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2.


《물의 아이들》

 찰스 킹즐리 글·워릭 고블 그림/김영선 옮김, 시공주니어, 2006.11.6.



자전거를 둘 들인다. 새 자전거로 들이지는 않고, 헌 자전거로 들인다. 새 자전거를 들일 돈을 덜 모으기도 했지만, 헌 자전거를 들여서 아이들하고 함께 닦고 기름을 바르고 손질해서 타는 맛도 좋겠지. 아이들은 한 시간 남짓 자전거를 닦고 손질하자니 나가떨어진다. 그럴 만도 하리라. 아버지도 너희 나이만 했을 적에 한 시간 남짓 닦고 손질하면 으레 나가떨어졌거든. 그러나 자전거 손질에서 나가떨어졌을 뿐, 조금 누워서 쉬면 어느새 뛰어놀 기운이 새로 솟더라. 오늘 우리 아이들도 그렇다. 힘들어서 쉬겠다고 둘 다 들어가더니 “이제 다 쉬었다”면서 다른 놀이를 한다. 《물의 아이들》을 얼추 열 해쯤 앞서 장만했으나 이제서야 읽었다. 이야기 첫머리가 매우 놀랍기에 죽죽 읽어 나가는데, 가운데쯤 이르니 살짝 ‘타이름’이 된다. 글쓴님은 ‘교훈적’인 얘기를 안 썼다고 내내 밝힌다만, 가운데부터 ‘타이름’이 슬슬 치고들어왔으며, 막바지는 온통 타이름에 종교가 되고 만다. 뒤쪽은 통째로 덜고서 가운데짬에서 끝맺으면 좋았겠구나 싶다. 꼭 그렇게 타이름에 종교로 끝맺어야 했을까? 예전 그무렵 유럽에서는 타이름에 종교를 뺄 수 없었는지 모르나, 그 때문에 ‘물아이’ 이야기가 바람이 다 빠져버리고 말았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4.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글, 산지니, 2015.4.14.



여느 때에는 서울 오가는 시외버스가 하루에 다섯인데 한가위 앞뒤로 열이 넘더라. 참 많이들 시골을 다녀갔지 싶다. 올해에도 서울손님은 고즈넉한 시골 밤하늘에 폭죽을 터뜨리고 밤늦도록 와와거리며 놀더라. 참 궁금하다. 시골에서 밤에 놀 적에 폭죽 말고는 챙길거리가 없을까? 망원경을 챙겨서 별자리를 보면 훨씬 낫지 않을까?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에서 《금정산을 보냈다》를 읽었다. 달걀하고 감을 장만하려고 작은아이하고 읍내에 간다. 한가위 이튿날 시골 읍내는 매우 조용하다. 썰물이 되었다. 어쩐지 이 썰물이 반갑다. 시끌벅적 아닌 조용조용이 어울리는 시골이다. 모르는 노릇인데, 시골뿐 아니라 서울도 조용조용일 적에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기에 훨씬 좋지 않을까. 너무 많이 모여서 그만 북새통이 되고 말아 온갖 것이 뒤죽박죽이지는 않을까. 그나저나 시집 한 자락에 사자성어가 지나치게 자주 나온다. 1956년에 태어난 시쓴님은 영어는 거의 안 섞으나 툭하면 이런 한자말에 저런 사자성어를 섞는다. 1996년에 태어난 젊다는 시쓴님은 한자말이나 사자성어는 잘 섞지 못하지만 영어를 매우 잘 섞는다. 어느 쪽이든 말치레가 가득해서 시가 노래이기보다는 싱거운 멋부림잔치 같다. 시골에 폭죽 들고 놀러온 서울사람 같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0.


《하이스코어 걸 1》

 오시키리 렌스케 글·그림/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8.31.



