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31.


《커다란 초록색 마술책》

 로버트 그레이브스 글·모리스 센닥 그림/김서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9.4.16.



다리앓이 닷새째인 오늘은 조금 가볍다. 지난 이틀 남짓 물 한 모금도 안 마시면서 고요히 눕다가 서다가 눕다가 앉다가 눕다가 조금 걸으며 찬바람을 쐬며 지내는 사이 온갖 꿈이 갈마들었고, 조금씩 기운이 오른다. ‘뭘 입으로 넣을 적보다, 뭘 입으로 안 넣을 적에 몸이 가볍다’고 느끼지만, 이 생각이 들 적마다 ‘안 먹으면서 기운이 날 수 있다’면 ‘먹으면서도 밥에 휘둘리지 않는 한결 튼튼한 마음으로 가야 즐겁지 않니?’ 하는 생각이 잇따른다. 읍내에 가기는 벅차고 면소재지에 가려는데 버스를 타기조차 버거워 택시를 부른다. 면소재지 우체국이며 가게에서는 큰아이를 보며 “어머, 벌써 이렇게 컸네?” 하고 놀란다. 새해에 열네 살이 될 큰아이는 곧 아버지 키를 넘겠지. 난 널 낳으며 적어도 2미터 50은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택시를 탄다. 시골에서는 밑삯(기본요금)인 6000원씩 치른다. 집에 와서 두 시간 반쯤 곯아떨어진다. 엊그제 올겨울 처음으로 고흥에도 진눈깨비랑 싸락눈이 날렸고, 오늘은 구름이 엄청나게 멋스러웠다. 저녁에 일어나 《커다란 초록색 마술책》을 되읽는다. 센닥 그림책은 차분하게 아름답다. 어린이 사랑을 곱게 담는다. 어른들이 아이 곁에서 함께 읽으면 좋겠다. 사랑으로.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30.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17》

 호시노 나츠미 글·그림/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0.11.15.



다리앓이 나흘째. 오늘은 좀 숨을 돌릴 만하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바란 글을 쓰고 싶은데 붓을 쥘 힘이 없다. 그래도 어제는 모로 누워서 노래꽃 두 자락을 새로 썼다. 저녁에 스토리닷 출판사 지기님이 전화를 했다. 올해에 선보인 《책숲마실》이 ‘문학나눔’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고 한다. 알아보아 주는 분이 있구나. 고맙네. 출판사 지기님은 이 책에 있는 틀린글씨를 이웃한 꽃집지기님이 찾아 주었다고 말씀한다. 이 얘기를 듣다가 ‘어제 새로 쓴 노래꽃’ 가운데 하나를 꽃집지기님한테 띄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튿날 몸을 일으켜 우체국에 갈 수 있을까. 전화를 끊고 부시시 일어난다. 전화가 오기 앞서까지 깊은잠에 빠지면서 꽤 아스라한 어느 때 ‘우리 집 네 사람’이 모두 독수리란 몸으로 먼길을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독수리 몸을 입은 우리 넷은 ‘독수리 사냥’을 하려는 사람들 손을 벗어나려고 자꾸 날아야 했다. 꿈에서 “사람이란 놈들은 왜 스스로 안 날고 우리를 잡으려 하나? 어리석군.” 하고 읊더라. 하늘을 가로지르고 높이 솟구치는데 아주 홀가분했다.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17》을 두고두고 읽는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고양이 마음을 무척 잘 읽은 손꼽히는 그림꽃책이다. 아직 우리나라엔 이런 책이 없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9.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이근화 글, 마음산책, 2020.8.20.



