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닷새 앞서 받은 선물을 고맙다고 쪽글부터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하고 그림을 그려서 편지를 띄우려 했는데 그만 목요일이 되는 오늘까지 쪽글도 편지도 아무것도 못 띄웠다. 지난 며칠을 어떻게 보냈나 하고 돌아보면서 부끄럽다. 새로 밝는 아침에는 좀 부산을 떨어야겠다. 편지 부칠 곳이 여럿 있다. 참말 부산을 떨어 고마운 이웃님들한테 절을 해야지. 4348.1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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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 녹음하기



  포항 문화방송에서 전화가 와서 오늘 저녁에 나오는 라디오 풀그림에 ‘전화 만나보기’를 나누기로 했다. 라디오 사회자가 물어볼 이야기를 편지로 보내 주었기에, 물을 말을 읽고서 대꾸할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보았다. 전화로 말을 나눌 적에 이 글에 적은 이야기를 모두 들려줄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먼저 글로 적어 놓으니 내가 들려줄 말을 한결 차분히 갈무리할 만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글에 살이 더 붙을 텐데, 첫 물음과 대꾸를 옮겨 본다.



※ 앞서 교과서에서도 안 다루고 한국말 사전을 뒤져도 알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 되지 않을까요?


→ 네, 언뜻 보기로는 그럴 수 있어요. 오늘 아침에 시래기를 엮어서 매달았는데요, 요새는 어디에서나 비닐끈으로 시래기를 엮어요. 옛날에는 누구나 짚으로 시래기를 엮었지만, 이제 짚으로 시래기를 엮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왜냐하면 요즈음은 논에서 거두는 나락이 키가 짜리몽땅해서 짚을 쓰기 어렵기도 하고, 기계로 베면서 바로 둥글게 말거든요. 짚으로 지붕을 잇지도 않고, 짚으로 신을 삼지도 않아요. 이런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없고 한국말 사전에서도 다루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번에 쓴 책은 바로 ‘책에는 없으나 삶에는 있는 한국말’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만 읽는 청소년이나 일반인한테는 어려울 수 있고, 삶을 바라보고 생각할 줄 아는 청소년이나 일반인한테에는 ‘참말 그렇구나’ 하고 쉽게 깨달을 만한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오늘날은 책뿐 아니라 방송과 인터넷에 흐르는 ‘글’에 따라 ‘말’이 너무 휘둘립니다. 그래서 말다운 말인지, 알맞은 말인지, 고운 말인지, 슬기로운 말인지, 사랑스러운 말인지 들을 살피는 사람이 차츰 줄면서 ‘책과 표준 문법에 갇힌 글’로 말이 바뀌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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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책을 읽어’ 주셔요



  오늘도 방송국 한 곳에서 전화가 온다. 어떤 방송을 찍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전화가 올 적마다 늘 ‘같은 흐름’이다. 애써 전화까지 한다면 ‘방송 촬영 결정’을 마친 채 전화를 해야 할 텐데, ‘사전 조사’를 한다면서 전화를 하기 일쑤이다.


  몇 차례 이런 ‘사전 조사’ 같은 전화를 받으면서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 일꾼들이 내가 쓴 책을 사서 읽어 보면, 내 정보는 다 나올 텐데, 어찌하여 ‘책을 쓰는 사람’을 방송으로 취재해서 풀그림으로 짜서 텔레비전에 내보내려 하면서도 내 책을 한두 권도 안 읽을 수 있을까? 내 책을 읽지 않고서 나라고 하는 사람을 어느 만큼 알 수 있을까? 적어도 내 책을 다섯 권쯤은 읽고, 내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어느 만큼 꾸준히 읽은 뒤에 ‘나한테 묻고 싶은 이야기’나 ‘내가 시골에서 사는 이야기’ 가운데 궁금하거나 재미있다고 여기는 어떤 대목을 찍겠노라 하고 밝혀야 알맞지 않을까?


  부디 책을 읽어 주면 고맙겠다. 책값 얼마 안 한다. 그리고, 내 책이 그리 ‘재미없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내 책을 읽고 재미없다고 느꼈으면 나를 취재하거나 촬영하지 않으면 되고, 내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꼈으면 씩씩하게 ‘방송으로 찍으려 합니다. 찍게 해 주셔요!’ 하고 외쳐 주시기를 빈다. 4348.10.2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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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곁님이 공항에서 열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새 아침 즈음에 비로소 비행기를 타는구나 싶다. 공항에서 열한 시간을 기다린다고 하는 말은 그야말로 말로만 듣는다. 나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열한 시간 동안 공항 언저리에서 보내야 한다는 뜻인데 이동안 무엇을 할 만할까?


