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 + 천 원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 짐을 살뜰히 챙긴다고 하다가 한 가지를 빠뜨린 줄 읍내 버스역에서 깨닫습니다.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아침 아홉 시 삼십 분입니다. 아홉 시 십이 분에 이처럼 깨닫고는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하나 장만하면서 생각합니다. 어떡해야 하나,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려고 저장막대에 밑글 파일을 잔뜩 담았는데, 저장막대를 셈틀에 꽂아 놓고 안 챙겼어요. 더욱이 오늘 시외버스에서 새로운 사전 원고를 놓고 글손질을 마저 해서 낮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ㅈ출판사 편집장님한테 한글파일을 넘기려 했는데, 이 한글파일도 저장막대에 있습니다. 이러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요. 다른 글이야 어쩔 수 없어도, 새 사전 원고 한글파일은 오늘 새벽까지 손질하다가 미처 못 끝낸 채 먼저 누리편지로 ㅈ출판사 편집장님한테 보냈습니다. 읍내 문방구에 들러 만 원짜리 저장막대를 장만합니다. 읍내 피시방에 들어가서 얼른 셈틀을 켜서 보낸편지함에서 한글파일을 내려받습니다. 버스역으로 돌아오니 아홉 시 이십팔 분. 적어도 시외버스에서 원고 손질은 할 수 있네 싶어 숨을 돌립니다. 2017.7.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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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1500원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읍내에서 택시를 타고 보금자리 앞에서 내릴 적에 택시삯을 16000원 드립니다. 택시 아재는 늘 15000원만 내라 하시지만, 1000원짜리 종이돈을 5000원짜리 종이돈하고 10000원짜리 종이돈 사이에 살짝 숨겨서 16000원을 드립니다. 어제 서울 광화문에서 망원역 쪽으로 택시로 달릴 적에 택시삯이 8500원 나오던데, 10000원짜리 종이돈을 드리고 우수리를 안 받았습니다. 작은 종이돈 한 닢이 즐거운 씨앗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7.7.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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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사다



  어제 새벽 6시에 철수와영희 출판사 대표님이 쪽글을 보내 주신다. 새벽에 무슨 일이 있어서 쪽글을 보내셨나 했더니, 새로 나온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한겨레〉에서 잘 다루어 주었다고 하신다. 신문도 방송도 안 보는 터라 나로서는 신문에 책소개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모른다. 더구나 고흥에서는 신문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마침 광주로 바깥일을 보러 나온 터라 광주버스역으로 가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 길에 한 부 장만해 보기로 한다. 광주버스역에서 이리저리 헤맨 끝에 신문 파는 곳을 찾아낸다. 신문 한 부를 집고서 “한 부에 얼마예요?” 하고 묻는다. 신문집 아저씨는 손전화 기계만 만지작거리면서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얼마라고 하는데 안 들린다. 두 번쯤 개미만 한 목소리로 한 말이 들려서 800원을 꺼낸다. 그런데 이 신문집 사람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콕콕 찍듯이 가리킨다. 뭔 손가락짓인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내 그 손가락짓이 어디에 돈을 올려놓고 가라는 뜻이라고 알아챈다. 신문을 안 사고 갈까 하다가 돈을 내려놓고 뒤돌아선다. 2018.7.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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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읍에서 삼십 킬로미터



  오늘 처음으로 진도마실을 합니다. 고흥서 진도로 달려 보았습니다. 진도에 계신 이웃님이 고흥에 오셨고, 두 아이까지 자동차에 태워서 진도를 살짝 돌아보았어요. 진도읍에서 삼십 킬로미터 즈음 떨어진 안골도 돌아보는데, 읍내서 멀면 멀수록 숲이나 들이나 하늘이나 등성이가 싱그럽네 하고 느껴요. 참으로 그래요. 서울이나 읍내 같은 곳에서 멀면 멀수록 하늘이 파랗고 풀벌레와 새가 춤을 추어요. 밤에 별이 빛나는 곳은 안골이요, 밤에 개구리가 노래잔치를 펼치는 곳도 안골이에요. 이 안골에서 하룻밤을 묵습니다. 2017.6.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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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고치다



  몸처럼 여기며 늘 짊어지고 다니던 가방을 고쳤어요. 지난주에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어깨끈이 끊어져서 손질을 맡겼지요. 손질집에서는 어깨끈이며 이것저것 고치는 데에 5만 원이 든다며, 고치지 말고 그 돈을 새 가방을 사는 데에 보태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어요. 저는 오래오래 쓸 가방으로 여기며 장만한 가방이기에 손질값이 비싸지 않다고 얘기했어요. 이레 만에 가방이 우리 집으로 돌아와요. 낡고 닳아서 끊어진 어깨끈이며 이곳저곳 새로 덧댄 가방이에요. 그동안 어깨끈을 두 차례 고쳤고, 이제 세 차례째 고쳤어요. 새 가방을 장만하는 값이 쌀는지 비쌀는지 몰라요. 다만 저는 이 가방을 앞으로도 아끼면서 쓸 마음이에요. 나중에 또 어깨끈이 낡고 닳는다면 다시 손질집에 맡겨서 고칠 생각이에요. 2017.6.1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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