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8. 2시간 40분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14:40 버스를 타려고 2시간째 기다렸고, 이제 40분을 더 기다리면 된다. 마치 하늘나루에서 날개를 기다리는 셈이다. 이따가 4시간 20분을 달려서 고흥읍에 닿더라도 다시 기다리거나 택시를 불러야 보금자리에 닿는다.


  서울로 오는 길에는 노래를 잔뜩 쓰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책을 신나게 읽는다.


  글은 누가 쓰고 누가 읽는지 돌아본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는 그들이 슬그머니 넘어가려 하고, 목소리를 내는 글바치는 드물다. ‘서울국제도서전 불참’을 밝히는 사람은 아직 잘 안 보인다. 나는 올해에 책손으로든 무엇으로든 갈 마음이 없다. 이대로라면 2026년에도 그곳에 갈 마음이 없다. 앞으로도 매한가지이다.


  삶과 살림과 숲과 사랑과 사람을 하늘빛으로 품고 풀어내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꾸러미라고 본다. 서로 사이를 틔우고 잇는 실이자 노래이자 씨앗이 바로 책이라고 본다. 더 읽히거나 많이 읽혀야 할 책이 아닌, 사람으로서 사랑을 배우고서 살림을 익혀서 숲빛을 나누려는 사이로 만나는 이음길이 바로 책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어떤 글을 쓰는가? 우리는 어떤 책을 사읽는가? 우리는 책숲(도서관)에 어떤 책을 놓는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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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7. 다니는 손



  서울에서 느즈막이 03시부터 하루를 연다. 오늘 다닐 길을 헤아리면서 등허리에 팔다리를 넉넉히 쉬고서야 일어나서 씻는다. 04시를 넘어도 까치산나루 둘레에서 술에 절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퍼진다.


  책짐을 안고 지며 걷는다. 한 손에는 글종이하고 책을 갈마든다. 걸을 적에는 읽고, 전철을 타면 쓴다. 내려서 걸으면 다시 읽고, 또 갈아타면 쓴다. 디딤돌로 오르내리면서 읽고, 이제 밖으로 나오며 해바라기를 한다.


  해길을 걸으며 읽는다. 길에서 전철에서 뒷간에서 우루루 흐르는 사람들은 꽃물(화장품) 냄새를 피우거나 손전화에 코를 박는다. 아침에 까치를 보았는데 까치가 울 적에 올려다보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다닌다. 다니면서 읽고 쓰고 나눈다. 나한테 건넬 글을 쓰고, 이웃한테 드릴 글을 쓴다. 나는 손발로 다닌다. 눈코귀입으로 다닌다. 눈을 뜨고서 다니고, 눈감고서 숨결을 느끼며 다닌다. 오늘은 권정생 님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함께 읽고서 이야기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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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림책 하나가 태어나는 길에

한 손을 거들어 본다.


https://tumblbug.com/etujubook


날마다 서너 사람씩 이웃이 되면

여름날 즐겁게 태어날 테지.


ㅍㄹㄴ


#걸었어 #어떤우주 #이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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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8. 아직 아니어서 이제



  아직 살아내지 못 하거나 해내지 못 하기에 “내가 그런 이름을 써도 되나?” 하고 망설일 만하다. 그러나 아직 살아내지 못 하기에, 이제부터 살아내면 된다. 아직 해내지 못 하니까, 이제부터 해보면 넉넉하다. 아직 모르니까 이제부터 차근차근 배운다. 아직 헤매니까 이제부터 천천히 익히면서 가다듬는다.


  아직 아니어서 이제 길을 나선다. 아직 어지러우니 이제 쉰다. 아직 어려우니 더 다가서서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헤아린다. 아직 엉성하니 손끝에 힘을 모두어 새롭게 추스른다. 아직 섣부르니까 고개를 숙인다. 이제 할 만하더라도 넙죽넙죽 절을 하면서 고맙다고 여쭌다. 아직 엉성한 줄 느끼니 언제나 다독이면서 새삼스레 받아들인다. 이제 길을 틔우기에 이웃과 동무를 불러서 나란히 나아간다.


