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6


《자유의 나라 (중학교 용)》

 한국문인협회·새국민문고 편집위원회 엮음

 을유문화사

 1969.4.30.



  출판사 ‘동서문화사’는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펴냈습니다. 전두환한테 알랑방귀를 뀌는 몸짓이었지요. 출판사 을유문화사는 《자유의 나라 (중학교 용)》를 선보였습니다. 박정희한테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매무새였지요. 두 출판사만 서슬퍼런 우두머리한테 조아리지 않았고, 이런 책이 한두 가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적잖은 출판사는 스스로 어지러운 붓길을 가면서 돈을 벌었고, 사람들 눈귀가 어둡도록 이바지했어요. 자유를 억누르는 우두머리하고 벼슬아치한테 조아리면서 엮은 《황강에서 북악까지》나 《자유의 나라》를 내놓은 책마을 일꾼은 아마 돈·이름·힘을 얻었겠지요. 어쩔 길이 없어 이런 책을 펴냈는지, 돈바라기로 흐르며 굽신질을 했는지 모릅니다만, 책은 언제나 남아요. 민낯을 드러내는 책은 사람들 손을 돌고 돌면서 두고두고 살아남습니다. 사랑이 아닌 책은 언제나 바보스럽습니다. ㅅㄴㄹ


“이런 때에 ‘국민 교육 헌장’을 제정한 것은 국민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점으로 보아, 매우 그 의의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아다시피 국민 교육 헌장은 짧은 글 속에 여러 가지 문제를 다 담았기 때문에 보다 더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보조적인 글이 필요하다 … 우리는 국민 교육 헌장을 세밀히 분석하여 그 정신이 가리키는 바 여러 가지 요지를 18개 항목으로 나누었다.”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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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1


《鯨, その科學と捕鯨の實際》

 大村秀雄·松浦義雄·宮崎一老 글

 水産社

 1942.



  바다를 가르며 가뿐하게 이 별을 누리는 고래는 서로 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줄 안다고 합니다. 고래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노라면 아무리 시커멓거나 매캐한 마음인 사람이라도 어느새 궂은 기운이 잦아들면서 포근하게 거듭난다고 하고요. 곰곰이 본다면 고래뿐 아니라 뭇숨결에서 따사로운 빛을 받아들일 만합니다. 고래한테서는 고래대로, 들꽃한테서는 들꽃대로, 빗물한테서는 빗물대로, 이슬한테서는 이슬대로, 다 다르면서 저마다 싱그러운 숨빛을 우리한테 베푸는구나 싶어요. 《鯨, その科學と捕鯨の實際》는 일본사람이 스스로 고래를 살펴서 여민 책입니다. 고래잡이를 멈추자고 해도 안 멈추는 일본이니, 이웃을 사귀려는 마음 아닌 다른 뜻으로 고래를 좋아하는 셈일 테고, 얼핏 고래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듯싶으면서도 막상 ‘고래잡이를 하는 길’을 다루려는 셈이네 싶습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네 하고 들여다보다가,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스스로 바라보거나 살피면서 갈무리한 손길이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덩치 크고 슬기로운 고래를 비롯해, 덩치 작고 야무진 개미를 놓고서 어느 만큼 살피면서 갈무리했을까요. 우리 곁에 있는 뭇숨결을 ‘과학 아닌’ 이웃으로 마주하는 마음이며 눈빛이 있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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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2


《保科氏 大正國語讀本詳解 卷一(修正版)》

 東京辭書出版社 編輯所 엮음

 東京辭書出版社

 1918.1.15.



