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조용히 있고,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골짜기로 마실을 갑니다.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버스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모든 소리와 바람을 잊고서 빠져듭니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막걸리 한 잔을 밥상맡에 올립니다. 꼭 한 잔이면 됩니다. 두 잔도 석 잔도 아닌 한 잔을. 즐겁게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고, 즐겁게 읽는 동안 즐겁게 몸을 쉽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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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들려주는 노래



  아이들하고 골짜기에 갔다. 바야흐로 여름이니 비오는 날이 아니라면 이제부터 자주 갈 테지. 그냥 골짝마실만 했다면 느긋하게 책도 읽을 수 있었을까. 밭일을 한참 하고 나서 아이들을 이끌고 찾아오다 보니 좀처럼 눈이 트이지 않는다. 넓적한 바위를 찾아서 드러누웠다. 멧새가 노래하고 아이들이 노래한다. 두 갈래 노래가 섞이면서 골짝물 흐르는 노래까지 어우러진다. 잠이 잘 온다. 쉬려면, 눈하고 마음을 쉬려면, 몸이랑 한숨을 쉬려면, 이렇게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원한 숲그늘에 깃들면서 고요히 눈을 감아야겠네. 2016.6.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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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junews.com/view/20160608091545674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낮 네 시(16시)부터 인천 송도 트라이볼이라는 곳에서 '책노래(북콘서트)'를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 토론자 세 사람 가운데 하나로 함께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책노래잔치가 있는 줄 진작 알렸어야 하는데, 오늘 6월 10일에 이르기까지, 어라 이런 것도 안 알렸네 하고 깨닫습니다.

엊그제 인쇄소에 넘긴 '새로운 책(사전)' 마감글손질에 바쁘다가 그만 홍보까지 깜빡 잊었더군요.

아이구야 하고 깨닫지만, 하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어떤 강의나 강연이나 토론 자리에 가든 글(원고)을 미리 써서 나누어 드린 뒤에, 그 글은 즐겁게 읽는 자료로 삼고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는데, 이번에는 글조차 미리 못 썼습니다.

아무튼, 못 쓴 글은 못 쓴 글이고, 즐겁게 책노래를 부르면서, 오늘 그 자리에 오실 분들한테 책과 삶과 숲과 사랑과 말과 꿈과 바람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잘 풀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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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은 참 멋있다



  2015년 시월에 서울에 마실을 온 뒤, 2016년 5월 끝무렵에 서울에 마실을 왔다. 고속버스역에서 버스를 내린 뒤 전철을 갈아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데, 이동안 마주친 서울사람은 참 멋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차림도, 자전거 타는 매무새도, 머리카락도 모두 멋있구나 하고 느꼈다. 나는 거울을 안 보는 사람이라서 내 모습이 얼마나 시골스러운지를 알 길이 없다. 길가에 가방을 내려놓고 다리쉼을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땅값도 집값도 비싸다고 하는 서울이지만, 물건값만큼은 무척 싸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원룸이라고 하는 데가 달삯 육십만 원조차 ‘싸다’고 한다. 어쩌면 월세방 같은 곳은 달삯이 백만 원 즈음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가 둘 있는 집이라면 서울에서 월세를 살려면 다달이 백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어쩌면 이백만 원이 웃도는 돈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아직 내가 이만한 살림돈을 못 벌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살 수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 텐데, 서울사람은 돈도 잘 벌고 돈도 잘 쓰고 멋도 잘 부리고 그야말로 삶을 마음껏 누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재미있다. 곧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갈 텐데, 서울에는 참 사람이 많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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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6-01 21:35   좋아요 0 | URL
서울에 사는것이 좋지만은 않아요ㅜ.ㅜ
 

집에 왔구나



  바깥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즈음, 으레 큰아이가 대문을 여는데, 작은아이한테 기운이 남았으면 작은아이가 얼른 달려가서 먼저 문을 엽니다. 볼볼 기던 아기가 업히거나 안기면서 다녔고, 어느덧 아장걸음이다가, 가볍게 뛸 수 있더니, 바야흐로 문고리에 손이 닿아 제가 무엇이든 먼저 해 보고 싶습니다. 글씨를 처음 익히면 모든 글씨가 어지러웠다가 갑자기 환하게 빛나듯이, 차츰 자라는 결에 맞추어 하나씩 새삼스레 살갗으로 스며듭니다. 자라는 기쁨이란 배우는 기쁨이고, 배우는 즐거움이란 자라는 즐거움이지 싶습니다. 키도 자랄 테지만 마음이 함께 자라고, 생각하고 사랑이 나란히 자랍니다. 어른이기에 키나 몸이 더 안 자란다고 여긴다면, 어른으로서 마음이나 생각이나 사랑도 그만 더 자라지 않고 뚝 멈출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머리카락이 새로 자라고, 손발톱이 늘 새로 자라듯이, 어른도 늘 천천히 새로 자라는 몸으로 새로 자라는 마음이 되어 온삶을 기쁘게 배우는 사랑으로 하루를 맞이하리라 봅니다. 2016.5.1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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