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어디서 시작하는 걸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45
안너마리 반 해링언 글 그림, 김영중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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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93


《바다는 어디서 시작하는 걸까》

 안너마리 반 해링언

 김영중 옮김

 국민서관

 2004.7.1.



  바닷가에 서면 마치 이 바다가 끝없이 보이지만, 끝없는 곳이란 빙 돌아서 내 뒤꼭지에 닿네 하고도 느낍니다. 멧자락에 오르면 꼭 이 멧자락이 가없이 이어지는구나 싶으나, 가없는 곳이란 휘휘 날아서 내 뒤통수로 오네 하고도 느껴요. 어쩌면 모든 것은 우리한테서 비롯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바라보기에,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느끼기에, 우리가 마주하기에, 문득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 태어나서 고이 잠들다가 깨어나서 활짝 피어나지는 않을까요. 《바다는 어디서 시작하는 걸까》를 펴면, 바다가 더없이 궁금한 사람들이 바다를 알고 싶어 얼마나 온힘을 기울였는가 하는 숨결을 느낄 만합니다. 궁금한 바다를 알아내려고 바다 곁에 섭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바닷가에서 삽니다. 바닷물하고 하나가 되어 하루를 누립니다. 바닷물고기를 동무로 여기고, 바닷속에서 흐르는 삶을 맞아들입니다. 이러한 바다살림을 차분하면서도 파랗게, 그리고 까맣게, 어두컴컴하지만 새삼스레 환한 빛으로 담아내어 보여줍니다. 바다가 비롯한 곳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적에 알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숨결이 비롯한 자리도 우리 스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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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92


《내 친구 물개 소녀 셀키》

 길리언 맥클루에

 김유리 옮김

 삐아제키즈램

 2001



  어른이 되면 무엇이 가장 대수로울까요? 집안을 이끌면서 먹여살려야 하기 때문에 ‘먹고살 길’이나 ‘돈을 버는 길’이 가장 대수로울까요? 그런데 먹고사는 길이나 돈버는 길에 푹 빠진 사람일수록 곁에 동무가 없습니다. 달라붙는 사람은 있되 마음을 나눌 동무가 없다면, 살아가는 보람은 어디에서 찾을까요? 어쩔 수 없이 돈, 다시 돈, 또 돈일까요? 《내 친구 물개 소녀 셀키》에 나오는 아이는 셀키를 그저 셀키로 바라볼 뿐 아니라 동무로 여깁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마 퍽 가난한 살림일는지 몰라요. 그러나 셀키를 사로잡거나 팔아치우는 짓은 조금도 안 합니다. 어떻게 동무를 사로잡거나 팔아치우겠어요? 말이 안 되지요. 이와 달리 둘레 어른들은 돈만 바라보느라 셀키를 셀키 그대로 바라보지도 않을 뿐더러, 따스히 말을 섞는다든지 즐거이 어울리는 길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요. 자, 두 가지 길입니다. 어느 길을 걷겠습니까? 동무하고 어깨를 겯고서 활짝 웃고 노래하는 길을 걸으시겠어요? 아니면, 동무도 이웃도 없이 오로지 밥그릇 하나만 바라보면서 메마르고 외로운 길을 걸으시겠습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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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사자 - 2019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후생성중앙아동복지회 추천, 일본도서관협회 선정,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회 선정, 2018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66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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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08


《하늘을 나는 사자》

 사노 요코

 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2018.2.28.



