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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안녕, 소르시에 1~2 - 전2권
호즈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28



모든 삶을 아름답게 담은 고흐 그림

― 안녕, 소르시에 1∼2

 호즈미 글·그림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4.11.7.



  호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안녕, 소르시에》(애니북스,2014)는 ‘고흐 형제’를 다룹니다. 화가로 살던 무렵에는 그림이 널리 사랑받지 못했지만, 죽어서 이 땅을 떠난 뒤에는 그림이 아주 널리 사랑받은 고흐입니다. 《안녕, 소르시에》를 그린 호즈미 님은 ‘왜 죽고 난 뒤에야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을까?’ 하는 실마리를 풀어 보려고 이모저모 생각을 기울입니다. 참말 어떻게 죽고 난 뒤에야 그림이 널리 알려질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림을 그린 고흐 님이 아니더라도, 퍽 많은 이들이 죽고 난 뒤에 비로소 사랑을 받습니다. 한창 씩씩하게 한길을 걸을 적에는 가난하고 힘겨운 삶이었다면, 죽고 난 뒤에는 그림값이 치솟아서 ‘배 곯을 일’이 없습니다. 죽었으니 배 곯을 일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만, 배를 곯던 때에 그림 한 장이 제대로 사랑받아서 팔릴 수 있었으면, 문화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창작하는 사람은 가난한 삶을 누려야 마음이 안 바뀌면서 곧게 한길을 걷는가요? 창작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값을 크게 얻으면 창작하는 마음을 잃고 바보스럽게 되는가요?



“우리 화가들은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은 그걸 보고 감동하는 거잖아?” “그렇지.” “애걔? 그럼 네 형의 그림은 어떻게 봐야 해? 기쁨과 환희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고독까지도 이토록 생생하게 그렸는데, 이런 그림을 보고 누가 감동을 느낄 수 있단 거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매춘부 그림만 해도 솔직히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인생이란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 (7∼8쪽)




  고흐라는 화가뿐 아니라, 밀레라는 화가도 살림돈을 얻는 일이 몹시 벅찼습니다. 고흐도 밀레도 이녁이 죽은 뒤에 이녁 그림을 바라보는 눈길이 아주 크게 달라졌습니다. 왜 사람들 눈길은 이 화가들이 손에 붓을 쥐어 종이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을 적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왜 사람들 눈길은 이 화가들이 더는 손에 붓을 쥘 수 없을 때라야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여길까요.


  널리 알려지기도 했는데, 고흐는 밀레 그림을 즐겁게 ‘베껴 그리기(모사)’를 했습니다. 흙빛을 사랑으로 빚는 아름다운 숨결이 밀레 그림마다 흐른다고 여기면서, 밀레 그림을 다시 그리고 또 그리고 새롭게 그려서, 고흐 스스로 손끝에 담을 ‘흙빛을 사랑으로 빚는 아름다운 숨결’을 갈고닦으려고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사람은 살빛이 흙빛을 닮습니다. 시골사람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으레 흙빛 손이요 발이며 낯입니다. 흙을 일구고, 흙으로 집을 지으며, 흙에서 난 것을 먹으니, 아무래도 흙빛 살결이 되리라 느낍니다. 너른 숲이나 멧골에 깃들면, 숲흙이나 멧흙은 까무잡잡합니다. 잘 삭은 흙은 새까맣기도 합니다. 그런데, 살결이 하얀 사람이 있습니다. 서양사람이라서 백인이 아니라, 손에 흙을 만질 일이 없이 살던 사람이 살갗이 하얗습니다. 또는 허옇다고 할까요. 흙을 알고 흙하고 살 적에는 까무잡잡한 살빛이라면, 흙을 모르고 흙하고 등질 적에는 허연 살빛입니다.


