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 삼대째 42 - 안녕, 삼대째
하시모토 미츠오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41



언제 어디에서나 ‘좋아하는 일’을 한다

― 어시장 삼대째 42

 하시모토 미츠오 그림

 쿠와 카즈토 글

 임지혜 옮김

 조은세상 펴냄, 2015.5.26. 4500원



  바다가 깨끗할 적에 바다에서 고기를 낚습니다. 바다가 깨끗한 곳에서 김이나 굴이나 조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다가 깨끗할 적에 바닷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칩니다. 바다가 깨끗한 곳에서 상큼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기쁘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바다가 죽는다면 바다에서 고기를 못 낚습니다. 바다가 깨끗하지 않으면 김도 굴도 조개도 아무것도 못 얻습니다. 바다가 깨끗하지 않으면 바닷물에 뛰어들 수 없고, 바닷바람을 쐴 수도 없겠지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바닷가에 공장하고 발전소를 세웁니다. 유리공장도 제철소도 화학공장도 화력발전소도 핵발전소도 모두 바닷가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일 테지만, 공장이나 발전소가 바닷가에 있으면, 이곳에서는 바닷일을 못합니다. 공장하고 발전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선물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랬구먼. 저 두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 삼대째가 베도라치를 발견한 걸지도 모르겠군.” “네?” “저런 일에 질투를 하는 하루마사도 한심하지만, 노리 녀석도 아직 일에 대한 진지함이 없어.” (11쪽)

“고급 브랜드가 되어서 가격이 올라가면 쉽게 먹을 수 없게 되지 않슴까. 전갱이라고 하면 역시 대중적인 생선 아님까!” “대단하군요! 저도 동감입니다! 원래부터 돈칫치 브랜드는 비싸게 팔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62∼63쪽)



  하시모토 미츠오 님이 그림을 그리고, 쿠와 카즈토 님이 글을 쓴 만화책 《어시장 삼대째》(조은세상) 마흔둘째 권을 읽습니다. 2001년에 첫째 권이 나왔고, 2015년에 마흔둘째 권이 마지막으로 나옵니다. 마흔두 권에 이르는 만화책 《어시장 삼대째》는 일본 도쿄에 있는 츠키지 어시장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 곳곳에서 낚아올린 바닷고기를 하나씩 보여주고, 바닷고기 한 마리와 얽힌 사람들 이야기와 마음을 찬찬히 밝힙니다.



“훌륭한 손놀림입니다. 빠르면서 고른 완성도예요. 아오키가하라 씨, 저도 이렇게 생선을 손질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건어물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말이야.” (64쪽)

“보기에는 똑같아 보여도 전갱이는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의 두꺼운 정도나 단단한 정도, 등이나 배 라인도 다르면 얼굴 생김새도 달라집니다. 기계로는 판별할 수 없는 전갱이의 개성입니다. 그 다른 점을 무시하고 모두 다 똑같이 손질하면 오히려 완성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정답이다. 사람의 손으로 한 마리 한 마리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애정을 담아 손질하는 거지.” (91쪽)



  책이름에도 나오듯이, 《어시장 삼대째》는 ‘삼대째’를 잇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삼대’라고 해 본들 그리 길지 않은 나날입니다. 그런데, 어시장에서도, 바다에서도, 작은 가게에서도, 이 일을 즐겁게 이으면서 삶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은 자꾸 줄어듭니다.


  가만히 따지면,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삼대도 삼십대도 아닙니다. 삼백대를 훌쩍 넘고, 어쩌면 삼천대도 훨씬 넘을 테지요. 지구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을 테지만, 요 백 해 사이에 아주 빠르게 도시 문화와 문명으로 바뀝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삼대째’ 집일을 잇는 사람들은 조용히 사라지거나 잊혀집니다.