  올 한 해나 지난 한 해나 지지난 한 해를 더듬어 보면, 곁님이 배움길을 다녀오도록 온힘을 쏟았다. 지난 세 해 동안 늘 빚을 지면서 곁님이 배움길을 다녀올 수 있게 했다. 뭐, 곁님이 집에 없으니 이런 글을 쓸는지 모르지만, 곁님이 배움길을 다녀오는 동안 빚쟁이가 되어 빚 재촉에 시달리는 삶을 실컷 겪었다. 그렇지만, 빚 재촉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한집에서 사는 사람 가운데 누구라도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꿈을 배우려 한다면 참말 집을 팔아서라도 배움길에 나설 수 있도록 할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그리 대수롭지는 않지만, 우리 집이 시골에서 살며 내가 아버지로서 어린 아이들을 도맡아 보살피며 곁님이 배움길에 나서도록 하는 모습을 놓고 안 좋게 바라보거나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하다. 이런 말을 듣거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기는 하지만, 거꾸로 보아 ‘사내가 배움길에 나서고 가시내가 집일과 돈벌이를 도맡는다’고 하면 그냥 마땅한 노릇으로 여길 테지.


  내가 이런 말을 굳이 하는 까닭은 이 한국 사회에서 ‘진보’라든지 ‘민주’라든지 ‘평등’ 같은 이야기를 외치는 이들조차 우리 집에서 ‘아이 어머니’가 집일이나 아이돌보기를 아버지한테 도맡기면서 배움길에 나서는 몸짓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꽤 많은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배움길은 사내만 나서야 하나? 아이를 돌보고 집일을 도맡는 몫은 가시내만 해야 하나? 참말 뭐가 진보이고 민주이고 평등일까?


  우리 곁님이 집일을 하거나 아이들하고 놀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나날은 거의 못 보낸다. 그러나 나는 우리 집이 ‘세 식구 살림’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 ‘여자가 집을 안 지킨다’고 하는 말을 2015년에도 똑같이 들으면서 ‘허허 웃어서 넘기’고 싶지 않아 이런 글을 끄적여 본다. 삶을 제대로 사랑하는 길을 배울 때에 비로소 살림꾼이 되지, 삶도 사랑도 꿈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 하거나 안 한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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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7 09:43   좋아요 0 | URL
곁님-아내ㅎㅎ 익숙하지 않은 재미난 단어가 많아요.
3년을 공부하고 오시는군요.
유학을 그리 가고 싶었던 저로서는 그저 훌륭한 남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혼, 육아는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하더라구요.
애쓰셨던 3년이 앞으로의 30년을 더 풍요롭게 하리라 믿어요.^^
더 깊고 진한 가화만사성으로~~

숲노래 2015-10-27 10:02   좋아요 0 | URL
3년 동안 배우고 오지는 않고요,
지난 3년 동안 자주 들락거리면서 배웁니다.
나라밖으로 배움길을 가는 일은...
누가 도와주거나 바라지를 해야 하지 않고,
그저... 씩씩하게 스스로 가면 되는 일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훌륭한 곁님이라기보다
이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노는 삶을
한결 좋아해서 이 길을 골랐다고 느껴요 ^^

우리 곁님은 이번에 한국에 돌아온 뒤
다시금 머잖아 씩씩하게 새 배움길을 오락가락하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에 네 차례쯤 다니는 셈이랄까요...
비행기삯을 생각하면 그냥 눌러앉아서 배우면 한결 나을 듯하기도 한데 ^^;;;
 

요즘 손전화는 왜 이리 빨리 밥이 닳을까



  나는 스마트폰으로 바꿀 마음이 없었으나 예전에 쓰던 ‘스마트폰 아닌 손전화’가 망가져서 더는 전원조차 안 들어온 탓에 011을 010으로 바꾸면서 스마트폰을 쓰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은 처음에는 밥이 제법 오래가는 듯하더니 한 해가 넘을 무렵부터 밥이 부쩍 빨리 닳고, 한 해가 넘어가면 밥이 그야말로 훨씬 빨리 닳는다. 설마 내 것만 이럴까? 요 한두 달 사이에는 내 손전화 기계가 하루 네 시간조차 밥이 못 가기까지 한다. 약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어쩜 이렇게 고단하게 할까. 전화를 받거나 거는 일이 드물고 더러 쪽글을 보내거나 받는데에도 이렇게 밥이 닳는다면, 이런 손전화 기계는 ‘최첨단 문명 사회’라고 하는 오늘날 ‘현대 과학 기술’하고 그야말로 동떨어진다. 다만, 한 가지는 알 만하다. 손전화 기계를 만들어서 파는 큰회사가 보기에는 장사가 잘 될 테지. 튼튼하거나 훌륭한 손전화 기계를 만들기보다는, 유행을 빨리 퍼뜨려서 더 빠르게 돈을 벌도록 이끄는 손전화 기계를 만드는 ‘돈 버는 솜씨(기술)’만 키운다고 할까. 4348.10.2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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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5-10-23 11:10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 자체가 주인도 모르게 항상 각종앱의 업데이트를 스스로 하기에 항상 배터리가 항상 금방 닳는다고 하더군요.앱의 업데이트만 막아도 배터리 소모가 다소 줄어들겁니다^^

숲노래 2015-10-23 13: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허허허. 뭔 앱이 있는지 살피고
지울 것은 지워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