  이리하여, 그림을 그릴 적에 흙을 흙빛 그대로 마주하면서 그릴 수 있으면, 하늘을 그릴 적에 하늘을 하늘빛 그대로 마주하면서 그릴 수 있습니다. 별을 별빛 그대로 마주하고, 바람을 바람빛 그대로 마주하지요. 꽃송이와 나무에 흐르는 기운을 읽고, 사람마다 마음으로 흐르는 숨결을 읽는다면, 이 모든 기운과 숨결을 그림으로 고이 담습니다. 고흐라는 화가가 담으려고 한 빛이나 빛깔이나 빛결이라면, 바로 이 대목, ‘흙을 비롯한 모든 목숨을 사랑으로 빚는 아름다운 손길’로 짓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빈센트 형에겐,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야.” (9쪽)

“상상이 돼? 화를 내지 않는 사람 눈엔 이 세상이 어떻게 비쳐질는지.” “아니, 상상이 안 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분노가 없으니까 반발심이 없어. 편견도 없고, 질투도 없어.” (11쪽)



  만화책 《안녕, 소르시에》를 보면, 이 만화를 그린 호즈미 님은 고흐 형제 가운데 형은 ‘미움이나 부아’가 하나도 없이 착하고 너른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고흐 형제 가운데 동생은 형이 이런 마음이 되어서는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여겼으리라 하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다만, 만화책 《안녕, 소르시에》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이야기나 역사를 그대로 그리지 않습니다. 만화가로서 생각날개(상상)를 뻗어서 ‘어쩌면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라든지 ‘어쩌면 정작 이런 일이 있었으나,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뒤바뀌지 않았을까?’ 같은 수수께끼를 내놓습니다.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참은 몇 가지 안 될 만합니다.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얽혀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이야기는 몇 가지 안 됩니다. 투탕카멘이나 단군을 놓고 몇 가지 이야기나 알 수 있을까요? 고구려에서 땅을 넓혔다고 하는 광개토대왕이지만, 막상 이분이 어떤 마음이요 생각이며 사랑인가 하는 대목뿐 아니라, 어떤 말을 들려주었는가 같은 대목도 우리가 오늘날 알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거의 모든 이야기는 생각날개를 펼쳐서 하나하나 그립니다. 먼 옛날에 흐르던 삶을 오늘 이곳에서 되새길 적에는 저마다 다른 생각날개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우와, 조셉 아저씨네는 잘됐는데, 요한은 안됐네.” “그럴까?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거야. 난 전부 멋진 일이라 생각해.” (38쪽)

‘넌 그림을 그리는 게 신이 내게 주신 재능이라 했지만, 정말 그런지 아닌지 솔직히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딱 한 가지, 분명히 깨달은 사실이 있어. 신이 내게 주신 진짜 선물은, 바로 너라는 거야.’ (118∼119쪽)



  만화책 《안녕, 소르시에》는 고흐 형제 가운데 동생이 꾀한 일 때문에 형이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았다는 줄거리를 보여줍니다. 틀리지 않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화가인 형한테는 늘 동생이 따순 마음으로 지켜 주었기에 붓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말처럼, 동생은 형한테 ‘하늘이 내린 재주’가 있다고 여길 만한데, 이와 맞물려 만화책에 나오는 다른 말처럼, 형은 동생이라는 사람(넋, 목숨, 숨결)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별에서 태어나고 죽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이고 ‘하늘이 베푼 사랑’이라고 여길 수 있다고 느껴요.


  고흐 그림은 모든 삶을 아름답게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고흐 형제가 바라본 온누리는 저마다 ‘하늘이 내린 선물’과 같고 ‘하늘이 베푼 사랑’으로 이루어졌다고 여길 만했으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내 목숨)도 선물이고 너(네 목숨)도 선물입니다. 나도 사랑이고 너도 사랑입니다. 작은 돌멩이도 선물이자 사랑이요, 우람한 나무도 선물이자 사랑입니다.


  서로서로 선물이면서 사랑이라고 느끼는 자리에서는 미움이나 전쟁이 깃들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사랑이면서 선물이라고 여기는 자리에서는 웃음과 평화가 감돕니다. 서로서로 선물이면서 사랑이 될 때에는, 우리 손에 붓이 들리면 아름다운 그림이 태어나고, 우리 손에 악기가 들리면 아름다운 노래가 태어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머잖아 고흐 형제처럼 사랑받을 화가나 작가나 사진가가 새롭게 깨어나리라 봅니다. 비록 이 땅에 태어나서 사는 동안 책 몇 권 안 팔리는 작가라 하더라도, 스스로 아름다운 사랑과 꿈으로 한길을 걷는다면, 죽은 뒤에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온누리에 두루 아름다운 이야기를 퍼뜨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도 거짓도 언제까지나 고이 남아서 흐릅니다. 4348.6.2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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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결혼생활 : 3년째 적나라한 결혼생활 2
케라 에이코 지음, 심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25



한집살이 세 해쯤 되면 두 사람 모습은?

