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4 애정 2023.6.30.



땅바닥에 손을 얹으니

따뜻이 올라오는 흙기운

풀밭을 맨발로 걸으니

푸근히 퍼져가는 푸른빛


차분히 바라보는 동안에

환하게 차오르는 눈망울

차곡차곡 해보는 사이에

반짝이며 드리우는 별빛


들꽃을 살리는 해바람

나무를 살찌우는 빗물

숲에서 살아나는 숨결

새랑 노래하는 사람들


사랑은

새롭게 살리는 꽃씨이고

서로 생각하는 마음씨에

소근소근 샘솟는 말씨앗


ㅅㄴㄹ


한자말 ‘애정(愛情)’은 “1. 사랑하는 마음 2. 이성(異性)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고 하는데, 누가 그리울 적에는 ‘그립다·그리움’이라 하면 되어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을 말할 적에는 ‘사랑’이라 하면 됩니다. 따사롭거나 포근하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아름답게 사는(삶을 이루거나 짓거나 누리는) 숨결로 나아갈 적에 누구나 스스로 빛나기에 ‘사랑’입니다. 그래서 “1. 어떤 사람·넋·숨결·마음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다. 2. 어떤 것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거나 다루면서 즐기다. 3. 서로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마음을 쓰면서 지내다. 4. 다른 사람을 돕거나 따뜻하게 마주하다. 5. 고우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아기·짐승·숨결을 일컫는 말.”을 뜻합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서로서로 ‘사이’를 곱고 포근하게 돌보면서 ‘살림’을 짓고 ‘사는(살아가는)’ 사이에 ‘사랑’을 합니다. 사근사근 말할 줄 알고, 살며시 다가올 줄 알고, 상냥하게 마주할 줄 알고, 새롭게 노래할 줄 아는 마음이 하나로 피어나기에 ‘사랑’이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1 만렙(만랩) 2023.6.24.



걷기 힘들다면 멈추자

다릿심 없으니 쉬면서

해보기 별보기 비보기

처천히 마음을 채운다


하기 어렵다면 마치자

솜씨나 재주 없어도 돼

느긋이 가만히 하나씩

오늘을 누리면서 산다


가득해도 좋을 테지만

반드시 해내려면 벅차

끝까지 안 달려도 좋아

우리가 함께이니 기뻐


높이 솟아도 봉우리에

낮게 퍼져도 오름이야

크게 피어도 봉오리에

작게 맺어도 꽃송이야


ㅅㄴㄹ


‘만랩’으로 적기도 하는 ‘만렙(滿level)’은 “누리놀이(온라인게임)에서 다루는 살림(캐릭터)이 가장 높이 차지하는 자리”를 나타낸다지요. ‘첫째’이거나 ‘으뜸’이라는 뜻입니다. ‘높다’거나 ‘크다’고 할 테고, ‘우두머리’이거나 ‘꼭두·꼭두머리’라는 뜻이에요. ‘맨앞’이나 ‘앞자리’라고도 할 텐데, 오랜 우리말로 ‘꽃등’이나 ‘머드러기’라고 여길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누구보다 앞서거나 우뚝우뚝하다면, 둘레에 있는 사람들은 저만큼 낮거나 작거나 못나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잘 하는 솜씨는 안 나쁩니다. 때로는 잘 해낼 수 있고, 때로는 못 해내거나 넘어질 수 있어요. 즐겁게 해보면서 겨루되, 높낮이로 섣불리 가른다거나 반드시 남을 딛거나 밟고 혼자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은 살살 달래거나 녹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이란, 너나없이 함께하기에 즐거우면서 빛나요. 사랑이란, 뽐내거나 자랑하려는 마음이 아닌,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발짝씩 웃고 노래하면서 나아가는 길에서 싹틉니다. 다그치면서 해내려고 하면 서로 다쳐요. 다독이고 토닥이는 손길과 숨결로 새롭게 마주해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90 자연 2023.7.14.



낳은 어버이는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려

태어난 아이는

천천히 일어나며 뛰놀아


나무마다 새가 깃들고

풀줄기마다 애벌레 살고

흙을 품은 뿌리 곁에

굼벵이 개미 지렁이 살아


비는 촉촉히 적시고 씻지

바람은 시원히 불고 덮어

해는 따뜻이 드리워 감싸

별은 새롭게 보듬어 재워


사람은

뭇숨결 사이에서 생각해

서로 살리는 사랑은 뭘까?

오늘은 무엇을 노래할까?


