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1.


《우리는 단짝》

 미겔 탕코 글·그림/김세실 옮김, 나는별, 2022.6.7.



읍내를 다녀온다. 등허리를 펴려고 드러누워도 숨을 돌리지만, 저잣마실을 하려고 시골버스를 탈 적에도 숨을 돌린다. 숲노래 씨랑 저잣마실을 나서는 큰아이는 노래를 듣고, 숲노래 씨는 노래꽃(동시)을 쓰고 하루쓰기(일기)를 하고서 책을 읽는다. “벼리 씨는 이제 책을 안 읽네?” “아, 버스에서 읽으려면 어지러워.” “어지럽다는 생각에 갇히면 어지럽지만, 네가 하고픈 일만 바라보고서 하면 어지러움이 오히려 사라진단다.” 호젓한 흙날이다. 고흥사람은 조용하지만 고흥으로 놀러온 사람이 제법 보인다. 큰고장(도시)에서 먼 이 고흥까지 나들이를 오는 사람이 있구나. 하긴. 나도 고흥에서 서울이며 여러 고장을 찾아가니까. 《우리는 단짝》을 아이들한테도 읽힌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뭐가 재미있어?” “음, 그냥?” “그렇군요.” 흙한테 물어보면 흙이 속삭인다. 나무한테 물어보면 나무가 알려준다. 생각해 보라. 어머니한테 물으니 어머니가 노래하고, 아버지한테 물으니 아버지가 춤춘다. 구름한테 물으면 비를 뿌려 주고, 바다한테 물으면 철썩철썩 물결을 친다. 마당에 서면 범나비가 내 몸을 빙그르르 돌다가 후박나무를 감돌다가 하늘로 오른다. 우리 집에서 깨어난 아이로구나. 잘 자랐구나. 반가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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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0.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2.4.5.



구름밭이 드넓다. 온통 구름밭이다. 땅은 푸르고 하늘은 하얗다. 빨래를 해서 넌다. 새파란 하늘일 적에는 옷마다 파란빛이 스미고, 새하얀 구름밭일 적에는 옷에 흰빛이 감돈다. 바람이 불면 옷자락에 바람빛이 내려앉지. 작은아이랑 깃털공치기를 한다. 처음에는 ‘배드민턴·셔틀콕’이란 말을 그냥 썼는데, 두 아이 모두 못 알아듣는 모습을 보고는 “아차, 아무리 어른한테 익숙한 말이어도 함부로 쓰지 말자. 그러면 어떤 말로 풀어내어 들려줄까?” 하고 생각했다. 가만 보면 ‘셔틀콕’은 깃털로 엮는다. ‘깃털공’이요, 줄여서 ‘깃공’이다. ‘배드민턴’이라면 ‘깃털공치기·깃공치기’일 테지. 저녁에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조용히 노래꽃을 쓴다. 이래저래 등허리를 쉬며 눕고서 얖에 글꾸러미를 놓는다. 마음에 반짝반짝 이야기가 스치면 붓을 쥐어 옮긴다. 《10대와 통하는 세계사》를 읽는다. 배움터(학교)에서 가르치는 이야기는 이웃자취(세계사)라고 할 만할까? 우리는 ‘우리자취(한국사)’도 ‘이웃자취’도 아닌 ‘임금자취’만 달달 외지 않을까? 우리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돌보며 살림을 지은 ‘우리자취’를 읽고서, 이웃터(외국·세계) 수수한 이웃이 살림을 가꾼 작은자취를 만나면 아름다우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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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9.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박우란 글, 유노라이프, 2020.7.20.