― 적나라한 결혼생활, 3년째

 케라 에이코 글·그림

 심영은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015.3.6.



  만화책 《아따맘마》를 그린 케라 에이코 님이 빚은 《적나라한 결혼생활, 3년째》(21세기북스,2015)를 읽습니다. ‘적나라한 결혼생활’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신혼편’하고 ‘결혼편’하고 ‘3년째’하고 ‘7년째’, 이렇게 네 권이 한꺼번에 한국말로 나왔습니다. 이 네 가지 가운데 한집살이를 한 지 세 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맨 먼저 읽어 봅니다. 한집살이 세 해쯤 되면 어떤 이야기가 흐를 만할까 하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집에 혼자 있는 게 좋아! 행복하다!’ 부웅.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방귀 어떻게 뀌려나.’ (9쪽)

“화장실에 책 들고 들어가지 마! 밥 먹으면서 책 읽기도 하잖아!” “봐! 괜찮아. 응가 같은 거 안 묻히니까!” “그래도 냄새가.” (40쪽)



  케라 에이코 님은 집에서 지내며 만화를 그리고, 이녁 곁님은 회사를 다닙니다. 집일은 만화를 그리는 분이 도맡고, 밥도 집에서 지내는 사람이 도맡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집일을 잘 모르고, 밥짓기도 잘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예나 이제나 비슷하구나 싶고, 한국이나 이웃나라도 비슷하구나 싶습니다. 참말 안 달라지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아무리 성평등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한집살이를 하면서 ‘집 바깥’으로 나가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은 집일이나 집살림에 눈길을 못 둔다고 할까요.


  그나저나,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방귀를 어떻게 뀔까요? 어쩌면 소리를 죽이고 뀔는지 모르고, 살짝 뒷간을 다녀오거나 담배를 태우려고 바깥으로 나가서 뀔는지 모릅니다. 방귀가 나오려 하면 끝까지 참을는지 모르고, 회사일이 끝날 때까지 꾹 누르다가 회사를 나서기 무섭게 뀔는지 모릅니다.


  바깥일이 바빠서 방귀를 뀔 겨를이 없을 수 있습니다. 회사일을 하지만, 정작 회사에 눌러앉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일을 보느라, 길에서 거리낌없이 뀔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다른 사람이 듣거나 말거나 씩씩하게 뀔 수 있어요.




‘부부도 오래되면 완전히 순수한 상태가 된다. 언제 누가 침실로 들어와도, 천사처럼 잠든 얼굴.’ (69쪽)

“밖에서 아내 험담을 하는 게, 남자의 자존심이야. 시시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부터 먼저 자존심을 버려.” “싫어엉! 아내는 미인이고, 재능 있는 요리 천재란 말이야앙!” “자존심이 너무 없어!” (79쪽)



  한집살이를 오래 했기에 두 사람이 해맑은(순수한) 마음이 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태어날 적부터 해맑은 마음이라고 느껴요. 해맑은 마음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뛰놀다가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사회에서 온갖 일에 치이면서 차츰차츰 해맑은 마음이 스러지거나 옅어지는데, 한집살이를 하는 두 사람이 서로 아끼고 믿고 사랑하는 동안, 이 해맑은 마음이 새롭게 깨어나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해맑은 마음이던 두 사람이 한동안 툭탁거릴 수 있지만,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 한집살이를 하면서, 미움도 시샘도 싫음도 털어내고, 좋음도 반함도 반가움도 가만히 내려놓으면서 고요한 마음으로 거듭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앗! 목욕타월이 뛰어다녀요!” “아니, 그게, 흉측한 꼴로 있어서.”  “남편 분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네에, 뭐어.” ‘하지만 이번 일로 저 녀석도 역시 질렸겠지.’ (108쪽)

“아, 맞다. 다이어리 올해 속지 사는 걸 잊고 있었네.” “엇, 그럼 백화점 가? 백화점 가야겠네! 같이 가 줄게, 응? 응? 다이어리 내가 사도 괜찮아!” “어쩔 수 없군.” … “봤어! 당신! ‘내 쇼핑에 같이 가 준다’는 식으로 말해 놓고. 그 잔뜩 쓰인 메모는 뭐야?” (123∼124쪽)



  집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지냅니다. 뒤꼍이나 마당에서 일할 적에도 가벼운 차림새입니다. 시골에서 흙일을 하는 사람은 멋지거나 예쁜 옷을 차리는 일이 드뭅니다. 수수한 차림이면서 가벼운 옷입니다. 옷으로 뽐내거나 그럴듯하게 보일 까닭이 사라지면서, 한결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고,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으로 삶을 읽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이로 달라지리라 느낍니다.