  그렇다고, 한집 사람들이 집일을 꼭 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집안 사람이어도 얼마든지 ‘집일(가업)’이라기보다 ‘즐거운 일’을 찾아서 아름답게 삶을 지을 수 있으면 됩니다. 만화책 《어시장 삼대째》에 나오는 ‘어진 삼대째’라고 하는 주인공은 ‘어시장 집안을 이어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어시장 일을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우며 뿌리를 내리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어부들의 후계자 부족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지요. 마을에 있는 생선 가게도 똑같이 고령화, 후계자 부족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신궁의 삼대째가 말했던 ‘2, 3차 산업이 없어도 일차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말은 그런 의미였군요!” “어획량을 아무리 늘려도 그것을 파는 힘이 없으면 언젠가 모두 끝이 날 테니까요.” (145쪽)



  《어시장 삼대째》에 나오는 ‘어진 삼대째’는 물고기를 몹시 좋아합니다. 먹기도 좋아하고, 손질하기도 좋아하며, 도매상에서 물고기를 사고파는 일도 좋아합니다. 스스로 아주 좋아하는 일이기에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려 하고, 이 일을 하면서 늘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어진 삼대째’는 늘 새로운 물고기를 배웁니다. 물고기를 더 잘 알고 싶어서, 물고기를 낚는 고장으로 으레 찾아갑니다. 물고기를 낚는 일꾼을 만나고, 바다를 마주하며, 고깃배에 올라탑니다.


  전문 요리사한테만 요리를 맡기지 않습니다. 물고기를 더 잘 알고 싶기에, 손질법과 요리법도 새롭게 배워서 온갖 물고기를 스스로 다루려고 합니다.


  스스로 전문가로 거듭나는 ‘어진 삼대째’라고 여길 수도 있을 테지만, ‘어진 삼대째’는 전문가로 나아가기보다는 ‘좋아하는 삶을 한결같이 좋아하는 나날’이 되려는 마음일 뿐입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물고기를 손질해서 먹고, 스스로 맛있게 먹은 물고기를 사람들한테 팔며, 스스로 좋아하는 물고기를 다루는 가게를 보람으로 여기면서 살림을 꾸리려 합니다.



“어시장은 츠키지라는 장소가 아닙니다!” “뿌리를 부정하는군.” “프로인 도매상 여러분이 생선을 다루는 장소가 바로 어시장입니다! 도매상이 토요스로 가면 그곳이 어시장이 되는 겁니다!” (216쪽)



  만화책 《어시장 삼대째》는 ‘츠키지 어시장’이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끝을 맺습니다. 츠키지라고 하는 곳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백 해쯤 앞서 새로운 자리로 옮겨서 오늘날 같은 발자국을 남겼고, 이제 다시 새로운 자리로 옮겨야 하더라도 ‘어시장 일꾼’이 스스로 거듭나면서 땀을 흘리면 앞으로도 새로운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 즐겁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바라보고 가꿀 때에 아름답습니다.


  어떤 밥상을 차리든 아이들하고 기쁘게 웃으면서 먹으면 맛있습니다. 어떤 옷을 입든 다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노래하면 곱습니다. 어떤 집살림을 꾸리든 한집 사람이 서로 아끼면서 보살피는 사랑이라면 재미납니다.


  땀내음하고 바다내음하고 삶내음이 찬찬히 흐르면서 열다섯 해를 이은 만화책을 가만히 쓰다듬습니다. 둘레에서 늘 마주하는 이웃들 삶자락이 아기자기한 이야기꽃으로 피어나는 만화책을 조용히 덮습니다. 마흔두 권이라는 먼길을 참 씩씩하게 걸어왔습니다. 4348.7.2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가 없는 세상 책공장더불어 동물만화 1
김은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531



고양이가 없는 지구별이 되면

― 나비가 없는 세상

 김은희 글·그림

 책공장더불어 펴냄, 2008.4.12.



  지난달에 우리 집 광에서 새로 태어난 고양이는 으레 마당에서 놉니다. 처음에는 광하고 옆밭 사이를 오가며 놀다가, 천천히 마당으로 나오려 하더니, 요즈막에는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가리지 않고 틈틈이 마당에서 평상을 오르내리면서 놉니다.


  고양이는 낮잠을 많이 자니 하루 내내 마당에서 뛰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평상 밑에 기어들어서 자고, 자전거 밑에 모여서 자며, 처마 밑에 짐을 쌓은 곳에 올라가서 잡니다. 자다가 깨면 먹이를 찾고, 먹이를 찾아 배가 부르면 놀아요.


  이 고양이는 마을고양이라 할 만하고, 들고양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 손을 타려고 하지는 않으면서도, 꼭 우리 집 마당을 놀이터요 삶터로 삼아서 함께 지냅니다. 새끼를 낳은 어미도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났고, 이 어미를 낳은 어미도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났어요. 아마 이 아이들은 아스라히 먼 옛날부터 이 집에서 나고 죽고를 되풀이했으리라 느낍니다.