볕이 가득하다. 이불을 말린다. 이불에서 햇볕내음이 나면 살살 털고서 뒤집는다. 앵두를 딴다. 지난해에는 따서 재우기만 했고, 올해에는 따는 동안 몇 알씩 혀에 얹는다. 우리 집 앵두나무가 베푸는 열매맛은 새콤달콤이다. 가게에서 파는 열매에서는 이런 새콤달콤을 찾기 어렵다. 사람들은 갈수록 ‘새콤달콤’에서 ‘새콤’을 덜어내려 한다. 신맛하고 쓴맛이 있으면 나쁘다고 여긴다. ‘설탕수박’이라 말하듯 그저 더 달아야 한다고만 밀어붙인다. 달게만 하려고 죽음거름(화학비료)를 쓰고 풀죽임물(농약)을 쓰면 우리 몸에 어떤 숨빛이 될 수 있을까? 자전거로 우체국에 다녀온다. 책숲에 쌓은 책하고 짐을 추스른다. 저녁에 미역국을 끓인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는데 쉽지 않다. 이야기가 안 쉽다는 뜻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자리에 서기 앞서 ‘아이(딸)’로 자라던 지난날 받은 생채기랑 멍울을 아이한테 고스란히 물려준다는 줄거리가 버겁다. 우리는 처음부터 응어리(감정)를 생각하기에 응어리를 물려줄는지 모른다. 지난날 고달피 자랐어도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사랑을 키우고 천천히 심어 아이들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림하는 길”을 찾는 이웃님이 늘기를 빈다. 받은 대로 주지 않는다. 심은 대로 나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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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8.


《붓다 1 카필라성》

 데스카 오사무 글·그림/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10.20.첫/1991.4.20.3벌)



스토리닷 지기님이 오늘 《곁말》을 찍는다고 알려주신다. 우리가 내놓으려고 한 바알간 빛깔이 겉종이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아쉽다고 말씀한다. 배롱빛처럼 바알간 빛깔을 바랐는데 살짝 흐린 듯하다. 비록 바알갛게 물들지 못하더라도 곱게 피어날 꽃빛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은 새로 장만한 찰칵이(사진기)를 받았다. ‘캐논 200d 하양’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아직 ‘200d 하양’을 장만할 살림돈이 모자라다고 여겨 ‘100d 하양’으로 했는데, 얼추 열 해쯤 된 찰칵이라서 새것은 없고 헌것만 있다는구나. 헌것 값도 만만하지는 않다. 지난해에 장만한 헌것은 한 해 남짓 쓰니 어느새 닳았다. 몇 해마다 찰칵이가 닳아 더 못 쓰지만 더 나은 것으로 장만하지는 못 한다. 그러나 이제는 좀 생각을 바꿔야겠지. 마음에 맞는 찰칵이를 그리자. 《붓다 1 카필라성》을 되읽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온넋으로 그려낸 이야기꽃은, 일본 어린이하고 어른이 미움도 싸움짓도 이제 끝내고서 스스로 삶빛을 깨달아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을 바라는 마음이었겠지. 우리나라에서 붓을 쥔 분들은 글·그림에 어떤 꿈을 담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꿈을 그리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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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7.


《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쓰요 글/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3.25.



말밑풀이 두 꼭지를 하루에 했다. ‘힘·기운’이 얽힌 실타래를 풀고, ‘있다·잇다·이다’에 깃든 수수께끼를 여민다. 우리말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서 태어나고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실마리를 잡아채어 꾸러미(수첩)에 적어 놓고서 두고두고 되새기고 이모저모 살핀다.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하나하나 새로 달고 나면 어느새 어둠이 걷히면서 눈앞이 트인다. 다만 이렇게 말밑풀이를 일구고 나면 기운이 쏙 빠지지.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하도 졸려 하품이 끝없이 나온다. 안 되겠구나 싶어, 길을 걸으며 노래꽃(동시)을 쓴다. 꾸벅꾸벅 졸며 걷다가 쓰러질 판이라 이야기를 새록새록 지어 본다. 《무심하게 산다》를 읽었다. 일본스런 한자말 ‘무심’을 무덤덤히 쓰는 분이 꽤 있는데, 그냥그냥 써도 될 말일까. 마음없이 쓰는 한자말은 아닐까. 이제는 멀리할 말은 아닐까. 그러려니 눙치거나 나몰라라 딴청하는 말은 이제 떨칠 수 있을까. 한자말 하나에 뜻이 깊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말 하나에도 뜻이 허벌나게 깊다. 영어도 일본말도 덴마크말도 네덜란드말도 저마다 뜻이며 숨결이 깊다. 우리는 우리맣이 어떻게 깊고 너른가 하는 대목을 아예 잊거나 등진 채 살아간다고 느낀다. 늘 쓰는 말이기에 대수롭잖게 흘려버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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