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6 완벽 2023.7.4.



가득가득 담아 놓으니

든든히 이을 수 있고

차곡차곡 쌓아 놓으니

물샐틈 빈틈 없구나


단단하게 닫아 놓으니

누구도 엿볼 수 없고

채우고 다져 놓았으니

지키고 버틸 만하지


알맞게 일을 다루고

자리에 맞게 말하고

걸막게 생각을 하고

척척 들어맞아 좋다


구슬은 잘 구른다

이슬은 잘 살린다

틀림없이 하루는 흐르고

반듯반듯 별빛 드리운다


ㅅㄴㄹ


틀리지 않고 한다면 틈이나 빈틈이 없어요. 흉이 없습니다. 이때에는 ‘감쪽같은’ 솜씨라고 얘기합니다. 또르르르 구르는 구슬을 보면 아무런 흉도 모도 없기에 잘 구릅니다. ‘완벽(完璧)’은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을 나타낸다고 해요. ‘구슬같다·이슬같다’나 ‘아름답다·잘빠지다·잘생기다·훤칠하다’로 옮길 만합니다. 때로는 ‘똑같다’나 ‘빠짐없다’로 나타낼 만해요. ‘깔끔하다·깨끗하다·깨끔하다·말끔하다·말짱하다·멀쩡하다’나 ‘꼭·꽁·꼼꼼히·아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모든 곳이 제대로 있으니 ‘성하다’나 ‘야물다·여물다’라 하고, 빗댈 적에는 ‘님·밝님’이나 ‘빛·빛나다’나 ‘온꽃·온빛·옹글다’ 같은 낱말을 써도 어울려요. ‘하나’라는 낱말로도 나타냅니다. ‘모두하나’라면, ‘모두한빛’이라면, 그야말로 틈도 흉도 하나도 없어요. ‘한덩이’에 ‘한마음·한몸’인 셈입니다. 이러한 숨결이기에 퍽 어렵다고 여길 일을 ‘씹어먹’을 수 있고, 짜임새가 있으며, ‘찰떡’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요. ‘찰지다’고 할까요. 참으로 ‘칼같이’ 맺고 끊는 매무새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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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58 후회 2023.5.27.



참개구리가 벌렁 누웠다

하얀 배 드러내고 뻗었다

들고양이가 톡톡 치더니

입맛 다시며 어슬렁 간다


한나절이 지나가고

해가 솟아오르니

살짝 꼼찔 슬 꼼지락

살금살금 숨는구나


앵두알이 톡 떨어진다

새 여럿이 앵두잔치이다

열매는 새밥이 되면서

멀리 날아가 통 씨앗으로


하루하루 부드럽다

겨울 잠들어 봄으로

봄 깨어나 여름으로

가만히 쉬면서 거듭난다


ㅅㄴㄹ


나중에 땅을 치거나 발을 동동 구를 일을 한 적이 있나요? 배를 하얗게 드러내고 뻗는 개구리는 창피나 부끄러움을 헤아릴 겨를이 없습니다. 자칫 잡아먹히거든요. 들고양이를 보자마자 얼른 뻗고서 죽은 체합니다. 아주 오래 벌렁 눕더군요. 들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면서 떠나고서도 한참 뒤에야 천천히 꼼지락하더니 살살 풀숲으로 숨습니다. ‘후회(後悔)’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뜻한다지요. 때로는 뉘우칠 수 있고, 아프기도 해요. 그런데 앵두나무도 감나무도 열매가 문득 툭 떨어져도 아쉬워하지 않아요. 열매를 누가 따가도 섭섭하지 않지요. 나무는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개미가 훑을 줄 알고, 거름이 되어 다시 나무를 살찌우는 줄 압니다. 새가 열매를 쪼면서 으레 씨앗까지 삼키는데, 새는 훨훨 날다가 다른 곳에 똥을 뽀직 눠요. 씨앗이 멀리까지 날아가서 새로 싹틉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일을 치르거나 맞이하면서 무엇을 느끼거나 받아들이는지 돌아봐요. 차근차근 새기면서 생각을 기울여요. 다 뜻이 있게 마련이고, 새롭게 잇닿습니다. 부드러이 바라봐요. 늦추거나 미룰 일이란 없고,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낼 일도 없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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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72 불량 2023.6.10.



나쁜아이 나쁜어른 나쁜사람

나은아이 나은어른 나은사람

못된아이 못된어른 못된사람

좋은아이 좋은어른 좋은사람


뭐가 나빠?

뭘 하면 안 돼?

뭐가 좋아?

뭘 하면 맘에 들어?


