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새롭게 읽기



  글을 써서 누군가한테 읽히는 일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누리사랑방에만 올리던 ‘책느낌글’을 지난해부터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도 올리는데, 어느 글은 더 사랑받기도 하고 어느 글은 좀처럼 사랑받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글은 아예 기사로도 뜨지 않는다. 기사로도 뜨지 않는 글이 나오면 어느 대목에서 얼마나 글을 못 썼기에 이렇게 되나 싶은데, 곰곰이 그 글을 되읽고 돌아보노라면 ‘내가 아닌 남이 바라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조용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처음 그 책느낌글을 쓸 때처럼 땀을 줄줄 빼면서 고쳐쓰기를 한다. 며칠 앞서 《우주 산책》이라는 책을 놓고 책느낌글을 한 꼭지 썼는데 이 글을 처음과 끝 서너 대목만 그대로 둔 채 나머지를 모두 지우고 새로 썼다. 이렇게 하는 동안 책 한 권을 새롭게 읽는다. 나 혼자만 즐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한테 들려줄 이야기를 돌아볼 적에 어떠한 목소리와 어떠한 몸짓이 되면 한결 재미나면서 아기자기하겠느냐 하는 결을 새삼스레 되새긴다. 4349.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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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책방(동네책방)’이 문을 여는 이야기



  곰곰이 돌아본다. 책방이 마을에 크고작게 문을 열 적에 이러한 이야기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룬 적이 있을까 하고. 아주 커다란 책방이 문을 연다면 더러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룬다. 조그마한 책방이 조그마한 마을이 문을 열 적에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신문이나 방송은 거의 못 보았다.


  그런데 요새는 ‘마을책방’이 문을 열 적에 드문드문 신문이나 방송에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2월 18일에 전남 광주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하는 〈동네책방 숨〉 이야기가 〈광남일보〉라고 하는 지역신문에 나왔다. 몇 해 동안 광주에서 ‘마을책카페(동네책카페)’로 꾸리던 곳이라 하는데, 올해가 끝날 즈음 ‘책방’으로 살림살이를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는 마을에서 ‘마을책방’이 무척 많이 문을 닫았다. 옛날처럼 마을책방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예전에 그 많았던 마을책방은 참고서를 너무 많이 다루었다. 요즈음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책방은 참고서가 아닌 책, 그러니까 ‘참말로 책다운 책’만 다루는 마을쉼터요 마을책터 구실을 한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참고서나 문제집은 대학입시로 치닫도록 하는 ‘교재’이다. 서울 아닌 고장에서 아이들한테 ‘대학입시 교재’만 팔아서 마을책방이 버틴다면, 이러한 마을책방은 마을에서 어떤 구실을 할까? 바로 아이들을 도시로 보내기만 하는 구실을 할 테지. 마을책방에서 ‘교재’를 안 다루고 오직 ‘책’만 다룬다고 할 때에는 어떤 구실을 할까? 바로 마을사람이 마을에서 살며 마을살림을 사랑하도록 북돋우는 구실을 한다.


  마을에 마을책방이 서고, 마을도서관이 자라며, 마을노래가 흐를 적에 비로소 마을살림(마을문화)을 말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4348.12.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450687180225293025

동네책방 숨 : 062-954-9420 + http://bookcafes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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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책읽기



  며칠 앞서 용인 쪽에 있는 어느 수련관에 가서 이틀 동안 배움마실을 했다. 이 배움마실을 다녀오면서 곰곰이 돌아보았다. 배움마실을 함께 가는 이웃님이 퍽 많은데, 내가 배우는 대목을 다른 이웃님이 똑같이 배우지는 않는다. 이웃님이 배우는 대목을 내가 똑같이 배우지도 않는다. 서로 똑같이 배우는 대목이 있지만, 어느 한 가지를 배운다고 할 적에도 배우는 얼거리와 몸짓이 다르다. 한 사람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배우고, 다른 한 사람은 머릿속에 글씨나 숫자를 넣으면서 배운다. 또 다른 사람은 귀로 가만히 들으면서 배운다.


  한 가지에서 두 가지나 세 가지를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에서 열 가지를 배우는 사람이 있다. 한 가지에서 오직 한 가지만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를 놓고 좀처럼 못 배우는 사람이 있다.


  한 가지에서 열 가지를 배우기에 더 잘 배운다고 할 수 없다. 한 가지조차 좀처럼 못 배운다고 해서 더 못 배운다고 할 수 없다. 빨리 배우지도 않고 늦게 배우지도 않는다. 저마다 알맞게 때를 살펴서 스스로 받아들이는 배움마실이다.


  내가 오늘 이 책을 읽었기에 너도 오늘 이 책을 읽어내야 하지 않다. 네가 오늘 이 책을 읽었으니 나도 오늘 이 책을 함께 읽어내야 하지 않다. 그러나 너와 나는 어느 책 하나를 놓고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저마다 읽은 아름다운 책에 흐르는 아름다운 숨결을 함께 마시자고 하는 사랑스러운 뜻을 나눌 수 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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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한테 말하기



  이웃한테 말을 하려면 이웃 눈높이를 헤아려야 한다. 아이한테 말하려면 아이 눈높이를 살펴야 한다. 동무한테 말하려면 동무 눈높이를 생각해야 한다. 내 눈높이로는 나만 아니까, 내 눈높이만으로는 이야기를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둘레를 가만히 돌아보며 이웃이나 아이나 동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란 새롭고 재미나다. 즐겁다. 4348.12.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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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권쯤이야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길에서 책을 다섯 권 읽었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쯤 넉넉히 읽으리라 생각한다. 집안일을 안 애도 되기에 책을 한결 빨리 읽지는 않는다. 그저 온마음을 여기에 모을 만하니 가벼운 바람결 같은 손길이 되어 책을 읽는다.

  곁님 어머님하고 전철을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는 한 줄조차 안 읽는다. 곁에 이야기를 나눌 숨결이 있으니 책에 마음을 쏟을 일이 없다. 크게 보면 사람은 모두 사람책이니, 곁에 있는 님하고 도란도란 빚는 이야기는 언제나 고우면서 사랑스러운 책이다. 시골에서는 마당하고 밭하고 숲이 책 노릇을 한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 어버이로서 아이들이라고 하는 온누리에서 가장 맑고 밝으며 고운 책을 하루 내내 마주한다. 참말 아이들이란 어른들한테 둘도 없는 보배 같은 책이다. 아이들로서도 제 어버이가 온누리에서 가장 사랑스러우며 포근한 책이 될 테고.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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