ㅅㄴㄹ


‘자연(自然)’은 “1.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2.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지질적 환경 3.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을 가리킨다지요. 사람 손길이 닿지 않고서 스스로 빛나는 숨결이란, ‘들’이고 ‘숲’입니다. ‘바람’이고 ‘바다’입니다. ‘푸르다’라는 낱말로도 이러한 숨결을 그릴 만합니다. ‘날·날씨’나 ‘들빛·숲빛·바람빛·푸른빛’이라는 낱말로도, 사람을 둘러싼 너른 숨결을 나타낼 만해요. 푸르고 맑고 곱게 피어나는 숨결이기에 스스로 자라나면서 빛나요. 둘레를 봐요. 스스로 푸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살림하면서 하루를 그리면, 누구나 들빛이고 숲빛입니다. 스스로 맑게 헤아리고 만나고 나누면서 삶을 펴면, 언제나 바람빛이고 바다빛이자 푸른길입니다. 씨앗 한 톨도 숲입니다. 들꽃 한 송이도 숲입니다. 빗방울도 이슬도 숲입니다. 저마다 푸르게 어우러지면서 말갛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9 식사 2023.7.10.



작은새는 작은벌레 잡고

작은벌레는 작은잎 갉고

작은잎은 너른해 머금고

너른해는 우리 마음 받고


벌나비는 꽃꿀가루 찾고

꽃은 해바람비 맞이하고

해바람비는 푸른별 돌고

푸른별은 서로 섞여 살고


밥알 한 톨에

해님 바람님 비님에

흙님 나무님 풀님에

우리 손길 깃들어


함께 누리면서 나눈다

같이 마시면서 베푼다

즐겁게 차려서 부른다

반갑게 모여서 먹는다


ㅅㄴㄹ


낱말책은 ‘식사(食事)’를 “끼니로 음식을 먹음”으로, ‘음식(飮食)’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으로 풀이합니다. 더 살피면, 우리말 ‘밥’을 ‘음식’으로 풀이해요. ‘밥 = 먹는 숨결’이기에 “음식을 먹음”이란 풀이라든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 같은 풀이는 뒤죽박죽입니다. 가만히 보면, 쌀밥을 이루는 낟알도 숨붙이입니다. 능금이나 복숭아나 수박이나 배 같은 열매도 숨붙이예요. 고기로 삼는 살점도 숨붙이예요. 우리는 돌이나 쇠를 먹지 않아요. 싱그럽게 빛나는 여러 숨결을 고마우면서 반가이 맞아들입니다. ‘먹다’란 ‘머금다’요, ‘맞다’이면서, ‘받다’입니다. ‘들여’서 몸에 새롭게 기운으로 빛나도록 ‘품’는 숨결인 ‘밥(먹을거리·먹는 숨결)’입니다. 우리가 먹으면서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숨결을 보면, 해랑 바람이랑 비를 두루 먼저 받아들였어요. 들이며 풀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스스로 빛나며 살아온 숨결을 새삼스레 ‘밥’으로 삼는 흐름이자 얼거리입니다. 밥알 한 톨부터 고이 여길 줄 아는 마음하고 몸짓이기에 스스로 몸을 사랑으로 돌보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7 발견 2023.7.6.



오늘 처음 보기까지
내 앞에서
얼마나 춤추고 놀면서
내 눈에 뜨이려 했을까

바로 여기 오기까지
네 곁에서
얼마나 노래하고 뛰며
네 마음에 들려 했을까

바라볼 수 있으니
알아볼 만하고
마주볼 수 있어서
찾아볼 만하지

반짝이는 별송이를
너울이는 꽃송이를
나풀나풀 눈송이를
같이 만나고 함께 속삭여

ㅅㄴㄹ

무엇을 ‘본다(보다)’고 할 적에는 눈으로 느끼거나 아는 일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느 쪽으로 몸을 놓으면서 눈을 떴지만 막상 하나도 못 느끼거나 모르기도 하거든요. 숨결이나 숨빛을 마음으로 먼저 느끼고 알기에 눈으로도 나란히 느끼고 알게 마련입니다. 마음이 없으면 봄에 봄꽃이 흐드러졌어도 못 보고 못 느껴요. 마음이 없으면 날마다 스치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 해요. ‘발견(發見)’은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을 뜻한다는군요. 우리말 ‘찾아내다’를 한자로 옮긴 얼거리일 텐데, 짧게 ‘찾다’를 써도 되고, ‘알다·알아내다·알아차리다·알아보다’나 ‘눈뜨다·눈치채다·깨닫다’나 ‘만나다’를 쓸 수 있습니다. ‘밝히다·엿보다’나 ‘드러나다·머금다’나 ‘나오다·나타나다’를 써야 할 자리가 있고, ‘보다·맡다’나 ‘새롭다·새길·새로가다·새빛·새넋’을 써야 어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일·있다’나 ‘잡다·잡아내다·캐다·파다’나 ‘처음·첫·첫물·첫발’로 손볼 수 있어요. 참답게 눈을 떠 봐요. 마음부터 환하게 틔워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