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22. 2013.11.1.ㄱ

 


  초피나무 가지에 살짝 손에 닿는 산들보라는 초피잎을 톡톡 건드리더니 짙붉은 껍데기 안쪽에 깃든 새까만 씨앗을 만지작거린다. 손으로 만지는 느낌이 어떠하니? 우리 집 찾아오는 작은 새들은 초피열매도 먹고 초피나무에서 깨어나 자라는 범나비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21. 2013.11.26.

 


  단풍꽃은 봄에 핀다. 단풍나무 새잎 돋을 무렵 일찌감치 단풍꽃이 피고, 단풍꽃이 흐드러진 봄날이 지나면 어느새 단풍씨 맺힌다. 단풍씨는 포로로롱 빙글빙글 돌면서 땅으로 떨어진다. 단풍나무처럼 꽃과 씨를 빨리 맺어 떨구는 나무도 없으리라. 단풍나무는 꽃도 씨도 없는 채 무척 오랫동안 지낸다. 봄부터 가을까지 잎사귀만 팔랑팔랑 바람춤 추면서 지낸다. 이윽고 가을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꺼번에 짙붉게 물든다. 어쩜 이리 곱게 물들 수 있을까. 아이들과 가을빛 누리려 마실을 나오는데, 두 아이 모두 이웃마을 오리를 구경한다며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다. 나 혼자 단풍빛을 들여다보다가 갓 떨어진 작은 잎사귀 둘 줍는다. 하나는 큰아이 주고 하나는 작은아이 주어야지. 수첩에 잘 눌러 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오늘(아니 어제) 꽃아이 말고 꽃어른 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20. 2013.11.17.

 


  꽃을 보면 아이 예뻐 하면서 좋아하는 큰아이가 꽃그림 큼지막하게 박히고 꽃무늬 커다랗게 붙은 옷을 입고 글을 읽는다. 글씨쓰기를 하며 놀다가 “나 글 읽을 수 있어요!” 하면서 아야어여를 읽는다. 꽃옷을 입은 꽃순이는 꽃다운 목소리로 글을 읽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19. 2013.11.5.

 


  고구마밭에서 일손 거드는 사름벼리는 처음에는 꽃삽을 쓰다가 나중에는 맨손으로 흙을 살살 걷어 고구마를 캔다. 고구마 캐기는 두 번째 해 보지? 할 만하지? 여섯 살이나 되니 너는 지친 티를 내지도 않고 잘 놀면서 잘 거드는구나. 네 머리통보다 조금 작은 굵다랗고 무거운 고구마를 씩씩하게 잘 캐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11-06 09:42   좋아요 0 | URL
정말 고구마가 크네요~ 고구마도 먹고 싶고
고구마를 신나게 캐는 벼리도 참 예쁘네요!
엉뚱한 말이지만, 벼리의 저 장화는 어느 옷에나 다 잘 어울려요~ㅎㅎ
하늘색 장화를 신은 보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ㅋㅋ

숲노래 2013-11-06 11:10   좋아요 0 | URL
보라는 다른 데에서 흙 파면서 놀았지요~

고구마를 보내 드리고 싶으나
우리 밭이 아니라서
또 남한테 팔 만큼 안 된다고 하셔서
저희도 못 사고 조금만 얻었어요.

화학비료와 화학거름 안 쓴 고구마밭들
참 통통하게 잘 여물고,
오늘 먹어 보니 아주 맛나더라구요~
 

꽃아이 18. 2013.10.24.

 


  벼리야, 짚이란 말이지, 벼알을 훑고 남은 볏줄기란다. 이 볏줄기란 벼알이 맺히도록 자란 꽃대야. 예부터 우리 겨레가 쓴 볏짚은 벼알이 맺히도록 볏잎 사이에 곧게 솟아 주렁주렁 이삭이 패고, 그러니까 벼꽃이 피고, 벼꽃이 지며 속알이 단단하게 여물 때에 튼튼하게 버티며 고개를 폭 숙였다가, 볏포기를 베어 벼알을 훑고 나면, 다시 예전처럼 꼿꼿하게 서서 새끼로도 꼬고 바구니도 엮는 짚이 되어 주는 고마운 꽃대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