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9.


《혼자 사는 초등학생, 에노시마의 여름》

 마츠시타 코이치로 글·그림/김시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7.6.30.



두 아이 앞으로 ‘학교밖 청소년 긴급 어쩌고저쩌고 ……’ 하는 꽤나 길디긴 이름으로 배움돈이 쪼끔 들어왔다. ‘마침종이 배움터(졸업장 학교)’를 안 다니는 우리 집 두 어린이한테 나라에서 건네는 첫 손길이다. 가만히 보니 ‘마침종이 배움터’를 다니면 여러모로 받는 ‘돈’이 꽤 많더라. 이 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느긋이 배우는 틀을 마련할 노릇이다. 다만, ‘마침종이 배움터’는 아이들한테 뭘 가르치지? 어린이·푸름이가 배움삯을 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뭔가 배움돈을 따로 받는 틀로 가더라도, 배우는 알맹이가 얼마나 슬기롭거나 참된지 아리송하다. 삶을 짓는 길, 살림을 가꾸는 사랑, 숲을 돌보는 슬기, 사람다이 어깨동무하는 눈빛, 이런 대목을 얼마나 제대로 짚거나 가르칠까? 배움책에 적힌 말을 살피면 매우 끔찍하다. 겉은 한글이되 속은 엉터리이니. 《혼자 사는 초등학생, 에노시마의 여름》은 나온 지 꽤 되는데 이제야 읽었다. 네칸그림으로 잇는 얼개이고, 살짝 억지스럽지만 ‘혼자 산다는 길’을, 더구나 어린이가 혼자 살림한다는 길을, 조금쯤 생각하도록 이끄는구나 싶다. 어린이·푸름이가 ‘혼자살기’하고 ‘함께살기’를 맞물려서 사랑으로 배우는 앞날을 그려 본다. 부디 그리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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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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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8.


《푸른 돌밭》

 최정 글, 한티재, 2019.11.11.



어제 우체국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우체국을 참 오래 다녔다. 여덟 살 무렵에는 날개꽃(우표)을 장만하러 처음 다녔고, 어느새 돈을 맡겼고, 1994년부터는 혼자 엮어서 내놓는 글꾸러미(소식지·1인잡지)를 보내려고 드나들었다. 인천·서울·음성을 거쳐 고흥에서 우체국을 드나드는데, 고흥 우체국은 그 어느 고장보다 갑갑하다. 똑부러진 일꾼을 거의 못 본다. 그래도 그러께까지는 읍내에 똑일꾼이 한 분 있다가 어느새 떠났고, 면소재지에 한 분 남았다. 다른 일꾼은 영 시답잖다. 일머리가 서툴고 손님을 귀찮아하는 티가 풀풀 난다. 문득 생각한다. 이분들은 왜 시골일꾼으로 지내기를 싫어할까? 이분들한테 《푸른 돌밭》 같은 노래책을 건네고 싶다만, 어쩌면 아예 안 들출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한테 고흥처럼 두멧자락은 ‘일하기 아주 싫은 고장’일 테고, 어떤 이한테 고흥이란 두멧시골은 ‘이때 아니면 언제 이 두메에서 일하겠느냐’며 되레 반기며 별빛이며 숲빛을 누릴 곳일 테지. 바라보는 눈썰미를 가누는 길에 따라 스스로 삶을 바꾼다. “푸른 돌밭”을 찬찬히 일군 노래님은 썩 야물지 못한 손끝이라 하더라도 돌을 쓰다듬고 흙을 어루만지고 풀을 보듬으면서 어느새 한 톨 두 톨 노래씨앗을 골골샅샅 퍼뜨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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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6.


《츠바메의 가위 1》

 마츠모토 스이세이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6.30.