  한집에서 오래도록 지내는 삶이라면 바로 ‘한마음’ 되기로 나아가는 삶이리라 봅니다. 한집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삶벗이 되면, 두 사람은 ‘한넋’이요 ‘한사랑’이며 ‘한꿈’을 가꾸는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나는 하루이리라 봅니다.


  그러나, 툭탁거림을 그치지 못한 나머지 두집살이로 갈라질 수 있습니다. 두 마음이 끝내 두 마음으로 갈라지기만 할 뿐, 한마음으로 엮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깃든 고요하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넋을 바라보면서 해맑게 어루만질 때에, 두 사람이 이루는 한집살이는 맑은 웃음이랑 밝은 노래로 아침마다 기쁘게 열리리라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혼인을 해서 지내는 삶은 ‘좋음 싫음’이나 ‘좋음 나쁨’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더 좋아지려고 한집살이를 하지 않고, 더 나빠지지 않으려고 두집살이를 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고우면서 착하며 참다운 사랑을 바라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기 때문에 한집살이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집살이를 아홉 해째 하면서 느낀 생각입니다. 4348.6.1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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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10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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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19



웃음소리를 노래에 담을 때에

― 순백의 소리 10

 라가와 마리모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5.25.



  아이들하고 함께 살기에 아이들이 날마다 들려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웃고, 웃으면서 놉니다. 아이들은 노래하면서 놀고, 놀면서 노래합니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밤에도 저녁에도, 낮에도, 그러니까 하루 내내 놀고 웃으며 노래합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살기 앞서는 아이들한테서 이런 소리가 흐르는 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처럼 어린 나날을 누렸는데, 내가 이런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를 언제나 터뜨리면서 논 줄 잊고 살았다고 할까요.



- “예의범절하곤. 여긴 수준 높은 손님들만 오는 곳이야.” “한 곡만 켜게 해 주이소. 그래서 안 되면 가지예.” (7쪽)

- “진짜 실력자는, 그 정도로도 웬만큼의 실력을 보여줄 순 있겠지. 그래도 100%를 끌어내고 싶을 때는, ‘붓’을 가려야 해. 난, 사와무라에게서 느꼈어. 나를 끌어내 줘.” (16∼17쪽)



  라가와 마리모 님 만화책 《순백의 소리》(학산문화사,2015) 열째 권을 읽습니다. 《순백의 소리》 열째 권을 보면, 이 만화책에서 주인공이 되는 아이가 ‘일찌감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내 노랫소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까닭’을 스스로 다시 생각하고 헤아리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스스로 막다른 벼랑길에 서면서 노랫소리를 찾으려고 하는 아이는 뒤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돌아갈 길이나 물러설 길을 두지 않았으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합니다. 걷고 다시 걷습니다. 걷고 또 걷습니다. 높은 울타리에 부딪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거친 가시밭길이 나오든 말든 따지지 않습니다. 깊은 수렁이 나오든 말든 가리지 않습니다. 오직 한길을 걸어갑니다.



- ‘아, 가락이 뒤죽박죽이다. 끌어내는 소리, 누르는 소리, 손님에게 맞추는 소리, 좋아하는 소리, 즐거워하는 소리. 그럼 내 소리는?’ (26쪽)

- “세츠의 연주 들었지?” “네, 뭐.” “여러 가지 소리가 있다는 걸, 너무 갑자기 알아 버렸어.” (34쪽)

- “사와무라의 할아버지가, 그렇게 굉장했습니까?” “그래, 굉장했지. 기술이 어쩌고 하는 차원이 아니야. 본인이 샤미센을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켜 왔고, 선택의 여지도 없는.” (36∼37쪽)



  웃음소리를 노래에 담을 때에, 내 노래는 웃음이 됩니다. 울음소리를 노래에 담을 적에, 내 노래는 울음이 됩니다. 놀이하는 소리를 노래에 담으면, 내 노래는 놀이가 돼요. 아프거나 지쳐서 뒹구는 소리를 노래에 담으면, 참말 나는 아프거나 뒹구는 삶이 됩니다.


