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4.


《생물다양성과 황해》

 최영래·장용창 글, 지성사, 2010.12.30.



비는 멎는가. 가만히 하늘을 본다. 숲노래 책숲 꽃종이(소식지)를 손으로 그린다. 손글씨로 척척 이야기를 여민다. 셈틀을 켜서 판을 짜도 즐겁고, 흰종이에 깜냥껏 금을 긋고 글씨를 넣어도 즐겁다. 여름 한복판으로 다가서지만 선선한 하루이다. 글손질이란 무엇일까. 글쓰기란 또 무엇인가. 우리나라처럼 “사회생활을 하려면 이런 말은 알아야지?” 하면서 어린이를 얕보거나 깔보는 데가 있을까? 우리나라 아이들은 숱한 어른들이 그냥 쓰거나 함부로 굴리는 갖은 일본말·일본 한자말·일본 영어에다가, 영어·옮김말씨에다가, 중국 한자말·사자성어에 갇혀서 헐떡거린다. 우리한테 우리말이 있으면 우리말을 쓰면 될 노릇이고, 다른 모든 바깥말(외국어)은 바깥말로 제대로 배울 노릇일 텐데. 《생물다양성과 황해》를 읽었다. ‘황해’로 쓴 대목은 반가우나 ‘생물다양성’ 같은 일본스런 말씨를 우리말로 못 옮기나? 생각이 없나? 이름에 매달리면 ‘주의자’가 되고 ‘팬덤’에 갇힌다. 스스로 새롭게 눈뜨지 않으면 삶을 잊고 살림을 등지다가 사랑을 밟고 만다. 말뜻을 옳게 짚는 어른이 되어야 할 테고, ‘주의자·팬덤’이 아닌 어질며 밝은 ‘사랑님’으로 오늘을 살아가며 아이들을 아름다이 품을 줄 아는 숲빛으로 나아가야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3.


《배가 본드 1》

 요시카와 에이지 글·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서현아 옮김, 1999.3.23.첫/2006.5.10.20벌



마감을 사흘 늦게 마친다. 겨우 숨돌린다. 《곁말》을 책으로 받으셨다는 스토리닷 지기님 이야기를 듣는다. 참말로 새책이 태어났구나. 올해 1월부터 고쳐쓰는 꾸러미가 있고, 새로 추스르는 꾸러미가 있다. 보태는 꾸러미에 가다듬는 꾸러미가 있다. 여러 꾸러미를 조금씩 다독인다. 낮밥을 짓고, 저녁에는 낮에 끓인 국을 뎁히고서, 일찍 곯아떨어진다. 요즈막 《배가 본드》를 하나하나 읽었다. 거의 다 읽었다. 줄거리는 안 궁금하기에 첫자락을 읽다가 맨끝을 읽다가 사이를 읽었다. 공넣기(농구)하고 대면 한결 잘 그렸구나 싶으면서도, 그림님이 싸움(대결)을 몹시 좋아한다고 느낀다. 싸움을 좋아하기에 나쁘지는 않되, ‘좋아하는 칼싸움을 더 멋스러이 그리려’ 하면서 그만 ‘이 책으로 들려주려는 이야기’가 자꾸 묻힌다고 느꼈다. 아무리 칼잡이 삶자취를 그린다고 하더라도 ‘늘 칼만 쥐지는 않았’을 터이기에, 칼싸움 아닌 여느 삶자락을 담아내는 그림은 어쩐지 느슨하거나 흐릿하기도 하다. 그림님은 딴짓(?)을 하느라 매듭을 안 짓는다는데, 서울(도쿄)이 아닌 시골에 깃들어 숲을 고요히 품는다면 어떤 매듭을 지으면 될는지 스스로 알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2.


《그림자 소녀》

 최인영 글·그림, 탐프레스, 2021.7.15.



