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6.


《선생님, 탈핵이 뭐예요?》

 배성호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11.24.



이웃 할아버지가 찾아와서 뭔가 주섬주섬 보여주신다. 스물다섯 나이에 차에 치여 일찍 숨지고 만 할배 딸아이 이야기를 글로 쓰면 좋겠다면서 여러 가지를 챙겨 오셨다. 두멧시골에서 나고 자라 두멧시골 어린배움터 길잡이로 세 해를 일하다가 하늘꽃이 되었다지. 한창 배움꽃을 펴려 하던 무렵 그만 숨을 놓고 하늘꽃으로 가야 한 그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선생님, 탈핵이 뭐예요?》를 읽었는데 마음이 안 가볍다. 어린이한테 탈핵을 들려주는 책이 반가우나, 글님이 안 짚거나 못 짚고 넘어간 대목이 여럿 보인다. ‘햇볕판(태양광)’이기에 새길이나 좋은길이 되지는 않는다. 오늘날 이 나라 햇볕판을 보라. 서울 아닌 시골 눈길로 보라. 나라 곳곳 아름숲이며 아름마을을 온통 햇볕판으로 덮어 버렸다. 가파른 멧자락까지 나무를 죄 밀고서 전봇대 같은 기둥을 때려박고 시멘트를 들이부어서 햇볕판을 세운다. 이런 삽질이 ‘친환경·대안·그린’이 될 턱이 없다. 마냥 햇볕판 노래만 부르면 벼슬꾼하고 손잡는 뒷돈이 춤추기 마련이다. ‘햇볕판을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를, 햇볕판이며 전지는 목숨이 얼마나 가는지도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풀꽃나무가 해·바람·비·흙만으로 푸르고 튼튼하다는 대목을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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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5.


《The Night Before Christmas》

 Clement Moore 글·Roger Duvoisin 그림, Scallywag Press, 1954/2019.



어제까지 발다리를 안 쉬었다면, 오늘은 비로소 발다리를 푹 쉰다. 오늘 숱한 수수께끼 가운데 ‘마음으로 읽는 길’을 풀었다. 큰아이하고 함께 쓰는 글꾸러미에 이 얘기를 먼저 옮겼고, 다음으로 ‘말밑찾기’ 글꾸러미에 옮겼다. 간추려 본다면, ‘마음으로 읽는 길 = 이름으로 읽는 길’이다. 마음으로 만나서 서로 어우러지고 싶다면, 이름을 붙여서 불러야 한다. 이 이름이란, 남이 붙여 주는 이름이 아닌 스스로 붙이는 이름이다. 이른바 사투리이지. 사투리란,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짓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한 말(이름)이기에, 이 사투리에는 ‘마음을 읽는 빛’이 서린다. 모든 터전이 ‘전문 집단’한테 사로잡히며 풀꽃나무 이름을 ‘배움이름(학명)’에 가두려 하는데, 배움이름에 갇힐 적에는 마음이 흐르지 못한다. 고장마다 어떤 삶·살림·사랑으로 풀꽃나무랑 세간이랑 둘레 이름을 붙였는가를 마음으로 읽을 노릇이고, 우리 스스로 새롭게 이름을 붙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눈을 감고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마음으로 서로 생각이 흐른다. 《The Night Before Christmas》를 고맙게 장만했다. 1954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책이 2019년에 다시 나왔더라. 마음으로 부르면 산타 할배도 산타 할매도 언제라도 찾아온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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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4.


《Clifford's Christmas》

 Norman Bridwell 글·그림, scholastic, 1984.



