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9


《TRAVEL by Air, Land, and Sea》

 Hanson Hart Webster 글·그림

 Houghton Mifflin com

 1933.



  하늘을 갈라 이웃나라로 마실을 가는 길이 어렵지 않은 요즈음입니다. 다만 푸른별 모든 곳에 돌림앓이가 퍼지면서 하늘나루가 단단히 잠길 뿐입니다. 뱃길도 나란히 잠기지요. 하늘길이나 바닷길이 거침없던 무렵에는 하늘길이나 뱃길이 너무 붐볐습니다. 여느 사람도 거침없이 온누리를 돌지만, 크고작은 싸움배도 군사훈련을 하느라 온누리를 휘저었어요. 《TRAVEL by Air, Land, and Sea》는 하늘이며 땅이며 바다로 나들이를 다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33년에 나온 책은 그즈음 미국이며 유럽에서 ‘세계여행’쯤 마음만 먹으면 돈을 모아 꿈을 지피는 길이 있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보내던 1920년대를 지날 즈음 ‘하늘 안창남 땅 엄복동’이란 노래가 돌았다지요. 갇히고 막히고 눌리느라 숨조차 쉬기 어렵던 나날, 몇몇 꽃님을 바라보면서 꿈씨앗을 마음에 심었다 할 텐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지요. 들이며 하늘이며 바다는 금을 못 긋지요. 군홧발·쇠가시울타리·총부리를 들이대어도 제비는 날고 범은 달리고 고래는 헤엄칩니다. 일제강점기가 아닌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면서 꿈을 들려줄까요? 이제는 하늘이며 땅이며 바다에서 무엇을 해야 즐거우며 새롭고 아름다운 꿈씨앗이 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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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8


《어린이를 위한 윤석중 시집》

 윤석중 글

 학급문고간행회

 1960.12.1.



  1911년에 태어나 2003년에 숨을 거둔 윤석중은 대전현충원에 묻혔다지요. 사람들이 이승만을 끌어내리고 나서야 ‘사월혁명 동시’를 서둘러 써서 《어린이를 위한 윤석중 시집》을 내놓는데, 이때 이 한 자락을 빼놓고는 언제나 ‘동심천사주의’ 외길로 정치권력에다가 〈조선일보〉하고 손잡고서 어린이 삶을 등진 채 갖은 이름·돈을 거머쥡니다. 윤석중은 모든 독재·폭압뿐 아니라, 가난·배고픔에 시달리고 일찍부터 밥벌이에 나서는 아이들을 안 쳐다보는 길이었습니다. 1911년 같은 해에 태어나 1981년에 숨을 거둔 이원수는 그냥 무덤에 조용히 깃들었습니다. 이원수는 일제강점기에 친일시를 쓴 적이 있지만, 언제나 아이들 곁에 서서 아이를 돌보고 지키고 스스로 새나라를 짓는 꿈을 사랑으로 키우도록 북돋운 데다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나무라는 동시하고 동화를 썼으며, 어른문학을 쓰는 이조차 눈감은 전태일 이야기까지 곧바로 동화로 써내었지요. 2004년에 ‘창비’는 《넉 점 반》이란 그림책을 선보입니다. ‘창비’는 ‘이원수 동시 찔레꽃’으로 그림책을 낼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 마음이 잇고 흘러서 “고은 사태”를 낳고 “김봉곤 사태”를 낳겠지요. 독재정권·언론하고 손잡는 글이 어린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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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8


《거북바위 3》

 고우영 글·그림

 우석

 1981.7.10.



