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4.


《Clifford's Christmas》

 Norman Bridwell 글·그림, scholastic, 1984.



12월 25일은 쉬는날이고, 잇달아 흙날하고 해날이 끼기에 오늘 우체국에 가려서 아침부터 글자락을 꾸린다. 낮 두 시에 읍내 가는 버스에 겨우 맞추어 타는데, 우체국에 닿고 보니 글자락을 하나 빠뜨렸네. 돌아오는 달날에 다시 나서야겠구나. 꼭 열 사람한테 글꽃을 띄운다. 부디 씨앗이 되기를, 생각에 날개를 다는 징검돌이 되기를 빌었다. 《Clifford's Christmas》를 올가을께에 장만했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그림책을 안 팔기에, 일본 아마존에 올여름에 시켰고 얼추 석 달 만에 받은 듯하다. 돌림앓이판이 아니라면 한 달 만에 받았겠지. 씽씽이(자가용)를 모는 사람이야 돌림앓이판이고 뭐고 대수롭지 않을 테지만, 씽씽이 없이 두 발로 다니고 버스를 타는 사람으로서는 나날이 벅차다. 버스길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든다. ‘섣달꽃’이라 할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바라면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 나는 올해에도 ‘숲집’을, 보금자리숲을 그린다. 우리 집을 비롯해 모든 이웃님 살림자리가 마당이며 뒤꼍을 넉넉히 누리면서 맨손으로 풀꽃을 훑고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나무를 타고 올라 굵은 가지에 앉아 바람을 쐴 수 있는 숲빛을 그린다. 나라지기라면 ‘하싼 화티(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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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3.


《고양이 도우미》

 다케시다 후미코 글·스즈키 마모루 그림/양선하 옮김, 주니어랜덤, 2010.9.20.



어제 등짐을 짊어지고 꽤 걸었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못 탄 바람에 이웃마을까지 달려갔다. 순천에서 시외버스를 내려 기차로 갈아탈 적에도 때에 맞추려고 달렸고, 서울에서 기차를 내린 뒤에도 〈한뼘책방〉이 마감하는 때에 늦지 않으려고 1킬로미터쯤 등짐을 지고 달려갔다. 이러고서 전철역으로 다시 걸었고, 방화동에서 볼일을 보고 합정역 언저리에서 길손집을 찾느라 또 한참 걸었다. 가까스로 21시가 안 되어 자리를 얻고 짐을 다 내려놓는데 온몸이 욱씬거렸다. 《고양이 도우미》를 챙겨서 서울마실을 했다. ‘어떤 심부름도 할 줄 모르는 고양이’가 ‘도우미’ 노릇을 하겠다면서 찾아온 이야기를 눈물겨우면서 아름답게 그렸다. 와, 멋지구나. 이런 글이며 그림을 지어내는 이웃나라는 대단하구나. 그러나 나는 길손집에서 곯아떨어졌고, 이튿날 이른아침부터 걷고 또 걸어 여러 이웃님을 만나고, 덕성여대 앞으로 옮긴 〈신고서점〉을 찾아가고, 고흥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타려고 또 고속버스역에서 달렸다. 표를 끊고 버스에 앉기 무섭게 다시 곯아떨어졌다. 꿈에서 생각했다.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도우미’이지 않을까? 상냥하고 착하고 개구지면서 아름다운 사랑둥이가 바로 아이들이지 싶다. ㅅㄴㄹ


#はしれおてつだいねこ #わたしおてつだいね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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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2.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글/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12.10.



