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8.
《여우와 나》
캐서린 레이븐 글/노승영 옮김, 북하우스, 2022.10.6
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두바퀴를 달린다. 영남면 영남초등학교 어린씨하고 노래쓰기 둘쨋날을 편다. 곰곰이 보면, 고흥읍 어린이는 고흥읍만 고흥인 줄 여기고, 도양읍 어린이는 도양읍만 고흥인 줄 여기고, 나로면과 동강면과 도화면과 풍양면과 풍남면과 과역면과 영남면도 매한가지이다. 저희가 있는 읍·면이 ‘다’인 줄 여긴다. 게다가 고흥·도양읍에서는 다른 면소재지를 ‘시골’로 깔본다. 시골아이는 외려 서울아이보다 덜 걷는다. 노란버스로 내내 실어나르니, 이 아이들은 철빛도 마을길도 알 턱이 없다. 《여우와 나》를 읽었으나 여우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는다. 이 무슨 일인가? 책이름에 버젓이 ‘여우 + 나’로 밝혔지만, 445쪽에 걸쳐서 내내 혼잣말로 그친다. ‘생물학자’라는 허울을 내려놓고서, 어린날 아버지가 괴롭혔다는 앙금을 치워놓고서, 여우는 여우로 마주할 노릇이다. 구름을 보거나 눈을 보거나 풀잎을 보거나 나무를 보면서 내내 ‘앙금·생채기’만 곱씹을 셈인가? 사랑을 몰랐기에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안 돌본 아버지가 있었다면, 글쓴이도 보금자리를 팽개치고서 구경꾼으로 여우 둘레를 맴돌기만 할 셈인가? 책을 내려놓는다. 이제 두바퀴를 달려 집으로 돌아간다. 햇볕을 듬뿍 머금는 시골길을 가른다.
#FoxandI #AnUncommonFriendship #CatherineRave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