12월 25일은 쉬는날이고, 잇달아 흙날하고 해날이 끼기에 오늘 우체국에 가려서 아침부터 글자락을 꾸린다. 낮 두 시에 읍내 가는 버스에 겨우 맞추어 타는데, 우체국에 닿고 보니 글자락을 하나 빠뜨렸네. 돌아오는 달날에 다시 나서야겠구나. 꼭 열 사람한테 글꽃을 띄운다. 부디 씨앗이 되기를, 생각에 날개를 다는 징검돌이 되기를 빌었다. 《Clifford's Christmas》를 올가을께에 장만했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그림책을 안 팔기에, 일본 아마존에 올여름에 시켰고 얼추 석 달 만에 받은 듯하다. 돌림앓이판이 아니라면 한 달 만에 받았겠지. 씽씽이(자가용)를 모는 사람이야 돌림앓이판이고 뭐고 대수롭지 않을 테지만, 씽씽이 없이 두 발로 다니고 버스를 타는 사람으로서는 나날이 벅차다. 버스길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든다. ‘섣달꽃’이라 할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바라면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 나는 올해에도 ‘숲집’을, 보금자리숲을 그린다. 우리 집을 비롯해 모든 이웃님 살림자리가 마당이며 뒤꼍을 넉넉히 누리면서 맨손으로 풀꽃을 훑고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나무를 타고 올라 굵은 가지에 앉아 바람을 쐴 수 있는 숲빛을 그린다. 나라지기라면 ‘하싼 화티(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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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3.


《고양이 도우미》

 다케시다 후미코 글·스즈키 마모루 그림/양선하 옮김, 주니어랜덤, 2010.9.20.



어제 등짐을 짊어지고 꽤 걸었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못 탄 바람에 이웃마을까지 달려갔다. 순천에서 시외버스를 내려 기차로 갈아탈 적에도 때에 맞추려고 달렸고, 서울에서 기차를 내린 뒤에도 〈한뼘책방〉이 마감하는 때에 늦지 않으려고 1킬로미터쯤 등짐을 지고 달려갔다. 이러고서 전철역으로 다시 걸었고, 방화동에서 볼일을 보고 합정역 언저리에서 길손집을 찾느라 또 한참 걸었다. 가까스로 21시가 안 되어 자리를 얻고 짐을 다 내려놓는데 온몸이 욱씬거렸다. 《고양이 도우미》를 챙겨서 서울마실을 했다. ‘어떤 심부름도 할 줄 모르는 고양이’가 ‘도우미’ 노릇을 하겠다면서 찾아온 이야기를 눈물겨우면서 아름답게 그렸다. 와, 멋지구나. 이런 글이며 그림을 지어내는 이웃나라는 대단하구나. 그러나 나는 길손집에서 곯아떨어졌고, 이튿날 이른아침부터 걷고 또 걸어 여러 이웃님을 만나고, 덕성여대 앞으로 옮긴 〈신고서점〉을 찾아가고, 고흥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타려고 또 고속버스역에서 달렸다. 표를 끊고 버스에 앉기 무섭게 다시 곯아떨어졌다. 꿈에서 생각했다.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도우미’이지 않을까? 상냥하고 착하고 개구지면서 아름다운 사랑둥이가 바로 아이들이지 싶다. ㅅㄴㄹ


#はしれおてつだいねこ #わたしおてつだいね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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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2.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글/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12.10.



서울로 길을 나서려 한다. 글월로 띄워서는 일이 영 안 되겠구나 싶어 찾아가기로 한다. 이러면서 서울 가좌마을에 있는 〈한뼘책방〉에 가 보려 한다. 오늘이 책집으로 마지막날이라고 한다. 순천에서 빠른기차를 타야 할 듯싶은데,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는 어느새 갔네. 작은아이하고 마을샘터를 치운다. 이러고서 옆마을로 걸어간다. 등판이 땀으로 젖는다. 읍내에서 순천으로, 순천 버스나루에서 기차나루로 옮기는데, 자리가 없다네? 순천 기차나루까지 왔는데 자리가 동났다고? 표파는곳에서 조금 뒤에 말한다. “저기요, 익산까지는 특실로, 익산에서 일반실로 옮기는 자리는 하나 있어요.” 기차를 타고 보니 빈자리 많던데! 용산에서 내려 책집까지 이래저래 길을 살짝만 헤매고 잘 찾아갔다. 19시에 닫으시니 빠듯하지만 바지런히 골마루를 돌고 책시렁을 돌아본다. ‘한뼘’이란 ‘한 톨 씨앗’이라고 느낀다. 진작에 찾아왔다면 좋았겠다는 말은 접자. 오늘 이 걸음이 씨앗이 되어 〈한뼘책방〉을 비롯한 온나라 모든 마을책집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자락이며 빛꽃자락에 담고 풀어서 나누는 길을 새롭게 생각하자. 갓 나온 《유르스나르의 구두》를 장만해서 방화마을 가는 전철길에 읽는다. 포근히 감도는 상냥한 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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