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16. 들길을 달리지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나온다. 군내버스가 마주 달려온다. 자전거를 멈추고 군내버스를 바라본다. 군내버스는 원산마을 어귀에서 멈춘다. 손님을 내리고 태운다. 들길을 달리는 군내버스가 들 한복판에 선다. 다시 부르릉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군내버스는 우리 곁을 스쳐 이웃 들을 옆에 끼고 달린다. 들빛을 머금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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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5. 들바람과 숲바람



  군내버스가 제때에 들어오는 일은 없다. 으레 몇 분씩 늦고, 어느 때에는 이십 분 가까이 늦게 들어오기도 한다. 왜 늦을까. 알 수 없다.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늦는 일은 없다. 손님이 많이 타고 내리니 늦을까. 어쩌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는 분이 거의 늙은 할매나 할배이다 보니 일부러 늦게 다닐는지 모른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마을에서나 들바람과 숲바람을 쐰다. 시골이니까. 멧비탈까지 빼곡하게 밭을 일구었다 하더라도 아직 숲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쳤어도 빈들이 아니라 풀빛이 누렇게 날리는 들이다. 고즈넉한 바람과 소리를 맞아들이면서 버스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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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4. 버스 시간 바뀜



  시골에서 다니는 버스는 몇 시 몇 분에 지나간다는 표가 있다.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가니 때에 맞추어 버스가 다니고, 마을사람은 이때를 살펴 버스를 탄다. 그런데, 마을 어귀 버스터에 버스시간표를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붙여 주는 일이 없다. 군청 일꾼이나 면사무소 일꾼 스스로 시골버스를 타는 일이 없기 때문일까. 공무원은 거의 모두 자가용을 타니까 시골버스가 언제 지나가는지조차 모르지는 않을까. 답답한 마을사람이 스스로 ‘바뀐 버스 시간’을 알아내어 마을 어귀 버스터에 종이에 써서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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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3. 읍내 버스역 맞이방



  광주·서울·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가게가 있는 쪽에 서고, 고흥 시골마을로 가는 군내버스는 맞은쪽에 선다. 바깥으로 마실을 가는 분들은 가게 앞쪽 걸상에 앉고, 시골마을로 돌아갈 분들은 맞은쪽 걸상에 앉는다. 해가 기우는 저녁에는 할매와 할배는 거의 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셔서 시골버스는 거의 빈다. 느즈막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만 시골버스를 부랴부랴 탄다. 읍내 버스역은 여덟 시가 가까우면 거의 비고, 여덟 시 반이 넘으면 텅 비며, 아홉 시 반 즈음 문을 닫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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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2. 시골버스



  시골버스는 시골길을 달린다. 시골에는 숲과 들과 마을이 있다. 골짝물과 시냇물이 흐르고, 마을 어귀에 샘터가 있다. 숲과 들과 마을에 새가 날고 벌나비가 춤춘다. 시골버스는 시골스러운 삶자락에서 시골내음을 맞아들이면서 달린다. 시골버스에 타는 사람은 시골빛 묻어나는 차림새이고, 시골버스가 지나가는 길은 네 철 푸르게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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