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21.


《빨간 늑대》

 마가렛 섀넌 글·그림/용희진 옮김, 키위북스, 2022.4.1.



아침에 전철로 인천으로 간다. 아침에는 어디로 가든 널널하다. 선린동을 걷다가 중구 〈관동부티크〉 앞에 선다. 건너켠에 ‘개항박물관’이 있다. 이 집에 비둘기가 앉지 말라며 ‘플라스틱 뾰족이’를 잔뜩 붙였다. “참 잘하는 짓이네?” 싶다. 예스런 일본집을 지킬 뜻이라면 이 앞에 부릉이(자동차)가 아예 못 지나가게 할 노릇이요, 인천에 있는 뚝딱터(공장)도 모두 쓸어낼 노릇 아닐까. 〈문학소매점〉에 들러서 책을 산다. 그림책 하나는 이웃님한테 건네고, 신포시장을 걷다가 〈치킨꼬꼬〉 아저씨하고 〈성광방앗간〉 아저씨를 만난다. 신포시장 한켠에 있는 제비집을 보았다. 저녁에는 배다리 헌책집 〈집현전〉 3층에서 ‘우리말 참뜻찾기 이야기밭’ 두걸음을 편다. 이상봉 님이 이곳을 이렇게 꾸미고 손질하느라 땀을 많이 흘리셨겠다고 느낀다. 긴 하루를 마치고서 제물포 수봉산 기스락으로 건너가서 씻는다. 《빨간 늑대》를 생각한다. 시골에서 홀가분하게 노는 우리 집 아이들은 그럭저럭 읽고서 덮었다만, 큰고장·서울에서 배움수렁에 갇힌 숱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펴다가 눈물을 지을 만하리라 본다. 그림책에서는 아버지(왕)만 딸을 가두는 얼개로 그리지만, 오늘날은 웬만한 어버이 모두 아이를 꽁꽁 가둔 채 길들인다.


#TheRedWolf #MargaretShanno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20.


《자기만의 (책)방》

 이유미 글, 드렁큰에디터, 2020.9.7.



밤새 집일을 추스르고서 이른아침에 길을 나선다. 잠에서 덜 깬 두 아이가 아버지를 배웅한다. 고마워. 오늘은 서울에서 〈책이당〉이나 〈서촌 그 책방〉을 들르려고 생각했으나 둘 모두 쉬는날이라고 한다. 그냥 찾아갔으면 헛걸음이었을 텐데 쪽글로 먼저 여쭈었다. 어찌할까 하다가 〈뿌리서점〉에 가는데, 낮 두 시이지만 더 늦게 여시는구나 싶다. 어쩌면 책집을 닫을 수 있겠다 싶더라. 책집 옆에 으리으리한 중국집이 들어왔네. 책집이 아주 쪼그라들어 보인다. 〈서울책보고〉에 찾아가서 바깥일을 본다. 이곳 일을 마치고서 〈용서점〉으로 간다. 부천 마을책집 〈용서점〉에서 다달이 하루씩 ‘책수다’를 펴기로 했다. 한 달 동안 새롭게 익힌 말빛이며 숲빛을 나누고 펴는 자리를 꾸리는 셈이다. 《자기만의 (책)방》을 읽었다. 모든 책집은 똑같거나 비슷해야 하지 않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책집을 열면 된다. 나는 ‘책숲(도서관)’을 2007년 4월부터 혼자서 꾸려 나간다. 책집(책장사)이 아닌 터라 벌이가 나올 길이 없는 자리를 꾸리면서,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길이요, 마음눈을 틔우려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삶이다. 스스로 사랑하면 되고, 이 사랑을 기쁘게 길어올려 차근차근 씨앗으로 심으면 넉넉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9.


《카틴카의 조금 특별한 꼬리》

 주디스 커 글·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5.15.



