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놀이 1

 


  아이들이 흙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마당 있는 집이 좋다. 돌이켜보면, 지난날에는 마당 있는 집이 아니더라도, 도시 여느 골목집 어디에서나 흙놀이를 할 수 있었다. 길바닥이 흙이었고, 동네 어디에서나 흙을 쉽게 만질 수 있었다. 내 어린 나날을 떠올리면, 바지 주머니에 모래나 흙을 잔뜩 집어넣고 집 언저리로 나르기도 했다. 집 언저리에서도 흙놀이를 하거나, 또는 집에서까지 몰래 흙놀이를 하고 싶어서. 다섯 살 큰아이가 새해에 여섯 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주머니에 흙 잔뜩 넣고 들어와서는 방바닥에 흙을 쫙 펼치고는 놀는지 모른다. 뭐, 너희 아버지도 어릴 적에 그랬거든. 4345.12.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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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핀놀이 2

 


  누나가 꽂아 주는 머리핀을 달고 좋아하는 산들보라. 아직 머리카락 짧아 머리핀 꽂아도 바로바로 떨어지는데, 떨어질 적마다 주워서 아버지랑 어머니랑 누나한테 달려와서 다시 꽂아 달라 한다. 누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예쁘게 꽂아 주려고 애쓴다만, 보라야, 머리카락 좀 기르고서 꽂아 달라 하렴.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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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타기 1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튼튼한 후박나무를 보고는 ‘우리 아이들 무럭무럭 자라 이 나무를 타고 놀겠네.’ 하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언제쯤 이 나무를 탈 만할까. 다섯 살을 꽉 채우고 여섯 살로 달려가는 큰아이가 11월 21일 아침나절, 문득 이 나무를 붙잡고 낑낑거린다. 오른쪽 돌울타리에 한발을 걸쳐 용을 쓴다. 어라, 어라, 돌울에 발을 디디니 혼자 올라갈 수 있네. 대견하네. 참 씩씩하네. 날마다 네 손과 다리와 몸에 힘이 부쩍부쩍 붙을 테니, 이 겨울에 잘 먹고 잘 뛰면서 새로 맞이할 봄에는 돌울에 기대지 않고도 혼자 나무타기를 해 보렴. 4345.12.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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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놀이 1

 


  과자놀이를 할 적에 손가락에 하나씩 끼우기는 하는데, 길쭉한 녀석을 콧구멍에 끼다니. 콧구멍 안 아프니? 하기는,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막대기처럼 길쭉한 과자를 너처럼 콧구멍에 끼워 놀았구나 싶다. 네 모습을 보니 환하게 떠오른다. 맛있게 먹으며 놀아라. 4345.1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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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1

 


  튼튼한 빵상자를 안 버리고 건사했더니 큰아이가 인형집처럼 쓴다. 그러고 보니, 인형 하나 눕힐 만한 크기이다. 큰아이는 인형도 눕히고, 인형 이불도 놓고, 오뚝이랑 여러 가지 살림살이를 함께 담는다. “아버지 밥 드셔요. 국도 드셔요.” 하면서 ‘빈 물감병’이나 작은 통을 내밀곤 한다. 아이들 놀이 가운데 소꿉은 그야말로 어른들 삶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살뜰히 보여준다. 아이들 예쁜 놀이 예쁜 사랑을 그리려 한다면, 틀림없이 어른인 나부터 스스로 예쁜 꿈 예쁜 빛이어야겠다고 느낀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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