  더 좋거나 나쁜 노래는 없습니다. 다 다른 노래가 있습니다. 더 낫거나 덜떨어지는 노래는 없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노래입니다.


  소리를 찾는 길은 삶을 찾는 길입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길은 사랑을 나누는 길입니다. 소리에 마음을 실어서 노래를 부르는 길은 너와 내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가꾸려는 길입니다.



- ‘이건 장난이 아니다. 진심이다. 아오모리에서 뛰쳐나와 학교도 그만두고, 여기까지 왔다! 절대, 그만두고 싶지 않다!’ (65쪽)

- ‘아오모리의 겨울은 훨씬 더 추웠제. 그런데도 도쿄가 더욱, 뼛속이 시리다.’ (68쪽)



  여름 밤이 되어 개구리가 우렁차게 노래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습니다. 개구리는 밤새 노래합니다. 잠자리에 드러누워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다 보면, 수많은 개구리가 한꺼번에 노래하는 소리는 어느덧 내 몸을 고요하게 다스리면서 차분히 잠재웁니다. 개구리가 노래하기에 시끄럽지 않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할 적에도 시끄럽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올 적에도 시끄럽지 않습니다. 이 모든 소리는 내 몸이 새롭게 깨어나도록 살며시 북돋웁니다.


  《순백의 소리》에 나오는 아이가 켜는 샤미센은 어떤 소리일까요? 가만히 들으면서 온몸이 차분해질 수 있는 소리일까요? 가만히 듣다가 피가 끓으면서 기쁨이 샘솟는 소리일까요? 눈물이 흐르거나 웃음이 피어나도록 북돋우는 소리일까요?



- ‘다행이다. 아직, 손님 앞에서 연주할 수 있다. 연주할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서. 아오모리에 있을 때, 할배가 살았을 때, 우째 나는, 소리를 바깥 세상으로 풀어주지 않고 살았을까.’ (84∼86쪽)

- “지가 어데 야마리 까졌다는 깁니꺼?” “내는 그냥 민요가 좋아서 부르는 기지, 명창 아이다. 니 반주는 말이다. 니 잘한다는 자랑만 한다 아이가. 몬하는 놈한테 맞춰 줄 생각은 아예 없제? 아무리 음치라도, 기분 좋게 부를 수 있게 신경을 써야지 말이다.” (129쪽)



  잘 켜는 노래가 없고, 못 켜는 노래가 없습니다. 모두 다른 노래입니다. 잘 부르는 노래가 없고, 못 부르는 노래가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노래입니다. 다만, 함께 어우러질 수 있으면 즐거운 노래요,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서 홀로 뻗기만 한다면 즐겁기 어려운 노래입니다. 함께 춤출 수 있으면 기쁜 노래요, 혼자 춤추려고만 한다면 기쁘기 힘든 노래예요.


  아직 어리고 풋풋한 아이는 새롭게 온갖 사람을 겪습니다. 그동안 한 가지 소리만 생각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온갖 사람을 마주치면서 온갖 소리를 느낍니다. 그동안 오직 한 줄기 소리만 바라보면서 이 길로만 나아갔다면, 아직 어리고 풋풋한 아이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제 사랑을 오롯이 담아서 터뜨리는 소리를 골고루 느낍니다.


  새하얀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해맑은 노래는 어디에서 흐를까요? 손발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면서, 새하얀 소리와 해맑은 노래가 천천히 새삼스레 태어나려고 합니다. 4348.6.1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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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9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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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22



이제 망설이지 말고 나아가자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9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5.5.25.