“나, 네가 하늘 나는 꿈 꿨다. 날개가 반짝반짝하면서 높이 나는 거 봤어.” “정말? 나 멋졌어?” (135쪽)

‘100일 동안 매일 신디와 추새가 천국에 가게 해 달라고 묵주기도를 했다. 물론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두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100일이 지난 며칠 뒤 원고 마감을 하고 깜빡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신디가 보였다. 그런데 분명히 신디가 맞는데 눈이 부시게 온몸에서 흰빛이 나는 하얀 고양이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189쪽)




  김은희 님이 고양이하고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나비가 없는 세상》(책공장더불어,2008)을 읽습니다. 고양이를 한식구로 여겨서 한집살이를 한다는 김은희 님은 늘 지켜보는 고양이를 만화로 담고, 고양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나눌까 하고 생각하면서 만화를 그립니다. 고양이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마음속을 읽으려 하고, 고양이가 보여주는 몸짓을 눈여겨보면서 삶을 헤아리려 합니다.


  문득 우리 집 고양이를 떠올립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 고양이는 쥐를 꽤 잘 잡습니다. 우리 집에 온갖 고양이가 드나들면서 새끼를 낳을 즈음부터, 천장을 가로지르던 쥐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우리 식구가 이 시골집에 처음 깃들 무렵만 해도 쥐가 제법 천장을 가로질렀는데, 참말 요 몇 해 사이에는 생쥐 꼬리조차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 고양이들이 잡아서 먹다가 남긴 생쥐 주검은 곧잘 구경합니다. 쥐가 사는 굴을 찾아서 쥐를 잡았을 수 있고, 논둑이나 밭둑에서 쥐를 잡았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나무나 담을 탈 수 있으니까 웬만해서는 이런 일이 없는데, 이런 경우는 누군가 일부러 몰아 놓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사람이요?” “적어도 눈은 그렇고요.뭔가 막대 같은 걸로 치지 않는 한 이렇게 되지 않아요.” (140∼141쪽)

‘페르캉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얼씬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 혼내 준 거에 불과하겠지만, 그 생명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148쪽)



  사람은 고양이처럼 쥐를 잘 잡지 못합니다. 한겨레도 예부터 집에서 고양이를 기른다거나 고양이한테 먹이를 준 집이 꽤 많습니다. 광이나 부엌이나 천장을 가로지르는 쥐를 잡으라고 고양이한테 밥을 주면서 한집살이를 했을 테지요. 쥐를 잡아야 하는 고양이인 만큼 고양이한테는 목줄조차 안 하면서 한집살이를 했겠지요.


  고양이는 쥐뿐 아니라 개구리도 잘 잡고, 때로는 지네도 잡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이 고양이한테 내주는 밥은 고양이한테는 주전부리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한테는 더 맛난 밥이 따로 있되, 사람이 애써 밥을 주니까 재미 삼아서 먹을 수 있어요. 게다가 고양이는 쥐를 잡아도 곧바로 먹어치우지 않습니다. 잡은 쥐를 먹을 적에도 조금씩 먹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고양이는 숲바람을 쐬고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잡니다. 돌 울타리에 올라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꾸벅꾸벅 졸고, 나무 열매를 따먹으려고 멧새가 찾아들면 번쩍 눈을 떠서 새를 잡을 수 있나 하고 쳐다보다가 다시 꾸벅꾸벅 좁니다. 경운기나 짐차가 지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라든지 사람이 다가서는 발소리가 아니라면 도무지 잠에서 깰 생각을 안 합니다.



‘노래를 부르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히스테릭한 상태였던 신디와 추새가 눈에 띄게 안정적이 되었다. 물론 페르캉도 통증과 답답함 때문에 불안정했던 모습이 놀랄 만큼 얌전해졌다.’ (151쪽)

‘마당에 나가 한없이 나무나 풀을 들여다보고 있는 추새를 보노라면 구도자처럼 보인다. 친구들은 야생 상태였다면 추새는 분명 도태되었을 거라고 한다. 느린 걸음에 도무지 고양이라 생각되지 않는 온화한 성격.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선량함.’ (182∼183쪽)



  만화책 《나비가 없는 세상》을 보면, 누군가 고양이를 몰아붙여서 때리거나 차거나 괴롭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들고양이나 골목고양이를 괴롭히기도 하고, 따로 밥접시를 놓으면서 보살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웃사람을 아끼거나 사랑하기도 하고, 이웃사람을 괴롭히거나 따돌리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동무를 살뜰히 보듬는 너른 사랑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무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을 일삼기도 합니다.


