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1.


《우리 집은 야생 동물 병원》

 다케타쓰 미노루 글·아카시 노부코 그림/정숙경 옮김, 대교, 2017.9.20.



가볍게 내린 새벽비를 들이마신다. “조금 더 내려도 고맙단다” 하고 하늘에 대고 속삭인다. 담은소리(녹취록)를 푼다. 한참 걸린다. 오늘 다 못 하겠네. 저잣마실길을 다녀오려고 한다. 새벽이 가랑비가 내리고서 구름이 짙게 낄 뿐이지만 수그러드는 더위이다. 아니, 이맘때부터 더위가 수그러든다. 7월 첫머리에 “이제 더위도 고빗사위를 지나가네요.” 하고 말하면 둘레에서 “너 바보니?”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빙그레 웃으면서 “오늘까지는 가장 더운 고빗사위로 왔고, 이제는 천천히 수그러들면서 가을로 가는 길입니다.” 하고 덧붙인다. 이 말을 알아들으려면 시골에서 살되, 늘 바람을 헤아리고 해랑 별이랑 풀꽃나무를 쓰다듬는 눈빛이어야 한다. 모든 철갈이는 고빗사위부터 꺾인다. 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면 아침 낮 저녁으로 바람결이 다른 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우리 집은 야생 동물 병원》을 뒤늦게 읽었다. 다케타쓰 미노루 님이 손수 지은 책만 읽다가, 다른 분이 그림을 담은 책을 읽어 보는데, 꽤 재미있다. 일본 이웃님은 들짐승을 돌보려고 글을 쓰고 빛꽃(사진)을 담는다면, 나는 낱말책을 쓰면서 숲을 품으려고 글을 쓰고 빛꽃을 담는다고 할 만하다. 한봄이란 봄이 저무는 때요, 한여름이란 여름이 떠나려는 첫발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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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0.


《시간창고로 가는 길》

 신현림 글·사진, 마음산책, 2001.3.10..



더위란 무엇일까. 더위는 왜 찾아들까. 안 덥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왜 더워야 해요?” 하고 되묻는다. “가난해서 살기 힘들잖아?” 하고 묻는 분한테 “가난하다고 왜 힘들어야 해요? 가멸차면 안 힘들어요?” 하고 되묻는다.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는 분한테는 “아기를 돌보는데 왜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기가 밤새 잠을 못 이루면 옆에서 밤새 다독이면 돼요. 다독임이 어렵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자꾸 하니까 어렵거나 힘들 테지요.” 하고 얘기한다. “숲노래 씨니까 그렇게 말하지, 모든 사람이 어떻게 그래?” “아기를 볼 적에는 아기만 보셔요. 그리고 아기를 보는 나(참나)를 가만히 떠올려요. 그러면 돼요. 책을 볼 적에는 책만 봐야 책을 알고 스며들지요. 책이 아니라 하늘이나 부릉부릉 소리를 쳐다보면 책을 알겠습니까?” 오늘도 이불빨래를 한다. 사마귀 허물을 본다. 이제 곳곳에 사마귀 허물이 쏟아지겠구나. 저녁바람을 느끼며 《시간창고로 가는 길》을 곰곰이 생각한다. 신현림 님은 무엇을 꿈꾸는 삶일까? 틀(제도권)에 깃들어 눈길을 받고서 이름을 높이기를 바라나? 이름꾼(유명인)이 되어 글삯을 잔뜩 누리고 싶은가? 아니면 사랑으로 하루를 지으면서 스스로 노래하는 빛이 되고 싶은가? 한길과 새길만 가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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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9.


《트윈 스피카 4》

 야기누마 고 글·그림/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4.1.20.



