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6


《새마을문고 5집 꽃구름 피는 언덕》

 윤주영 엮음

 문화공보부

 1973.7.25.



  새마을운동이 휩쓸며 시골은 농약·비료·농기계로 농협이 돈을 벌고 땅심이 죽는 길을 걸었고, 큰고장은 골목마을을 밀어내고서 아파트하고 찻길로 뒤덮는 물결이 되었습니다. 학교하고 사회는 온통 ‘나라에 몸바치기’를 외치면서 웅변대회에 스포츠를 키웠고, 어린이는 반공 독후감을 쓰도록 어른은 새마을 수기를 쓰도록 몰아세웠습니다. 《새마을문고 5집 꽃구름 피는 언덕》은 사람들 눈코귀입에다가 손발까지 틀어막은 군사독재가 참글 아닌 거짓글을 꾸미도록 내민 자취를 보여줍니다. 군사독재를 ‘민족의 번영과 평화적 통일’이란 이름으로 덮어씌운 ‘입(나팔수)’ 노릇을 하던 분은 〈조선일보〉 편집국장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하다가 살그머니 ‘사진 작가’란 이름으로 옮깁니다. 사진은 누구라도 찍을 수 있습니다. 글은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온나라에 굴레·멍에·사슬을 오래도록 씌운 허물을 털지 않고서 겉치레로 찍는 사진이거나 쓰는 글에 참빛이 서릴 수 있을까요? ㅅㄴㄹ


“문화공보부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새마을 문고집’을 내게 되었읍니다 … 더구나 민족의 번영과 평화적 통일을 앞당겨 이룩하기 위한 ‘10월 유신’의 역사적 과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때, 이러한 문예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슬기와 용기를 일깨워 주는 산 교재가 되리라고 믿는 바입니다.” (머리말/문화공보부 장관 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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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97


《유나바머》

 유나바버·테어도르 존 카진스키 글

 조병준 옮김

 박영률출판사

 1996.7.7.



  군대에서 만난 운전병은 늘 수수께끼였습니다. 운전병은 중대도 대대도 연대도 사단도 아닌 몸이더군요. 그때그때 어디로든 옮겨간다더군요. 강원 양구 멧골짝에서는 걸어서든 차로든 워낙 멀기에 운전병하고 함께 움직일 적에는 이이 수다를 신나게 듣습니다. 다른 데로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이이는 ‘이 아름답고 조용한 멧골길을 모는 일’은 군대 아니면 못하겠지 싶어 그냥 있을 뿐이라며, 저 하늘빛·멧빛 좀 보라고 하더군요. ‘짚차병’이며 웬만한 운전병은 뒷돈을 내야 들어가는 자리라던데, “여봐, 최 상병, 생각해 봐. 너네 중대에서 돈 좀 있거나 사회에서 잘난 애들 본 적 있어?” “없네요.” “있는 애들은 사령부나 군단에 가고, 덜 있는 애들은 사단에 있고 그래.” “아저씨는요?” “난 여기가 공기 좋고 경치 좋아서 눌러앉을 뿐이야. 밖에서 일도 좀 쳤고.” “어쩌다 운전병을 했어요?” “사실 난 면허도 없는데, 힘 좀 썼지. 운전이야 들어와서 배워도 되잖아.” ‘부식’이 나오면 행보관·중대장은 이녁 차에 자루째 쌀이며 건빵이며 챙겼고, 사단장·군단장은 ‘곰취·멧나물 사역’을 시켰습니다. 군대에서 나온 뒤 《유나바머》를 만났습니다. 문드러지지 않은 데가 없는 군대야말로 폭탄으로 터뜨려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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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2


