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21. 관광버스란



  나락을 다 벤 늦가을 들판을 가로지르는 군내버스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관광버스’란 무엇일까. 관광버스란 무엇을 하려는 버스인가. 다른 고장을 둘러보려고 하는 관광버스라 한다면, 바로 겨울 문턱에 선 이 늦가을에 고즈넉한 빛을 찬찬히 살피면서 누리는 버스가 되어야지 싶다. 싱싱 내달리기만 하는 버스가 아니라,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는 버스가 아니라, 시골길을 천천히 달리는 버스가 될 때에, 비로소 관광버스이지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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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20. 멀리 버스 오는 소리



  버스가 올 때에는 찻소리가 다르다. 자동차마다 소리가 다르니, 군내버스가 올 적에 나는 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미리 챙긴 버스삯을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쥔다. 허수아비가 선 가을들 옆으로 달리는 버스를 바라본다. 곧 노랗게 물들 느티나무를 한 번 더 본다. 이제 버스가 우리 앞에 닿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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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9. 들을 가른다



  들이 누렇게 익는다. 군내버스가 사르르 달린다. 천천히 천천히 시골들 사이를 누빈다. 가을내음을 듬뿍 싣고 달리는 군내버스가 이쪽 들에서 저쪽 들로 가만히 지나간다. 오가는 자동차 없는 조용한 들길을 군내버스가 지나가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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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8. 오고 가는 가을길



  면소재지에서 우리 마을 쪽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본다. 저녁 다섯 시로구나. 누런 가을들을 달리는 군내버스가 예뻐 보인다. 사진 한 장 찍고 사진기를 내리려는데 맞은편에서 달리는 군내버스를 본다. 아, 다섯 시이니까 군내버스 서로 겹치는 때였네. 다시 사진기를 들어 면소재지 쪽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찍는다. 오고 가는 군내버스를 만난다. 두 버스가 더 가까이 만나는 모습이었으면 한결 예뻤을는지 모르는데, 오늘 나는 이곳에서 못 보았지만 다른 날에는 둘이 가을들 한복판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방긋방긋 인사를 나누리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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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7. 가을하늘 안고서



  가을에는 가을하늘 안고서 달린다. 겨울에는 겨울하늘 안고서 달리겠지. 시골 군내버스라고 해서 찬찬히 달리기만 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싱싱 달리는 군내버스가 꽤 많다. 그러나 푸근하고 높은 가을하늘처럼 천천히 이 마을 저 마을 구비구비 돌면서 노래를 부르는 군내버스가 있다. 바쁘게 달리지 않아도 된다. 알맞게 달리면 되고, 달리다가 살며시 멈추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지개를 켜도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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