  아직 아침이 아니다. 아직 밤이다. 아직 어두우니 고요히 숨을 돌리면서 이 밤에 꿈을 그린다. 아직 캄캄하기에 가만히 눈을 감고서 새하루를 어떻게 맞이할는지 돌아본다.


  아직 저녁이고 아직 낮이다. 아직 때가 있다.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일어선다. 아직 멀었으니 갈 곳이 까마득하다면, 이제부터 걸어갈 머나먼길을 노래하고 춤추면서 더욱 느긋이 누리려고 한다. 아기는 아직 어리다. 아이도 아직 어리다. 철들어 어른으로 거듭나더라도 아직 어린다. 어질거나 슬기로운 어른이더라도 아직도 배울 뿐 아니라, 앞으로도 기쁘게 익히는 걸음걸이가 반짝인다.


  누구나 오늘이 끝이 아니다. 누구라도 하루아침에 끝맺지 않는다. 너도 나도 오늘을 살아내고, 어제를 지내었고, 모레를 기다리면서, 이제 기지개를 켠다. 같이 가 보자. 함께 손을 잡자. 두런두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이 길을 우리가 열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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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2. 새벽새



  새벽 두어 시 사이로 새소리가 갈마든다. 이즈음이면 밤새소리가 천천히 잦아들고 낮새소리가 하나둘 늘어난다. 새벽 너덧 시 무렵이면 거의 바뀌고, 대여섯 시를 건너가며 새날이 무르익는 줄 느낀다.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새를 곁에 품으면서 하루를 읽었다. 새가 노래하는 때에 따라서 바람결을 읽고 햇길도 읽었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때바늘(시계)과 손전화를 곁에 두느라 새를 멀리하고 잊는다. 새바라기를 하는 분은 새만 볼까? 아니면 때와 철과 바람과 햇길을 나란히 바라볼까?


  시골이더라도 읍내만 나오면 서울스럽고 매캐하다. 시골이더라도 웬만한 마을집은 서울집을 흉내낸다. 오히려 서울 곳곳이 시골스러운 빛을 담아서 쉼터로 바뀌려 한다. 팍팍한 서울이기에 서울에 붙들려고 서울은 곳곳에 풀꽃나무를 둔다면. 짙푸르던 시골은 얼른 사람들을 서울로 몰아내고서 벼슬아치들이 뒷돈을 돌라먹으려고 이 숲터를 망가뜨린다.


  두멧시골에 살기 앞서까지는 설마 싶었으나, 고흥살이 열다섯 해를 돌아보자니 이 나라 시골은 “시늉만 귀촌 환영”일 뿐이고 “귀촌자 숫자”로 “군청에서 정부보조금을 타낼 혓바닥”을 놀리더라.


  너는 뭘 알아보니? 난 뭘 알아볼까?


  책을 새로 낸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은 열 해 걸려서 쓰고 손질해서 내놓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은 일곱 해 걸려서 쓰고 손질해서 내놓는다.


  새벽새는 새벽을 노래하는 새이다. 나는 새벽사람이다. 여덟 살에는 새벽 여섯 시부터 걸어서 어린배움터에 갔고, 열두 살부터는 새벽 다섯 시 삼십 분부터 걸어서 배움터에 갔다. 열네 살부터는 푸른배움터에 다섯 시 반에 닿도록 걸어갔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한 스물한 살에는 새벽 네 시부터 하루를 열었고, 싸움터(군대)를 다녀온 스물네 살에는 새벽 두 시 반부터 새뜸나름이로 달렸다.


  아이를 하나 낳고 둘 낳으면서 하루를 새벽 한 시에 연다. 다만 아이들이 일어나는 여덟 시 무렵에 살짝 눈붙이고서 다시 일한다.


  새벽에 새벽새를 만난다. 아침에 아침새를 마주한다. 새벽노래를 따라서 새길을 나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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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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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밑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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