여태 곁님 몸을 풀어주며 살던 내가 아주 드물게 곁님을 불러 허벅지랑 종아리를 주물러 달라고, 아니 토닥여 달라고 말한다. “다리가 아주 딱딱하네. 불덩이 같아.” “…….” “좀 진작부터 만져 달라고 하지.” 사흘째 접어든 다리앓이는 이제 목소리로 뻗는다. 말소리를 내기 벅차고, 예전 목소리가 아니다. 아이들도 거들어 토닥이는 듯하지만, 아이들은 주무름질을 아직 모르니 손에 힘을 줄 적마다 뜨끔하다. 기어드는 목소리로 “다리에서 불꽃 튀는 모습 보이지 않아?” 하고 묻는다. 눈을 감고 누워 다리를 바라보면 벼락이 맞은듯 다리가 찌릿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살살 어루만지려 해도 뜨겁고 욱씬거린다. 속으로 다리한테 말한다. “며칠을 더 앓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너무 오래 걸어다니지 않을게.” 다리가 대꾸한다. “그런 뜻으로 앓지 않아. 네가 궁금해했잖아.” “뭘?” “애벌레가 어떻게 고치에서 몸을 녹여 나비가 되는 줄 궁금해하지 않았니?” “아.” “애벌레는 몸을 녹이는 아픔을 안 봐. 오직 나비꿈만 그리지.”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를 읽으며 ‘작은이’란 자리, 목소리, 걸음, 삶을 돌아본다. 그런데 작은이는 누굴까? 풀벌레만큼 작게 볼 수 있을까? ‘작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그림책

오늘 읽기 2020.12.28.


《선물》

 김은미 글·그림, 백화만발, 2020.1.10.



오늘은 다리가 더 욱씬거린다. 서울말은 ‘욱신거리다’이다만, ‘욱신’만으로는 이 찌릿거림을 나타낼 길이 없으니 ‘욱씬’이라고 쓴다. ‘지릿·찌릿’처럼 ‘욱신·욱씬’으로 쓸 만하다. 자리에서 뒹굴며 온갖 생각을 한다. “난 욱신거리지 않아. 욱씬거린다구!” 같은 말을 읊는 꼬라지로 보니, 죽을 만큼은 아니요, 낱말책을 쓰는 사람이 맞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왜 일어났다가 다시 눕고, 또 일어났다가 새로 눕는지를 모른다. 누워도 욱씬대고, 서도 욱씬대지만 오래 누우면 등허리가 결리거든. 곁님이 아이들더러 말한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안 해.” “그런가? 아버지가 아픈가?” “저 봐. 암말도 못하잖아. 너희 아버지는 아프면 아예 아무 말을 못해.” 그렇다. 가볍게 아플 적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친다. 묵직하게 아플 적에는 끄응하며 지나간다. 그야말로 아파서 주저앉을 때에 이르러야 아이고 소리를 내며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면서 드러눕는다. ‘시니어 그림책 3’이란 머리말이 붙은 《선물》을 읽는데 굳이 ‘어르신 그림책’으로 안 갈라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림책이란 모름지기 누구나 읽는 책이니, 할머니가 사랑할 그림책은 어린이도 사랑할 만하도록 엮어야 비로소 빛나리라.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7.


《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2.15.



털썩, 이런 소리가 난다. 몸에서. 힘들거나 벅찰 적에는 곁님이나 아이들한테 맡겨도 좋으련만, 굳이 더 용을 써서 혼자 하려다 보니 주저앉는다. 그런데 이런 몸으로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하노라니 다리가 더 욱씬거린다. 욱씬욱씬한 다리를 참기 어려운데 아프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저 허벅지랑 종아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걷지도 못할 만큼 찌릿찌릿하다. 찌릿거리며 눈물이 난다. 누워도 누웠다 할 수 없는 몸으로 뒤척이다가 숨을 고르다가 돌아본다. 지난 이레 동안 쉴새없이 걷고 자전거를 타고 바깥일을 봤다. 무엇보다 묵직한 책짐을 짊어지고서 하룻밤 만에 서울을 다녀온 일이 컸다. 그 책짐을 짊어진 채 오래 걷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잡으려고 달리기까지 했다. 다리는 나더러 “넌 어쩜 그렇게 안 쉬니? 너무하잖아?” 하면서 억지로 쉬게 해준다. 눕다가 앉다가 서며 《바라카몬 1》를 읽는다. 뒷자락부터 읽다가 첫걸음을 비로소 읽는데, 아이돌보기를 살짝 엉성하게 그리긴 했어도, 시골살이는 꽤 푼더분하게 담았다. 그린님이 나고자란 시골(섬)을 고스란히 옮겼으니 감칠맛이 나지. 그나저나 이 다리앓이는 며칠을 가려나. 읽다가 덮다가 집안일을 하다가 쉬다가 울다가 하루를 다 보낸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