  말을 못 하는 짐승을 괴롭히고, 말을 하는 이웃을 괴롭힙니다. 말을 못 하는 짐승을 아끼고, 말을 하는 이웃을 아낍니다. 두 가지 모습입니다. 남이 저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면 슬프거나 고단할 텐데, 왜 여리거나 아픈 남(짐승하고 사람 모두)을 괴롭혀야 할까요. 길에서 사는 고양이한테 돌을 던질들 재미있을까요? 누가 나한테 돌을 던지면 재미있을까요? 내가 들고양이한테 돌을 던진다면, 바로 내가 나한테 스스로 돌을 던지는 셈입니다.



‘함께 살던 동생이 둘째 아기 연생이를 낳았다. 방에 재워둔 연생이가 잠에서 깨 울지도 않고 뒤척이면 우리는 몰라도 페르캉은 알았다. 더 놀라운 건 연생이가 젖을 먹고 싶어하는 것도 귀신같이 알아내는 것이다 … 아기가 태어나 처음 한 말은 ‘야옹이’였다.’ (197쪽)

‘엄마 말대로 사람이 동물들이 갖고 있는 만큼의 믿음만 갖고 있다면, 신뢰만 갖고 있다면, 아마도 사랑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199쪽)



  먹이를 먼저 얻으려고 다른 고양이를 밀치는 고양이라면, 이 고양이는 한결 잘 살아남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한테 밀리는 고양이라면, 이 고양이는 들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몫을 챙기려고 다른 사람을 밀치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한결 잘 살아남는다고 할 만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밀리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경쟁이나 실적을 따지고 경제성장에 목을 매다는 모습이란, 바로 다른 사람을 밀쳐서 내 몫을 챙기려는 몸짓하고 같다고 할 만합니다. 밥 한 그릇을 얻었으면 함께 먹을 만한데, 함께 나누지 않고 혼자 먹는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혼자 잘 살아남을 테지만, 마음은 몹시 가난하겠지요. 다른 사람을 이웃으로 여기지 못하고 밀치는 삶이라면, 이러한 삶에 사랑이 싹트기란 어렵겠지요.


  이 지구별에 고양이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쥐가 들끓을 테지요. 이 지구별에서 여리거나 자그마한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서 모조리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하고 어림해 봅니다. 아마 온누리에 더 무시무시하게 치고받는 싸움이 불거질 테지요. 남을 밀치는 사람만 살아남으면, 남을 밀치는 사람끼리 더 모질거나 매몰차게 밀치려 할 테니까, 싸움밖에 안 남습니다. 남을 밀치지 않고 그저 밀리면서 조용히 있는 사람은, 남이 아닌 이웃을 생각하면서 함께 살아갈 길을 사랑으로 살핍니다.


  따스한 마음이 되어 하루를 열기를 빕니다. 오늘도 우리 집 마당에서 새벽부터 신나게 뛰노는 들고양이 네 마리를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오직 따사로운 사랑을 마음에 담아 하루를 열자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자리부터 즐거운 노래가 흐를 수 있도록 삶을 짓자고 생각합니다. 4348.7.1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5-07-1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인터넷 기사로 어느 동네에 고양이가 죽어가는데 사람이 한 일 같다고 만약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신고 하겠다고... 그런 글 읽었는데 이 글이 위로가 되네요.

숲노래 2015-07-18 09:11   좋아요 0 | URL
이웃사람을 학대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그야말로 연약한 사람`이
고양이 같은 짐승을 학대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망가뜨리는구나 싶기도 해요.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3
미시마 에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36



‘여자 야구선수’ 만화를 그리는 마음?

