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55] 숨은가수찾기

 


  노래를 좋아하는 여러 사람이 얼굴을 숨긴 채 오직 목소리만 들려주면서 사람을 찾도록 하는 방송 ‘히든 싱어’가 있습니다. ‘히든 싱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을 적에 무슨 말인가 하고 알쏭달쏭했는데, 이 방송을 얼핏 들여다보니 사회를 맡은 이가 “숨은 가수 찾기, 히든 싱어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어, 그래, 그렇구나, ‘히든 싱어’란 ‘숨은가수찾기’로구나. 아이도 어른도 즐기는 놀이로 ‘숨은그림찾기’가 있듯, ‘숨은가수찾기’라는 낱말 지을 만하군요. 얼굴을 가린 채 손이나 발만 내밀며 ‘숨은엄마찾기’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몇 줄만 적어 보여주면서 ‘숨은책찾기’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노태우·전두환 두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빼돌린 어마어마한 돈을 찾는 분들은 ‘숨은돈찾기’를 한다 할 만하겠지요. 4346.7.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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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54] 여름빔

 


  여름을 맞이해 큰아이 새옷 한 벌 마련합니다. 집에 재봉틀 있으면 고운 천 끊어서 긴치마 지을 수 있다고 새삼스레 깨닫지만, 옷집으로 가서 여름빔 한 벌 삽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지난날, 어머니들이 바느질을 해서 옷을 지은 손길을 떠올립니다. 차근차근 한 땀 두 땀 마음을 기울여 지은 옷을 아이들은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며 오래오래 즐겁게 입었을까요. 사랑 깃든 옷을 사랑스레 입습니다. 웃음 담긴 옷을 웃으며 입습니다. 노래하며 지은 옷을 노래하며 입습니다. 아이한테 옷 한 벌 내어줄 때마다 어버이는 마음 깊이 기쁘며 아름다운 이야기 새록새록 엮었구나 싶어요. 이 옷 입을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는지 헤아리고, 이 옷 입고 뛰놀 아이가 얼마나 활짝 웃으며 반길는지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여름빔 장만하지요.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겨울빔 장만하고요. 밝은 봄에는 고운 봄빔 장만하고, 아름다운 가울에는 아름다운 가을빔 장만합니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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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53] 얼음

 


  여섯 살 큰아이하고 세 살 작은아이하고 놀면서 곧잘 〈아기공룡 둘리〉 주제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여섯 살 큰아이는 얼마 앞서까지 아버지가 이 주제노래에서 “빙하 타고 내려와”를 “얼음 타고 내려와”로 고쳐서 부른 줄 못 느꼈습니다. 엊저녁에 다 함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를 보는 자리에서 여섯 살 큰아이가 문득, “아버지, ‘얼음’이 아니라 ‘빙하’잖아요.” 하고 한소리 합니다. 이제 큰아이는 노랫말 어느 만큼 알아듣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이야, 네 아버지가 왜 ‘빙하’를 ‘얼음’으로 바꾸었을까?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니? 시골사람이 그 만화영화를 본다면, 백 해나 이백 해쯤 앞선 옛사람이 그 만화영화를 본다면, 아기공룡 둘리가 ‘무엇’을 타고 한국 서울 한강으로 흘러들었다고 여길까? 너는 ‘빙하’가 무엇인 줄 아니? 너는 ‘얼음’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4346.6.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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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52] 먹꾼

 


  우리 옆지기는 먹꾼입니다. 먹을거리 있으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속이 더부룩하다 못해 얹혀서 다시 입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퍼먹고 맙니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자꾸만 속이 아프도록 밥을 집어넣습니다. 어떻게 보면 입에 쑤셔넣는다고 할 수 있어요. 이리하여 옆지기는 먹을거리를 잔뜩 뱃속에 넣고 나서 한꺼번에 게웁니다. 먹고 게우기를 되풀이합니다. 밥을 즐기지 못합니다. 밥을 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배가 고프지요. 배가 아프면서 고파요. 어떤 아픔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뱃속에서 먹을거리를 삭히지 못하는 몸이란, 뱃속으로 먹을거리를 끝없이 집어넣도록 이끄는 마음이란, 어떤 아픔이 쌓여 이런 얼거리가 될까요.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먹보라 한다면, 밥을 자꾸자꾸 퍼넣고 마는 아픈 사람들은 먹꾼이 될까요.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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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6-22 17:59   좋아요 1 | URL
앞으로 8월까지 미국에서 즐겁고 씩씩하게 공부를 하면서
옆지기 스스로 아름답게 몸과 마음 돌보는 길을
잘 찾고 깨달으리라 생각해요.

그나저나 아이들은 언제 낮잠... 아니 이제는 저녁잠 되겠군요,
언제 자려는지..... ㅠ.ㅜ
 

[함께 살아가는 말 151] 두 손 모아

 


  꿈을 빌면서 두 손을 모읍니다. 두 손을 모아 살포시 가슴에 댑니다. 가슴은 두 손 숨결을 느끼면서 콩닥콩닥 뜁니다. 한 손을 대어도 따순 기운이 가슴으로 스미고, 두 손을 대면 한결 따사로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내 손으로 내 가슴을 댈 적에도 스스로 포근해진다고 느낍니다. 두 손을 모으는 비손이란 스스로 따뜻해지려는 몸짓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남이 나를 가만히 안아 따뜻한 기운 감돌도록 하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살뜰히 어루만지면서 따사로운 숨결 스미도록 합니다. 손을 모읍니다. 두 손을 모읍니다. 마음을 모읍니다. 모든 마음을 모읍니다. 몸에 있는 기운을 온통 쏟기에 ‘온몸’을 바칩니다. 곧, ‘온마음’을 들여 삶을 짓습니다. 손을 모으기에 ‘손모아’ 꿈을 빌고, ‘두손모아’ 사랑을 바랍니다. 여럿이 함께 손을 모으면서 ‘꿈모아’ 이루려는 뜻을 세우고, 서로서로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사랑모아’ 보금자리 일굽니다. 생각을 모으고, 힘을 모읍니다. 책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읍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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