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3.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글/김난주 옮김, 비채, 2020.10.26.



어둑어둑한 저녁. 겨울이 깊어가니 어둠은 일찍 찾아온다. 하루하루 눕는 햇살이니, 12월 끝자락까지 이 ‘눕햇살’과 ‘깊저녁’을 누린다. 이제 바깥은 조용할 듯하다. 오늘로 우리나라 배움수렁이 끝나지 않겠지만, 이 하루를 지나니 좀 조용하겠지. 작은아이하고 밤빛을 누리려고 달림이를 몰기로 한다. 밤빛을 보고, 밤별을 본다. 뒷불만 켜고 앞불은 안 켠다. 천천히 달리면서 우리 둘레로 별이 얼마나 흐드러지는가를 느낀다.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었다. 꽤 짧고 수수한 이야기이다.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 아닌 누구라도 쓸 만한 이야기이다.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읽을 만할 테지만, 하루키를 딱히 안 좋아한다면 건너뛰어도 좋으리라. 왜냐하면 ‘우리를 낳은 아버지’ 이야기를 아버지한테서 바로 들으면 되니까. 이웃님이 이런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 글감을 먼발치에서 찾지 말고, 이웃님 어머니랑 아버지 이야기를 쓰고, 이웃님 할머니랑 할아버지 이야기를 쓰고, 이웃님 아이들 이야기를 쓰기를 바란다. 수수하게 쓰면 된다. 살아오고 겪고 느끼고 생각하며 사랑한 모두를 그대로 쓰면 된다. 우리가 쓴 우리 이야기는 펴낼 곳을 따로 안 알아봐도 된다. 손수 내면 되지. ‘혼책(독립출판물)’으로 내놓아 이웃 사이에 나누면 즐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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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


《할머니의 좋은 점》

 김경희 글, 자기만의방, 2020.6.2.



면사무소에서 12월 3일에 경운기도 자동차도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알린다. 그래그래, 나쁘지 않은 알림말이긴 한데, 푸름이한테 더 마음을 써야 한다는 뜻인 줄은 알겠는데, 어른으로서 여태까지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둔 일을 조금이라도 뉘우치거나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배움수렁을 없애지 않고서 무엇이 달라질까? 앞배움길(대학입시)이라면 그야말로 앞으로 가는 배움길이 되어야 한다. 서로 치고받으면서 동무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면 배움길이 아니다. 마침종이(졸업장) 하나를 흔들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니, 다들 악을 쓰면서 싸우지 않을까? 즐겁게 일하고, 힘껏 일하며, 듬직히 일하는 누구나 고르게 일삯을 받는 나라가 되도록 어른으로서 땀흘릴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좋은 점》을 보면서 생각한다. 할머니란, 얼마나 슬기로운 눈빛일까. 그리고 할아버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길일까. 아, 푸름이가 배움수렁에서 헤매지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삶하고 살림을 배우면 좋을 텐데. 교원자격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길 말고, 슬기로운 삶하고 사랑스러운 살림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새길을 열면 좋을 텐데. 나는 할머니 품을 거의 모르고 자랐지만, 우리 집 두 아이들한테는 두 할머니가 있으니 좋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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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

 최아록 글·그림, 샨티, 2020.11.25.



12월 1일 저녁에 치마반바지를 두르고서 작은아이랑 달림이를 몰고서 저녁마실길. 여름에는 치마반바지를 두르든 말든 딱히 무어라 하는 말은 조금만 들었는데, 겨울에도 치마반바지를 두르니 “안 추워요?” 하고 모두들 묻는다. 난 빙그레 웃으며 “안 더워요?” 하고 되묻는다. 가만히 서거나 앉으면서 따뜻하게 덥힌 집에만 있다면 두툼옷을 걸치고도 바깥바람이 춥겠지. 아이랑 달림이를 몰면서 길을 씽씽 달리면 추울 일이 없다. 더구나 반바지여야 발판을 구를 적에 안 걸린다.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를 재미나게 읽는다. 아기를 낳아 젖을 물린 온날(100일)을 그림하고 글로 갈무리한 책인데, 더없이 마땅하지만 먼먼 옛날부터 젖물리기(모유 수유)는 할머니한테서 어머니로 이어온 살림길이다. 책이나 배움터로는 알 길이 없다. 집에서 살림을 짓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물려주고 이어받는 젖물리기요 아이돌봄이지. 다만 요새는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함께 사는 젊은 가시버시가 꽤 적으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살림빛을 보고 듣고 배울 겨를이 적다. 더구나 열린배움터(대학교)라든지 일터(회사)를 다니며 살림빛하고 등진 나날이기 일쑤. 그저 사랑으로 젖을 물리면 되고, 누구보다 아저씨(사내)가 곁에서 잘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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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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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30.