―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3

 미시마 에리코 글·그림

 강동욱 옮김

 미우 펴냄, 2012.6.15



  미시마 에리코 님이 빚은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미우,2012) 셋째 권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을 그린 분은 《터치》라는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밝힙니다.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을 보면 두 군데 즈음 《터치》를 살짝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야구를 말하는 소년 만화’를 좋아한다면, 아다치 미츠루 님이 빚은 《터치》라는 작품을 좋아할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터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이다 보니, 넌지시 ‘소년(또는 남자)’한테 성감대를 건드리는 모습을 끼워넣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껴요. 그리고, 이런 대목이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에서도 나오다 보니, 나로서는 이 만화책이 따분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굳이 그런 대목을 끼워넣어야 할까요? 그런 대목으로도 재미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 테지만, 그저 그런 대목을 끼워넣어서 ‘가벼운 성감대 자극 상상’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엮는 만화책은 어쩐지, 막상 나눌 만한 이야기는 잊어버리는 만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드럼과 베이스 소리, 톱과 쇠망치 소리, 복도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발소리. 방과 후의 소리 사이로 야구 소리가 들린다. (15쪽)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을 보면, 신문사에서 ‘자와 씨’를 만나러 와서 취재를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자와 씨는 취재에 아무런 마음이 없습니다. 얼른 훈련을 해야 하는데, 취재 때문에 훈련을 못 하니 성가십니다. 무엇보다도, 신문사 취재기자는 자와 씨가 스스로 말문을 열도록 이끌 만한 이야기를 묻지 못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를 그린 만화가는 ‘남자만 득실거리는 야구부에서 선수로 함께 뛰려는 여학생’을 그리기는 하되, 아무런 이야기를 따로 길어올리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남자만 있는 곳에 여자가 하나 있네, 하는 모습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듯이 그린다고 할까요.



“여자도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리틀이나 시니어 야구와 달리 체력적인 면에서도 고교에서 야구를 계속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어떤 이유로 이 닛센고라는 명문 팀에 들어올 마음을 먹었나요?” “……,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라.” (80∼81쪽)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작품이 재미없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먼발치 구경도, 이러한 구경대로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먼발치 구경을 재미있어 할 사람은 재미있어 하면 됩니다.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은 여러 가지 장만해서 읽기는 했으나, 이분 작품을 ‘우리 아이한테 물려주어서 읽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삼각관계·반쯤 영웅·소년 성감대 자극, 이렇게 세 가지를 빼고는 아무것도 흐르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세 가지를 놓고 독자를 많이 끌어모을 만한 붓질과 입체구성을 잘 한다고 하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1학년 꼬맹이인 우리가 허물없이 말을 걸 수 있는 건, 일부 2학년 정도다. 3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주전 중에도 인사 빼고는 대화를 한 번도 나눠 본 적 없는 사람도 많다. (151쪽)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는 어떤 작품이 될까요? 책이름 그대로 ‘고교야구선수’하고 ‘자와 씨’ 이야기입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닙니다. 더 읽을 이야기도 없고, 덜 읽을 이야기도 없습니다. 한국말로 넷째 권도 나왔으나, 나는 셋째 권을 사서 읽은 뒤, 뒤엣권은 더 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제는 너무 재미없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작품이라는 느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셋째 권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셋째 권을 보니, 첫째 권하고 둘째 권에서 흐르던 이야기는 ‘고교야구선수’나 ‘자와 씨’ 이야기하고도 동떨어진 채 이냥저냥 붙인 겉치레는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소리의 형태 1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535



‘극장 없는’ 시골에는 ‘마당이 있지’

― 목소리의 형태 1

 오이마 요시토키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5.31.



  시골에는 ‘없는 것’이 많습니다. 영화관이 없고 놀이공원이 없으며 대형마트가 없습니다. 쇼핑센터나 지하철이나 지하상가도 없습니다. 높은 건물이나 빽빽한 아파트숲도 없습니다.


  우리 식구가 깃들어 지내는 전남 고흥에는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도 없고, 시멘트공장 한 곳과 김 공장을 빼고는 공장조차 없습니다. 고흥에는 골프장도 고속도로도 기차역도 공항도 없습니다. 대학교도 없고, 고등학교조차 자꾸 줄어들며, 관광지라고 할 만한 데도 드뭅니다.


  요즈음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한테 ‘시골 놀이터’는 피시방입니다. 피시방에서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도시로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키웁니다. 아니면, 손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텔레비전을 들여다봅니다. 손전화에서도 텔레비전에서도 시골마을 아이가 만날 수 있는 이야기는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신문에 나오는 사건이나 사고나 소식도 도시 이야기요, 방송에 흐르는 예능이나 연속극도 오로지 도시 이야기입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하루 내내 배우는 교과서는 언제나 도시 이야기일 뿐입니다.