서울로 길을 나서려 한다. 글월로 띄워서는 일이 영 안 되겠구나 싶어 찾아가기로 한다. 이러면서 서울 가좌마을에 있는 〈한뼘책방〉에 가 보려 한다. 오늘이 책집으로 마지막날이라고 한다. 순천에서 빠른기차를 타야 할 듯싶은데,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는 어느새 갔네. 작은아이하고 마을샘터를 치운다. 이러고서 옆마을로 걸어간다. 등판이 땀으로 젖는다. 읍내에서 순천으로, 순천 버스나루에서 기차나루로 옮기는데, 자리가 없다네? 순천 기차나루까지 왔는데 자리가 동났다고? 표파는곳에서 조금 뒤에 말한다. “저기요, 익산까지는 특실로, 익산에서 일반실로 옮기는 자리는 하나 있어요.” 기차를 타고 보니 빈자리 많던데! 용산에서 내려 책집까지 이래저래 길을 살짝만 헤매고 잘 찾아갔다. 19시에 닫으시니 빠듯하지만 바지런히 골마루를 돌고 책시렁을 돌아본다. ‘한뼘’이란 ‘한 톨 씨앗’이라고 느낀다. 진작에 찾아왔다면 좋았겠다는 말은 접자. 오늘 이 걸음이 씨앗이 되어 〈한뼘책방〉을 비롯한 온나라 모든 마을책집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자락이며 빛꽃자락에 담고 풀어서 나누는 길을 새롭게 생각하자. 갓 나온 《유르스나르의 구두》를 장만해서 방화마을 가는 전철길에 읽는다. 포근히 감도는 상냥한 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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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1.


《꿀벌》

 브리타 테큰트럽 글·그림/이정은 옮김, 키즈엠, 2016.4.8.



우체국에 가자고 생각하지만 몸이 무겁다. 이런 날은 등허리를 펴야 한다. 등허리를 펴며 ‘쉬다’라는 낱말을 한참 생각하다가 꿈을 꾼다. 우리 어머니하고 저자마실을 하는 꿈이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얼른 와. 얼른 가자.” 하고 말씀하는데 어머니는 이내 뒤에 처진다. “어머니, 얼른 가자면서요?” “그래, 그런데 좀 쉬었다 가자.” 꿈에 나온 어머니는 어느 콩비지가게에 들어간다. 콩비지를 한가득 장만한다. “여기가 싸고 좋아.” 그런데 콩비지가게 일꾼이 어머니한테 이죽거린다. 그 일꾼한테 다가서며 암말 없이 낯을 확 찡그렸더니 깨갱 하면서 달아난다. 이러고서 꿈을 깼다. 무슨 뜻일까? 그러나 ‘쉬다·쉼’이 무엇인가를 또렷하게 깨달았다. 숨을 쉴 틈이 있어야 하고, 숨을 쉴 틈을 두고서 일하거나 놀면 ‘쉽게’ 풀 수 있구나. 《꿀벌》이란 그림책이 아름답다. 아이들도 “이 그림책 좋네요.” 하고 말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꿀벌이며 말벌이며 무화과말벌이며 갖은 벌을 늘 집에서 마주하니까 더 펼치지는 않는다. 그래,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책이어도 눈앞에서 마주하는 벌이 가장 아름답겠지. 너희가 으뜸이다. 이 겨울에 우리 집 벌은 다 잘들 꿈나라에 갔을까? 새해 새봄에 만날 벌을 기다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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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0.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장지은 글, 책방, 2020.9.6.



나라지기 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을 서울시에 넣어 1400만 원을 받았다지. 어떤 ‘긴급 예술지원’이기에 이렇게 몇몇한테 그만 한 목돈을 쥐어 줄 만할까? 나라지기 아들이래서 ‘긴급 예술지원’을 안 받아야 하지는 않아. 그러나 나라지기 아들이라면 ‘나라사람’이 더 받을 수 있도록 한뼘이나 한발을 물러설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익산 마을책집에서 장만한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는 제주 마을책집 이야기를 담는다. 서울이든 제주이든 마을책집은 스스로 씩씩하게 하루를 열고 책손을 맞이하고 책시렁을 돌본다. 한 땀 두 땀 온마음을 기울인다. 나라지기 아들은 “올해 꾀한 전시가 다 취소돼 손해가 크다”고 말한단다. 그래, 힘들 테지. 힘들겠지. 그런데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묻고, 나라를 휘휘 돌아보면 좋겠다. 사람들이 지난해랑 올해에 얼마나 버겁게 하루를 여미면서 살림을 조이는지, 이듬해에도 얼마나 빠듯이 하루를 동여매면서 삶이 팍팍한지,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예술’이 아닌, 마을 한켠 자그마한 마을집에서 마을사람으로 살며 마을가게를 찾아가는 몸짓으로 바라보기를 빈다. 왜냐고? 그대는 나라지기를 아버지로 둔 사람이고, 이녁도 똑같이 ‘나라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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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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