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


《내가 책이라면》

 쥬제 죠르즈 레트리아 글·안드레 레트리아 그림/임은숙 옮김, 국민서관, 2012.11.26.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길을 생각한다. 이만 한 키라면 이 키를 받아들이고, 이러한 얼굴이라면 이 얼굴을 받아들이기도 할 테지만, 곁에서 흐르는 풀내음을 받아들이고, 멀리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적에는 보금자리에서 피어나는 나무빛을 어디에서라도 받아들이는 길을 생각한다.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눕다 보면 갖은 꿈이 잇달아 찾아든다. 이 꿈은 누구 얘기일까? 먼나라 남들 얘기인가, 아니면 아스라히 먼 예전에 스스로 겪은 얘기인가, 아니면 또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다른 내 얘기인가? 《내가 책이라면》은 책을 둘러싼 얘기를 조금 넓거나 깊으면서 재미있게 들려주려고 했다고 느끼지만 썩 넓거나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구나 싶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책이라면 할머니도 얼마든지 하늘을 날아오르는 길을 들려줄게’라든지 ‘내가 책이라면 아이가 신나게 뛰놀며 꿈꾸는 하루를 들려줄게’라든지 ‘내가 책이라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나무랑 속삭이는 말빛을 들려줄게’라든지 ‘내가 책이라면 몸피를 개미만큼 줄여서 땅밑나라로 나들이를 가고, 몸뚱이를 빛으로 바꾸어 온별누리를 가로지르는 마실을 들려줄게’ 같은 얘기를 펴고 싶다. 나무는 왜 숲을 떠나 마을에서 사람들 곁에 머무는 종이꾸러미인 책이 되었나 하고 돌아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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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6》

 이시구로 마사카즈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10.30.



아침에 가스를 새로 받는다. 엊저녁에 밥을 하는데 가스 새는 냄새가 많이 나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가만 보면 가스가 다 될 즈음 ‘새는 냄새’가 짙더라. 몇 달 앞서 가스를 받을 적보다 값이 꽤 올랐지 싶다. 다들 오르네. 집안일을 추스르고서 낮에 읍내를 다녀온다. 갈수록 해가 길어지니 다섯 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와도 아직 밝다. 더구나 해가 아직 멧자락 너머로 가지 않았다. 이럭저럭 추스르고서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편다. 숨을 고른다. 끙끙거리면서 새몸을 그린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처럼 이 몸에서 파란하늘 같은 숨결이 흐르기를 바란다.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6》을 읽었다. 이 그림꽃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마지막걸음이 나왔고, 앞걸음은 거의 다 판이 끊어졌다. 제법 오래 그린 책이니 앞걸음이 줄줄이 사라질 만도 하리라. 책이름처럼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라는 말을 되씹는다. 아무리 온나라에 뻘짓이 넘쳐도 마을은 돌아간다. 시골을 떠나 서울로 쏠리는 사람이 넘쳐도 마을은 돌아간다. 다만 어린이 놀이랑 노래가 끊어지면 마을은 더는 안 돌아가겠지. 어린이가 없으면 어디이든 쓸쓸하다. 오늘날 시골이 쓸쓸하다면 어린이를 몽땅 서울한테 잡아먹힌 탓이다. 어린이가 뛰놀며 꿈꾸어야 비로소 마을인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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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0.


《전문가들의 사회》

 이반 일리치와 네 사람/신수열 옮김, 사월의책, 2015.12.1.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아이들하고 논다.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하고 아이들을 재운다. 살림을 헤아리고 저자마실을 다녀오고 아이들하고 나란히 앉아 하루를 되새기는 글을 남긴다. 어버이는 언제나 아이 곁에서 어버이가 되었다. 아이는 늘 어버이 곁에서 아이답게 자라며 사랑을 노래했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육아 전문가’가 아닌 그저 ‘어버이’라는 이름으로 ‘어른’이 되어 가는 사람이다. 나이만 먹지 않고, 서로 짝을 만나 사랑이란 빛으로 아이를 낳는 길을 걷기에 ‘철’이 드는 ‘슬기’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빛나고 상냥하며 따뜻한 사람, 이들이 바로 어머니하고 아버지라고 느낀다. 《전문가들의 사회》를 예전에도 읽었으나 다시 읽는다. 오늘날 이 나라를 돌아보면 ‘전문가’가 너무 많다. ‘강사’나 ‘교사’나 ‘작가’조차 지나치게 많다. 왜 많다고 하느냐 하면, 모든 사람이 어버이자 어른으로서 모든 일을 다 해낼 줄 아는데, 고작 한두 가지를 조금 더 솜씨있게 다룬대서 ‘전문가’란 허울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우리 제발 전문가는 되지 말자. 전문가란 굴레란, 스스로 바보라고 밝히는 꼴이다. 그저 사람이 되자. 오롯이 스스로 사랑하고 서로 어깨동무로 노래하는 즐겁고 착한 어른이 되자. 함께 숲으로 가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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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9.