‘나는 따분함이 질색이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거라고는 내겐 통 관심 없는 것들뿐. 간디가 어떤 사람인지, 인류의 진화 과정이라든지, 수조 안에 들어 있는 물이 양동에 몇 개 들이라든지, 알 게 뭐람.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건, 어떡하면 따분해 하지 않고 살 수 있느냐다. 그리고 나는 그 따분함에게 매일 조금씩 승리해 왔다.’ (22∼23쪽)



  시골에는 ‘도시에 없는 것’투성이입니다. 아무렴, 그렇습니다. 도시에 있는 것이 시골에 모조리 있다면, 시골은 시골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시골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골에는 ‘도시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도시에 없는 곳’이 가득한 시골이요, ‘시골에 있는 것’은 도시에 없기 일쑤입니다.


  이를테면, 맑고 새파란 하늘은 도시에 없습니다. 싱그럽고 깨끗한 냇물이나 골짝물이나 바닷물은 도시에 없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도 도시에 없고, 풀벌레하고 개구리가 노래하는 풀밭도 도시에 없습니다. 멧새가 둥지를 트는 너른 터도, 제비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처마도,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에는 ‘마당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손바닥만 한 마당이 있는 집이 더러 있습니다만, 웬만큼 돈이 있지 않고서야 마당을 못 누리는 도시사람입니다. 서울에 천만 사람이 산다는데, 천만 사람 가운데 마당을 누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는지요?



“전부터 얘기하려고 한 건데, 우리 좀더 안전하고 유익하게 시간을 쓰는 게 어때? 이제 슬슬 관두자고. 담력시험.” (48쪽)

‘분명 이것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정말 그럴까? 가르쳐 주느라 힘이 드는 거. 수업이 지연되는 거. 서툰 노래에 맞춰 주는 거.’ (87쪽)



  오이마 요시토키 님이 빚은 만화책 《목소리의 형태》(대원씨아이,2015)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만화책 《목소리의 형태》에는 두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한 아이는 ‘학교하고 집하고 마을에서 지내는 하루’가 너무나 따분해서 미칠 듯합니다. 다른 한 아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삶’을 조용히 누립니다.


  삶이 따분해서 미치겠다고 여기는 아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전학생 아이’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면서 재미있어 합니다. 학교에서 교사는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는 삶’을 따분하게 여기는 나머지,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마음을 안 기울입니다. 삶이 따분해서 미치겠다고 여기는 아이를 둘러싼 다른 아이들도 ‘넌지시 전학생 따돌리기’를 하면서 ‘따분한 나날’에 재미를 누립니다.



“오늘은 보청기를 안 끼어서 특히나. 누가 개울에 던져버려서 못 찾았어요. 쇼코 애는 찾아본 것 같지만.” “던져버려요?” “얘, 학교에서 애들이 괴롭혀요. 뭐, 곧 장애 아동을 배려하는 학교로 전학시킬 거지만.” (64쪽)



  학교나 사회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이 오직 ‘따분함’ 때문에 벌어진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따분함’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분함이란 무엇인가 하면, ‘이 땅에서 태어나서 사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왜 태어났을까?’ 하는 수수께끼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사는 보람이 없으니 동무를 짓궂게 괴롭히면서 ‘짜릿함’을 느끼지만, 짜릿함은 기쁨이나 즐거움하고 동떨어집니다. 그저 짜릿함일 뿐입니다. 그래서, 더 짙거나 센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서 더 괴롭히고 더 못살게 굽니다.


