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2.15. 복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라에서 말하는 ‘복지’가 무엇인지는 늘 알 길이 없습니다. 벼슬아치(공무원) 노릇을 하는 분은 ‘복지’가 무엇인지 알까요? 낱말책을 살피니 “복지(福祉) : 행복한 삶 ≒ 지복”으로 풀이합니다. “즐겁게 살기”를 가리키는 한자말 ‘복지’라면 즐거움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려나요?


  이른바 ‘나라에서 펴는 복지정책’은 ‘너희 가난하잖아? 그러면 주는 대로 받아먹고 고맙게 여겨!’ 하고 밀어붙이는 길이라고 느낍니다. 한숨이 나오지요. 저희는 이른바 ‘차상위계층’이라서 ‘복지정책’에 따라 이것저것 챙겨 주겠노라 하는데 하나같이 저희가 안 쓰는 살림을 주겠다고 해서 다 손사래를 칩니다. 화학비누, 샴푸, 화학세제, 표백 휴지, 치약, 흰쌀, 폴리 소재 옷, 고기, 햄, 식용유, ……. 우리는 이런 것 다 안 쓰고 산다고 하니 “왜 이렇게 가리는 게 많냐?”고 묻습니다. 잇솔 하나조차 플라스틱 아닌 나무손잡이에 돼지털을 심은 잇솔을 가려서 쓰는데, 비누를 안 쓰고 하나하나 다 손수 마련해서 쓰는데, 아무것이나 쓰려면 굳이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 한복판에서 살 텐데, ‘행복한 삶·복지’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아무것이나 쓰고 먹고 아무렇게나 살라고 한다면, 누가 얼마나 즐거울까요?


  값싼 것을 아무렇게나 잔뜩 들이민대서 가난한 이웃한테 이바지를 할 턱이 없습니다. 가난하니까 아무것이나 먹으라고요? 아니거든요. 아름다운 것을 알맞게 누리면 됩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이 누리려고 푼푼이 살림을 갈무리하고, 시골에서 풀꽃나무를 곁에 두며, 이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 살림을 글로 옮기고 우리말꽃(국어사전)으로 씁니다.


  저희를 돕고 싶다면 저희가 지은 책하고 낱말책을 사서 읽으셔요. 그러면 되지요. 저희한테 땅은 없어 논밭을 일구지는 않으나, 저희는 풀꽃나무하고 마음읽기를 합니다. 풀이며 꽃이며 나무가 어떤 마음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새로 배우고 나누는 자리를 펼쳐 보셔요. 기꺼이 이야기꽃을 펼게요. 저희가 안 쓰는 것을 ‘복지’란 이름으로 주시려 하지 말고, 차라리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사서 읽도록 도서상품권을 주셔요. “그런데 저희(공무원)는 물품으로 복지 지원을 할 뿐, 현금성 지원은 하지 않아요.” 그대들이 가난한 집에 준다는 물건도 돈을 주고 사지 않나요? 그러니까 도서상품권을 사서 아이들한테 주시란 말입니다.


  고흥군 도화면 ‘복지계 공무원’ 두 분이 책숲으로 찾아왔습니다. 고흥살이 열한 해 만에 공무원이 스스로 먼저 책숲으로 찾아온 첫날입니다만, 책을 읽지는 못하시네요. 억지로 제 책 두 자락을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제발 책부터 좀 읽어 주십시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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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12. 설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2019년 12월 6일부터 ‘풀꽃나무 노래(동시)’를 썼습니다. 2021년 2월 5일까지 202꼭지를 썼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꽃나무라든지 풀꽃나무랑 얽힌 낱말이 202가지뿐이겠습니까만, 한 해하고 석 달 동안 이만큼 즐겁게 썼구나 싶습니다. 동글파(양파) 이야기를 곧 마무리하면 203꼭지가 되겠네요.


  2019년 1월에 《우리말 동시 사전》으로 첫 동시책을 내놓고, 2020년 1월에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로 두 자락째 동시책을 내놓았습니다. 2021년에 석 자락째 동시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어렵거나 딱딱하거나 ‘문학스러운’ 글이 아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는 글인 동시를 쓰는 어른하고 어버이가 늘면 좋겠습니다. 글자랑(문학적 기교)이 아닌 삶빛으로, 살림꾼으로 누리는 하루를 담아, 사랑노래로 추스르는 동시를 쓰는 이웃이 늘면 좋겠어요.