  어린 날을 돌아보면, 둘레 어른들은 《삼국지》나 《서유기》나 《수호지》쯤을 읽어야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여겼습니다. 4서3경이라고 하는 중국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직 책을 안 읽었다’고도 여겼어요. 우리는 중국이 아닌데, 저는 중국사람이 아닌데, 왜 중국책을 안 읽으면 ‘책을 안 읽은 셈’으로 여기려 할까요? 아무리 그 중국책이 뛰어나더라도 먼저 이 땅 이 마을 이 자리에 흐르는 살림살이부터 헤아리고서 슬기롭게 익히고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걸을 노릇이 아닐까요? 《삼국지》나 《서유기》를 읽으니 제법 재미있기는 했으나 온통 ‘사내들 쌈박질’ 이야기이고, ‘가시내는 노리개 구실’에 머무는 얼거리입니다. 손꼽히는 여러 중국책은 틀림없이 어떤 알맹이가 있겠습니다만,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짓고 가꾸면서 ‘아름터를 그리는 아름책’을 나눌 적에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거북바위》는 고우영 님이 이녁 나름대로 선보인 ‘이 나라 작은 살림’을 다룬 만화입니다. 비록 고우영 님도 ‘사내들 쌈박질’이나 ‘가시내는 노리개 구실’에서 거의 못 벗어났습니다만, 서슬퍼런 군사독재 무렵에 《거북바위》에 《일지매》를 그려냈지요. 이다음 삶길을 못 그린 대목은 이분도 스스로 굴레에 매인 탓이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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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7


《키리히토 찬가 3》

 테즈카 오사무 글·그림

 서현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11.25.



  2001년에 테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이 잔뜩 나왔습니다. 그동안 구경하기 어렵던 한글판이 이렇게 쏟아지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릅니다만, 차근차근 읽으면서 장만하려고 생각했습니다. 한몫에 다 장만하기에는 벅찼거든요. 이 꾸러미를 다 읽고서 저 꾸러미를 사고, 저 꾸러미를 다 읽고서 그 꾸러미를 사는데, 한꺼번에 잔뜩 나온 테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이 꽤 빠르게 판이 끊어집니다. 한숨이 나오지요. 여느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갖추어 줍니다만, 만화책을 도서관에서 갖추는 일은 거의 없어요. 게다가 ‘만화책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만화책은 도서관에서 아예 안 갖추다시피 할 뿐 아니라, ‘어린이·푸름이 추천도서’에 하나도 안 끼워 줍니다. 일찌감치 새책집에서 자취를 감춘 《키리히토 찬가》입니다. 넉걸음 가운데 하나만, 빗물에 젖어 퉁퉁 분 낡은 판으로 어렵사리 찾아냈습니다. 빗물에 젖고 곰팡이가 피었어도 반갑습니다. 책은 껍데기가 아닌 ‘종이라는 겉몸에 입힌 이야기에 흐르는 마음’을 읽으니 후줄그레한 겉모습은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다만 ‘만화다운 만화’가 이 나라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가를 뚜렷이 엿볼 만해요. 아이들하고 어떤 만화를 함께 읽으면서 생각·꿈·사랑을 지어야 어른다운 삶이 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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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きりひと讃歌 #手塚治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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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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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사회》

이봔 일리히 글

안응렬 옮김

분도출판사

197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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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은 자전거길을 어떻게 내야 하는가를 알기 어렵거나 모르거나 생각조차 못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아이가 즐겁게 꿈꾸면서 아름다이 자라는 길을 알기 어렵거나 모르거나 생각조차 못합니다. 맑은 물하고 바람으로 아픈 몸을 달래면서 튼튼하고 싱그러이 돌보는 길을 걸은 적 없는 사람은 숲을 어디에 왜 어떻게 품고 돌보면서 아낄 적에 넉넉한 살림이 되는가를 알기 어렵거나 모르거나 생각조차 못해요. 입시지옥이 아이랑 어른 삶·넋·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를 모른다면, 입시지옥을 걷어치우는 길로 나라살림을 가꾸지 않겠지요. 《공생의 사회》는 진작에 나왔으나 널리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이반 일리히 님이 쓴 책이 꽤 읽히기는 했어도 막상 자전거를 타거나 병원을 끊거나 화학약품을 멀리하거나 서울을 떠나거나 졸업장학교를 그만두거나 전문가 노릇을 끝내거나 마을숲을 사랑하거나 아이랑 신나게 노는 어른을 찾기는 꽤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반 일리히 님은 ‘글을 어렵게 안 썼’을 테지만, 이녁 글을 한글로 옮길 적마다 너무도 어렵고 딱딱하며 재미없는, 삶내음이 안 흐르는 번역 말씨·일본 한자말투성이예요. 우리는 두레살림·함께살기·어깨동무를 언제쯤 배울 생각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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