 아이들처럼 <쿵푸 팬더>를 100번 넘게 본 뒤에는
<쿵푸 팬더> 영화평을 써야겠다고
문득 생각해 봅니다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2 초록 2023.5.25.



풀은

온누리를 푸르게 물들이고

뭇누리를 가만히 품어주고

한누리를 푸지게 북돋운다


풀잎은

다 다른 잎빛에 잎새로

바람을 불러들여 돌보고

이슬을 송글송글 맺는다


풀꽃은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

벌나비가 쉬어가는 집

씨앗에 낟알이 영글지


풀꽃나무는

푸릇푸릇 우거지며 숲

해를 머금고 비를 받아

누구나 살풋 깃드는 빛


ㅅㄴㄹ 


풀잎은 어떤 빛인가요? 나뭇잎은 어떤 빛깔이지요? 풀이기에 ‘풀빛’입니다만, 적잖은 분들은 그만 풀을 풀빛이라 안 하고 ‘초록’이나 ‘녹색’으로 가리킵니다. 중국 한자말이라는 ‘초록(草綠)’은 “1.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 또는 그런 색의 물감 = 초록색 2. 파랑과 노랑의 중간 빛 = 초록빛”을 뜻한다고 합니다. 일본 한자말이라는 ‘녹색(綠色)’은 “= 초록색”으로 풀이해요. 우리한테는 ‘풀빛·푸름’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니, 이 말씨를 알뜰살뜰 쓸 수 있으면 됩니다. 푸르기에 풀이요, 푸지게 자라면서 푸른숨을 베풀 뿐 아니라, 푸른밥(나물밥·풀밥)을 베풀기에 풀입니다. 풀을 머금으면 우리 몸에 있던 찌꺼기를 풀어줍니다. 풀은 푸르게 일렁이는 바람을 불러서 모든 앙금을 풀어냅니다. 풀은 이 별에서 너른 땅(뭍)을 품습니다. 풀이 품는 곳에서 새도 풀벌레도 짐승도 사람도 푸근히(포근히) 보금자리를 지어서 살아요. 숲은 바로 풀이 바탕입니다. 풀과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숲이란 ‘풀꽃나무’가 아름다운 삶터입니다. 풀을 풀로 바라보기를 바라요. 어린이가 무럭무럭 자라 몸과 마음이 싱그러이 빛나면서 철드는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목이 ‘푸름이(푸른씨·청소년)’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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