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30.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

 손주현 글·김소희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3.7.3.



큰아이하고 즈믄글씨(천자문)을 천천히 새기면서 함께 익히려는데, 우리 삶터하고 안 맞는 한자가 첫머리부터 나온다. 즈믄글씨를 우리가 안 엮은 탓이겠지. 한자가 워낙 우리 삶하고 먼 글씨인 탓도 크다. 옳으냐 그르냐를 따질 일은 없다. 수수하게 짓는 사랑을 숲빛으로 나누면서 살림을 짓는 하루를 되새기는 어진 말을 담는 그릇인 글을 어떻게 바라보려 하느냐를 생각한다면, “우리말 즈믄글씨”부터 세울 노릇이다. “삶을 읽는 우리말 즈믄 가지”부터 참하게 깨치고서 “오늘 터전에 맞게 가다듬은 한자 즈믄글씨”도 새로 엮을 일이다.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을 읽으며 쓸쓸했다. 규장각이란 곳은 누가 드나들었을까? 누구나 드나들며 배움길을 펴거나 닦는 터가 아닌 그곳이 참말로 ‘개혁 본부’일 수 있겠는가? 위아래틀이 서슬퍼런 조선인데, 자꾸 이 대목을 넘어가면서 몇몇 임금과 벼슬아치를 너무 치켜세우려고 한다. 그들은 흙일꾼 곁에서 지낸 적이 없고, 손에 흙이나 물을 묻힌 일조차 없다. 논밭이 뭔지도 모르는 그들이 무슨 ‘고치기(개혁)’를 했겠는가? 책상맡에서 글만 읽어서 뭐가 나오는가? 아기를 돌본 적 없는 웃사내가 어떤 ‘새길’을 펴겠는가? 저녁나절에 가랑비가 뿌린다. 쀼연 겨울하늘을 씻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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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9.


《일인칭 가난》

 안온 글, 마티, 2023.11.24.



귤과 바나나를 사러 읍내를 다녀온다. 오늘 보니 귤 한 꾸러미에 4만 원. 가게일꾼은 곧 더 오른다고 말한다. 시골 고흥에서는 ‘귤 한 알 1000원’은 이미 넘었다. 예전에 다른 고장에서 ‘귤 한 꾸러미 7000원’을 할 무렵에도 고흥만큼은 ‘귤 한 꾸러미 25000원’ 안팎이었다. 시골은 더 비싸고 더 후지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팔아 주니 고맙다’고 여긴다. 어린이옷도 푸름이옷도 시골에서는 못 산다. 가까운 순천에 나가거나 누리가게에서 사거나, 아예 서울이나 일산까지 가야 비로소 맞춤한 옷을 찾는다. 《일인칭 가난》을 읽으며 매우 아쉬웠다. 책을 쓴 뜻은 높이 살 만하지만, 가난살림을 자꾸 남들하고 견주면서 줄거리가 흔들리고 이야기가 엇나갔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왜 쳐다봐야 하는가? 남들하고 우리 살림을 맞대면, 온누리에 안 가난한 사람은 그저 한 놈만 있다. 더 벌어야 안 가난하지 않은 줄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쳇바퀴를 돌거나 스스로 멍울을 부풀리고 만다. 글결도 영글지 않았다. 굳이 글치레를 할 까닭이 없다. “내가 본 가난”이나 “내가 겪은 가난”을 쓰면 된다. “나는 가난했다” 하고 스스럼없이 수수하게 적으면 된다. 돈가난 탓에 삶이 망가지지 않는다. 마음가난 때문에 스스로 삶을 망가뜨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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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8.


《치하야후루 50》

 스에츠구 유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10.25. 



