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


《서점의 시대》

 강성호 글, 나무연필, 2023.10.31.



올해에 새로 선보이는 《우리말꽃》이 집으로 온다. ‘숲노래 책숲’ 이웃님한테 한 자락씩 부치려고 넉줄글을 쓰고 글자루에 담는다. 어느 만큼 추슬러서 등짐에 지고서 나래터로 간다. 두 아이 손길을 받아서 일을 한다. 읍내에서 일을 마치고서 천천히 기스락숲을 걸을 적에 큰아이가 “비가 오면 흙냄새가 더 많이 올라오는 듯해요. 왜 그럴까요?” 하고 묻는다. 우리가 걷는 숲길을 이루는 흙이며 풀꽃나무이며 바람이며 구름한테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너희는 어떤 내음이니?’ “빗물은 흙을 씻어내고, 흙은 빗물한테 날숨을 내놓는데, 흙이 내놓는 날숨이 너희한테 이바지해. 보렴. 사람인 너희가 내놓는 날숨이 풀꽃나무를 살리지? 사람과 흙과 풀꽃나무는 서로 날숨들숨을 주고받으면서 푸르단다.” 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서점의 시대》를 읽었다. 곰곰이 석 벌쯤 되읽었는데, 아무래도 아쉽다는 말부터 튀어나온다. 왜 책집지기를 더 찾아나서지 않고서 책을 썼을까? ‘학문적 성과를 거두는 문화역사 인문서 집필’이 아니라, ‘마을에서 조용히 책살림을 편 작은이웃 마음을 느끼고 읽어서 담는 글쓰기’를 하면 될 텐데. 책이나 글로 남은 자취는 덜 살펴도 된다. 헌책집 일꾼을 만났더라면 줄거리가 확 바뀌었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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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


《읽는 생활》

 임진아 글, 위즈덤하우스, 2022.10.26.



어젯밤부터 내리는 늦겨울비. 비날이지만 며칠치 옷가지가 모였기에 빨래를 한다. 낮에는 마루에 널고, 밤에는 잠칸으로 옮긴다. 빗줄기가 가는 낮에 나래터를 다녀온다. 고즈넉하다. 시골버스에서 노래꽃을 쓰고 하루글을 적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수다를 하다가 작은아이 손등을 토닥이면서 꿈나라로 간다. 작은아이는 뒤꼍에서 흙을 파면서 여러 날 노느라 손등이 텄다. 나도 늘 맨손으로 일을 하지만, 설거지에 빨래에 밥짓기를 틈틈이 하기에 손을 되게 자주 씻는다. 작은아이더러 “네가 스스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도 하고, 걸레를 빨아서 마루를 훔치고, 여러 일손을 거들다 보면, 손등은 저절로 곱게 낫는단다.” 하고 속삭인다. 《읽는 생활》을 읽으며 어쩐지 허전했다. 글만 읽을 적에는 오히려 글조차 못 알아보기 쉽다. 무늬만 한글을 읽기에 글읽기일 수 없다. 글로 옮긴 삶을 읽어야 글읽기에 삶읽기에 마음읽기로 뻗는다. 글은 말을 담은 그림이고, 말은 마음을 담은 소리이고, 마음에 담는 말에는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짓는 삶이 고스란히 깃든다. 글을 쓰는 이웃이 늘어서 반갑되, ‘글만 쓰는’ 듯하다.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며 같이 놀고, 풀꽃나무를 품는 살림이 영 안 보이니 알맹이가 없는 듯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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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31.


《그을린 얼굴로 웃기가 왜 이렇게 어렵지》

 김예림 글, 포도밭, 2021.4.26.