드디어 마을 어르신 이름꽃(도장)을 받는다. 마을 어르신이 모인 곳에 가서 이름꽃을 받고서 술 한 모금을 받는다. 술이 모자라다는 말을 듣고 달림이를 타고서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우리 집 뒤꼍 땅을 사는 일이 열 해에 걸쳐 아직 끝나지 않는데, 거쳐야 할 길도, 써서 내야 할 글자락도, 다녀오며 받아야 할 이름꽃도, 치러야 할 돈도 수두룩하다. 뭐 천천걸음으로 갈밖에 없지. 느긋하게 챙겨서 하나씩 추슬러야지. 《츠바메의 가위 1》를 읽었다. 푸름이는 볼 만한데 어린이한테는 어떠려나 모르겠다. 모두 석걸음으로 마무리짓는 그림꽃책이니, 뒷자락을 보고서 생각해야겠다. 가위 한 자루를 쥐고서 꿈길을 걷는 아이는 다른 모습이나 몸짓은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가위질로 다듬고 빛낼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마땅하지. 높은 일도 낮은 일도 없는걸.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지.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꽃피울 일이면 넉넉하다. 스스로 즐겁게 눈을 반짝이면서 아름답게 누릴 하루이면 된다. 츠바메 아가씨는 가위라면, 나는 맨손이지 싶다. 맨손으로 아이들을 돌보았고, 책숲을 보살피고, 풀꽃나무를 쓰다듬고, 붓을 쥐어 노래꽃이며 글꽃을 여민다. 나는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밥을 차리고 바람을 살살 품으면서 삶을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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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5.


《グリ-ンマン》

 Gale E. Haley 글·그림/あししの あき 옮김, ほるぷ出版, 1981.10.15.



겨울이면 으레 긴옷 차림이 된다만, 우리 집에서는 다르다. 스스로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새벽이나 밤에는 긴옷이 어울린다면 해가 오르는 낮에는 반바지가 어울리지. 그러나 나는 새벽이고 밤이고 낮이고 그냥 반바지이다. 왜? 여기는 고흥이거든. 게다가 풀꽃나무가 감싸는 보금자리이고. 한겨울에도 맨발로 바스락바스락 풀밭을 밟고 걷다가 바위에 서서 눈을 감고 해바라기를 하면 얼마나 싱그럽고 포근한지! 이웃님한테 맨발에 맨몸에 맨손으로 냇물을 떠서 마시고 풀밭을 거닐며 나무를 타고 올라 해바라기를 해보시라고 얘기하고프다. 하루에 10분이나 20분이라도 이렇게 해바람을 누린다면 우리 몸은 대단히 튼튼할 수 있다고 들려주고 싶다. 1983년에 《그리인맨》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 있고, 일본에서는 1981년에 《グリ-ンマン》이 나왔으며, 미국에서는 1979년에 나온 《Green Man》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눈부시면서 사랑스럽게 ‘숲사람’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영어 그림책은 도무지 장만하기 어려운데, 일본판을 일본에 있는 이웃님이 덥석 장만해서 보내 주셨다. 아, 얼마나 고마운지! 섣달잔치를 기리며 보내 준 빛줄기를 품고서 숲으로 나아가는 즐거운 걸음걸이를 헤아린다. 난 이쪽도 저쪽도 싫으나 숲길은 좋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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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4.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한영수 사진, 한선정 엮음, 한영수문화재단, 2020.12.1.



어제 안경을 잃었다. 어디서 잃었을까? 작은아이하고 밤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눈이 허전해서 짚으니 안경이 없네. 이튿날 낮인 오늘, 눈을 찾으러 나선다. 길바닥을 곰곰이 본다. 길바닥에는 안 흘렸다. 바퀴에 안 밟혔겠구나. 어제 들른 가게에 가서 묻는다. 이곳에 있네. 이 겨울에 치마반바지를 두르고 달림이를 몬다. 바람을 가른다. 뭐 달림이를 몰 적뿐 아니라 이불빨래를 할 적에도 깡똥바지를 입어야지. 우리 팔다리는 햇볕을 쬐고 싶어한다. 우리 팔다리는 맑게 흐르는 물을 맨살로 누리고 싶다. 우리 팔다리는 풀잎을 바람결을 빗방울을 고스란히 맞아들이고 싶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를 넘긴다. 속에 깃든 빛꽃은 까망하양이지만, 책낯은 배롱꽃빛이다. 진달래빛이요, 코딱지나물꽃빛이다. 온누리에 이 바알간 빛깔인 꽃이 참 많다. 꽃빛을 담고 싶어 배롱꽃빛 치마를 저고리를 옷을 지어 입었으리라. 이 고운 빛살은 가시내한테도 어울리지만 사내한테도 어울린다. 누구한테나 어울린다. 진달래가 바알간 꽃송이를 터뜨린대서 놀리는 사람이 없다. ‘코딱지나물’이란 이름이어도 이 꽃빛이 얼마나 고운가 들여다보면 좋겠다. 가을날 살살이꽃도 이 바알간 꽃으로 물들곤 한다. 바알갛게 영근 빛꽃책에 ‘눈뜨다’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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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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