  설날 저녁에 떡국 아닌 카레를 끓였습니다. 우리 집을 가난하다고 여겨 이웃돕기를 하는 분들이 돼지고기를 5킬로그램 넘게 주었어요. 지난해하고 지지난해는 고기를 한 조각도 장만한 일이 없이 밥살림을 꾸렸는데, 이 고기더미를 이모저모 차려서 아이들을 먹이자면 꽤나 일거리가 될 듯싶습니다. 즐겁게 밥차림을 건사하려고요.


  올해 설에도 서울이며 큰고장에서 꽤 이 시골로 찾아왔고, 어김없이 한밤에 폭죽을 터뜨립니다. 폭죽 아니고는 놀거리를 모르는 그분들을 탓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뭔가 풀고 싶겠지요. 화약 냄새를 풍기는 불꽃이 아닌, 가만히 하늘바라기를 하면 흐드러지는 미리내를 읽으면서 별자리를 익히면 좋을 텐데요.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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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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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10. 자르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든 말은 어느 한 곳에서만 쓰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딱 한 군데에서만 쓰려고 지은 말이지만, 삶을 잇는 사이 이곳에도 쓸 만하고 저곳에도 어울린다고 여겨, 차츰 쓰임새를 넓힙니다. ‘각하·폐하·전하’는 대단히 낡았을 뿐 아니라, 사람한테 위아래를 매기는 매우 몹쓸 말씨입니다. 그러나 아직 “대통령 각하”란 말씨가 걷히지 않아요. 나라지기란 나라일을 하는 심부름꾼이어야 할 테지만, 심부름이 아닌 힘으로 누르는 짓을 떨치지 않는 터라, ‘바른소리’를 하는 이들은 스스로 낮추면서 “대통령 각하”라든지 “시장님 귀하”나 “군수님 귀하” 같은 말씨를 못 버립니다.


  아이는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어머님·아버님’이라 안 씁니다. 이웃사람을 마주할 적에 높이려고 비로소 ‘어머님·아버님’이란 말을 얌전히 써요. 우리가 살가이 어울린다면 “아줌마, 잘 잤어?”나 “아저씨, 오늘 즐거워?” 하고 묻겠지요. “엄마, 오늘 뭐 해?”나 “아빠, 이제 뭐 먹을까?” 하고 묻듯이 말이지요. 버릇없이 굴지 말고 고분고분 굴어야 한다지만, 사랑이란 자리와 눈길로 마주한다면, 우리는 서로 몸나이 아닌 마음빛을 느끼면서 읽기 마련입니다. 사랑이란 마음빛으로 어울릴 적에는 ‘말놓기(반말)’가 아닌 스스럼없이 흐르는 물살이나 빛살처럼 포근히 토닥일 줄 아는 말빛이 되어요.


  낡은 말씨 ‘각하’를 어떻게 치우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閣下’ 말고도 ‘却下’가 있습니다. ‘각하(却下)’ 옆에는 ‘기각(棄却)’이 있네요. 이런 말을 굳이 써야 할까요? 이런 말을 안 쓰면 삶길(법도)을 여미지 못할까요? ‘물리다·물리치다’나 ‘끝내다·자르다’나 ‘손사래·내치다’를 어느 곳에서든 즐겁고 아늑히 쓸 마음을 언제쯤 열까요?


  이 말씨 저 말씨를 추스르다가 ‘자르다’란 우리말이 어떤 품인가를 하나하나 짚는데, 짚으면 짚을수록 쓰임새가 더없이 넓습니다. ‘절단’이나 ‘컷’뿐 아니라 ‘정리·결론’에 ‘낙마·감점’을 지나 ‘사절·사양·거부·비토’를 거치고 ‘반대·금기·터부’에다가 ‘불신·기피’랑 ‘퇴짜·감봉·정리해고’까지 온갖 곳에 ‘자르다’를 수수하면서 알맞게 쓸 만해요. 우리 스스로 이처럼 곳곳에 쓰지만, 막상 낱말책에는 이 여러 쓰임새가 아직 못 담길 뿐더러, 우리 스스로도 온갖 곳에 알맞게 쓸 만한 줄 잊어버리기까지 합니다.