볕날로 아침을 연다. 봄볕 같다. ‘꽃샘추위’란, 꽃을 샘내는 추위이면서, 꽃이 샘솟는 추위이다. 두 결을 품은 ‘샘’이다. 순천호수도서관을 다녀온다. 이곳에서 조그마니 건 ‘글보임터’가 있어서 돌아본다. 그런데 책숲일꾼은 조그마한 글보임터에 아무 마음이 없구나. 널따란 곳에 잘 보이게 안 놓아도 된다지만, 구석퉁이에 처박듯 때려넣었다. 요즈음 온나라 책숲은 집을 으리으리하게 짓고, 아이들이 잔뜩 뛰어다녀도 될 만큼 빈터가 널찍한데, 속을 어떻게 채우고, 이웃들하고 무엇을 나눌 적에 책빛을 북돋울 만한지에는 마음을 못 쓰거나 안 쓰는 듯싶다. 거의 ‘백화점 문화센터’로 바뀐 얼개이다. 《그을린 얼굴로 웃기가 왜 이렇게 어렵지》를 읽었다. 어쩐지 마음에 남는 줄거리가 없다. 무엇에 그을린 얼굴이었을까? ‘대표적인 페미니즘 책’으로는 순이살림도 돌이살림도 오히려 못 읽게 마련이다. ‘손에 안 꼽히는 아줌마 아저씨 삶길’을 스스로 찾아나서서 읽고, 또 스스로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을 처음부터 새로 열 적에 ‘햇볕에 그을리며 땀으로 빛나는 웃음꽃’을 알아채리라 본다. 시골집에 돌아와 손발을 씻고 숨을 돌릴 즈음 빗소리를 듣는다. 밤새 시원시원 겨울비가 온다. 찬비 아닌 포근비가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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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30.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

 손주현 글·김소희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3.7.3.



큰아이하고 즈믄글씨(천자문)을 천천히 새기면서 함께 익히려는데, 우리 삶터하고 안 맞는 한자가 첫머리부터 나온다. 즈믄글씨를 우리가 안 엮은 탓이겠지. 한자가 워낙 우리 삶하고 먼 글씨인 탓도 크다. 옳으냐 그르냐를 따질 일은 없다. 수수하게 짓는 사랑을 숲빛으로 나누면서 살림을 짓는 하루를 되새기는 어진 말을 담는 그릇인 글을 어떻게 바라보려 하느냐를 생각한다면, “우리말 즈믄글씨”부터 세울 노릇이다. “삶을 읽는 우리말 즈믄 가지”부터 참하게 깨치고서 “오늘 터전에 맞게 가다듬은 한자 즈믄글씨”도 새로 엮을 일이다.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을 읽으며 쓸쓸했다. 규장각이란 곳은 누가 드나들었을까? 누구나 드나들며 배움길을 펴거나 닦는 터가 아닌 그곳이 참말로 ‘개혁 본부’일 수 있겠는가? 위아래틀이 서슬퍼런 조선인데, 자꾸 이 대목을 넘어가면서 몇몇 임금과 벼슬아치를 너무 치켜세우려고 한다. 그들은 흙일꾼 곁에서 지낸 적이 없고, 손에 흙이나 물을 묻힌 일조차 없다. 논밭이 뭔지도 모르는 그들이 무슨 ‘고치기(개혁)’를 했겠는가? 책상맡에서 글만 읽어서 뭐가 나오는가? 아기를 돌본 적 없는 웃사내가 어떤 ‘새길’을 펴겠는가? 저녁나절에 가랑비가 뿌린다. 쀼연 겨울하늘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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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9.


《일인칭 가난》

 안온 글, 마티, 2023.11.24.



귤과 바나나를 사러 읍내를 다녀온다. 오늘 보니 귤 한 꾸러미에 4만 원. 가게일꾼은 곧 더 오른다고 말한다. 시골 고흥에서는 ‘귤 한 알 1000원’은 이미 넘었다. 예전에 다른 고장에서 ‘귤 한 꾸러미 7000원’을 할 무렵에도 고흥만큼은 ‘귤 한 꾸러미 25000원’ 안팎이었다. 시골은 더 비싸고 더 후지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팔아 주니 고맙다’고 여긴다. 어린이옷도 푸름이옷도 시골에서는 못 산다. 가까운 순천에 나가거나 누리가게에서 사거나, 아예 서울이나 일산까지 가야 비로소 맞춤한 옷을 찾는다. 《일인칭 가난》을 읽으며 매우 아쉬웠다. 책을 쓴 뜻은 높이 살 만하지만, 가난살림을 자꾸 남들하고 견주면서 줄거리가 흔들리고 이야기가 엇나갔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왜 쳐다봐야 하는가? 남들하고 우리 살림을 맞대면, 온누리에 안 가난한 사람은 그저 한 놈만 있다. 더 벌어야 안 가난하지 않은 줄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쳇바퀴를 돌거나 스스로 멍울을 부풀리고 만다. 글결도 영글지 않았다. 굳이 글치레를 할 까닭이 없다. “내가 본 가난”이나 “내가 겪은 가난”을 쓰면 된다. “나는 가난했다” 하고 스스럼없이 수수하게 적으면 된다. 돈가난 탓에 삶이 망가지지 않는다. 마음가난 때문에 스스로 삶을 망가뜨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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