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버스



  광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버스는 5분마다 있습니다. 5분이란 어느새 훌쩍 지나갑니다. 1∼2분을 앞두고 이 시외버스 또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서둘러야 할 까닭은 없다고 느껴요. 다음 버스를 탄다 한들 고작 5분 뒤요, 그 다음 버스를 타더라도 겨우 10분 뒤입니다. 그렇지만 5분마다 있는 광주 오가는 버스를 타려고 서두르는 분이 있고, 막 떠나려는 버스를 붙잡고 달려오는 분이 있어요. 이러한 손님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어쩌면 나도 예전에는 이렇게 버스를 붙잡으려 했는지 몰라요. 이제 나는 시골에서 살며 두어 시간에 한 번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타고, 읍내에서 밖으로 나가는 시외버스를 한두 시간쯤 가볍게 기다리면서 탑니다. 5분마다 광주하고 서울을 오가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보니, 참말로 도시란 대단할 뿐 아니라, 이렇게 차편이 많아도 서두르도록 내모는 얼거리인가 싶어요. 5분 버스이니 한결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다닐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2017.12.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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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어제 아침에 전남 광주 ‘신시와’에서 일어나 길을 나서려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저는 광주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손전화를 켜서 길그림을 어림하며 어디로 걸으면 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손전화란 참 놀라운 기계예요.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도록 길을 잡아 주거든요. 이때에 서울에서 쪽글이 하나 날아옵니다.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2017 하반기 세종도서 문학나눔’ 가운데 한 권으로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뽑혔다고 알려줍니다. 이런 추천도서 제도가 있었지 하고 문득 떠오르면서, 출판사에 한 가지를 여쭈어 봅니다. 철수와영희 다른 이쁜 책도 함께 뽑혔을까 하는 대목이 궁금합니다. 철수와영희는 《우리 학교 장독대》하고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도 나란히 뽑혔다고 합니다. 몇 월부터 몇 월까지 나온 책을 놓고서 세종도서 추천도서로 뽑는지 잘 모르겠는데, 철수와영희에서 2017년에서 펴낸 책 가운데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하고 《야생 동물은 왜 사라졌을까?》는 함께 안 뽑혔나 싶어 살짝 서운합니다. 이 두 가지도 더없이 알찬 책이요, 푸름이한테 농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매우 드물면서 뜻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에 이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으로 뽑혔다면, 앞으로 한 권을 더 써서 세 권 꾸러미로 마무르려고 하는 ‘어린이 우리말 꾸러미’ 가운데 하나인 “별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잘 써 볼 밑힘이 생기겠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고맙습니다. 2017.12.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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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신문에 글을 쓰지 않았는데 신문에 내 이름이 나오면 깜짝 놀랍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합니다. 그렇지만 즐겁거나 좋은 일로도 얼마든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이 살며시 흐를 수 있을 테지요. 진주, 인천, 청주, 경기 광주, 전남 광주, 어느덧 이렇게 다섯 고장에서 이야기꽃을 지폈습니다. 진주에서 지핀 이야기꽃이 작은 씨앗 한 톨로 알뜰히 드리웠구나 하고 돌아봅니다. 2017.12.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신문글 끝자락에 나오는 '고장마다 텃말 교과서를 마련해서 가르치자'는 이야기는 제가 했던 말입니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389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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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 누워서 쉬다가 일어나서 집안일 하다가 누워서 쉬다가 빨래를 해서 널다가 누워서 쉬다가 아이들 죽하고 국을 끓여서 먹이다가 다시 누워서 쉬다가 누워서 아이들하고 이야기하다가 …… 느긋하거나 조용히 쉬지 못한 채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인지, 오래 누운 탓인지 등허리가 많이 결려서 이 밤에 살짝 일어나서 책상맡에 앉아 보는데, 머리가 멍할 뿐, 아무런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기침하는 아이들 곁에 다시 누워서 이마를 쓸어넘겨야겠습니다. 새달이로군요. 2017.12.1.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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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사람들



  ‘새치기’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슬그머니’라는 말을 써 보겠습니다. 오늘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시외버스를 고흥읍에서 내린 다음에 군내버스로 갈아타는데요, 이동안 참 많은 어린이·푸름이·젊은이·늙은이가 슬그머니 끼어들었습니다. 슬그머니 끼어들지 않은 사람도 제법 되지만, 슬그머니 끼어든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참 대단하지요. 멀쩡한 줄이 있어도 슬그머니 앞으로 끼어들면서 낯빛 하나 안 바뀌어요. 이들 가운데 푸름이를 슬그머니 한 번 노려보았더니 ‘왜 나한테만? 다들 슬그머니 끼어드는데?’하는 얼굴로 홱 고개를 돌려요. 몸살로 몸이 매우 힘들어서 어린이한테도 푸름이한테도 젊은이한테도 늙은이한테도 한 마디 지청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기다릴 줄 모르고, 기다림이라는 낱말이 마음에 없구나 싶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빨리빨리만 있겠구나 싶어요. 나는 이런 물결이 바로 전쟁 미치광이하고 똑같은 몸짓이라고 느꼈습니다. 대놓고 빼앗는 사람 뒤에 슬그머니 숨어서, 그야말로 슬그머니 빼앗는 이들이 바로 전쟁 불구덩이가 일어나게 하는 불씨입니다. 2017.11.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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