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보세, 전통가옥!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77



빌리는 집이 아닌 짓는 집을

― 지어 보세, 전통가옥! 1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서수진 옮김

 미우 펴냄, 2015.5.15. 8000원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지어 보세, 전통가옥!》(미우,2015)을 읽었습니다. 이런 만화도 그리는가 하고 갸우뚱하면서 즐거이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야마시타 카즈미 님은 일본 옛집 이야기를 그릴 만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막상 만화책을 집어들어 펼치니,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보낸 어린 나날은 일본 옛집하고 동떨어집니다. 이분 다른 만화책에 나오듯이 이녁 아버님은 대학 교수였습니다. 일본 옛 문화보다는 새로운 서양 문화가 집안에 감도는 어린 나날을 보냈고, 야마시타 카즈미 님은 만화가 길로 접어든 뒤로는 도쿄 한복판에서 만화만 그리고 살았다고 해요.



마음만이라도 그 세계로 날아가 본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작 그걸 그리는 당사자는 도쿄 중심가의 빌딩에 둘러싸여 크리스마스도 설도 없이 오로지 일만 할 뿐. 설날 아침에 일을 안 한 적이 없었다. (8쪽)


지금 생각하면 모든 건 서로가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 처음의 아주 사소한 일들이 만사를 좀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의 ‘모르는’ 대상은 옛날과는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33쪽)



  일본사람이면서 막상 일본 옛 문화를 잘 모르는 만화가였다고 합니다. 일본 옛 문화뿐 아니라 오랜 일본 집조차 거의 몰랐다고 해요. 이를 뒤늦게 깨달으면서 늦깎이로 ‘일본 문화를 처음부터 배우는 일본사람’으로서 바쁜 틈을 쪼개었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갔다지요. 바로 집짓기입니다.


  여태 ‘남이 지은 집에 얹혀 지내는’ 살림이었다면, 이제부터 ‘손수 짓는 집에서 꿈을 길어올리는’ 살림이 되자고 생각을 품었다고 해요.



(어릴 적에) 눈보라가 치는 날엔 집안에서만 지내도 나름 즐거웠다. 난로와 벽 사이의 좁은 틈이 나만의 성역. 거기서 고구마를 먹으며 재밌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46쪽)


“현대로 비유하자면, 도심 속에서도 산속에 있는 듯한 조용함을 느끼고 싶다, 는 마음을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 ‘스키야’라고 생각해요. 야마시타 씨도 야마시타 씨 자신의 스키야를 발견하면 좋겠네요.” (57쪽)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만화가 한 사람은 참말로 손수 일본 옛집을 도쿄 한복판에 지어서 꿈 같은 나날을 누리며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 그저 어디에서든 만화만 그릴 수 있으면 좋은 삶이 아니라, 아름답게 누리는 아늑한 집에서 그토록 사랑하는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참말 만화도 남다르게 태어날 만하겠지요.


  만화 하나마다 ‘남이 빚은 작품을 흉내내는’ 길이 아니듯이, 살림집도 ‘내 손길이 깃든’ 터전이 될 수 있으면 참으로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빚어서 스스로 그리는 만화이듯이, 집도 집살림도 모두 손수 가꿀 수 있다면 아주 아름다이 거듭나는 하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7.2.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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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는 두사람 4
요시다 사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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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75



‘일 안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일하지 않는 두 사람 4

 요시다 사토루 글·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6.3.31. 5000원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6)에는 틀림없이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만화책을 보면서 참말 두 사람이 ‘일을 안 하는가?’ 하고 헤아려 보면서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이 두 사람은 틀림없이 ‘일’을 합니다. 사회에서 보기에 ‘노동생산성’이 없다고 여길 수 있거나, 경제로 보기에 ‘경제성장률’에 이바지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을 뿐이에요.


  문득 두 사람하고 ‘기본소득’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집 바깥으로 좀처럼 안 나가면서 돈벌이를 안 하는 이들한테 ‘기본소득’이란 무엇이 될까요? 생산성하고 성장률에 이바지를 못하는 이들한테는 기본소득이 없어도 될까요? 이들처럼 집에서만 맴돌 적에 기본소득을 주면 더 ‘사회에서 돈을 버는 일을 안 하려’ 든다고 여길 만할까요??