저물어 가는 볕날이다. 작은아이가 뒤꼍에서 땅을 파고 나무 북돋우기를 하다가 후투티를 만났다. 큰아이는 어제 동박새떼를 보았다지. 새는 늘 나무를 찾아서 날아다니고 내려앉으면서 삶을 누린다. 우리 하루는 누구를 이웃으로 두는 살림인지 되새긴다. 새밥그릇을 놓는 분이 조금씩 늘지 싶은데, 새는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시골도 서울도 나무를 늘리고, 나무가 자랄 터를 비우고, 사람 발길이 안 닿는 곳을 마련할 노릇이다. 푸른터(그린벨트)는 아예 건드리지 말고, 숲터를 꾸준히 늘리면서 잿집과 부릉길을 줄여야 아이들이 즐겁게 자랄 수 있다. 《치하야후루 50》을 읽었다. 너무 질질 끄는구나 싶어서 사이를 건너뛰었다. 이렇게 맺을 줄거리였을 텐데 잔가지가 넘쳤다. 마음을 담고, 나누고, 펴고, 가꾸면서 자라나는 푸름이 발걸음을 짚으면 될 텐데, 자꾸 무슨무슨 겨룸터를 끼워넣으려고 하니 늘어지고 만다. 겨룸마당에서 으뜸자리를 거머쥐어야 할 까닭이 없다. 첫자리를 차지해야 빛나는 길이나 글이나 일일 수 없다. 솜씨를 맞대면서 다투거나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할 적에는 늘 수렁에 잠긴다. 동무를 떨구어야 하고, 이웃을 내쳐야 하지. 겨룸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나무로 서는 하루일 적에 스스로 크는 길이다.


#ちはやふる #すえつぐゆき #末次由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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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7.


《여행하는 낱말》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곳간, 2023.12.30.



포근날을 잇는다. 볕도 바람도 끝겨울을 앞두었다고 알린다. 다만, 끝겨울을 앞두었어도 겨울이다. 해가 지면 차고, 해가 돋으면 조금씩 녹는다. 흙이 보드랍게 풀리고, 쑥이 하나둘 오른다. 일찌감치 핀 동백꽃이 있고, 크고작은 새가 쉬잖고 날아든다. 바람은 가만가만 흐르다가 휙 불면서 “보라구, 아직 겨울이야.” 하고 속삭인다. 《여행하는 낱말》을 읽었다. 낯선 곳에 발을 디디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보려는 마음으로 엮은 이야기를 돌아본다. 아직 안 간 곳을 가기에 새빛을 볼 수 있는데, “아직 안 간 곳”이란 “아직 안 간 나라·고장”일 수도 있고, “아직 스스로 눈을 안 뜬 마음”일 수도 있다. 어느 곳으로 마실을 하든, 우리는 삼백예순닷새 가운데 하루를 그곳에 머물고, 하루 가운데 한때를 지낸다. 열두 달은 열두 빛이고, 네 갈래 철은 네 빛이고, 한 달은 서른 빛이다. 하루는 아침빛과 낮빛과 저녁빛뿐 아니라, 새벽빛과 밤빛이 있는데, 아침 일곱 시하고 여덟 시만 하더라도 햇살이 확 다르다.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와 달리, 마을과 들숲바다를 너르면서 깊이 품는 사람은 확 줄었다. 삶빛을 읽고, 살림길을 살피고, 사랑꽃을 피우려는 마음이라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늘 눈길을 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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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6.


《클로드 모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글/김혜신 옮김, 마로니에북스, 2005.6.5.



무랑 쇠고기를 가볍게 볶고서 무국을 끓인다. 오늘은 작은아이가 거든다. 두바퀴를 달려 나래터를 다녀오려다가 쉰다. 사흘 뒤 달날에 나래터에 가자고 생각한다. 저녁에 ‘고흥교육회의’ 자리가 있어서 다녀온다. 이런 바깥자리가 있을 적에만 읍내 밥집에 가는데, 밥 한 그릇이 1만 원을 넘는다. 보름달이 걸린 밤하늘을 보며 설날이 다가온 줄 느낀다. 《클로드 모네》를 오랜만에 읽었다. 그림을 읽는 눈은 여럿이다. 그림을 이루는 붓질을 읽는 길, 그림을 이루는 삶을 읽는 길, 그림으로 옮기는 마음을 읽는 길, 그림을 펴며 둘레를 물들이는 하루를 읽는 길이 있다. 이밖에도 여러 눈길로 그림을 읽을 만하다. 그림을 이루려면 먼저 나를 보고 둘레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붓을 쥔 내 속마음을 안 본다면 아무 이야기를 못 그린다. 나를 둘러싼 삶과 살림과 사랑을 안 느낀다면 아무 줄거리를 못 짠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붓끝을 놀리기에 아름답고 즐겁다. 따라가야 할 길이 없고, 더 나은 길이 없다. 손꼽거나 빼어나다고 여길 그림바치는 따로 없다. 어느 분은 그분대로 삶을 가꾸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얹는다. 우리는 우리대로 하루를 지으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담는다. 오늘 우리는 ‘나다움·우리다움’이 얼마나 있을까?


#Monet #ChristophHeinrich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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