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자동차 2023.9.26.



묵직한 쇳덩이가 달리느라

작은 아이가 놀 곳이

큰 어른이 걸을 곳이

풀씨 드리울 곳이 없다


부릉부릉 쇳더미가 서느라

토끼는 풀밭 잃고

비둘기는 나무 잃고

나무는 숲을 잃는다


오솔길은 오소리도 여우도

멧돼지도 사람도 다니지만

새카만 부릉길은 오직

시커먼 쇠바퀴만 구른다


더 빨리 가야 할까?

어린이는 어디서 놀지?

들숲을 밀어도 될까?

이따금 달리면 어때?


ㅅㄴㄹ


‘자동차(自動車)’는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를 뜻해요. ‘자전거(自轉車)’는 “스스로 구르는 수레”를 뜻하고, 예전에는 ‘자전차’라 했습니다. 한자 ‘車’는 ‘차·거’로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우리 삶터를 보면 온통 자동차가 차지합니다. 어린이가 뛰놀거나 달릴 빈틈이 사라졌습니다. 참말로 지난날에는 온누리 모든 아이가 어디에서나 마음껏 뛰고 달리며 놀았어요. 요사이는 부릉길(찻길)만 넓히지만, 지난날에는 어디나 나무가 흐드러졌고 풀밭이 넓었습니다. 어린이가 놀 빈터가 사라지면서, 어른이 쉴 빈자리도 자취를 감춰요. 묵직하고 큰 쇳덩이인 자동차가 부릉부릉 밀려들면, 우리는 걸을 수도 없고 자전거조차 비켜나야 합니다. 부릉부릉 구르는 소리는 시끄럽고, 매캐하게 내뿜는 김은 푸른별 살림을 갉습니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살림살이도 매우 많이 들여야 합니다. 철마다 새롭게 흐르는 풀노래와 숲바람을 모두 밀어내는 자동차일 텐데, 어른들은 더 크고 빠르고 비싼 자동차를 거느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부릉부릉 매캐한 길은 줄이면서, 푸르게 맑고 서로 어우러진 숲길을 품을 때이지 싶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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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환대 2023.7.9.



머리맡에 꽃을 놓으면

가까이에서 번지면서

환하게 올라와 물드는

반가운 기운


밭기슭에 나무 심으면

무럭무럭 자라더니

꽃에 열매에 그늘에

즐거운 숨결


너랑 같이 걸으면

언제 어디에 가더라도

수다에 얘기에 놀이에

신나는 웃음


여름에 골짜기에서

겨울에 바닷가에서

봄가을에 들길에서

기쁘게 누리는 하루


ㅅㄴㄹ


한자 ‘환(歡)’을 넣는 ‘환영·환호·환희’는 하나같이 ‘기쁜’ 마음을 드러냅니다. ‘환대(歡待)’는 “기쁘게 맞아 넉넉히 모심”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뜻과 결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있어요. 바로 ‘반갑다·반기다’입니다. ‘반’이라는 우리말은 ‘반하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누구를 보거나 무엇을 마주하면서 마음속에서 차츰차츰 기쁜 물결이 일어나서 확 달아오른다고 할 적에 ‘반하다’입니다. 낮에는 다들 못 느끼기 일쑤이지만, 밤이 오면 둘레를 밝히는 빛을 느낄 만해요. 바로 별입니다. 낮에 뜨는 해는 ‘환하다’고 합니다. 밤에 돋는 별은 ‘밝다’고 합니다. 밤처럼 빛이 사라졌다고 여기는 곳이나 때를 ‘밝힌다’고 하기에 별이요, 이러한 빛줄기를 둘레에 퍼뜨리거나 스스로 일으키는 결을 ‘반갑다·반기다’라는 낱말로 그립니다. 밝게 웃기에 슬픔도 생채기도 씻습니다. 밝게 노래하기에 지치거나 고된 몸에 새롭게 기운을 일으킵니다. 밝게 맞이하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어느새 앙금을 풀고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두 팔을 벌려 반겨요. 두 팔로 포근히 안으면서 즐거워요.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서 신나게 들판을 달립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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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직업 2023.7.21.



