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7 이제부터



  어릴 적에는 책이 드물고, 읽을 만한 책도 적었는데, 좀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책읽기에 품을 들이기 빠듯했습니다. 첫째, 심부름이 엄청납니다. 날마다 심부름이 안 끊이는데, 어머니가 맡은 집안일이며 살림을 헤아리면 심부름을 안 하고 못 배겨요.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어머니를 늘 지켜보니, 심부름으로도 하루가 갑니다. 둘째, 배움터에서 내주는 짐(숙제)이 무시무시합니다. 요새야 짐이 적거나 없다지만,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밤샘을 해도 못 해낼 만큼 끔찍한 짐더미였어요. 보다 못한 어머니가 바쁜 집안일을 미루고서 작은아이 짐을 거들기까지 해주셨어요. 셋째, 놀이입니다. 아무리 심부름에 짐더미로 벅차도 쪽틈을 내어 어떻게든 놀고, “이튿날 좀 얻어맞지 뭐.” 하면서 놀았어요. 오늘날 어린이는 배움판(학교 + 학원) 탓에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지요? 예나 이제나 어린이는 참으로 억눌리며 시달립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지난날과 달리, 아름책이 참 많아요. 비록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가까이할 아름책이 드물었어도, 오늘날에는 이제부터 읽을 아름책이 두루 있기에, 아이하고 어른이 함께 ‘아름 어린이책·아름 그림책·아름 그림꽃책(만화책)’을 곁에 두면, 서로 나란히 새롭게 크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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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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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6 건국전쟁



  일본수렁이 기나길던 무렵 모든 사람이 허덕이거나 괴롭거나 굶지 않았습니다. 일본수렁인 탓에 오히려 떵떵거리거나 돈·이름·힘을 움켜쥔 무리가 무척 많습니다. 웃사내질로 가득하고 위아래틀로 서슬퍼런 조선 오백 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억눌리지 않았습니다. 임금뿐 아니라 벼슬아치나 나리 한 마디에도 숱한 순이돌이는 모가지가 날아가고 온집안이 박살났지만, 그때에도 잘 먹고 잘 사는 무리가 많았습니다. 〈건국전쟁〉 같은 보임꽃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망가뜨리고 뒷짓에 막짓을 서슴지 않던 이승만이라고 하더라도, 이이가 나라지기란 이름으로 우쭐거리던 무렵조차 배불리 살던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기나긴 일본수렁에 시달렸지만, 사람들은 일본앞잡이를 몽땅 쳐죽이지 않았어요. 그렇게 들볶였어도 너그러이 봐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앞잡이는 이승만을 앞세워 그들 허물을 감추려 했고, ‘공산주의 박살내기·갈라치기’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서로 미워하고 죽이는 수렁을 다시 팠습니다. 이승만은 ‘자유·민주를 공산주의한테서 지킨 우두머리’가 아니라, 거꾸로 ‘자유·민주를 더 박살내고 짓뭉갠 앞잡이’요, 이러면서 온나라를 갈라치기로 물들인 막놈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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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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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1.20.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5 서울의 봄