지난해 절인 앵두물을 작은병으로 옮긴다. 후박나무 곁에 사다리를 받치고 올라타서 후박알을 딴다. 울릉섬 뱃사람이 후박엿을 고려고 후박알을 훑던 지난날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 보는데, 후박알을 훑을 적마다 나뭇가지가 통통 떤다. 이렇게 나뭇가지가 통통 떨 적마다 후박나무에 붙은 진드기나 날벌레도 통통 떨어진다. 시원해 하는구나. 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며 후박알을 따는 동안 나무랑 이야기한다. 다만 나랑 나무는 입을 벙긋하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만히 웃으면서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그림자 소녀》를 읽었다. 유월 첫머리에 서울마실을 하면서 장만했다. 대구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에서 낸 책이니, 대구마실을 하는 이웃님이라면, 또 대구에서 사는 이웃님이라면 어렵잖이 만날 만하리라. 오늘날은 손쉽게 시키고 집에서 받는 얼거리가 굳어가지만, 책 한 자락을 찾아서 하룻밤 나들이를 하는 길도 즐거울 만하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더 값싼 책이 아닌, 그야말로 값진 책을 곁에 둘 때라고 본다. 여기저기 알림글(광고)이 넘치는 책이 아니라, 수수하고 정갈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숲빛을 품는 책을 알아보려고 나설 때라고 본다. 책사랑 이웃님이라면 차근차근 눈썰미를 키우면서 스스로 빛나는 길을 가실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1.


《우리는 단짝》

 미겔 탕코 글·그림/김세실 옮김, 나는별, 2022.6.7.



읍내를 다녀온다. 등허리를 펴려고 드러누워도 숨을 돌리지만, 저잣마실을 하려고 시골버스를 탈 적에도 숨을 돌린다. 숲노래 씨랑 저잣마실을 나서는 큰아이는 노래를 듣고, 숲노래 씨는 노래꽃(동시)을 쓰고 하루쓰기(일기)를 하고서 책을 읽는다. “벼리 씨는 이제 책을 안 읽네?” “아, 버스에서 읽으려면 어지러워.” “어지럽다는 생각에 갇히면 어지럽지만, 네가 하고픈 일만 바라보고서 하면 어지러움이 오히려 사라진단다.” 호젓한 흙날이다. 고흥사람은 조용하지만 고흥으로 놀러온 사람이 제법 보인다. 큰고장(도시)에서 먼 이 고흥까지 나들이를 오는 사람이 있구나. 하긴. 나도 고흥에서 서울이며 여러 고장을 찾아가니까. 《우리는 단짝》을 아이들한테도 읽힌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뭐가 재미있어?” “음, 그냥?” “그렇군요.” 흙한테 물어보면 흙이 속삭인다. 나무한테 물어보면 나무가 알려준다. 생각해 보라. 어머니한테 물으니 어머니가 노래하고, 아버지한테 물으니 아버지가 춤춘다. 구름한테 물으면 비를 뿌려 주고, 바다한테 물으면 철썩철썩 물결을 친다. 마당에 서면 범나비가 내 몸을 빙그르르 돌다가 후박나무를 감돌다가 하늘로 오른다. 우리 집에서 깨어난 아이로구나. 잘 자랐구나. 반가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0.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2.4.5.



구름밭이 드넓다. 온통 구름밭이다. 땅은 푸르고 하늘은 하얗다. 빨래를 해서 넌다. 새파란 하늘일 적에는 옷마다 파란빛이 스미고, 새하얀 구름밭일 적에는 옷에 흰빛이 감돈다. 바람이 불면 옷자락에 바람빛이 내려앉지. 작은아이랑 깃털공치기를 한다. 처음에는 ‘배드민턴·셔틀콕’이란 말을 그냥 썼는데, 두 아이 모두 못 알아듣는 모습을 보고는 “아차, 아무리 어른한테 익숙한 말이어도 함부로 쓰지 말자. 그러면 어떤 말로 풀어내어 들려줄까?” 하고 생각했다. 가만 보면 ‘셔틀콕’은 깃털로 엮는다. ‘깃털공’이요, 줄여서 ‘깃공’이다. ‘배드민턴’이라면 ‘깃털공치기·깃공치기’일 테지. 저녁에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조용히 노래꽃을 쓴다. 이래저래 등허리를 쉬며 눕고서 얖에 글꾸러미를 놓는다. 마음에 반짝반짝 이야기가 스치면 붓을 쥐어 옮긴다. 《10대와 통하는 세계사》를 읽는다. 배움터(학교)에서 가르치는 이야기는 이웃자취(세계사)라고 할 만할까? 우리는 ‘우리자취(한국사)’도 ‘이웃자취’도 아닌 ‘임금자취’만 달달 외지 않을까? 우리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돌보며 살림을 지은 ‘우리자취’를 읽고서, 이웃터(외국·세계) 수수한 이웃이 살림을 가꾼 작은자취를 만나면 아름다우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