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음



  이튿날하고 이 다음날 서울·일산·서울이라고 하는 길을 신나게 오가야 합니다. 이 마실길에 앞서 고흥집 살림을 마무르려고 하루를 부산히 보내는데, 이 가운데 한 가지를 못 마칩니다. 시골집 뒷간을 치우는 일을 하는 아재가 오늘은 바빠서 못 오니 이튿날 오신다고 해요. 그래서 곁님한테 뒷간 치우며 치를 돈을 봉투에 담아서 줍니다. 처음에는 맞돈 그대로 곁님한테 주려 했는데, 저녁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데 돈내음이 코를 찌르더군요. 수많은 사람이 만지면서 손때나 손기름이 배어 종이돈은 냄새가 많이 난다고도 하지만, 돈내음이 이렇게 고약한지는 오늘 새삼스레 느낍니다. 둘레에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받을 적에 굳이 종이봉투에 담는 까닭을 되새깁니다. 종이봉투로 돈내음을 가리는구나 싶어요. 돈을 만지고 나서 손을 씻지만 돈내음이 안 가시네 싶어요. 이 돈내음은 우리한테 뭔가 묻겠지요. 살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겠으나 얼마나 있어야 하느냐고 묻겠지요. 2017.9.2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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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그만 보는 책읽기



  내 마음을 보고 읽고 새겨서 갈고닦아 빛냅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보고 읽어서 새기고는 갈고닦을 적에 빛낼 수 있습니다. 남을 보면 그냥 남만 보다가 그쳐요. 쟤를 자꾸 쳐다보면 쟤만 자꾸 쳐다보느라 막상 우리 길을 잊거나 놓치기 일쑤예요. 남을 놓고 이러쿵 입방아를 찧을 까닭이 없습니다. 쟤를 가리키며 저러쿵 글방아를 찧을 일이 없어요. 우리 스스로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오늘 무엇을 하고 살피면서 꿈길을 걷는가를 말하면 돼요. 책을 읽을 적에는 이웃님이 지은 살림을 마주하면서 우리가 가꾸는 살림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기에 즐겁답니다. 쟤를 보는 책읽기가 아니라, 쟤가 일군 살림을 이웃으로 마주하면서 우리 살림을 새삼스레 깨닫는 길을 배우는 책읽기예요. 2017.9.1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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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창문바람



  이제 시골버스도 에어컨을 끕니다. 때때로 에어컨을 다시 켜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에어컨을 끈 채 달립니다. 아이들도 나도 홀가분하게 창문을 엽니다. 큰아이나 작은아이 모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창문바람을 실컷 쐽니다. 창문을 타고서 구월로 접어든 새로운 바람이 스며듭니다. 집에서 늘 맞이하는 철바람을 군내버스에서도 다시금 누립니다. 구월에도 시월에도 십일월에도, 때로는 살짝 더울 수 있는 십이월이나 일월에도, 그리고 이듬해에 찾아올 삼월이나 사월이나 오월에도, 우리는 즐거이 창문바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기에 우리를 둘러싼 바람이 철마다 어떠한가를 느낍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하기에 이 바람이 있어 늘 싱그러이 숨쉬고 기쁘게 목숨을 잇는 줄 똑똑히 깨닫습니다. 2017.9.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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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려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7.8.11.)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한 쪽짜리로 작게 여미는 소식종이는 작은봉투를 마련해서 띄우자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여러 해 동안 이렇게 안 했습니다. 이제서야 작은봉투를 주문하는데, 인쇄를 맡겨서 받기까지 여러 날 걸립니다. 오히려 작은봉투 1000부 주문은 더디 걸릴는지 모릅니다. 주소만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하는데에도 시안을 살펴야 한다면서 이틀을 잡아먹습니다. 작은 일 하나도 꼼꼼히 해야 하기는 한데, 멋진 봉투가 아닌 수수하게 쓸 봉투이니 좀 그냥 주소를 그대로 찍어서 보내 주면 좋을 텐데요. 때로는 기다리다가 지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새로운 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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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쏘는 시골



  이레쯤 되었지 싶습니다. 이웃마을 어느 밭인지 논에서 아침 일곱 시 이십 분 즈음부터 해질녘까지 총을 쏘아댑니다. 몇 분에 한 차례씩 뻥 하고 총소리가 나요. 아마 새를 쫓으려고 내는 소리일 텐데, 이 소리를 옆에서 들으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큽니다. 새를 쫓겠다며 총소리를 내는구나 싶지만, 마을에서는 이런 총소리를 안 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는 총소리입니다. 사람들을 시골에서 멀어지게 내모는 총소리입니다. 2017.8.1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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