바람 해 비 별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벌레 벌 새 꽃

못되지도 낫지도 않아


나는 늘 나일 뿐

우리는 다 다르지

함께 하늘빛이고

같이 걸어가자


ㅅㄴㄹ


‘불량(不良)’은 “1. 행실이나 성품이 나쁨 2. 성적이 나쁨 3. 물건 따위의 품질이나 상태가 나쁨”을 가리킨다는군요. 세 가지 뜻풀이는 모두 ‘나쁨’으로 적습니다. 우리말로 ‘나쁘다’라 하면 될 일입니다. 우리 낱말책은 ‘나쁘다’를 “1. 좋지 아니하다 2. 옳지 아니하다 3. 건강 따위에 해롭다 4. 어떤 일을 하기에 시기나 상황이 적절치 아니하다 5. 어떤 일을 하기에 쉽지 아니하다”처럼 풀이합니다. 뜻풀이가 알쏭달쏭합니다. 이래서야 ‘좋음·나쁨’을 가리거나 알기 어렵습니다. “낫지 않다”고 하는 ‘나쁘다’입니다. “예쁘지 않다”고 여길 ‘나쁘다’일 테고요. ‘나(내)’로서 나답지 않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결을 ‘나쁘다’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가 저마다 나다움을 살피고 찾고 바라보면서 가꿀 줄 안다면, 사납거나 무섭게 굴지 않을 테고, 마구하거나 괴롭히지 않게 마련입니다. 나다움을 잊다가 잃기에 참빛하고 등지면서 그만 궂거나 망가지거나 뒤틀려요. 스스로 가꾸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빛나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이웃을 아끼고 돌봐요. 금을 긋기 앞서 차분히 나를 돌아볼 틈이 있어야 눈을 뜨리라 느껴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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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63 소음 2023.5.27.



까치 까마귀 참새 비둘기

늘 둘레에서 이야기해

쏙독새 박새 할미새 딱새

언제나 곁에서 속삭여


물결치는 바다에 서면

물방울소리 가득 일렁여

비내리는 들을 걸으면

빗방울소리 온통 뒤덮어


하늘하고 땅 사이에는

바람이 흐르면서 분다

너하고 나 사이에서는

마음이 오가면서 수다


눈길 틔울 수 있기에

눈망울 열 수 있으니

눈빛 깨울 수 있어서

두근두근 두런두런 어울려


ㅅㄴㄹ


예전에는 ‘소음’ 같은 말을 안 썼습니다. 예전에는 집을 겹겹이 높이 쌓는 일이 없었어요. 나즈막한 울타리나 담으로 가볍게 두르기는 했어도, 모든 집이 어깨를 나란히 하듯 올망졸망 어울렸습니다. 어우러지는 집이 모인 마을은 곧잘 왁자지껄할는지 모르나, 소리가 하늘로 뻗으면서 사그라듭니다. 무엇보다도 새랑 풀벌레랑 개구리가 늘 마을이며 보금자리에서 노래했기에 ‘사람 말소리’가 듣그럽거나 따갑지 않아요. 바람이 흐르는 소리에 비가 들이치는 소리도 우리 마음을 다스리거나 달래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틈새소리·사잇소리·칸소리’라 여길 ‘층간소음’으로 고단한 사람으로 넘실거립니다. ‘소음(騷音)’은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가리킨다지요. 잘 봐요. 새노래가 없으니 시끄럽습니다. 풀벌레랑 개구리가 함께 우렁차면서 싱그러이 노래하는 길이 막히거나 사라졌기에 떠들썩합니다. 모든 쇳소리는 귀를 찢듯 날카로워요. 북새판이지요. 우리가 ‘말소리’에 ‘숨소리’를 누리려면 ‘숲소리’에 ‘들소리’를 되찾아야지 싶습니다. ‘물결소리’에 ‘바람소리’에 ‘빗소리’를 머금으면 귀가 안 아프겠지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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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64 질문 2023.5.29.



처음 듣는 말

새로 본 모습

다시 짓는 꿈

스스럼없이 품는다


아침에 한 일

낮에 편 놀이

밤에 맞는 별

스스로 되돌아본다


모르면 몸부터 굳고

알아가면 눈을 뜬다

모르니 가만히 묻고

알아들어 말길 연다


아이라면 노래하고

어른이라 속삭이고

물어보고 이어가고

만나보고 생각하고


ㅅㄴㄹ


예부터 어린이는 어른한테 늘 물었습니다. 길을 묻고 이름을 묻고 말을 물었어요. 옛날부터 어른은 어린이한테 늘 얘기했습니다. 길을 알려주고 이름을 밝히고 말을 얘기했어요. 온누리 풀이름에 꽃이름에 벌레이름에 새이름은 모두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 끝없이 오가는 말이 씨앗이 되어 태어났습니다. 어린이는 스스럼없이 물어보면서 스스로 자랍니다. 어른은 어린이 곁에서 물음거리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둘레를 새롭게 바라보고 헤아려서 ‘새말을 새삼스레 새록새록 지어’서 어린이한테 노래로 불러 줍니다. 이렇게 묻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수수께끼’로 피어났어요. 한자말 ‘질문(質問)’은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을 가리켜요. 말뜻처럼 ‘물음·묻다’로 손보면 됩니다. ‘물어보다’로 손볼 수도 있어요. 높이는 자리에서는 ‘여쭈다·여쭙다’로 손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보기 앞서 곰곰이 생각해 봐요.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터뜨리면서 알고 싶은 마음을 ‘묻다·물어보다’로 나타냅니다. 궁금한 이야기를 들숲이라는 자리에 가만히 묻으면, 어느새 싹이 트고 줄기가 올라서 알아봅니다. 말 한 마디는 언제나 물 한 방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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