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9.


《보통의 마시멜로》

 로우보트 왓킨스 글·그림/정철우 옮김, 분홍고래, 2020.2.22.



서울을 안 거치고 전북 순창에 다녀왔다. 서울을 안 거치려면 전주나 광주를 거쳐야 한다. 시골에서 살며 이따금 큰고장이나 서울을 다녀오며 바라보노라면 ‘서울뿐 아니라 광주나 전주만 해도 너무 크’다. 부산이나 대구나 인천도 너무 크다. ‘광역시’는 안 나쁘지만, 숨돌릴 틈이 하나도 없다. 곳곳에 숲이며 풀밭이며 빈터가 있어야 숨을 돌릴 텐데, 이런 틈이나 마당 하나 없이 자동차랑 찻길이랑 잿빛집이랑 가게로 가득하니,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아프고 고단하며 치이고 돌림앓이까지 번질 만하다. 나라지기란 이들은 “10인 이상 집합 금지”라든지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들먹이는데, 모두 헛소리이다. 시내버스랑 전철만 보더라도 사람으로 빼곡하다. “집합 금지”란 허울좋은 소리는 그만 내뱉아라. 사람들은 알아서 잘한다. 너희 할 일을 해라. 이럴 때일수록 ‘작은모임’을 하면서 “마을마다 작은모임을 열어 슬기롭게 살아가는 숲살림을 이야기합시다” 하고 북돋울 노릇이다. 《보통의 마시멜로》는 재미나면서 슬픈 그림책이다. 아이들을 틀에 가두는 오늘날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이 틀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빛나는가를 넌지시 밝힌다. 아이들을 ‘보통 시민’으로 가두지 마라. 모든 아이는 별빛이요 꽃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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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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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8.


《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글/요시카와 나기 옮김, 비채, 2015.4.24.



엊저녁에 고흥에 닿았다. 아무래도 택시를 불러야 할 듯싶어, 택시에 실을 짐을 저자마실을 하면서 챙기는데, 집에 와서 씻을 무렵 곰곰이 생각하니 뭔가 하나 빠진 듯하다. 그래, 가게에서 커다란 꾸러미를 그대로 놓고 왔구나. 부랴부랴 가게에 전화해서 이튿날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이튿날인 오늘, 다리도 몸도 무거워 등허리를 펴며 쉬노라니 읍내에 나갈 버스를 17시에 겨우 탄다. 우체국에 들러 글월을 부치고 가게에 가니 “할머니들이 작은 짐을 깜빡하고 가는 일은 흔하지만, 이렇게 큰 짐을 놓고 간 사람은 처음이네요.” 한다. 졸리고 힘들기에 《사과에 대한 고집》을 챙겨서 나왔으나 시골버스에서 읽다가 덮고서 눈을 감는다. 옮김말이 썩 매끄럽지 않다. 이웃나라 책을 옮길 적에는 ‘무늬만 한글’이 아닌 ‘우리말’로 옮길 수 없을까? 교수님이나 작가님이 아닌, 아이를 돌보는 아줌마 아저씨가 ‘옮김이’로 일하면 좋겠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랑스럽고 고운 말결로 글자락을 추스르는 분이 글님으로 일하면 좋겠다. 집에 닿아 손발을 씻고 다시 눕는다. 오늘도 별이 빛난다. 작은아이가 “오늘 눈썹달이 떴는데 가만히 보면 동그란 달 모습이 다 보여요.” 한다. 그래, 아무리 가늘게 비추는 달이어도 온모습을 다 볼 수 있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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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7.


《여우의 정원》

 카미유 가로쉬 글·그림, 담푸스, 2015.4.10.