《니체 선생 4》

 마츠코마 글·하시모토 그림/임영웅 옮김, 길찾기, 2016.11.30.



바람이 불지 않고 해가 나면 포근하다. 마땅하지. 겨울에는 그래. 바람이 안 불어도 해가 구름 사이로 숨으면 시원하다. 그럼그럼. 여름에는 그렇지. 바람결 하나로 다 다른 철을 돌아보고, 해님을 올려다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서 마주하는 철길을 새롭게 되새긴다. 등허리는 아직 쑤시다. 등허리앓이 아흐레째가 되니 꽤 풀리기는 하되, 낮을 지나 저녁으로 접어들면 어느새 욱씬거려서 꼼짝을 못한다. 저녁나절에 일을 조금 더 하고 싶으나 한손으로 등허리를 움켜쥐다가 누워서 꿈나라를 누빈다. 《니체 선생 4》을 읽었다. ‘편의점’ 이야기인데, 곰곰이 읽다 보니 이제 ‘편의점’이란 곳은 하나같이 ‘마을가게’로 바뀌었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마을가게를 밀어내는 구실로 편의점이 치고들었으면, 시골이나 큰고장 마을마다 있던 조그마한 가게가 어느새 편의점이 되었으니, ‘마을가게’나 ‘작은가게’라든지 ‘나들가게’란 이름을 붙여 줄 만하다고 느낀다. ‘편의점주’라는 사람도 그저 ‘가게지기’이자 ‘마을이웃’이다. 우리가 이 대목을 찬찬히 느낀다면, 마구잡이로 구는 몸짓이 걷히면서 서로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 만하리라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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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8.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

 필립 윌킨슨 글·스티브 눈 그림/강창훈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0.12.24.



하루하루 흐르고, 어제하고 다른 새날을 맞이한다. 달종이를 펴면 2020에서 2021로 바뀐 걸음이지만, 풀밭을 보면 겨울에 꽁꽁 얼면서 싯누렇게 지는 풀포기 사이로 꼬물꼬물 올라오려는 조그마한 싹을 볼 만하다. 무엇을 보면 즐거울까? 무엇을 볼 적에 아름다울까? 무엇을 어떤 눈길로 마주하면서 하루를 누리기에 새로울까? ‘D·K(Dorling Kindersley)’에서 엮은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사》를 읽는다. 영국 ‘돌링 킨더스리’는 언제나 어린이 눈높이로 책을 엮는다. 이곳은 그림보다는 빛꽃(사진)을 좋아한다. 이들 나름대로 엮는 틀이요, 빛꽃을 쓰면서 한결 또렷하게 삶을 그려 어린이한테 들려준다고 여기지 싶다. 곰곰이 보니 우리 발자취이든 온누리 발자취이든, 으레 ‘어른 눈높이(주인공)’로 그리기 마련이었다고 본다. 하기는, 배움길을 걷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엮는 사람은 으레 어른이요, 책을 사서 읽는 쪽도 으레 어른이니까, 매우 손쉽거나 마땅히(?) 어른 눈높이로 그리는 틀이 섰지 싶다. 그러나 이제는 ‘어린이 눈길(주인공)’로 이야기를 엮으면 좋겠다. 어린이가 바로 어른 모습이요, 어른으로서 새롭게 꿈꾸고 싶은 길이자 빛일 테니. 어린이가 읽도록 글을 고치고, 어린이가 생각날개를 펴도록 이야기를 짜야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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