  2023년에 나온 보임꽃(영화) 〈서울의 봄〉을 어느 어린배움터에서 함께 보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 보임꽃은 어린이한테 안 어울려요. 적어도 열대여섯 살은 넘은 뒤에 보면 모르되, 어린이한테 너무 이릅니다. 어린이한테 보이려면 〈효자동 이발사〉가 어울립니다. 푸름이한테는 〈그때 그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비롯한 숱한 사슬을 차근차근 짚는 쪽이 나으리라 느낍니다. 슬프고 시커먼 우리나라 발자취를 어린이도 배울 노릇입니다만, ‘어린이가 아닌 어른 눈높이’로 찍은 보임꽃을 섣불리 어린이한테 보여주면, 그만 어린이는 헤매거나 어지럽거나 무섭고 섬뜩합니다. 어린이한테는 〈우주소년 아톰〉을 보여주면서 ‘총칼질(전쟁)과 따돌림(차별)과 서울나라(도시문명)’가 얼마나 헛된가를 먼저 짚어 주는 길이 훨씬 낫습니다. 차근차근 보고 새기고 익히다가 〈효자동 이발사〉를 보고, 〈그때 그 사람들〉을 볼 푸름이 나이에 이르면, 그제서야 〈서울의 봄〉을 보고 얘기해도 어울리겠지요.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미움씨앗’이 아닌 ‘사랑씨앗’을 보고 느끼고 배울 나이입니다. 사랑을 짓밟은 웃대가리 틈새에서 들꽃씨앗을 심은 작은이 손길부터 헤아려야 어른입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이도 저도 그도 다 안 보여줍니다. 그러면 뭘 보느냐 하면, 1971년에 나온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같은 아름다운 보임꽃을 찾아내어 함께 보고 다시 보고 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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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4 한문



  한문을 배웠기에 한문을 안 쓰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어를 배웠기에 영어를 안 쓰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까요. 사랑을 배운 사람은 무엇을 쓸까요? 사랑을 쓸 테지요. 살림을 배운 사람은 무엇을 쓰나요? 살림을 써요. 숲을 배운 사람은 무엇을 쓰지요? 숲을 쓰겠지요. 아이가 이 별에 왜 우리 곁에 태어나는가를 배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쓰나요? 아이하고 별을 노래하는 기쁜 하루를 써요. 우리가 어른이란 몸을 입었어도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자라나던 꿈씨앗을 누구나 마음에 깊이 품으면서 살아가는 줄 배운 사람이라면 어떤 글을 쓰겠습니까? 아무래도 꿈을 마음에 심는 생각이라는 씨앗을 쓰겠지요. 한문을 쓰든 영어를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글이라는 껍데기’보다는 ‘글에 그리는 생각씨앗이라는 알맹이’를 바라보기를 빕니다. 한문이나 영어를 아는 사람끼리 주고받을 글이 아닌, 한문자랑이나 영어자랑으로 치닫는 글이 아닌, 어린이하고 시골 할머니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기를 바라요. 한문이나 영어 같은 ‘바깥글(바깥말)’은 이웃나라에서 편 삶·살림·사랑에 서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징검돌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 삶말·살림말·사랑말’을 쓸 적에 즐겁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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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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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3 나부터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적잖은 이들은 “네 까짓 것이!”라든지 “너 한 사람이 뭘?” 같은 말을 합니다. 크지 않거나 뭉치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고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는 말입니다. 서울이라는 곳에 깃드는 눈길로 바라보는 말입니다. 참으로 서울에는 사람도 집도 돈도 일거리도 많아요. 그러나 서울에는 숲도 들도 바다도 없어요. 바쁘게 몰아치기에 사람에 집에 돈에 일거리가 많을 테지만, 이 탓에 숲빛이며 들빛이며 바다빛이 어떻게 피어나는가를 알아보기 어렵고, 바람빛이나 별빛은 까맣게 잊습니다. 모든 사람은 처음에 더없이 작은 씨앗이었어요. 키가 크든 작든 다 자그마한 씨앗에서 비롯한 몸입니다. 몸을 이룬 씨앗이기 앞서는 빛줄기로 온누리를 넘나들던 숨결인 마음이었어요. 얼핏 보면 숲은 온갖 풀꽃나무가 어우러지는데, 우람한 숲도 처음에는 작은 풀씨나 나무씨 하나였습니다. 그지없이 작은 숨결 하나에 싹이 트고 꽃송이가 열고 열매가 맺으면서 천천히 퍼지는 푸른빛입니다. 문득 보면 온누리에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만, 손이 닿을 가까이 있는 곳에 꽂힌 책부터 하나씩 읽으면 됩니다. 아름누리로 바꾸는 길은 ‘나부터’입니다. 작은이·작은씨·작은눈·작은손인 ‘나부터’ 가만히 다가서기에 길턱을 넘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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