“만두라. 딱 하나에만 고추냉이 넣어서 러시안 룰렛 만두를 만들까?” “그게 뭐야. 재미있을 것 같아. 아빠가 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14쪽)


“단번에 당첨이라니. 아빤 정말 굉장해. 으호우아! 고추냉이는 한 개에만 넣는다고 했잖아?” (26쪽)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는 두 가지 덫이 나옵니다. 두 사람은 틀림없이 생산성이나 성장률하고는 동떨어지게 살지만 둘레 여러 사람한테 이바지를 해요. 먼저 두 사람 아버지한테 이바지를 합니다. 두 사람 아버지는 이녁 딸아들이 집에서 ‘즐겁게 서로 아끼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느긋하게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두 사람 아버지한테는 따로 걱정이 없어요.


  두 사람하고 이웃인 분한테도 이바지를 해요. 혼자 살면서 한 주 내내 거의 회사일에 얽매인 이웃집 아가씨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짜증이 쌓입니다. 이러던 어느 날 이웃집 두 사람을 보고는 ‘어쩜 저리 바보스러운 남매일까?’ 하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저 바보스러운 남매가 저렇게 밝게 웃으며 노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해요. 그때부터 잠을 무척 잘 자고, 회사에서도 일을 더 잘할 뿐 아니라, 이웃집 두 남매한테 다가가서 ‘아끼고 싶은 두 동생’하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그때까지 이웃집 아가씨는 일요일에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쉬거나 놀아야 하는가’를 몰랐으나, 이웃집 남매한테서 ‘느긋하게 노는 삶’을 배워요.



“재미있는 영화보다 쓰레기 같은 영화를 봐야 나중에 할 얘깃거리가 더 많아지잖아? 그러니까 이거 빌려.” “뭐? 그냥 평범하게 재미있는 걸 보고 싶다고.” (37쪽)


“잠을 편히 자게 해 준다는 상품도 써 봤지만 전부 별로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러면 오히려 꼭 자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잖아.” “앗.” “나도 잠을 잘 못 자는 편이거든. 그 기분 아주 잘 알아.” (43쪽)



  그렇지만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두 사람 어머니입니다. 늘 츄리닝만 입는 두 사람을 노려보지요. 누구보다 딸아이를 째려봅니다. 딸아이가 어떻게 시집을 가려나 늘 걱정해요.


  어느 모로는 걱정스러울 테지요. 날마다 나이는 먹지, 따로 일자리를 찾지는 않지, 그렇다고 무엇을 새로 배우려고는 않으니, 걱정할 만합니다. 이러면서 두 아이 어머니는 아이들한테 늘 ‘부아가 난 모습’으로 마주합니다.


  가만히 살피면 우리 사회에서도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이처럼 ‘부아가 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어요. 왜 너는 뼈빠지게 일을 안 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 모든 사람이 똑같이 회사에 나가서 똑같은 돈을 벌어야 하는가?’ 하고 말이에요.



“토요일에는 회사에 나가는 날이 많고, 쉬는 날에도 집에서 미처 하지 못한 회사 일을 하거나 해. 그리고 청소나 빨래를 하면 하루가 끝나 버리는, 그런 느낌?” “와아, 힘드시겠네요.” ‘윽. 놀라고 있어.’ “그런 날은 쉬는 날이라고 안 해요. 일을 하는데 청소랑 빨래까지 해야 하다니.” (67쪽)



  기본소득은 이 대목을 건드린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쳇바퀴처럼 돌아가지 않는 사회를 이루는 바탕인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일하지 않는 사람한테 왜 기본소득을 줘야 해?’ 하고 여길 수 있지만, 만화책에 나오는 두 사람은 ‘또 다른 일’을 합니다. 돈을 안 벌지만 ‘아주 다른 일’을 해요.


  어떤 일을 하느냐 하면, 남매 가운데 오빠는 늘 ‘아버지 도시락’을 싸 줍니다. 오빠는 밥짓는 솜씨가 좋아서 으레 밥살림을 맡습니다. 만두도 잘 빚지요. 더욱이 동생이 이 일 저 일 안 하려 할 적에 어떻게 달래거나 다독여서 함께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잘 알아요. 억지로 동생을 이끌지 않아요. 부드러우면서 재미난 놀이를 떠올려서 함께 만두를 빚고 함께 청소를 하며 함께 살림을 돕습니다.