  예전에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는 ‘전과’란 말을 썼고, 중학교에 들어서니 ‘참고서’란 말을 썼어요. 왜 말이 달라지는지 몰랐지만 둘레에서 그렇게들 말해서 따라갔습니다. 이제 돌이키면 ‘전과·참고서’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채 썼는데, 지난날 전과·참고서 또 문제집·자습서 같은 이름은 모두 일본스러운 한자말이었지 싶습니다. 교과서에 적은 줄거리를 알기 좋도록 풀이했다는 전과나 참고서인데, 이런 책은 ‘도움책’이나 ‘길잡이책’이라기보다는 오직 교과서랑 학교에 매이도록 붙드는 구실을 했구나 싶어요. 교과서는 교과서로 마치고, 삶이나 삶터를 읽는 길에는 교과서 아닌 이야기책을 만나야 할 텐데, 몽땅 가로막은 셈이랄까요. 《保科氏 大正國語讀本詳解 卷一(修正版)》은 일본에서 ‘大正 7’, 곧 1918년에 나온 참고서라 할 만합니다. 일본 어린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國語’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을 풀이해 준 책이에요. 그런데 1918년 언저리 ‘국어’라면 조선 어린이도 배웠을 테니, 이 묵은 참고서가 이 땅에서도 읽혔겠네 싶어요. 어느덧 백 해가 흘러가는데, 오늘날 이 땅 푸름이는 교과서·참고서를 떠나 홀가분하게 스스로 삶을 읽는 눈길을 기르는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길책·삶책·살림책을 얼마나 만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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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335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3》

 박세길 글

 돌베개

 1992.10.20.



  1988년에 들어간 중학교에 ‘국사’란 갈래가 있고, 숫자랑 이름을 잔뜩 외워야 한다더군요. 책에 나오는 숫자랑 이름을 못 외우면 외울 때까지 얻어맞으면서 끝없이 깜종이를 써냈습니다. 벼슬아치가 쓴 글하고 나라지기가 편 길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워야 했는데 하나같이 한문이었어요. 역사는 숫자랑 이름이랑 네모칸에 넣은 통계일까요? ‘국사’는 일본 제국주의가 이 나라를 총칼로 누르면서 비로소 붙인 말이고, 한국·대만·중국에 일본사를 ‘국사’란 허울에 넣어 달달 외우도록 시키며 밀어붙인 말이더군요. 고등학교에서도 똑같은 외움질·몽둥이질이 그치지 않는데, 갑갑해 하는 저를 본 동무가 문득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란 책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학교에서 안 가르친 이야기가 잔뜩 흘러 놀랐어요. 고등학교 2학년일 무렵 세걸음으로 마무리가 된 이 책을 알려준 동무는 “‘다현사’는 좀 수다스럽지? 좀더 깊이 알고 싶다면 강만길이란 사람이 쓴 《한국근대사》하고 《한국현대사》가 있어.” 하고 더 귀띔했습니다. 동무한테는 누가 이런 책을 알려주었을까요. 학교에서 시험문제로 닦달하는 ‘국사’로는 사람내음이며 사람빛을 못 느꼈습니다. 우리가 걷는 오늘은 숫자도 이름도 힘도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살림인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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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3


《朝鮮日報 社報》 112호

 편집부 엮음

 조선일보사

 1974.2.23.



  1920년에 처음 나왔으니 2020년이면 〈조선일보〉가 온돌(100돌)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스스로 찍어낸 글은 못 숨기니, 일제강점기·군사독재 무렵에 이 신문이 한 짓은 쉽게 나무랄 만합니다. 거침없이 쥐락펴락 할 듯하던 이 신문은 1998년하고 2003년에 고비가 찾아옵니다. 나라지기가 바뀌거든요. 그무렵 ‘ㅈㅈㄷ 몰아내기’가 너울치기도 했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ㅈㅈㄷ이 가리는 참모습’을 캐내거나 밝힐 새 목소리를 바랐고, 이곳저곳에서 새 신문이 태어납니다. 제국주의·군사독재·재벌하고 어깨동무하는 신문이라면, 이 세 가지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스러지면 아찔하겠지요. 그런데 낡은 틀을 몰아내자던 너울이 군사커넥션하고 재벌이랑 손을 잡으면 어찌될까요. 애써 새 신문을 마련했어도 ‘새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저지르는 잘못’에 눈감거나 물타기를 하거나 팔짱을 낀다면 어찌되려나요. 시골에는 군수가 일삼는 잘못을 따지는 목소리가 없다시피 합니다. 유신독재로 피바람을 일으킨 군사독재가 하늘을 찌르던 1974∼75년에 나온 《朝鮮日報 社報》를 들추면 ‘보도 경쟁’하고 ‘다른 신문사보다 일삯을 더 준다’고 하는 사장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기자란 이름을 가슴에 달고 싶다면 목소리를 어떻게 낼 노릇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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