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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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6


《숨》

 노인경

 문학동네

 2018.9.20.



  우리는 참새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마을에서 삽니다. 참새는 범나비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풀밭에서 삽니다. 범나비는 잠자리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하늘을 납니다. 잠자리는 도요새하고 같은 숨을 마시면서 바람을 탑니다. 도요새는 망둥어하고 같은 숨을 마시고, 망둥어는 고래하고 같은 숨을 마셔요. 이 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은 저마다 다른 넋이지만 저마다 같은 숨을 마십니다. 《숨》은 다르면서 같은 사랑을 먹고 태어나서 자라는 어린이한테 어떤 기운이 바람처럼 흐르는가를 담아냅니다. 숨을 굳이 말로 그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숨을 그리는 동안 사랑이 떠오르고, 사랑을 헤아리는 동안 꿈이 피어나고, 꿈이 피어나는 동안 씨앗이 움트고, 씨앗이 움트는 동안 어느새 봄입니다. 고요한 어둠이 가시고 복닥복닥 왁자지껄 두런두런 조잘조잘 노래하는 환한 빛이 깨어납니다. 마시기에 뱉는 숨처럼,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어요. 먹는 밥이기에 누는 똥이 되듯, 배운 사랑을 나누는 손길로 퍼뜨립니다.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이라면 사람뿐 아니라 풀벌레랑 새랑 숲짐승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 새도시를 자꾸 늘리는 길 아닌, 숲자리를 차츰 넓히면서 더욱 싱그러이 숨쉬는 터전이 되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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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식물
에릭 바튀 글 그림, 이수은 옮김 / 달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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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5


《작은 식물》

 에릭 바튀 글·그림

 이수은 옮김

 달리

 2003.10.15.



  개미가 뱀밥을 오르내립니다. 무당벌레가 쑥잎을 타고오릅니다. 풀잎은 개미도 무당벌레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참으로 작은 목숨은 작은 풀밭을 너른 숲처럼 누립니다. 벌이 찔레꽃 둘레를 맴돌다 내려앉습니다. 나비가 마삭줄꽃을 살짝 건드리며 날아다닙니다. 사람한테 대면 조그맣구나 싶은 목숨이지만 사람은 나무한테 대면 조그맣고, 지구라는 별에 대면 더욱 조그맣습니다. 이 조그마한 목숨은 서로 얼크러져서 고운 삶터를 이룹니다. 《작은 식물》에 두 숨결이 나란히 나옵니다. 한 숨결은 한해살이풀입니다. 다른 숨결은 갓 싹이 터서 첫 줄기를 올린 어린나무입니다. 나무씨는 풀씨 못지않게 작고, 나무싹은 풀싹 못지않게 작습니다. 한해살이 풀싹은 한 해 동안 모든 삶을 누려야 하기에 바지런히 줄기랑 잎을 뻗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어요. 긴해살이 나무는 한두 해도 여러 해도 아닌 기나긴 해를 살기에 느긋하게 뿌리를 뻗고 줄기를 올리며 잎을 내지요. 꽤 오래도록 줄기랑 잎을 뻗는 길을 걷고서야 비로소 꽃을 한 송이쯤 내놓고, 차츰차츰 크며 차츰차츰 소담스레 꽃잔치로 거듭납니다. 어린이는 작기 마련입니다. 어린이는 무럭무럭 크려고 합니다. 넘어지고 다치다가도 새로 일어서는 어린이는 머잖아 꽃님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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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박진희 옮김 / 북뱅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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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4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박진희 옮김

 북뱅크

 2012.6.20.



  어버이는 아기를 낳고, 아기는 어버이한테 찾아옵니다. 아기는 어버이한테서 온사랑을 받고, 아기는 말없이 새로운 사랑을 어버이한테 물려줍니다. 언뜻 보면 내리사랑 같으나, 둘 사이에는 치사랑이 함께 흘러요. 흐르기에 사랑이랄까요. 아기가 하나일 적에는 맏이도 막내도 아닌 그저 아이입니다만, 동생이 태어나면 어느새 맏이랑 동생 사이가 되어요. 맏이는 그동안 제가 어떤 사랑을 오롯이 받았는가를 새삼스레 지켜봅니다. 동생한테 그토록 마음을 쓰는 어버이가 아닌, 동생한테보다 외려 더 오래 넉넉히 저한테 마음을 쓴 줄 느낄 수 있어요. 다만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마음씀이 둘로 갈린다’거나 ‘동생한테 더 마음을 쓴다’고 잘못 알 수 있겠지요.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는 이런 엇갈린 마음이 어떻게 태어나서 자라는가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아기는 어떻게 자라고, 자란 아이는 어떻게 언니가 되며, 언니는 어떻게 동생을 맞이하고, 동생은 또 새롭게 어떤 언니로 무럭무럭 크는가를 보여주지요. 우리를 낳은 어버이 곁에 동생이 있고 언니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도 동생이며 언니가 많아요. 모두 같은 사랑이요, 모두 따사로운 숨결입니다. 저마다 다르게 피어난 다 같은 숨꽃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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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맥스야 - 한스의 그림동화 2
도미니끄 마에 그림, 로랑 브르쥐농 글, 홍윤경 옮김 / 한스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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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3


