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2] 삶글
책을 좋아하며 삶을 꾸릴 때에는 책삶이 된다고 느낍니다. 사진을 아끼며 살아갈 때에는 사진삶이 되며, 글을 사랑하며 살아갈 때에는 글삶이 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일을 놓고 시골살이라 하고, 도시에서는 도시살이라 하는데, 시골삶과 도시삶처럼 적바림해 볼 수 있나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자전거를 즐겨 탈 때에는 자전거삶이 될 테고,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걷는 나날을 즐긴다면 두다리삶이 되려나요. 살면서 ‘삶’을 느끼지 않는 날이란 없습니다. 기뻐도 내 삶이고 슬퍼도 내 삶입니다. 지쳐도 내 삶이요 가붓해도 내 삶이에요. 깊은밤, 칭얼거리는 아이를 토닥여 곱게 재운 다음 일어나 풀숲에 쉬를 하며 밤하늘 올려다봅니다. 조용하면서 따사롭게 살아가던 분들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책, 그러니까 삶책이 반갑다면서 책사랑을 이어오는 내 나날이라면, 바로 나부터 삶책을 쓸 수 있도록 땀을 흘리고 품을 들이며 마음을 쏟아야지 싶습니다. 글을 쓴다면 삶글을 쓸 노릇이고, 말을 한다면 삶말을 할 노릇입니다. 일을 할 때에는 삶일을 해야겠고, 놀이를 즐긴다면 삶놀이를 해야겠지요. 삶살림, 삶사랑, 삶믿음, 삶꿈, 삶나눔, 삶집, 삶마음, 삶꿈. 한 마디씩 차근차근 되뇝니다. (4343.11.12.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