《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글·그림/신혜은 옮김, 북뱅크, 2019.5.15.



달이 저문다. 11월이 저물고 12월로 간다. 밤하늘 달은 찬다. 12월로 나아가려는 달빛은 환하고, 별빛을 잠재운다. 시골에서 살기 앞서까지 큰고장에서 살 무렵에는 달빛을 보았다. 왜냐하면 큰고장에서는 별이 잘 안 보이니까. 아무래도 밤하늘에 달빛이 밝아 보이니 달을 보았는데, 시골에서는 별이 흐드러져 냇물처럼 흐르기에 별빛을 보고, 달빛은 안 본다. 한 해 가운데 싫은 달이란 없지만 가장 끌리는 달은 12월. 내가 12월에 태어났기에 12월이 끌리지는 않는다. 추운 바람이 씽씽 불다가도 볕이 들면 포근포근 감기는 이달이 좋다. 흰눈이 소복소복 내리다가도 때로는 찬비가 내리는 이달이 좋다. 어둠이 깊이 밤이 길지만, 그만큼 새벽이며 아침이며 낮이 고마운 이달이 좋다. 《가만히 들어주었어》를 지난달 전주마실을 하며 장만했다. 처음에는 그냥 집어들어 폈다가, 이내 장만하자고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가만히 들어주었어”가 아닌 “토끼가 들어주었어”란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이던데, 우리말로 옮기며 바꾼 ‘가만히’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토끼가 들어주었어”란 이름을 그대로 썼다면 한결 나았으리라 본다. 아이 곁에 동무가 있다는, 아이 삶자리에 작은 동무가 늘 함께 있다는 그 ‘토끼’이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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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8.


《바람을 찍는 법》

 양해남 글·사진, 눈빛, 2020.11.11.



조용히 저자마실을 한다. 나라는 다시 돌림앓이가 들끓는다며 시끄럽다. 나라한테 묻고 싶다.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모두 죽나? 돌림앓이에 걸려서 죽는 사람하고 씽씽이에 받쳐 죽는 사람하고 배움수렁이나 돈수렁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하고, 어느 쪽이 더 많은가? 어떤 죽음도 슬프고 아프다. 그런데 씽씽이에 받쳐 죽는 사람을 놓고서 ‘운전면허’를 옳게 다스리는 길은 안 보인다. 배움수렁으로 스스로 죽는 가녀린 어린이·푸름이를 헤아리는 배움길도 안 보인다. 돈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죽는 딱한 어른을 살피는 나라길도 안 보인다. 돌림앓이도 다스려야겠는데, 사람들 눈길이며 삶을 아주 억누르면서 나라일꾼은 온통 허튼짓을 일삼지는 않는가 돌아보라고 묻고 싶다. 잘못을 일삼는 나라일꾼 앞에 촛불조차 못 들도록 이 나라를 ‘새로운 사슬터(독재정치)’로 옭죄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작은 시골씽씽이를 작은아이랑 타고서 읍내를 다녀온다. 바람이 차지만 싱그럽다. 《바람을 찍는 법》은 금산 시골에서 빛꽃을 일구는 이웃님이 선보인 열매. 이제 이웃님도 ‘바람을 찍기’를 바라보시네. 반갑다. 바람을 읽고 느끼며 찍을 줄 안다면 모든 손길마다 사랑스러운 숨빛이 묻어난다. 꾸미면 거짓이고, 삶이면 참(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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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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