사다리를 받치고 높이 올라 후박알을 훑는다. 유월은 시골집에 느긋이 머물면서 말빛을 돌아보는 날이 적다.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낼 수는 없다. 다 까닭이 있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가만히 지켜본다. 맞이하는 일을 바라보고, 스치는 일을 살펴본다. 어제를 되짚고 오늘을 그린다. 후박알을 한참 따면서 둘레를 보는데, 끝물 앵두를 누리려고 찾아오는 딱새랑 참새가 앵두나무를 갈마든다. 앵두를 훑다가 딱새가 나뭇가지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후박알을 따다가 아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잔나비도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새라고 가지에서 안 미끄러지나. 하긴. 새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이따금 보았다. 사람도 멀쩡한 길에서 혼자 와장창 넘어지기도 하는걸. 읍내 다녀오며 수박 한 통을 장만한다. 작은아이가 신나게 드시기에 묵직한 등짐을 기꺼이 짊어진다. 《카틴카의 조금 특별한 꼬리》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이 아름빛을 사람들은 얼마나 느끼거나 알까? 요새 그림책을 그리는 젊은분이 무척 많은데, 다들 붓질이나 줄거리에 너무 얽매이고 이야기에는 마음을 못 기울인다. ‘줄거리’하고 ‘이야기’가 다른 줄 모르는 분도 많더라. ‘사랑’이 무엇인 줄 모르는 분도 많다. 빨리 그리지 마셔요. 먼저 삶을 누리셔요.


#JudithKerr #KatinkasTal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다케타쓰 미노루 글·사진, 안수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2.20.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안 온다. 왜 안 오나? 해날에는 안 오기도 한다지만, 오늘은 흙날인데. 와야 할 시골버스가 안 올 적에 군청에 따지면 한동안 잘 오지만 또다시 슬그머니 빠지더라. 손님이 없는 날도 있을 테지만 버스일꾼은 달삯을 받고 일하잖은가? 손님이 없어도 마실 삼아 다녀야지, 왜 안 지나가는가? 군청에 따지기도 지겨워서 그냥 옆마을로 걸어간다. 한참 논둑길을 걸어가면서 ‘풀이름’이라는 이름을 붙인 노래꽃을 쓴다. 옆마을에서도 한참 기다리는 동안 노래꽃을 둘 더 쓴다. 읍내를 거쳐 순천으로 건너가니, 순천은 마실손님이 가득하다. “아, 벌써 관광철인가?” 헌책집 〈책마실〉을 들르고서 ‘연향도서관’에 간다. 순천 푸른님을 만나 이야기꽃을 편다. 고흥에도 우리말과 시골살이를 둘러싼 실마리를 풀고 싶은 푸른님이 있을 텐데, 길잡이(교사)하고 어버이(학부모)부터 그리 마음을 안 기울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은 이제 판이 끊어졌다. 곁짐승(반려동물)을 두는 사람들이 부쩍 늘지만, 이 이야기책은 안 읽히는구나. 다들 숲빛을 잊고 숲살림을 잃는다. 114쪽에 나오는 새는 물총새인데, 옮긴이가 오색딱따구리로 잘못 적었다. 옮긴이랑 엮은이가 새를 모르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7.


《옥상 바닷가》

 페이스 링골드 글·그림/조은 옮김, 딸기책방, 2022.6.13.



고흥살이 열두 해 만에 면소재지 도화초등학교 길잡이(교사)가 처음으로 우리 책숲에 찾아온다. 숲노래 책숲에 오는 만큼 먼저 여러 가지 책을 둘러보고 만지고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는데, 어린이책·그림책 이야기랑 어린이를 돌보는 살림길 이야기를 하려나 싶더니, 아니로구나. 버금어른(교감)이라는 분은 ‘우리집 놀이터’를 누리는 두 아이한테 “언제라도 생각이 있으면 학교로 오라”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학교에 오지 않으면 혜택이 하나도 없다”는 덧말도 한다. 이들이 열두 해 만에 온 뜻이란 고작 이 때문이었구나. 어린이책을 안 읽고 그림책을 모르면서 어떻게 어린길잡이(초등교사) 노릇을 하지? 꼭 책을 읽어야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지 않다만, 어린길잡이라면 하루에 한 자락쯤 어린이책·그림책을 읽어야 한다고 본다. 책읽기가 힘들면 그만두시라. 스스로 안 배우는 사람이 무슨 길잡이인가? 《옥상 바닷가》를 읽었다. 이 그림책 줄거리랑 “Tar Beach”란 책이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검은이(흑인)를 따돌리던 지난날 미국을 가볍게 나무라면서 ‘새까만 하늘칸(옥상)’에서 훨훨 바람을 타고 노는 아이 꿈길을 들려주니, “까만 바닷가”쯤으로 책이름을 붙이면 한결 어울리리라 느낀다. 옮김말이 조금 아쉽다.


#TarBeach #Faithringgold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