  스스로 즐거울 적에 놉니다. 스스로 기쁘려고 놀아요. 자랑을 하면서 놀 수 있을까요? 잘난 척을 하려고 놀면 재미있을까요? 멋을 부린다면 놀이하고 동떨어집니다. 멋을 낸다면 놀이를 하지 못합니다. 《하늘을 나는 사자》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사자’는 어쩌다가 손뼉물결에 둘러싸이면서 제 삶가락을 잃고 말았을까요? 아무래도 눈치를 보는 탓이요, 다른 눈길에 얽매인 탓입니다. 남한테 보여주려고 하늘을 날지 않는데, 남한테 자랑하려고 밥을 차리지 않는데, 남한테 멋져 보이려고 이것을 하거나 저것을 하지 않는데, 그만 어느새 휘둘리거나 휩쓸리면서 사자다운 삶길을 까맣게 잊습니다. 사자는 사자로서 일하고 놀면서 삶을 지을 적에 즐겁습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로서 놀고 일하며 삶을 가꿀 적에 기뻐요. 누구한테 뭘 보여주어야 하지 않아요. 누가 뭘 봐줘야 하지 않아요. 바람을 먹고 마시는 홀가분한 모습으로 서면 됩니다. 바람을 타고 뛰놀다가 문득 날아올라 하늘을 가르는 싱그러운 살림을 즐기면 됩니다. 쓴맛을 깊이 보고 오래오래 잠들며 포옥 쉰 하늘사자는, 이제 예전처럼 어리석은 짓은 더 안 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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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생쥐 베틀북 그림책 94
비벌리 도노프리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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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07


《메리와 생쥐》

 비버리 도노프리오

 바바라 매클린톡

 김정희 옮김

 베틀북

 2008.3.10.



  어릴 적부터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며 어떤 말을 섞었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갈 곳을 몰라 헤매지만, 나즈막한 5층 아파트 옥상에 가득 내려앉은 비둘기를 늘 바라보았습니다. 요새는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에서 바깥마루에 창문을 단단히 대지만, 예전에는 바깥마루 창문이 없다시피 했어요. 비둘기는 사람들 살림집에 퍽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지붕에도 마당에도 골목에도 언제나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이때 ‘비둘기하고 상냥히 이야기를 해보렴’ 하고 이끌던 어른은 한 분도 못 보았습니다. 빨래에 똥을 싼다고, 장독에 앉다가 미끄러뜨려 깨뜨린다며 성가셔 했어요. 《메리와 생쥐》를 읽으며 옛일을 떠올립니다. 어른들은 생쥐도 비둘기도 다 싫을까요? 집안일이 바쁘고 벅차서 살필 겨를이 없을 뿐일까요? 숲이 아닌 도시에서 살림을 지어야 하다 보니 사람 아닌 이웃은 생각할 틈이 없을까요? 작은 이웃을, 날개 달린 이웃을, 땅밑을 파고드는 이웃을, 한철에 살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웃을, 바람을 마시며 하늘을 가르는 이웃을, 풀잎에 몸을 부비고, 나뭇가지에 앉아 밤을 새우는 이웃을 따스히 바라볼 줄 안다면, 얼마나 새로우려나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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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의 미술 시간 풀빛 그림 아이 7
빌헬름 슐로테 그림, 엘리자베트 보르헤르스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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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91


《파울의 미술 시간》

 엘리자베트 보르헤르스 글

 빌헬름 슐로테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2004.5.28.



  그림을 그릴 틈은 하루에 얼마쯤일까요. 아침 낮 저녁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마음이며 품을 들여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어린이는 여러 가지 공부 말고 그림을 즐길 틈을 어느 만큼 누릴까요. 학교를 다니는 푸름이는 대학입시 아닌 그림그리기에 하루 가운데 얼마나 짬을 낼 수 있을까요. ‘화가’라는 이름을 얻으려고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바라보는 삶을 스스로 담는 그림이면 넉넉합니다. 스스로 이루고 싶은 길을, 스스로 짓고 싶은 꿈을, 스스로 사랑하고 싶은 하루를 담는 그림이면 돼요. 《파울의 미술 시간》은 학교 공부보다는 꿈을 그리는 하루가 즐거운 파울이 보내는 아침저녁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파울로서는 꿈이 대수롭습니다. 파울은 꿈이 신납니다. 파울은 꿈에서 새로운 아이가 됩니다. 파울은 꿈에서 무지개도 타고 구름도 타며 온누리 뭇짐승이랑 말을 섞으면서 재미나게 놉니다. 어린이는 꿈아이가 되어도 좋아요. 어른도 꿈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하루를 시원시원 그리면서 무엇이든 실컷 누려도 좋아요. 어른도 그렇습니다. 어른도 하루를 상큼상큼 그리면서 무엇이든 새롭게 지으면 신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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