바람이 일지 않는 날은

숨죽인 채 시든다

바람이 일어나는 날은

숨돌리며 살랑인다


바다가 일지 않는 곳은

구름이 없이 마른다

바다가 일렁이는 곳은

비구름 생겨 씻는다


가볍게 거들거나

심부름 맡더라도

스스로 나설 때라야

일손으로 여겨


삶을 일궈서 일이야

살림을 이뤄 일이지

사랑을 이야기하는 일이고

사람 사이를 잇는 일이다


ㅅㄴㄹ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는 따로 없는 ‘직업(職業)’일 텐데, 이 한자말은 “집안을 꾸리며 먹고살려고 돈을 버는 일”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배움터를 다니는 사람은 따로 ‘돈벌이’를 안 하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살림이 안 넉넉하기에 짬을 내어 돈벌이를 할 수 있어요. 이른바 ‘곁일·짬일·틈새일·틈일·사잇일(아르바이트·알바)’이라고 하겠지요. ‘직업 = 돈벌이’인 터라, 집안일을 도맡는 사람은 마치 “직업이 없다”고 여겨 왔습니다.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 가운데 집에서 살림을 꾸리는 쪽한테는 갖가지 일손을 맡기면서, 돈하고 멀 뿐 아니라 실업자(직업이 없는 사람)으로 삼기 일쑤였는데, 밥하고 빨래하고 치우고 아기를 돌보는 일을 남한테 맡기려면 돈을 꽤 치러야 합니다. 여러 학원도 “집에서 가르칠 수 있는 일을 집에서 안 가르치고 남한테 맡기기”에 목돈이 들어갑니다. 가만히 보면 수수하게 ‘일’을 하는 사람은 돈하고 멀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말 ‘일’은 스스로 물결을 일으키듯 즐겁게 맡는 길을 가리키면서, 돈을 버는 길도 나란히 가리켜요. 벌잇감 못지않게 일자리와 살림부터 챙길 적에 하루가 빛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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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안 쓰는 말 . 괜찮다(공연찮다) 2023.7.24.



‘나쁘지 않다’면

‘좋다’기보다는 ‘좀 나쁘다’야

‘좋지 않다’면

‘나쁘다’기보다는 ‘조금만 좋다’야


걱정하지 않기보다는

오늘 걸을 길을 본다

근심씻기 안 나쁘지만

같이 지을 꿈을 본다


그럭저럭 해도 안 나쁘겠지

썩 볼 만할 수 있겠지

그런데

네 마음은 어디에 있니?


내가 하려는 뜻을 돌아본다

네가 가는 까닭을 곱씹는다

서로 만나는 일을 생각한다

즐겁게 빚을 이야기 그린다


ㅅㄴㄹ


흔히 쓰는 ‘괜찮다’는 ‘공연하지 않다’를 줄인 말씨입니다. ‘공연하다(空然-)’는 “아무 까닭이나 실속이 없다”를 뜻합니다. ‘괜찮다·공연찮다·공연하지 않다’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나 “그럭저럭 걱정할 일이 없다”를 가리킨다고 하겠습니다. 곰곰이 보면, 나쁘지 않으니 “나쁘지 않다”일 테고, 이는 “썩 좋다고 하기 어렵다”를 나타내는 셈입니다. 마음을 담는 말인데, ‘괜찮다’는 여러모로 돌리는 결입니다. 마음에 안 들지만, 마음에 안 든다는 티를 덜 내면서 “나쁘지는 않아” 하고 가볍게 손사래를 치고 싶은 결입니다. 그럭저럭 할 만한 일이란, 그다지 안 하고 싶지만, 해도 아주 나쁘지는 않으니까, 좀 참거나 견디면서 한다는 뜻입니다. 썩 할 만하지 않을 적에 억지로 참으면 오히려 덧나기 쉽습니다. “썩 할 만한” 일이 아닌, “할 만한” 일을 찾아야겠지요. 바로바로 드러내기가 수월하지 않은 자리라서 자꾸자꾸 참다 보면 차츰차츰 고단하고 지칩니다. 마음을 느긋이 두면서 즐겁게 나아갈 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마음을 환하게 밝히면서 기쁘게 할 일을 품어야지 싶어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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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안 쓰는 말 159 향기 2023.9.28.



들깨밭에는 들깨내음

딸기밭에는 딸기내음

능금밭에는 능금내음

시금치밭은 시금치내


가을들을 가로질러 가면

갓 지은 가마솥밥 냄새

달개비꽃 곁에 앉으면

파랗게 하늘내 바람내


아기는 부드러이 젖내

어린이는 노느라 땀내

어른은 일하며 웃음내

우리는 함께 향긋하게


여름은 잎내음으로 푸르다

겨울은 눈냄새로 새하얗다

봄은 꽃내 물씬 말갛다

가을은 들빛으로 푸근하다


ㅅㄴㄹ


맡기에 부드러우면서 즐겁게 퍼지는 기운을 우리말로 ‘향긋하다’라 하고, 한자말로는 ‘향(香)·향기(香氣)’라 합니다. 코로 맡으면서 느끼는 기운은 ‘내·내음·냄새’라 하고요. 꽃은 ‘꽃내·꽃내음·꽃냄새’요, 잎은 ‘잎내·잎내음·잎냄새’입니다. 모든 것과 곳에는 저마다 그곳에서 스스로 살아온 나날이 있어요. 이러한 기운을 코로 맡는데, 다 다르기에 다 다르게 나는(나오는) 빛인 ‘내·내음·냄새’예요. 그런데 사람은 모두 다르니, 누구는 이 냄새가 마음에 들고, 누구는 이 내음을 마음에 안 들어하지요. 마음에 들면 ‘좋은내’일 테고, 마음에 안 들면 ‘나쁜내’라 여기는데, 내가 반기더라도 둘레에서 꺼릴 수 있어요. 둘레에서 즐기더라도 나는 싫거나 괴로울 수 있어요. 바람을 품어 바람내음이 일어납니다. 해를 받아들여 햇내가 일어납니다. 비오는 날에는 비냄새가 퍼져요. 풀꽃나무를 비롯해서, 흙에도 모래에도 돌에도 다 다르게 내음이 퍼집니다. 들에는 들내음이, 숲에는 숲내음이, 바다에는 바다내음이 있어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마음빛과 몸빛으로 마주할 적에 아름다울는지 생각해 봅니다. 참하고 곱고 착한 사람내는 무엇일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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