  못된 동무한테 시달리는 아이가 어떤 마음인가를 알 길은 없습니다. 짓궂은 동무한테 괴로운 아이가 어떤 삶인가를 알 길도 없습니다. 다만,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을 일삼는 아이가 ‘거꾸로 괴롭힘하고 따돌림을 고스란히 받는 자리’로 바뀐다면, 이 마음을 조금은 느낄 수 있겠지요. 만화책 《목소리의 형태》는 ‘따분한 삶을 헤쳐 나가고자 소리를 못 듣는 아이를 괴롭히던 아이가 거꾸로 괴롭힘을 받으면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고등학교까지 마치는 나날’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짚히는 데가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렴. 다 합쳐 170만 엔쯤 되는 모양이더구나. 물론 너희는 어린이니까, 그런 고가의 보청기 비용을 물어낼 순 없겠지. 지금 솔직히 이야기하면 학교 선에서 해결도 가능하단다. 아버지 어머니께 폐를 끼치는 일 없이 말이다.” (122∼123쪽)



  마당이 너른 시골집에서 온갖 놀이를 누리던 아이들이 도시로 나들이를 가면 갑갑해서 괴로워 합니다. 마당이 너른 시골집에서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소리지르거나 노래하거나 춤추던 아이들이 도시로 마실을 가면 답답해서 좀이 쑤시다고 합니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넓은 아파트에 놀러가더라도 마루에서 못 뛰고 못 구릅니다. 도시에서는 재미난 골목이란 없이 자동차 주차장만 있는데다가 어느 골목에서 자동차가 불쑥 튀어나올는지 알 턱이 없습니다. 집 바깥에서 하루 내내 신나게 놀 만한 터전이 못 되는 도시 사회입니다. 학교하고 학원에서는 입시교육만 시키는 한국 사회입니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아이들은 따분하고 괴로운 나머지 피시방하고 손전화하고 텔레비전 아니고는 재미있는 놀잇거리가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나마 극장이라도 있으면 좋다고 여기지만, 극장마저 없는 시골에서는 할 일이 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당 있는 집이라면, 마당 한쪽에서 자라는 나무를 철마다 다른 숨결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봄하고 여름에는 나비와 나방 애벌레가 깨어나서 꼬물꼬물 기어다니면서 잎을 갉아먹는 몸짓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제비가 잠자리나 나비를 낚아채어 새끼한테 먹이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멧골마을이라면 숲이나 멧등성이를 땀흘려 오르내릴 만합니다. 바닷마을이라면 시원하게 헤엄을 치고 모래밭 놀이를 누릴 만합니다. 들마을이라면 들풀을 뜯고 들꽃을 꺾으면서 들노래를 부를 만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제일 싫다. 나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는 사실 고독한 것이 아니라고 믿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중2 때 처음으로 혼자 나고야까지 갔다. 엄청 먼 곳에 와 있는 것 같아 바짝 긴장했다. 도착해 보고 알게 된 것은, 돈이랑 배짱만 있으면 의외로 가깝다는 것이었다. 나 혼자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의외로 바로 손이 닿는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180∼181쪽)



  시골에서는 잘사는 집만 마당이 있지 않습니다. 시골에서는 모든 집이 마당을 누립니다. 시골에서는 땅이 넓은 집만 새파랗게 맑은 하늘을 누리지 않습니다. 모든 시골집이 드넓은 하늘을 누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쐽니다.


  걸음을 옮길 수 있으면 시골에서는 누구나 숲하고 골짜기를 누립니다. 마실을 다닐 마음이 있으면 시골에서는 누구나 바다와 들과 멧등성이를 누립니다. 아무런 마음이 없으면, 도시에서도 삶이 갑갑하고 시골에서도 삶이 답답합니다.


  깜깜한 밤은 그저 깜깜할 뿐 무서울 일이 없습니다. 밝은 낮은 그저 밝을 뿐 안 무서울 일이 없습니다. 밤이 있기에 무더운 여름이 차분히 식습니다. 낮이 있기에 해가 온누리를 비추면서 따스하게 어루만집니다.


  아이들이 씨앗 심는 재미를 느끼고, 씨앗 돌보는 즐거움을 마주하며, 씨앗 거두는 보람을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철마다 다른 삶을 느끼고, 다달이 새로운 사랑을 마주하며, 언제나 기쁘게 찾아오는 아침인 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따분함이란 어디에도 스며들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삶과 사랑과 꿈이 없으니 그예 따분한 마음이 되리라 느낍니다. 4348.7.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철의 연금술사 3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533



‘산 사람’을 살게 이끄는 힘

― 강철의 연금술사 3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4.4.25.



  《강철의 연금술사》 셋째 권을 보면, 끝자락에서 ‘현자의 돌’을 무엇으로 빚는가 하는 수수께끼가 나옵니다. 바로 ‘산 사람’을 바탕으로 ‘현자의 돌’을 빚는다고 해요.