볕이 가득한 날에는 깔개·이불을 마당에 말리고서 슬슬 걷어야겠구나 싶을 즈음, 미리 담가 놓은 빨래를 헹군다. 오늘은 도마한테도 햇볕을 먹인다. 늦은낮에 골짜기를 찾아가는데 물이 얕다. 다른 고장에는 비가 잦다지만, 올들어 고흥은 가물 뿐 아니라 가랑비조차 드물다. 비가 오기에 좋거나 해만 비추기에 나쁘지 않다. 모두 뜻이 있다. 하늘을 읽고서 이 삶길을 헤아리기에 살림을 짓는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고작 백 해쯤 앞서만 해도 누구나 하늘읽기를 했고, 흙읽기에 풀읽기를 했다. 사랑읽기에 마음읽기도 누구나 했다. 일본이 총칼로 짓누른 마흔 해 즈음 탓에 살림짓기·살림읽기를 잃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스스로 삶짓기·삶읽기를 잊었을 뿐이다. 《트윈 스피카 4》을 다시 읽어 본다. 이 별 바깥에서 이 별을 바라보고 싶은 아이들이 어떻게 얼크러지고 꿈을 키우는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짚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줄거리를 그리는 글님도 그림님도 그림꽃님도 드물다. 글감이나 그림감이 대단해야 하지 않다. 수수한 자리에서 투박하게 흐르는 바람결을 느껴서 우리 숨결로 녹이면 넉넉하다. 둘레(사회)에 맞추려니 스스로 바보가 될 뿐이다. 싸우면 함께 죽고, 살림하면 함께 빛난다.


ㅅㄴㄹ

#ふたつのスピカ #柳沼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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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8.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글/정문주 옮김, 더숲, 2021.11.12.



새벽 세 시 무렵부터 아침 여덟 시 즈음까지 벼락을 이끈 비가 시원스레 쏟아진다. 알몸으로 마당에 서서 새벽나절 비씻이를 하면서 춤을 추며 논다. 여름이란 온몸으로 소나기를 맞이하면서 몸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철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온다. 청소년증에 넣을 손전화 번호를 묻는다. 우리 집 푸른씨랑 어린씨는 손전화를 안 키운다고 하니 놀란다. 놀랄 일일까? 왜 모든 사람이 손전화를 키워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언제쯤 버리겠니? 오늘 가면 찾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세이레쯤 걸린단다. 어제 면사무소 다른 일꾼은 오늘 찾아가라 하던데, 시골 면사무소는 참 일을 잘(?) 하시는구나. 마감에 아슬아슬 맞추어 우체국으로 글자락을 띄우러 다녀온다. 숨을 돌리고서 들길을 천천히 달려 집으로 돌아온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를 한참 읽다가 멈추었다. 쓴맛을 본 이야기라든지 글님으로서 창피한 속모습을 밝히는 글은 돋보인다. 그런데 뭔가 빠졌다. 한동안 책을 덮고서 헤아려 보니, 시골에서 살되 정작 시골하고 숲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는 드문 듯싶다. ‘일(사업)’ 이야기만 너무 길달까. 일을 조금 쉬고서 시골빛하고 숲내음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굳이 시골에서 사는 뜻은 없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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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7.


《그래, 이게 바로 나야!》

 루카 토르토리니 글·마르코 소마 그림/초록햇비 옮김, 노랑꼬리별, 2022.5.25.



아침해를 바라본다. 이 해는 이 여름을 얼마나 따사롭고 넉넉하게 비추는가. 여름이니 여름해를 누리자고 생각하면서 빨래를 넌다. 낮구름을 본다. 지난해 가을겨울도 구름이 대단했고, 올여름에도 구름은 대단하다. 두 아이랑 면사무소에 간다. 청소년증을 받으려면 어린이·푸름이가 스스로 와야 한다더라. 투덜거리는 아이들한테 “이름하고 얼굴을 밝히는 종이를 꾸릴 적에는 그렇게 한단다” 하고 들려주지만 못마땅한 빛이다. 그런데 면사무소에서 이 일을 맡은 사람이 자리에 없단다. 어디 갔을까. 왜 자리를 비웠을까. 자리를 비우면 옆에 나란히 앉은 너덧 사람은 할 줄 모르는가. 이튿날 다시 오라는데, ‘푸름이 스스로 사진을 챙겨서 나와야 한다’고 하더니만, 이렇게 한다면 무슨 뜻일까.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린다. 부엌에 들어온 풀개구리를 살살 내놓으며 물로 먼지를 씻어 준다. 《그래, 이게 바로 나야!》를 돌아본다. 우리는 무엇을 ‘우리’로 여기고,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글을 쓰거나 다루는 이들은 우리말 ‘나·너·우리’에 깃든 숨결을 안 읽고 으레 ‘자기·자신·자아’처럼 일본스런 한자말에만 매달린다. ‘나’란 말을 모르고서 ‘자(自)’가 뭔지 어떻게 알까. 우리는 아직 ‘나’랑 ‘남’도 모른다.


#EssereMe #LucaTortolini #MarcoSoma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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