  이 두 남매한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두 남매는 또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를테면 두 남매는 텃밭짓기를 할 수 있어요. 기본소득으로 상자텃밭을 마련하고 씨앗을 장만하겠지요. 이러면서 푸성귀쯤 집에서 손수 지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상자텃밭을 지어 푸성귀를 얻는 일은 ‘생산성·성장률’하고는 잇닿지 않을 테지만 몇 가지로 보람이 있어요. 먼저 두 사람은 즐겁게 ‘일’을 하지요. 두 사람 집안에서는 더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지요. 이러면서 두 사람은 살림돈을 한결 아낄 태고, 살림돈을 아낄 뿐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더 오붓하게 밥을 지어 먹을 만해요.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화가 났죠.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 외롭고 엄마는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데, 두 사람은 항상 집에 있으면서 즐거운 듯 실실 웃고 있었으니까요. 아마 부러웠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106쪽)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모든 사람이 공무원 공부를 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며 나설 수 없어요. 그렇지요?


  누군가 버스를 몰아야 하고, 누군가 흙을 지어야 합니다. 누군가 밥을 지어야 하고, 누군가 옷을 지어야 해요. 누군가 청소를 해야 하고, 누군가 아이를 낳아 돌보아야 하며, 누군가 책도 쓰고 신문도 내야 하겠지요.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어린이나 푸름이는 학교에서 입시공부만 하면 될까요? 어린이나 푸름이는 안 놀고 공부만 하면 될까요? 어른으로서도 생각해 보아야지요. 어른은 그냥 돈만 버는 일로 온삶을 바치면 될까요? 집에서 식구들하고 오붓하고 어우러지면서 ‘노는 즐거움’은 안 누려도 될까요?


  기본소득이란 ‘일을 더 즐겁고 재미나게 하도록’ 이끄는 작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결 느긋하게 일하고, 삶에서 더 보람을 찾도록 이끄는 작은 제도이겠지요. 돈으로 사다가 먹거나 쓰는 얼거리를 줄이고, 손수 집에서 짓고 가꾸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찾도록 이끄는 작은 제도가 되기도 할 테고요.



“왜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러니?” “왜냐면 엄마가 좋은 거라고 말하는 것 중에 진짜로 좋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거든.” (119쪽)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는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흐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과 살림, 여기에 기본소득과 복지나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 자그마한 눈길이 흐르기도 합니다. ‘일하지 않는다’하고 ‘일한다’가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슬기롭게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이 나라에서 정작 ‘일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나라에서 ‘일해야 하는 자리’에 섰으나, 막상 ‘일을 안 하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사람은 누구일까요?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분한테 여쭙고 싶습니다. 새로 대통령 자리에 서고 싶으신 분들한테도 여쭙고 싶습니다. 2017.2.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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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고양이 쿠로 9 - 완결
스기사쿠 지음 / 시공사(만화)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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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76



마을고양이 조용히 숨을 거두다

― 묘한 고양이 쿠로 9

 스기사쿠 글·그림

 최윤희 옮김

 시공사 펴냄, 2006.5.30. 5000원



  스기사쿠 님 만화책 《묘한 고양이 쿠로》(시공사,2006)는 아홉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길고양이라고 할 수 있고 마을고양이라고 할 수 있는 까망 고양이 ‘쿠로’가 이야기를 이끄는데, 아홉째 권에서 쿠로가 숨을 거두어요. 이러면서 저절로 이 만화책은 이야기를 끝맺지요.



할아버지는 내가 없는 동안 차가워져 있었고, 할아버지가 수염을 보낸 암컷들이 몰려들어 왔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운 걸 알아차리고 마지막 이별의 인사로서 수염을 배달시킨 건지도 모르겠다. (14쪽)


난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기척을 감췄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배운 사냥법을 처음으로 다른 고양이에게 가르쳐 줬다. 드디어 죽음의 슬픔에서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쪽)



  아홉째 권 첫머리를 보면 쿠로가 아닌 다른 마을고양이 한 마리가 숨을 거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쩌면 이 대목에서 ‘할아버지 고양이’뿐 아니라 ‘까망 고양이 쿠로’로 숨을 거둔다는 빛을 넌지시 보여주는구나 싶기도 해요. 때로는 나이가 들어서 죽고, 때로는 자동차에 치여서 죽어요. 때로는 쥐약을 먹고서 죽는 고양이가 있고, 시골에서는 농약이나 농약에 물든 것을 먹고서 죽는 고양이가 있어요. 때로는 어떤 병에 걸려서 죽는 고양이가 있고요.



아무래도 그 인간은 구멍을 막고 있는 모양이었다. 짝퉁 개는 거처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나올 수 없다는 걸 알자 짝퉁 개는 우는 소리를 냈다.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우리들은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 (36쪽)


하이이로와 츠루마루의 보금자리엔 쇠그물이 쳐져서 새로 보금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뒷산에서는 나무나 풀이 차례차례로 뒤집히고 있어서, 아까의 짝퉁 개도 자기 둥지에서 쫓겨난 걸지도 모른다. 그 불똥이 하이이로 일행에게 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38쪽)



  마을고양이 한 마리한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차분히 보여주는 《묘한 고양이 쿠로》라고 느낍니다. 고양이 한 마리이기에 남다른 삶이나 죽음이 아니요, 사람도 누구나 엇비슷하게 삶과 죽음을 맞아들인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도 할 만해요.


