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들 기저귀 빨래 

 쉰 해쯤 앞서 이 나라 아이들 오줌기저귀와 똥기저귀 빨래를 누가 맡았을까. 어머님 몫이었을가, 아버님 몫이었을가, 언니들 몫이었을까, 머슴이나 밥어미들 몫이었을까. 

 백 해쯤 앞서 이 나라 아이들 똥오줌기저귀 빨래는 누가 했을까. 이백 해나 오백 해쯤 앞서 이 겨레 아이들 옷가지는 누가 빨아서 입혔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찬물로 했을 빨래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 했을까. (4344.2.1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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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데 빨래


 아프다고 해도 빨래해야지. 내 빨래는 못해도, 아기 기저귀와 옆지기 옷가지를 빨아야지. 아프다고 미루면, 이따가 더 아파지고 날 때에는 아예 못 빨고 말 테니까. 집안일은 더더욱 밀릴 테고. 내 옷은 안 빤다. 아니, 못 빤다. 아기 기저귀와 옆지기 옷가지를 빨다 보면 힘이 다 빠지고 고단해서, 내 옷가지를 빨 엄두를 못 낸다. 그래서 내 옷은 한 주 두 주 그대로 입다 보면 어느새 한 달쯤 그대로 입고 있곤 한다. (4341.1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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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들이 빨래


 홀로 나들이를 할 때에는 따로 옷가지를 챙겨 가지 않아도 된다. 하루밤 묵는 잠집에서 빨래를 하고 널어 놓으면 아침에 다 마르기 때문. 그러나 홀로 나들이를 하지 않는 요즈음은 아기 기저귀와 옷가지만으로도 가방이 하나 가득 차고도 모자라 다른 손가방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이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아야 하기에 저녁나절 일찌감치 잠집에 들어야 하고, 잠집에 들어서도 쉼없이 빨래를 해대야 한다. 애써 나들이를 나왔지만 돌아다니며 둘러볼 겨를이란 거의 나지 않으며, 돌아다니는 사이 하나둘 늘어나고 쌓이는 빨래를 헤아리면서 걱정이 함께 늘고 근심이 소록소록 겹친다. 이윽고 나들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동안 엉성하게 했던 빨래를 다시 제대로 하느라, 그리고 여러 사람 옷가지까지 빨래감이 곱배기가 되느라, 다른 일에는 조금도 마음을 쏟을 수 없다. 더군다나 어제오늘은 날까지 궂어서 비까지 내리고 마니, 제기랄, 마당에는 빨래를 내다 널지 못한다. 궁시렁궁시렁 투덜거리며 겨우 집안에 이은 빨래줄에 널고 옷걸이에 걸지만, 하루가 다 가도록 빨래는 안 마른다. 집에서도 빨래가 밀린다. 하는 수 없이 다리미를 써서 억지로 물기를 빼낸다. (43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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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저귀 빨래


 백일을 맞이하는 기저귀 빨래는 삼천 장입니다. 어느덧 백일을 넘겼으니 삼천 몇 백 장에 이릅니다. 머잖아 돌을 맞이할 텐데, 돌 때까지는 만 장이 되겠군요. 아기가 언제쯤 똥오줌을 가리게 될는지 모릅니다만, 앞으로 몇 만 장 기저귀를 빨아야 아기는 제 아비 어미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 땅에 튼튼히 두 발을 디디는 어린이가 될는지요. (4341.12.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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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는 삶


 글쓰는 짬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서 혼인하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글쓰고 책읽는 짬을 잃고 싶지 않다면서 아기를 낳지 않고 지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글쓰는 짬을 빼앗기고 싶지 않고, 책읽는 짬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혼자 살게 되든 여럿이 모여서 살게 되든 해야 할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밥을 먹어야 하고 옷을 입어야 하며 집에서 자거나 쉬어야 합니다. 손수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얻지 못하더라도, 저잣거리에 나가서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하고, 먹을거리를 장만해 온 다음 집에서 끓이든 날로 먹든 볶든 지지든 해야 해요. 그런 다음에는 설거지를 하고 부엌을 치워야 합니다. 손수 실을 잣거나 솜을 틀지 못하더라도, 제 옷은 제가 장만하고 빨고 간수해야 합니다. 이불과 담요 또한 손수 빨고 널고 말리고 깔고 개야 합니다. 집을 꾸미고 먼지를 치우거나 털고 물건을 간수하고 하는 온갖 일들도 해야 합니다.

 혼자서 살다가 옆지기를 만나 함께 살면서, 빨랫감이 여러 곱 늘었습니다. 저 혼자 살 때에는 꽤 여러 날 동안 그대로 입고 다니다가 빨래를 하곤 했지만, 옆지기는 다른 여느 사람보다 덜 갈아입는다고 해도 저와 견주어 자주 갈아입는 셈이었고, 추위를 많이 타니 입는 옷도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가 아기를 낳으니 아기 기저귀 빨래와 저고리며 바지 빨래만 해도 한가득입니다. 날마다 서른 장 남짓 빨아야 하는 기저귀는, 말리는 시간을 헤아리면 오줌기저귀나 똥기저귀가 나올 때마다 틈틈이 빨아야 하니, 아기 기저귀를 빠는 데에 드는 시간만 헤아려도 날마다 여러 시간입니다. 겨울이 되어 빨래가 잘 안 마르니 축축한 빨래를 하나하나 다림질하는데, 빨래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됩니다. 여기에다가 밥하고 뭐하고 다른 집살림을 하고 보면, 막상 책 한 권 손에 들 겨를이 거의 없고, 책상맡에 앉아서 무언가 끄적거리고 싶어도 머리가 하얗습니다. 써야겠다는 글은 이렁저렁 떠오르지만 글머리가 풀리지 않습니다. 등짝을 바닥에 붙이고 눈도 붙이고플 뿐입니다. (4341.12.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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