《고마워 맥스야》

 로랑 브르쥐농 글

 도미니끄 마에 그림

 홍윤경 옮김

 한스북

 2003.11.10.



  자동차를 그리는 아이는 자꾸자꾸 자동차를 그리고픕니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그립니다. 자꾸자꾸 그리며 쳐다봅니다. 이렇게 자동차를 그린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느새 자동차를 마련하여 달리겠지요. 꽃을 그리는 아이는 자꾸자꾸 꽃을 그리고픕니다. 오늘 그리고 모레 그립니다. 또또 그리며 바라봅니다. 이렇게 꽃을 그린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느덧 무엇을 곁에 둘까요? 어릴 적부터 무엇을 보고 자라는가 하는 살림은 대단히 크지 싶습니다. 무엇을 가르치느냐 마느냐가 아닌, 무엇을 보고 느껴서 마음에 담도록 그리느냐를 살펴야지 싶어요. 《고마워 맥스야》에 세 가지 탈것이 나옵니다. 세 가지 탈것은 저마다 다르고, 힘도 다르고, 맡은 일이 달라요. 그런데 조금 작은, 빨간 탈것인 맥스는 살짝 뾰로통합니다. 저보다 큼직하고 힘이 세구나 싶은 노란 탈것에 대면 저는 초라하다고 여기거든요. 빨간 탈것 맥스는 아무래도 온누리를 한결 널리 바라보지 못해요. 이러다 보니 둘레에서 들려주는 말이 제대로 와닿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 큰나무 작은나무 있고 큰새 작은새 있고 큰꽃 작은꽃 있는걸요. 아직 조그마한, 몸보다 마음이 조그마한 맥스는 어느 때에 ‘마음이며 몸이 함께 자라는’ 보람을 누리면서 눈을 환하게 뜰 수 있을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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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는 왜?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6
고야 스스무 글, 가타야마 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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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2


《도토리는 왜?》

 고야 스스무 글

 가타야마 켄 그림

 김지연 옮김

 책과콩나무

 2015.3.10.



  먹으면 눕니다. 먹고서 누지 않을 수 없어요. 들어왔으니 나가고, 나간 자리에 새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숨을 쉬니까 숨을 뱉어요. 숨을 쉬고 뱉는 일을 꽤 빠르게 늘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숨이 우리 몸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줄 잊거나 모를 수 있습니다만, 참말로 숨을 쉬었으면 뱉어야 합니다. 먹으면 눈다는 얘기란, 먹으려면 심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지 않으면 나지 않겠지요. 곧 안 심고서 얻을 적에는, 땅으로 돌아가서 이듬해에 새로 날 만큼 남길 줄 알아야 해요. 나물을 한다면서 뿌리째 모조리 캐면 한참 아무것도 없을 테니 배를 곯아야 해요. 《도토리는 왜?》는 부드러우면서 똑똑하게 숲을 들려줍니다. 숲짐승이 왜 도토리를 그렇게 곳곳에 알뜰히 묻으면서 살아가는가를 차근차근 짚어요. 숲을 이룬 나무는 나무대로 숲짐승하고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사는가를 가만히 다룹니다. 숲짐승은 나무열매를 물어서 이곳저곳, 가깝거나 먼 데에 알뜰히 묻기에 새로 나무가 자라요. 숲짐승은 얼결에 열매를 곳곳에 묻을 테지만, 이렇게 애쓴 보람으로 맛나는 열매를 얻어요. 주거니받거니라기보다는 같이 헤아리면서 짓는 살림이지 싶어요. 받으니까 준다기보다 서로 알뜰히 생각하고 돌보는 삶이로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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