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다 왔니? 그림책은 내 친구 14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우순교 옮김 / 논장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시렁 84


《어디 갔다 왔니?》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우순교 옮김

 논장

 2005.11.5.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 선 자리에서는 으레 생각하지 않거나 보지 못하던 개미가 제 몸뚱이만 한 먹이를 힘껏 물고서 기어가는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개미를 쳐다보면서 물어보지요. 넌 어디에서 그 먹이를 찾아다가 어디로 가니? 나무를 타고 오르면 두 다리로 걷는 눈높이에서는 거의 살피지 않거나 못 보던 새가 나뭇가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파르락 날아가서 앉거나 애벌레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새를 마주하면서 물어봐요. 넌 오늘 어떤 하루를 그리면서 노래하니? 입을 크게 벌리면서 하품을 하는 아이가 이제 기지개도 켜고서 일어납니다. 하품을 하느라 눈가에 눈물이 맺힌 아이를 보며 물어요. 넌 어젯밤 꿈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니? 《어디 갔다 왔니?》에 나오는 여러 동무를 떠올립니다. 이 그림책에 흐르는 여러 이웃은 저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어떻게 살림을 즐기고, 어떻게 놀거나 일하면서 새록새록 이야기를 짓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디 갔다 왔니?”란 참 싱거운 듯하면서 싱싱하게 묻는 말입니다. 뻔한 듯하면서 반짝반짝하게 묻는 말이에요. 우리는 오늘 밤 어디를 갈까요? 우리는 이 밤이 지나고 맞이하는 아침에 어디를 갈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2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 곽노경 옮김 / 한솔수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시렁 83


《어린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곽노경 옮김

 한솔수북

 2009.4.23.



  어린이 곁에 앉으면 저 스스로 어린이였던 나날이 떠오르면서, 오늘 제 곁 어린이는 어떤 빛을 즐겁게 뿜으면서 자라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어린이 옆에 서면 제가 어린이로 뛰놀던 때가 생각나면서, 오늘 제 옆 어린이는 얼마나 웃고 춤추면서 신나게 크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어린이》는 두 말도 석 말도 보태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그저 어린이라는 대목을 들려줍니다. 우리 모두 아기로 태어나서 어린이로 살아가며, 어린이라는 사랑을 누릴 적에 어른으로 자라고, 어른으로서 씩씩하고 기운차게 살림을 지으면 새삼스레 곁에 어린이를 두면서 환하게 노래할 만하다는 이야기를 다루어요. 우리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습니다. 슬플 적에 울 수 있습니다. 기쁠 적에 웃을 수 있습니다. 고단해서 곯아떨어질 수 있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폴짝폴짝할 수 있습니다. 동무를 만나고 싶어서 마음을 띄울 수 있습니다. 입이 심심해서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씨앗을 얻었기에 심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 나비를 손등에 앉힐 수 있습니다. 제비하고 날갯짓하면서 훨훨 날 수 있습니다. 무지개를 타고오른다든지, 별빛을 가슴에 담는다든지, 해님을 얼싸안는다든지, 빗방울이 속삭이는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달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7
이루리 지음, 나명남 그림 / 북극곰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으로 삶읽기 473


《삶은 달걀》

 이루리 글

 나명남 그림

 북극곰

 2017.10.28.



삶은 달걀이랑 삶은 닭 중에 뭐가 더 맛있어? (31쪽)



《삶은 달걀》(이루리·나명남, 북극곰, 2017)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한 마디 “삶은 달걀”을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말 한 마디로 그림책이 태어난다. 말 한 마디에서 이야기가 흐른다. 말 한 마디로 하루가 새롭다. 말 한 마디에서 웃음도 눈물도 어우러진다. 삶아서 먹기에 좋은 달걀이면서, 삶이기에 달걀도 먹으면서 좋으리라. 이 하루가 놀랍고, 오늘 걸어가는 자리마다 새싹이 오물조물 올라온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뚝딱뚝딱 누리책 14
이자벨라 버넬 지음, 김명남 옮김, 이정모 감수 / 그림책공작소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시렁 82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이자벨라 버넬

 김명남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7.7.7.



  2018년에 나온 《한국 육서 노린재》는 무척 반가운 도감입니다. 시골에서 살며 온갖 노린재를 만나는데요, 이 숱한 노린재가 저마다 어떤 이름인지 알 길이 없거든요. 그런데 노린재를 다룬 도감을 가만히 보니 ‘노린재 사랑이’인 분들도 새로운 노린재를 찾을 적마다 이름을 새롭게 붙여야 해서 꽤 애먹는 듯합니다. 다시 말해서 갖가지 노린재를 둘러싼 이름을 ‘학자한테 꼬치꼬치 물어서 이름을 알아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장마다 제 고장말을 바탕으로 노린재 이름을 새로 붙일 만하겠네 싶어요. 왜, 그렇지요. 풀벌레뿐 아니라 물고기하고 나무하고 풀마다 고장말이 다 다르잖아요? 학자한테 이름짓기를 맡기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우리 삶자리 풀벌레를 지켜보면서 ‘어울릴 이름’을 찾아 주면 되겠어요.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에는 이름 그대로 이 별에서 차츰 사라지는, 사람 곁을 떠나는 뭇짐승 이야기가 흐릅니다. 처음에는 뭇짐승도 사람도 이 별에서 이웃으로 지냈을 테지요. 예전에는 모든 목숨붙이가 저마다 알맞게 보금자리를 나누어서 사이좋게 만났겠지요. 사람들이 이 별에서 ‘사람만’ 살려고 하면서 풀이며 나무이며 풀벌레이며 숲짐승이며 물고기이며 보금자리를 빼앗깁니다. 이웃들은 이제 다른 별로 갔을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이 오면 산하작은아이들 46
잰 쏜힐 글, 조제 비자이용 그림, 오규원 옮김 / 산하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시렁 90


《겨울이 오면》

 잰 쏜힐 글

 조제 비자이용 그림

 오규원 옮김

 산하

 2014.11.20.



  저는 봄에 가을을 떠올립니다. 가을에 어떤 살림을 누리면 즐거울까 하고 떠올리면서 봄을 누립니다. 여름에는 겨울을 떠올려요. 이 여름을 어떻게 즐기면 겨울에 더욱 반가울까 하고 곱씹습니다. 가을에는 머잖아 찾아올 봄을 그리며 하루를 짓고, 겨울에는 새로 찾아올 여름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빚습니다. 《겨울이 오면》은 이제 막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토끼가 봄이며 여름이며 가을도 처음으로 맞이하지만 겨울도 처음으로 맞이하기에 여러모로 설레고 두려운 마음인 이야기를 그립니다. 토끼는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이웃한테 여쭙니다. “겨울은 뭔가요? 겨울엔 무얼 해야 하지요? 겨울을 어떻게 맞이하나요?” 이웃들은 저마다 겨울을 맞이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대꾸하지 못합니다. 아마 이웃들은 토끼가 스스로 어느덧 알아차리리라 여길 수 있어요. 다람쥐하고 토끼가 다르고, 풀꽃하고 토끼가 달라요. 나무하고 토끼가 다르고, 곰하고 토끼가 다르지요. 비록 낯설기도 하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는 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탁 틔워서 마주하면 되어요. 힘든 일이 가득하다면 힘들게 보내 보지요. 기쁜 일이 넘친다면 기쁘게 보내 보고요. 어떤 겨울이든 좋고, 어떤 봄이든 여름이든 우리한테는 처음이자 새로움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