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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고 시선집
최종고 지음 / 와이겔리 / 2020년 11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2022,1,23,
노래책시렁 215
《法 속에서 詩 속에서》
최종고
교육과학사
1991.10.20.
부러우면 진다고들 말합니다. 길(법)을 다루는 길잡이로 일한 최종고 님은 노래님을 부러워해 마지 않습니다. “詩集이 팔린다”는 글을 쓰며 대놓고 부러워하는데, 《法 속에서 詩 속에서》에 담은 모든 글은 ‘부러움노래’입니다. 살다 보면 부러워할 수 있지 않느냐고도 하지만, 글쎄, 왜 부러워해야 할까요? 부러움은 잘못도 나쁨도 아닙니다만, 부러움에 사로잡히면 스스로 빛을 잃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펼쳐서 누리는 길로 나아가면 남을 부러워할 까닭이 없어요. 스스로 안 즐겁기 때문에 부러워합니다. 스스로 노래하지 않으니 부러워해요. 자, 봅시다. 모든 새가 꾀꼬리나 종달새여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새가 독수리나 매여야 하지 않습니다. 꾀꼬리만 노래하지 않아요. 직박구리도 참새도 딱새도 딱따구리도 노래합니다. 오리도 왜가리도 거위도 노래합니다. 모든 새가 똑같은 날개를 달아야 할까요? 모든 나비가 똑같은 무늬나 크기여야 할까요? 모든 꽃이 똑같은 빛깔에 똑같은 날 피어야 할까요? 노래를 노래로 여기지 못하니 길을 길로 느끼지 못합니다. 스스로 ‘法’이랑 ‘詩’라는 굴레에 갇히려 하면 어떤 노래도 피어나지 않습니다. 옛말에 “법 없이도 산다”고 했어요. 슬기로우면 ‘길’이요, 억지라면 ‘틀’입니다.
ㅅㄴㄹ
詩集이 팔린단다. / 팔려도 많이 팔린단다. / 詩集이 팔려도 되는 것일까? / 그럼에도 시집이 팔린다니 / 한국은 詩的인 나라인가? / 아니면 하두 따분하다 보니 / 어디 詩나 읽자하는 세상인가? … 아무튼 詩가 팔린다니 詩人은 좋겠다. / 땀빼어 두꺼운 硏究書를 내어도 / 1년에 몇권도 안 팔리는 法學界와는 달라 (詩集이 팔린다/7쪽)
내 경상도에서 태어나 / 무슨 행운인지 서울法大 교수가 되어, // 관악 캠퍼스에 연구실 하나 차지하고 / 매일마다 관악산 봉우리를 쳐다보며 산다. / 돌 山, 惡山이라 혹평해도 / 10년을 넘어 바라보니 / 그런대로 情같은 것도 들어 (冠岳傳說/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