  어떤 일이 잘 되거나 안 되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라면을 잘 끓이거나 못 끓이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한집살이를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가만히 읽으면서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됩니다. 오늘 안 되면 모레에 다시 하고, 모레에 또 안 되면 글피에 거듭 하면 됩니다.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일어서면 되며, 자꾸자꾸 일을 그르친다면 일을 안 그르칠 때까지 기운차게 새롭게 하면 됩니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새롭게 한 발 두 발 떼듯이, 어린이도 어른도 저마다 활짝 웃으면서 한 가지씩 즐겁게 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야생의 후박나무는 크구나. 크고 모양이 좋은걸. 오! 이게 후박나무 향기구나. 어전지 코비 교수님이 후박나무잎을 이야기한 이유를 알 것 같은데.” (38쪽)

“후박나무잎을 접시로 쓰니 굉장히 멋지네요.” “싱싱한 잎사귀의 향이 좋아.” “치라시 초밥을 얹으면 후박나무잎 초밥이 되겠군.” (41쪽)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5) 아홉째 권을 읽으면, 망설이는 사람과 더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하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망설이느라 정작 스스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더는 망설이지 않으면서 이제부터 스스로 하고픈 일을 바라보면서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람은 언제나 망설이고 또 망설입니다. 더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이제나 저제나 망설일 까닭이 없습니다. 앞을 기쁘게 바라보면서 내 발걸음을 즐겁게 누립니다.



‘말해도 괜찮아. 분명 쿠루리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낼 거야. 나는 거기에 답해 주면 되고.’ (44∼45쪽)

“솔직해지라고. 자신을 볼 수 없는 사람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으니까.” (59쪽)

‘지나간 기억과 지나간 상상밖에 없었던 내가 너와 함께 있기 위해서 움직였어. 그건 자신의 이론을 간접체험하는 것.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67쪽)




  어떤 일을 잘 해내야 훌륭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못 해내기에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즐겁거나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때에 훌륭합니다. 즐거움도 기쁨도 없이 마지못해 일손을 붙잡는다면 바보스럽습니다.


  어떤 일을 즐겁고 기쁘게 해낼 때에 가없이 훌륭합니다. 아무런 즐거움이나 기쁨이 없이 어떤 일을 해낼 때에는 그저 그렇습니다. 즐거움과 기쁨으로 삶을 가꾸면서 힘썼으나 어떤 일을 끝내 해내지 못하면, 아무래도 살짝 아쉬울 테지만, 즐거움이나 기쁨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즐거움이나 기쁨조차 없이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괴로우면서 쓸쓸합니다.



‘자립이란 금전만이 아니라고 어떻게 전해 줘야 할까. 분명히 이건 보호자로서 내게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일 중 하나.’ (79쪽)

“이게 지리일세. 통상의 학문은 먼저 답을 정해 놓지만, 우리는 먼저 뛰어드는 거지. 보고, 가 보고, 해 보고, 테이터를 뽑고, 검증하고, 비교하고, 생각한다.” (88∼89쪽)



  길이 있으니 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길이 없으니 새롭게 길을 내면서 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이 맞으니 이 길대로 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이 맞아도 저 길로 일부러 에돌아서 새로운 숨결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삶만 있지 않고, 한 가지 사랑만 있지 않으며, 한 가지 길만 있지 않습니다. 열 가지 삶이랑 백 가지 삶이랑 천 가지 삶이 있습니다. 끝없이 너른 삶이 있고, 언제나 새로운 삶이 있습니다. 너와 내가 함께 가꾸는 삶이 있고, 시나브로 홀로서기를 하면서 씩씩하게 혼자서 일구는 삶이 있습니다.




“내가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래. 언제나 보고만 있고, 귀찮아 하고, 도망치기만 하고,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움직이지 않고, 나는 얼마나 남에게 용서받아 온 걸까.” (118쪽)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몸 주변에 있는 것 전부 어디에서 와서 왜 여기에 있는가 그들은 알고 있어. 그 지식이 자신감이겠지. 불안정한 자연환경에서 몸을 맡기고 살아갈 수 있는 건.” (159쪽)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은 열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합니다. 마지막 열째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아무래도 ‘두 사람’이 저마다 스스로 씩씩하게 서는 이야기를 보여줄 테지요. 스스로 가슴에 품은 꿈대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줄 테고, 스스로 마음을 아끼는 숨결을 보여주겠지요.


