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7.

숨은책 657


《1987년 도시빈민 철거투쟁 자료집》

 편집부 엮음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천주교도시빈민회·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1988.4.



  이웃나라 일본은 ‘무엇이든 잘 적어 둔다’고 하는데, 우리도 ‘적기까지는 잘 합’니다. 다만, 우리는 ‘적은 이야기를 건사하거나 갈무리할 손길’이 매우 모자랍니다. 일본은 새책집 못지않게 헌책집이 많아요. 손길을 타면서 살아남을 책을 헤아리는 눈빛이 밝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새책집에 대면 헌책집이 턱없이 적습니다. 그렇다고 책숲(도서관)이 넉넉하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나라 책숲은 빌림손(대출실적)이 적으면 책을 마구 버려요. 《1987년 도시빈민 철거투쟁 자료집》은 쓰레기통에서 건진 낡은 꾸러미입니다.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두기는 했되, 새벽에 새뜸(신문)을 다 돌리고서 마을 곳곳에 버려진 종이꾸러미를 뒤져서 책을 추슬렀고, 열림배움터 학생회관 쓰레기통을 뒤져 책이나 이런 꾸러미를 주워서 읽었습니다. 주머니가 가난하니 눈치 볼 일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런 꾸러미(비매품)는 책숲에 없는걸요. 묵은 꾸러미는 ‘골목사람(도시빈민)’이 엮지 않았습니다. 글바치(시민단체 간사·대학생)가 엮었어요. 글바치하고 골목사람은 쓰는 말이 다릅니다. 골목사람은 골목(구도심·재개발 예정지)이 삶터이지만, 글바치는 골목이 아닌 잿빛집(아파트)이 삶터입니다. 책 하나 간수하는 눈빛이 얕은 우리나라이니, 마을 하나 보살피는 손빛은 더더욱 얕을 테고, ‘조지 오웰’이 없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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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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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4.17.

숨은책 660


《바로보는 우리 역사 2》

 구로역사연구소 엮음

 거름

 1990.2.20.



  열네 살부터 다니던 푸른배움터에서 가르치는 우리 발자취(역사)는 그리 미더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 우두머리 이야기가 가득하거든요. 우두머리 이름에다가, 우두머리가 무슨 길(정책)을 폈는지 외워야 했습니다. 열일곱 살에 디딘 배움터에서도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런데 1991∼93년에 만난 길잡이(교사)는 이따금 ‘배움책(교과서)에 없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을 넌지시 알려주되 “학교에 가져와서 읽지는 마” 하고 덧붙였습니다. ‘바보사’라고도 하는 《바로보는 우리 역사》하고 ‘다현사’라고도 하는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이따금 챙겨 와서 동무하고 돌려읽었습니다. 그무렵에는 “왜 배움책에는 이런 얘기를 안 다루지요?” 하고 물었는데, 어느덧 아이를 낳아 시골로 옮겨 살아가는 동안 ‘바보사·다현사’도 똑같은 얼개였다고 느낍니다. ‘바보사’ 두걸음은 ‘침략자와 매국노·해방과 분단·이승만 정권·박정희 독재·경제개발 민낯·광주민중항쟁’ 같은 꼭지를 다룹니다. ‘다현사’도 비슷합니다. 배움책은 ‘우두머리 치켜세우기’로 쏠렸다면, 이에 맞서려는 책은 ‘우두머리 뒷낯을 드러내어 나무라기’로 몰립니다. 두 갈래 책 모두 ‘여느 순이돌이 삶·살림·사랑’은 발자취로 담아내지 않아요. 다툼(정치권력)에 갇혀, 살림(생활사)을 안 쳐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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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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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4.16.