  끝없는 개발로 숲짐승이 숲에서 삶터를 잃듯이, 끝없는 개발로 도시에서도 삶터를 빼앗기거나 쫓겨나는 일이 있어요. 사랑스럽거나 살갑게 곁에 있던 이가 죽음길로 떠나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처럼 고양이 사이에서도 동무 고양이 죽음을 지켜보면서 눈물에 젖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웃이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웃 고양이가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고양이도 있어요.



칭코의 상처는 꽤나 심해서 마사루 형님도 걱정이 되는 듯 따라왔다. 마사루 형님이 집에 들어오는 건 오랜만이었고, 칭코는 기분이 나쁜 모양인지 마사루 형님을 무시했지만 꼬리는 기쁜 것 같았다. (65∼66쪽)


자신의 살을 희생하여 상대의 뼈를 부러뜨렸다. 마사루 형님은 나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마사루 형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이 동네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4쪽)



  살림을 짓는 숨결이 어버이 손을 거쳐 아이한테 이어집니다. 삶을 일구는 손길이 어른 손을 타고 아이한테 흐릅니다. 우리는 아이한테 아름다운 사회나 삶이나 보금자리를 물려줄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아이한테 바보스러운 사회나 삶이나 보금자리를 건넬 수 있어요.


  우리가 사람으로서 갈 길은 어디일까요? 우리가 사람으로서 바라볼 곳은 어디일까요? 까만 고양이는 새로운 곳으로 떠납니다. 몸은 이곳에 내려놓고 마음은 저 먼 곳으로 조용히 날아갑니다.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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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2 -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74



아무 일이나 일어난다면 안 좋아

―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2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12.25. 4500원



  만화책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학산문화사,2016)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세 아가씨는 늘 뉘우치면서 바보스레 생각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뉘우치면서 즐겁지 않은 줄 알지만 이 짓을 자꾸 되풀이한대요. 바보스레 생각하는 줄 알아도 이 생각을 멈추지 못한대요.



“그래, 얘도 가끔은 섹스한다고! 그럼 안 돼?” “잠깐, 카오리. 그만. 그렇게 큰소리로!” (13쪽)


“아니, 그 녀석이 ‘사귀자’ 비슷한 말이라도.” “못 들었어. 깨 보니 없었는걸.” (15쪽)



  어쩌면 우리도 이 만화책 아가씨처럼 ‘뉘우치고 되풀이하는’ 하루는 아닐까요? 만화책 아가씨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 ‘바보스레 생각하고는 또 바보스러운 생각’으로 이어지는 나날은 아닐까요?



‘무슨 일이든 있기만 해도 낫다. 아무 일도 없는 편이 낫다.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룻밤 실수의 상대가 그나마 꽃미남이니 낫다.’ (24쪽)


‘만일 내가 좀더 젊었다면, 그 녀석과 어울릴 만큼 젊고 예뻤다면, 아아 또 후회망상 늘어놓는 바보 같은 여자입니다.’ (27쪽)



  뉘우치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새롭게 생각해야 합니다. 바보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합니다.


  새롭게 생각하지 않으니 어떤 일을 겪든 배우지 못해요. 배우지 못하는 탓에 새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해요.


  뉘우침은 이제 그치고 날마다 새롭게 살려고 마음을 기울일 노릇이에요. 바보스럽다고 느꼈으면 ‘그래 내가 참 바보스러웠네’ 하고 즐겁게 배운 뒤에, 이제부터는 ‘그렇구나 내가 참 아름답네’ 하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길로 거듭나야지 싶어요.



‘요리로 남자를 유혹하거나, 잡아 두거나, 그런 사고방식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난 좀더 도시적인 교제가 좋다. 고기감자조림을 밀폐용기에 담아 남자에게 갖다 주는 짓 따위 절대 싫다.’ (85쪽)


‘거기에 어울리는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그 아이들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를.’ (135쪽)



  반짝거리는 이야기는 열 몇 살이나 스물 몇 살에만 할 수 있지 않습니다. 서른에는 서른대로 반짝거리고 마흔에는 마흔대로 반짝거려요. 쉰이나 예순에는 쉰이나 예순답게 아름다운 삶과 살림과 사랑이 있어요.