  낡은 굴레를 잘라야 새싹이 돋습니다. 케케묵은 사슬을 쳐야 나무가 자라요. 어제는 곁님하고 한참 삶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다가 ‘꽈배기’가 ‘나선’이란 한자말을 담아내는 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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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7. 일을 안 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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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를 마치지 않았으면 대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려니 여깁니다. 자격증이나 졸업장이 없으면 이런 곳 저런 데에서 가르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갑다 합니다. 예술활동 자격을 따로 받아야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사람으로 친다고 합니다. 조용히 입을 다뭅니다. 대학교나 연구소나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면, 제가 비록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럿 써내었더라도 ‘말꽃을 짓거나 엮는 이(사전편찬자)’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대학교나 연구소나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기에, 열매(결과물)가 있더라도 앞으로 새로 우리말꽃을 쓰도록 도울 수 없다고 합니다. 알겠다고 대꾸하고서 돌아섭니다.


  나라에서 본다면 저는 ‘일을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제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보여줄(증명)’ 길이 없다더군요. 그런 눈이니까 집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고 가르치고 사랑하는 숱한 어버이나 살림꾼도 ‘일을 안 하는’ 사람으로 치는 나라흐름일 테지요.


  그들은 ‘가사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만, 막상 ‘가사노동’을 하는 어버이나 살림꾼을 ‘일꾼·일하는 사람’으로 제대로 받아들인 적이 있을까요? 땅을 부치더라도 농협에 내놓아 팔지 않으면 ‘일을 안 한’ 셈이라지요. 스스로 삶을 짓는 사람, 이른바 ‘자급자족’도 ‘일을 안 한’ 셈이라지요.


  이러구러 저는 이 나라에서는 ‘일을 안 하는’ 사람 무리에 들어갑니다. 저도 딱히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힐 종이쪽(증명서)을 꾸미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이 제 일감을 굽어살피든 말든, 저는 언제나 아이들하고 오늘 이곳에서 즐거이 노래하는 살림짓기랑 말꽃짓기랑 삶짓기를 하면서 글 한 자락을 씁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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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2.4. 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불찰’이 어떤 결인가를 살피며 손질하다가 ‘졸속’이란 한자말을 나란히 손질하고, 우리말 ‘돌머리’를 어디까지 쓰는가를 두루 짚노라니 어느새 ‘바보·멍청하다·엉성하다·어리숙하다’로 줄줄이 잇닿습니다. 이러면서 ‘환경영향평가’란 이름을 ‘둘레보기’나 ‘숲살피기’나 ‘마을보기’로 손볼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적잖은 어른은 ‘사회에서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어린이도 이런 말을 그대로 써야 하는 듯 여기곤 합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사회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배워야 한다고도 여기지요.


  그런데 ‘사회’란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을 가리킵니다. 사람들 살림터에서 쓸 말이라면, 우리 삶자리에서 나눌 말이라면, 어른끼리 알아듣거나 그냥그냥 이어온 말씨가 아닌, 앞으로 새롭게 살아갈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생각을 살찌우도록 북돋울 말이어야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사랑을 참되게 다스리고 가꾸고 스스로 길어올리도록 이끌 말을 쓰고 이름을 붙일 노릇이지 싶습니다.


  무엇을 모르니까 ‘모르다’라 합니다. 모르는 척하기에 ‘모르쇠’라 합니다. 이런 사람을 아울러 ‘모름이’나 ‘모름쟁이·모름꾸러기’처럼 새말을 지어서 쓸 만합니다. 때로는 ‘모름깨비·모름꾼’처럼 쓸 수 있어요. 우리는 이렇게 때랑 곳을 헤아려 결을 넓히는 말을 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낱말책에 실린 낱말을 외우거나 캐내기보다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새롭게 말빛을 살찌우도록 가만히 이끌고 가르쳐야지 싶어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사회 지식·사회 정보’를 집어넣으려 하기보다는, ‘삶을 가꾸는 길·살림을 짓는 이야기’를 즐거이 맞아들이도록 함께할 적에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낱말을 갈무리하는 새벽을 열고 낮을 보내고 밤을 지새우다가 돌아봅니다. 더 낫거나 좋은 말이 아닌, 즐겁게 어깨동무할 말을 찾아야 그야말로 즐겁겠지요. 사랑스레 손잡을 말을 살펴야 참으로 사랑스럽겠지요. 말 한 마디에 숲을 담고, 말 두 마디에 꿈을 얹고, 말 석 마디에 생각을 빛내는 슬기로운 오늘을 놓는 어른으로 살아야 아이들이 곁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라리라 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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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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