숨은책 658


《The Golden Dictionary》

 Ellen Wales Walpole 글

 Gertrude Elliott 그림

 Simon & Schuster

 1944.첫/1947.다섯



  지난날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아이한테 중국글을 가르치면서 중국살림을 익히도록 길들였습니다. 지난날 여느 어버이는 아무런 책이 없이 오직 조그마한 흙집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집밥옷 살림길을 함께 나누면서 물려주었고, 삶·사랑·숲을 이루는 모든 말을 늘 온몸·온마음으로 이야기로 가르쳤습니다. 책은커녕 글 한 줄 읽을 일이 없던 여느 어버이는 몸하고 마음에 새긴 삶말·사랑말·숲말로 살아왔다면, 늘 책을 낀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훈민정음이 있어도 애써 중국글만 붙잡으면서 손수짓기하고는 등졌습니다. 《The Golden Dictionary》는 1944년에 처음 나온 뒤로 오래오래 읽혔다고 합니다. 우리는 1944년에 ‘어른이 읽을 낱말책’조차 제대로 없었으니 ‘어린이가 읽을 낱말책’은 아예 생각조차 못 했다고 여길 만합니다. 글을 쓰거나 글꽃(문학)에 뜻을 둔 사람은 많았어도, 막상 글이란 말을 담아낸 그릇인 줄 제대로 깨달은 사람이 드물었달까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사전’이 제법 나오기는 하나, 삶을 숲빛으로 푸르게 밝히면서 사랑을 노래하는 살림을 스스로 짓는 슬기로운 낱말책은 아직 없습니다. 다들 ‘초등 교과과정 학습 보조도구’에 머물러요. 책장사는 있되 아이사랑은 싹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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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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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4.16.

숨은책 659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1 金殷鎬》

 김은호 그림

 이구열 글

 문선호 기획·사진

 금성출판사

 1976.1.31.



  1892년에 태어나 1979년에 죽은 김은호라는 분은 스스로 뉘우친 적이 없다 하고, 이이한테서 그림을 배우거나 이이가 도와 그림밭에서 일하는 분도 뉘우친 일이 없다고 합니다. 임금 얼굴을 그리기까지 한 이이는 1919년에 3·1물결에 함께했다지만, 일본으로 그림배움길을 다녀오고부터는 힘껏 일본바라기(친일부역) 노릇에 앞장섰다지요. 이름도 ‘쓰루야마 마사타카(鶴山殷鎬)’입니다.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1 金殷鎬》를 펴면 이구열 님이 김은호 그림을 매우 치켜세웁니다만, 일본바라기로 무슨 짓을 했고, 일본에서 어떤 그림을 배웠으며, 이이가 담은 그림에 어떤 뒷모습이 있는가를 놓고는 한 마디도 안 해요. 그림쟁이는 그림으로만 보아야겠지요? 그렇다면 1937년에 〈매일신보〉에 떡하니 실리고 널리 알려진 “金殷鎬 畵伯의 力作 金釵獻納 完成, 二十日 금차회의 간부로부터 南總督에게 進呈” 같은 그림도 함께 볼 노릇입니다.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쓰는 모든 돈(쇠돈·종이돈)에 깃든 그림은 몽땅 일본바라기(친일부역자) 손끝에서 나왔고, 이 나라(정부)는 바꿀 생각조차 없어요. 돈바라기로 뒹구는 그림이 아닌, 들판에서 노래하는 참새만 그렸다면 아름다웠을 텐데, 모든 발자취는 고스란히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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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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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6


《새 것, 아름다운 것―신학과 문학의 접경에 서서》

 문익환 글

 사상사

 1975.3.1.



  문익환이란 이름을 1994년 봄에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해에 들어간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는 모든 새내기한테 노래책을 주었어요. 이제껏 대중노래만 알던 우리한테 들풀노래(민중가요)를 가르치겠다면서 주었지요. 이 노래책에는 문익환 님을 기리는 ‘꽃씨’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문익환은 누구이고 이이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기림노래가 다 있나 싶어 아리송했어요. 따로 누리그물(인터넷)이 있지 않고 둘레에 아는 사람도 없던 무렵이니 책숲(도서관)하고 책집을 혼자 다니면서 문익환이 누구인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러면서 이분이 거룩글(성경)을 쉽고 또렷한 말로 옮기는 일을 한 줄 알고, 윤동주 님하고 어린배움터를 함께 다닌 줄도 압니다. 이분은 노래(시)를 읽듯이 거룩글을 읽고, 거룩글을 읽듯이 노래를 읽으며, 하늘빛 말씀을 듣듯이 이웃이나 동무 말을 듣고, 이웃이나 동무가 들려주는 말을 듣듯이 하늘빛 말씀을 떠올리는 삶을 지으려고 했다는 대목도 알고요. 할아버지 나이에도 씩씩하게 총칼무리하고 맞서면서 아름길(평화·민주)이 이 땅에 드리우기를 바라는 길을 걸었더군요. 떠난 분이 남긴 책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면서 이분을 기리는 노래가 왜 ‘꽃씨’인가를 알았습니다. 스스로 꽃씨였거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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