  가만히 보면, ‘강철 연금술사’가 된 아이는 제 팔 하나를 내놓아서 ‘동생 넋’을 연성했습니다. ‘산 몸’을 내놓았기에 ‘다른 하나’를 얻거나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산 목숨’을 주어야 ‘다른 산 목숨’을 얻는 셈이요, 우리가 삶을 누리는 바탕도 ‘다른 산 목숨’을 늘 먹기 때문이라는 대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냥 눈 딱 감고 오토메일로 바꾸지 그래?” “하하, 농담 마세요. 편리할지는 몰라도 수술 후의 고통과 재활치료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잖습니까.” “다 큰 어른이 뭘 그리 겁을 내누? 오른팔과 왼다리를 한꺼번에 오토메일로 바꾼 어린애도 있는데.” “전 그만 한 용기는 없거든요.” (7쪽)

“아하하, 나랑 동갑이고 이렇게 쬐끄만 주제에 ‘인간병기’라니 정말 웃긴다. 잘 땐 이렇게 무방비 상태인데 말이야.” (42쪽)



  밥을 먹든 고기를 먹든 사람은 늘 ‘목숨’을 먹습니다. 목숨 아닌 것을 먹고서 몸을 버티지 못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목숨으로 이루어진 몸’으로 삽니다. 사람이 사람을 먹지 않다뿐, 수많은 목숨을 골고루 먹으면서 스스로 몸을 튼튼하게 다스립니다.


  그러면, 사람은 왜 모든 목숨(영양소)을 골고루 먹을까요? 한 가지 목숨만 먹으면 몸이 나빠지거나 힘이 빠지기 때문일 테지요. 한 가지 목숨만으로는 몸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삶마저 이루지 못하게 때문이겠지요.


  골고루 먹고, 골고루 몸이 자라서, 골고루 이웃을 살피는 눈길로, 골고루 아름답게 삶을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골고루 누리고, 골고루 마음을 가꾸어서, 골고루 사람을 아끼는 손길로, 골고루 따스하게 사랑을 빚는다고 할 수 있어요.



“4년 전, 자기 팔과 바꿔서 동생의 혼을 연성했을 때도, 군부의 개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어른도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는 오토메일 수술을 견딜 때도, 그 조그만 몸 어디에 그런 강인함이 숨어 있을까 했지.” (25∼26쪽)

“그래, 끔찍한 전쟁이었지. 하지만 그 전쟁으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우리 의지장구사를 필요로 한다네. 세상 참 얄궂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우리가 그 전쟁 덕분에 밥벌이를 하고 사니 말야.” (28쪽)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아이들은 ‘눈물’을 내려놓습니다. 왜냐하면, ‘웃음’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사랑’을 찾고 싶어서 ‘미움’을 내려놓는 길로 가려 합니다. 웃음은 사랑하고 이어지고, 사랑은 언제나 넉넉한 삶이며, 삶은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흐릅니다.


  가만히 보면, 전쟁터에는 웃음이나 노래가 없습니다. 전쟁터에는 미움과 죽음만 있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는 자리에서는 사랑이나 꿈이 자라지 않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으니 아픔과 슬픔만 자랍니다.



“울 수 있는 몸이 있어도 안 우는 바보가 있는가 하면 말이지. 진짜, 강한 척만 한다니까, 이 바보는.” (44쪽)

“‘악마의 연구라더니 정말 딱 맞아! 마르코 씨, 당신이 원망스러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현자의 돌’의 재료는 살아 있는 사람이야!” (86쪽)



  사랑은 늘 사랑을 바탕으로 자랍니다. 사랑이니, 사랑을 바탕으로 자라지요. 전쟁은 늘 전쟁을 바탕으로 불거집니다. 전쟁이니, 전쟁무기로 전쟁을 일삼아요. 전쟁무기가 잔뜩 있다면 전쟁을 벌일밖에 없습니다. 두 손에 오직 사랑만 담는다면, 언제나 사랑을 나눌밖에 없어요. 사랑만 품는 사람이니 사랑을 나누고, 전쟁무기를 손에 쥔 사람이니 전쟁을 벌여요.


  그러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바로 사랑일 테지요. 전쟁무기로 전쟁으로 치닫는 전쟁놀이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랑을 낳는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갈 때에 함께 웃고 노래하는 이야기가 샘솟겠지요. 4348.7.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