《世界一周無錢旅行記》

 김찬삼 글·사진

 어문각

 1962.1.10.1벌/1962.1.20.2벌



  돈이 넉넉하기에 여러 나라를 다닌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어느 나라에도 못 갑니다. 돈이 없더라도 배를 타며 일한다든지, 맨몸으로 뛸 만하고, 자전거를 찬찬히 달리며 이 별을 돌기도 합니다. 《世界一周無錢旅行記》는 1962년에 처음 나오며 엄청나게 눈길을 끌었어요. 김찬삼 님은 이 책 뒤로 ‘세계여행’을 꾸준히 다니면서 글하고 사진을 남겼지요. 좀처럼 알기 힘들다고 할 만한 나라밖 이야기를 글·사진으로, 무엇보다 그때그때 마주한 이웃살림을 바로바로 그려낸 대목에서 돋보였어요. 다만 이분 책을 읽으며 ‘더 많은 나라를 다니기’보다는 ‘더 천천히 더 느긋이 더 깊이’ 스며들면 어떠했으랴 싶더군요. 모든 나라에 발을 디뎌 보아도 나쁘지 않지만, ‘스쳐 지나가는 나라’가 아닌 ‘사람이 사랑으로 살림을 하는 보금자리 곁에 있는 숲’을 들려준다면 더없이 아름답겠다고 생각해요. 혼자 여러 나라를 돌며 ‘슬픔’을 털어냈다고 하는 손미나 님은 ‘세계여행 책’을 2020년 가을에 내놓던데요, 돌림앓이판인 요즈음 흐름하고 얼마나 어울릴 만하려나요. 집콕을 하든 마실을 하든 내가 나를 볼 노릇입니다. 즐겁게 살림하는 하루를 지으면 슬플 겨를이 없지 싶어요. 아이들 먹을 밥을 지으며 노래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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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1


《民族語의 將來》

 김민수 글

 일조각

 1985.7.10.



  비슷한말이란 싱그러이 꿈틀대는 생각날개이면서 똑같지 않은 말, 서로 결이 닮았으나 다른 말이에요. ‘뚜하다·뚱하다’는 닮았지만 다른 말이에요. ‘망울·봉우리’나 ‘싹·움’이나 ‘늘·노상·언제나’나 ‘너르다·넓다·넉넉하다’나 ‘성가시다·귀찮다·번거롭다·싫다’나 ‘고단하다·고달프다·지치다·힘들다·힘겹다’ 같은 말씨를 혀에 얹으며 말맛을 헤아리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는 비슷한말이 아닌 두 갈래 말이 흐르기도 합니다. 하나는 ‘겨레·말·앞길’이고, 다른 하나는 ‘民族·語·將來’이지요. 1985년에 나온 《民族語의 將來》는 국어학자란 이름으로 걸어온 나날을 갈무리합니다. 사전에 붙인 머리말이라든지 말글 이야기판에서 흐른 뭇생각을 담습니다. 글쓴님은 한자를 매우 자주 씁니다. 한자를 쓰기에 잘못이라고 여기지는 않으나, 한자를 대놓고 쓰는 글을 누가 읽을까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못 읽겠지요. ‘진보’란 이름을 쓰는 분들은 ‘정의당’을 꾸리는데, 다른 쪽에 서는 분들은 ‘바른당’이던 적이 있습니다. 한때 ‘한나라당·새누리당’처럼 우리말을 살려쓴 분들은 2020년에 ‘국민의힘’처럼 일본 제국주의 말씨 이름을 씁니다. 들길에서 어깨동무하는 들꽃말은 정치판에 없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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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8


《깨끗한 환경, 우리가 먼저…》

 두산그룹 환경관리위원회 엮음

 동아출판사

 1994.10.15.



  1991년 3월 14일 터진 ‘두산 페놀 사건’이 있습니다. 이때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낙동강을 더럽힌 저들은 참말로 찢어죽일 놈이로구나. 그런데 인천 앞바다를 더럽히는 이들은 왜 멀쩡할까?’ 하고 생각했어요. 인천을 보면 웬만한 공장마다 곁에 있는 도랑물이 대단히 지저분하고 고약했습니다. 척 보아도 쓰레기물을 그냥 흘려버리지요. 이 쓰레기물을 다스리거나 지켜보는 벼슬아치를 못 봤습니다. 학교에서 동무들은 “우리가 다니는 학교 옆에는 어마어마한 화학약품 폐수처리장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뭘까? 우리가 학교로 오려고 걸어오는 길에 화학공장하고 자동차공장에서 버리는 쓰레기물이 엄청나잖아. 이들은 왜 안 걸릴까?” 하고 수군거렸습니다. 《깨끗한 환경, 우리가 먼저…》라는 조그마한 책이 1994년에 나온 줄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두산 페놀 사건’을 일으킨 곳은 그 뒤로 다시는 쓰레기물을 몰래 함부로 버리는 짓을 그쳤을까요? 이들을 비롯한 다른 곳은 요즈음 어떠한가요? 공장도 공장입니다만, 살림집에서 버리는 ‘화학세제나 화학비누가 깃든 물’도 흙이며 풀꽃나무이며 뭇목숨을 죽입니다. 우리가 수돗물 아닌 냇물을 두 손으로 떠서 마시는 살림으로 가지 않으면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느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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