  시골스러운 사랑은 시골스러운 대로 아름다워요. 도시스러운 사랑은 도시스러운 대로 아름답고요. 어떤 사랑이든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꿈꾸는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면 됩니다.



‘알고는 있지만 그만둘 수 없어. 꿈꾸는 걸 그만둘 수 없어. 술을 마시고 푸념 늘어놓는 것을 그만둘 수 없어. 여자란 걸 그만둘 수 없어.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146∼147쪽)


‘그런 관계를 가졌으면서, 그렇게, 알몸이 되어 그랬으면서, 그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 녀석도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148∼149쪽)



  꿈을 꾸기에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꿈을 안 꾸기에 뒷걸음을 치거나 제자리걸음으로 맴돕니다. 서로 알려고 하기에 사랑으로 나아가요. 서로 알려고 하지 않았기에 겉치레나 허울뿐인 만남으로 스치고 지나가요.


  참말로 ‘후회망상 아가씨’들이 이제는 ‘후회망상’은 고이 접고서 꿈으로 나아가면 좋겠어요. 그만 뉘우치고 그만 바보스레 굴면서 사랑을 곱게 품을 수 있기를 빌어요. 2017.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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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BAR) 레몬하트 1
후루야 미쓰토시 지음, 에이케이 편집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53



술집에 왜 아가씨가?

― 바 레몬하트 1

 후루야 미츠토시 글·그림

 편집부 옮김

 AK 코믹스 펴냄, 2011.5.20. 5000원



  술집에는 아가씨가 있어야 할까요? 술집에 왜 아가씨가 있어야 한다고 여길까요? 사내 아닌 가시내 눈길이라면 술집에 젊고 잘생긴 사내가 있어야 할까요? 술집은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젊은이 몸매나 얼굴’을 바라보는 곳일까요?



“아가씨 있는 데야?” “아니, 마스터 혼자 하는 가게야.”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보지?” “아니, 아무것도 없어.” …… “그냥 아무 데나 가지?” “꼭 그 가게에 가고 싶어. 반드시 찾고 말 거야.” “특별한 것도 없고 남자 혼자 하는 가게라면서 왜 그렇게 고집하는 거야?” (9, 11쪽)



  만화책 《바 레몬하트》(AK 코믹스,2011) 첫째 권을 보면 ‘바 레몬하트’를 찾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가씨 없이 아저씨(레몬하트 가게지기)’만 있는 가게라는 말에 시무룩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고, 아가씨가 없고 남다른 것도 없지만 꼭 그 가게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수메르인의 맥주 제조법을 보면, 먼저 원료인 밀을 발아시킨 뒤에 바짝 말려 가구로 빻아 반죽해 빵으로 구워요. 그 다음 이 빵을 다시 가루로 만들고, 물을 첨가해 한동안 그대로 두는 걱죠. 그러면 공기 중에 있는 효모의 작용으로 인해 저절로 발효가 돼 맥주가 되는 거죠.” (30쪽)



  문득 생각해 보니, 시골이나 골짜기나 바다에 가서 꼭 ‘고기를 구워먹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골에 가면 그저 시골스러운 바람과 나무와 숲과 별과 냄새와 풀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요.


  어느 쪽이 낫거나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바라는 것이 다르고, 사람마다 다른 것을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술집을 찾을 적에 ‘잘생기거나 예쁜 젊은이’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 만해요. 그저 맛난 술을 느긋하게 누리고픈 사람이 있을 테고요. 값싼 술을 마음껏 들이키고픈 사람이 있을 테며, 맛난 안주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 테고, 아늑하거나 포근한 자리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향이 좋네요.” “예. 브랜디 중에서도 그걸 찾으시는 분은 상당히 견식이 깊으신 분입니다.” “난 처음이랍니다.” “예?” (83쪽)


“당신 말이 맞았어.” “뭐가?” “별이 예뻐.” “우리 잠깐 산책이나 할까?” “산책? 좋아.” (141쪽)



  술집 ‘바 레몬하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주는 《바 레몬하트》는 술 이야기하고 사람 이야기하고 사랑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를 한 타래로 엮습니다. 술만 마시는 술집이 아니요, 이쁜 아가씨를 찾는 술집이 아닌 바 레몬하트라고 합니다. 사랑이란 살을 섞는 몸짓을 넘어서서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는 삶이라고 하는 대목을 가만히 보여주는 술집인 바 레몬하트라고 해요. 이런 곳이라면 술을 못 마시더라도 즐겁게 찾아가고픈 단골가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7.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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