놀이가 있었다. 아주 오래오래 놀이를 누렸다. 놀며 자란 어른은 일을 하고, 일하는 어른은 놀이를 마음으로 몸으로 물려주었다. 부드러이 사랑스레 놀이가 흐르다가, 학교가 서며 놀이가 뚝 끊어진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놀이를 지키려 했는데, 이동안 너무 시달린 나머지 새로운 놀이, 이른바 ‘오락실’을 찾는다. 어른들이 아이들 놀이랑 성풀이를 빌미로 돈을 벌려는 속셈으로 마련한 오락실인데, 곧이어 누리놀이(컴퓨터게임)가 나왔다. 다만 오락실이나 누리놀이를 즐기며 성풀이나 심심풀이는 하되 막상 몸을 신나게 움직이지는 않으니 언제나 하나가 빠진다. 바로 ‘신나며 새롭고 사랑스러운 놀이’이다. 《하이스코어 걸》 첫걸음을 읽으며, 학교나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옥죄고 비틀어 놓는가를 새삼스레 떠올린다. 이 만화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나도 오락실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아이들은 오락실이 찾아가는 까닭이 있지. 누리놀이에 그토록 빠지는 까닭도 있지. 둘레를 보자. 어디에 쉴 데나 숨을 데나 뛰어놀 데가 있나. 빈터나 빈틈이 어디에 있나. 올라탈 나무나 헤엄칠 맑은 냇물이나 드러누울 깨끗한 풀밭이 어디에 있나. 쉼터도 놀이터도 몽땅 빼앗은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슨 짓을 일삼으며 돈을 버나?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1.


《추억의 에마논》

 카지오 신지 글·츠루타 겐지 그림/정은서 옮김, 미우, 2012.7.15.



아이들이 품은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아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 아마 꽤 많은 듯하면서도 퍽 적을는지 모른다. 아주 많을 수 있지만, 뜻밖에 거의 없을 수 있다. 아이들이 펴는 사랑이 참으로 아름다운 줄 알기에, 이 아이들 사랑을 억누르거나 짓밟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떤 사랑을 펴든 기꺼이 받아안으면서 한결 푸르게 피어나도록 마음을 여는 어른이 있겠지. 《추억의 에마논》을 읽고서 몇 해쯤 책상맡에 밀어놓고 잊었다. 책상맡에 쌓인 책을 치우다가 다시 눈에 뜨인다. ‘고작 30억 해’라는 삶을 담은 ‘에마논’은 하루하루 새롭게 마주하는 사람하고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느끼면서 차곡차곡 쟁인다고 한다. 우리도 그와 같지 않을까? 푸성귀를 심을 적에는 그 푸성귀하고 얽힌 옛생각이 있을 테고, 컵라면을 먹을 적에는 이 컵라면을 이룬 비닐이나 나무젓가락이나 양념가루가 먼먼 옛날에 어떤 얼거리로 지구별에 있었는가를 떠올리지 않을까. 이웃님이 감자 한 꾸러미에 단호박 여러 알을 주셨다. 나는 수수께끼 동시를 한 자락 써서 드린다. 내가 드릴 수 있는 빛은 종이 한 자락에 적은 열여섯 줄뿐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 열여섯 줄이 반짝반짝 피어나는 씨앗이라면 ‘작지는 않으리라’고 생각을 바꾼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9.


《북풍의 등에서》

 조지 맥도널드 글·제시 월콕 스미스 그림/정회성 옮김, 시공주니어, 2007.10.30.



이제껏 몰랐던 책을 오늘부터 알아보는 까닭은 뭘까? 여태 읽지 않던 책에 갑자기 마음이 꽂히는 뜻은 뭘까? 진작 읽었으면 오늘 두벌 읽는 셈일 테고, 일찍 알았으면 세벌 네벌 닷벌뿐 아니라 열벌을 되읽으며 새롭게 바람하고 사귈 수 있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오늘 비로소 알아보면서 그동안 바람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나 하고 새삼스레 되새기고, 한결 깊고 즐겁게 바람놀이를 누리기도 한다. 《북풍의 등에서》를 아이들하고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첫머리를 지나 이야기가 흐르면 흐를수록 참 아름답게 생각을 펴는 글이로구나 싶다. 한국에서는 《하느님의 눈물》쯤을 이 글에 댈 만하겠으나, 높바람(북풍)이 어떤 숨결이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이 별을 사랑으로 보듬는가 하는 대목을 짚는 줄거리를 본다면, 아직 한국에서는 이만큼 깊고 넓게 마음눈을 틔우는 글은 없구나 싶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많으면 무엇하겠는가. ‘법만 잘 지킬’ 뿐, 법에 난 구멍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슬기로운 사랑을 펼 줄 모른다면, 이 삶터를 얼마나 메마르게 망가뜨리겠는가. 우리는 ‘법만 잘 지킬’ 사람이 아니라 ‘아름답고 즐겁게 사랑하면서 삶을 짓는 숨결’을 어른으로 먼저 살고 아이한테 물려줄 노릇이지 싶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