  여름에 벚나무에 버찌가 달리니, 나무를 타고 올라서 열매를 따먹습니다. 여름날 후박나무는 잎사귀가 도톰하면서 짙푸르기에 ‘잎접시’로 쓰면 무척 향긋합니다. 망설일 까닭이 없습니다. 버찌를 먹고, 후박잎을 누리면 됩니다. 들딸기를 훑고, 찔레싹을 꺾으면 됩니다. 오디를 줍고, 밤꽃내음을 맡으면 됩니다. 날마다 새로운 하루이고, 언제나 기쁜 이야기가 샘솟는 삶입니다.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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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후루 23
스에츠구 유키 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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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23



내 마음에 네 숨소리를 담는다

― 치하야후루 23

 스에츠구 유키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4.25.



  스에츠구 유키 님이 빚은 만화책 《치하야후루》(학산문화사,2014) 스물셋째 권을 가만히 읽습니다. 카루타라는 카드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싸움과 다툼과 만남과 이야기를 가만히 읽습니다. 두 사람은 카루타 카드를 앞에 놓고서 기쁨을 나눌 수 있고, 슬픔을 북돋울 수 있으나, 차분한 마음이 되기도 하며, 차가운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때에는 싸움이나 다툼으로 불꽃이 튀지만, 어느 때에는 사랑과 꿈이 곱게 피어납니다. 어느 때에는 차디차거나 매몰찬 바람이 불지만, 어느 때에는 포근하고 보드라운 노래와 같은 바람이 붑니다.



“아, 아까웠어. 굉장한 시합이었는데! 하라다 선생님과 아라타의, 두 사람의 카루타가 참 달라서 재미있었어.” (20∼21쪽)

“나, 니 좋아한다, 치하야. 타이치가 벌써 말했는지는 몰라도, 난 대학은 인자 이쪽에서 다니기로 했다. 혹시, 니도 마음이 있다면, 같이 카루타 하제이.” (26∼28쪽)



  카루타 카드를 놓고 누가 더 겨루기를 잘 하는가 하고 대회를 엽니다. 대회에서 으뜸 자리를 거머쥐는 사람이 있습니다. 으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고, 으뜸 자리에 올라선 뒤 좀처럼 내려오지 않을 듯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카루타 카드가 아니더라도 둘이 두는 바둑이나 장기도 이기는 사람하고 지는 사람이 나옵니다. 잘 두어서 이기는 사람은 급수가 높습니다. 잘 두지 못해 으레 지는 사람은 급수가 낮습니다. 그런데, 장기이든 바둑이든 카루타이든, 왜 급수를 두어야 할까요. 그냥 두면 안 될까요. 잘 두면 얼마나 대단하고, 못 두면 얼마나 대수로울까요. 으뜸을 가리는 일도 재미있을 수 있는데, 가장 높다고 하는 자리를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저마다 가슴이 허전하거나 텅 비지는 않을까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누구한테나 즐겁거나 재미있는 놀이였을 텐데, 급수와 점수와 등수를 따지면서 어느새 즐거움과 재미하고는 동떨어지면서 ‘더 놀라운 솜씨나 손재주’로 기울지는 않나 궁금합니다.



“노력도 재능도 니가 빠지는 건 없다 본다만도. ‘없는’ 것은 만났나?” “심술과 경험, 정열, 애정, 애정. 애정.” (36∼37쪽)



  우리 삶을 든든히 받치는 기둥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삶이 빛납니다. 사랑이 있기에 아이와 어버이 사이에 기쁜 웃음이 흐릅니다. 사랑이 있으니 두 어른은 서로 짝꿍이 되어 보금자리를 일굽니다. 사랑을 고이 아끼고 보듬으면서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스오 씨의 움직임에 휘둘리지는 않아. 눈을 감지 않아도 그 정도의 기분으로 집중하라는 뜻. 소리를 잘 듣고, 한 점을 노린다.’ (117쪽)

‘엄마하고는 왠지, 가족이란 느낌이 안 드니까. 카루타 카드가 더 가족 같아. 카루타 카드.’ (162쪽)



  내 마음속에 네 숨소리를 담습니다. 네 마음속에 내 숨소리가 담깁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서로서로 숨소리를 주고받습니다. 미움이나 시샘 같은 마음이 아닌,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마음이 되도록 고운 숨소리를 주고받습니다. 만화책 《치하야후루》에 나오는 아이들도, 만화책이 아닌 우리 삶터에 있는 모든 아이들도, 저마다 마음자리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8.6.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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