〈밭〉에 닿는다. 〈밭〉은 순창군 동계면에 있는 마을책집 또는 시골책집이다. 이 마을책집 또는 시골책집에 가자면 순창에 살거나 순창을 사랑하면서 마실하면 된다. 이곳은 12월 18일에 두돌맞이라고 한다. 두돌맞이인 줄은 책집에 닿고서야 알았다. 고흥이란 시골에 살기에 시골에 움튼 책집이 반갑다. 비록 ‘이 시골’에서 ‘저 시골’로 가는 길은 서울을 다녀오는 길보다 멀고 길삯이 잔뜩 들지만, 시골살이를 노래하면서 밭살림을 사랑하는 책집을 느끼면서 이웃으로 지내고 싶다. 순창에 가는 길을 어림하자니 전주를 거쳐서 들어선 다음, 광주를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오면 좋겠더라. 전주에 앞서 익산부터 들렀고, 익산 〈두번째집〉에서 장만한 《여우의 정원》을 천천히 되읽으면서 순창에 닿았다. 여우 이야기를 따사로이 담아내는 그림책이 반갑고 예쁘다. 아무렴, 여우도 늑대도 곰도 언제나 사람 곁에서 사람한테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즐겁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숨결이라고 느낀다. 우리한테 사람빛이란 결이 있다면, 마음으로 여우·늑대·곰을 비롯해 숱한 풀꽃나무하고 속삭이면 좋겠다. 마음으로 속삭이면 모든 말이 노래가 된다. 마음으로 만나면 모든 하루가 잔치가 된다. 마음으로 마주하기에 꽃 한 송이가 피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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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6.


《책에 바침》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글·리네 호벤 그림/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2020.2.10.



대구에서 펴기로 한 이야기꽃을 1월로 미룬다고 한다. 나라가 뒤숭숭하니 어쩔 길이 없다고 하는데, 나라가 뒤숭숭할수록 외려 사람들은 조그맣게 모여서 촛불을 들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걸린 사람(확진수)을 세며 두려움을 퍼뜨리는 짓’이 아니라 ‘걸리고서 깨끗이 나은 사람들’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돌봄터(병원)에서 다스려 나았는지, 집에서 조용히 머물며 나았는지, 잘 쉬고 잘 먹으니 나았는지, 숲을 곁에 두며 나았는지’ 하는 이야기를 펼 노릇 아닌가? 고흥처럼 두멧시골에서는 ‘걸린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우리는 이 대목을 다루고 깊이 파고들면서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을 제대로 말하고 밝히며 익히고 맞이할 적에 슬기로운 사람이자 어른이자 숨빛이 되지 않을까? 《책에 바침》을 읽는데 꽤 아쉽다. 글님이 너무 외곬로 생각한 이야기를 펴고, 옮김말은 고리타분하다. 참말로 “책에 바치는” 마음인지, 그냥그냥 글붓을 놀렸는지 아리송하다. 책은 거룩하지도 훌륭하지도 않다. 책은 그저 숲이자 우리 마음이요 삶이다. 책한테 바치지 말자. 책을 우리 몸처럼 돌보고, 책을 우리 마음처럼 사랑하면 넉넉하다. 책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언제나 사이좋은 동무이다. 책이랑 놀자. 책이랑 노래하자. 책이랑 춤추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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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5.


《겁쟁이 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글·그림/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나한테는 여느날이 해날(일요일) 같고, 해날은 여느날 같다. 2003년 가을부터 이처럼 느끼며 산다. 새벽바람으로 일어나 일터에 갔다가 한밤에 돌아오던 1999년 여름부터 2003년 여름까지는 ‘하루일을 마치면 어느 책집으로 달려가서 밤 열두 시까지 책을 읽고 집에 갈까?’ 하고 생각했다면, 그 뒤부터는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쉬다 보니, 이레라는 흐름을 까맣게 잊었다. 오늘부터 저녁나절에 찬바람이 수그러드는구나 싶다. 다른 고장은 모른다. 고흥 시골자락은 그렇다. 별이 밝다. 미리내를 따라 고개를 움직인다. 이처럼 쏟아지는 별이 그리워 두멧자락에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깃들어서 산다. 별을 보고 새를 부르고 풀꽃나무를 노래하는 하루를 보내면서 살림빛을 짓는 그림을 품는다. 《겁쟁이 페달 5》을 보면서, 이 앞뒤로 줄거리가 꽤 갈린다고 느낀다. 다섯걸음까지는 찬찬히 짚을 ‘말(자전거를 바라보는 말)’이 있다면, 여섯걸음으로 넘어선 뒤로는 ‘말’이 거의 없고, 길에서 얼마나 더 땀을 빼면서 겨루는가 하는 줄거리만 있다.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말’이 바람처럼 물결친다. ‘겨루는 땀’을 그리는 책은 벌써 예순걸음 넘게 우리말로 나오지만, ‘사랑말’을 그리는 책은 그냥그냥 파묻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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