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8


《우표》 124호

 이정호 엮음

 재단법인 체성회

 1976.3.1.



  우표라는 종이를 왜 모았을까 하고 돌아보면, 이 조그마한 종이로 ‘살아가는 오늘, 살아온 어제’ 두 가지를 갈무리하기 때문이었지 싶습니다. 지나간 지 얼마 안 되는 날을 둘레에서 알려주는 일이 드물고, 잘 떠올리지 못하기 일쑤라고 느꼈어요. ‘우표에 새긴 발자취’라고 한다면 으레 ‘나라 자랑질’이기 마련이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우표나 ‘대통령 해외순방’ 우표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이나 ‘이 나라 새’나 ‘이 나라 숨은 멋터’나 ‘이 나라 악기나 옷’을 우표로 만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만화 우표까지 나옵니다. 여느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는 아직도 만화를 만화라는 갈래로 따로 제대로 들여다보거나 다루지 못합니다만, 우표는 일찌감치 만화조차 ‘우리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로 여겼습니다. 나라밖 우표에도 눈길이 갔어요. 나라밖 이야기도 신문·방송으로는 너무 좁았고, 학교나 집이나 마을에서는 더더구나 듣기 어렵지만, 나라밖 우표를 들여다보면서 온누리 여러 나라 수수한 살림자취나 ‘그 나라 자랑질’을 엿보았어요. 우체국에 가면 달책 《우표》가 있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서서 읽고, 돈을 모아 받아보았어요. ‘새’를 담은 우표를 크게 담은 《우표》 124호는 여러모로 애틋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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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9


《사라진 나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김경연 옮김

 풀빛

 2003.1.15.



  2020년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평전’이 한말로 나옵니다. 반가우면서 아쉽습니다. 지난 2003년에 바람처럼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진 《사라진 나라》가 떠오르거든요. “Debbe Dag, Et Liv”라는 이름이 붙은 ‘평전’은 다른 사람이 린드그렌 님을 돌아본 이야기라면, 《사라진 나라》는 린드그렌 님 스스로 남긴 이야기예요. 스웨덴에서는 1975년에 처음 냈다는데, 어떤 어린 나날을 보냈고, 어떻게 글을 쓰는 길을 걸었으며, 어버이로서 아이들하고 어떻게 어울리면서 하루를 살았나 하는 이야기가 빼곡하게 흘러요. ‘린드그렌 님이 남긴 글하고 발자국’을 다른 사람이 요모조모 살펴서 쓰는 평전이라는 책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만, 린드그렌 님이 걸어온 길이라면 누구보다 린드그렌 목소리부터 들을 수 있을 적에 한결 넓고 깊이 헤아릴 만하다고 봅니다. 바깥에서는 터무니없는 울타리하고 숱하게 싸워야 했겠지요. 린드그렌 님 이야기책에서 이런 결을 노상 느낍니다. 그런데 이녁은 놀이로 맞섰다고 느껴요. 목소리가 아닌 놀이로, 아이들이 아이답게 뛰노는 터전이며 보금자리를 가꾸고픈 마음으로 높다란 울타리하고 맞섰지 싶어요. “사라진 나라”라는 말에는 “사라진 어린이 놀이나라”라는 뜻이 숨었지 싶습니다. ㅅㄴㄹ


#AstridLindgren #SamuelAugustfromSevedstorpandHannaiHult #AlovestorySwedish #SamuelAugustfranSevedstorpochHannaiHult #DasentschwundeneLand #사라진나라 #우리가이토록작고외롭지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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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0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

 완다 가그 글·그림

 신현림 옮김

 다산기획

 2008.9.30.



  어린 날을 돌아보면, 아버지는 일터에서 돌아온 뒤로 집에서 손을 놓고 받아먹기만 하고, 어머니는 새벽부터 한밤까지 손을 놓을 틈이 없습니다. 아버지한테는 주말이 있으나 어머니한테는 주말이 없습니다. 집 바깥에서 돈을 번다고 해서 숱한 아버지(사내)는 집에서 아무 일을 안 하기 일쑤였어요. 오늘날에는 이 얼개가 바뀌었을까요, 아니면 그대로일까요, 아니면 둘 다 집안일을 안 하고 ‘돈을 들여 심부름꾼을 쓸’까요?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는 이 나라에 2008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나옵니다만, 이내 판이 끊어졌습니다. 그린님은 미국에서 1935년에 첫선을 보였어요. 집밖에서 들일을 하며 ‘힘들다’고 외치는 아저씨가 ‘집안일은 매우 쉬워 보인다’면서 곁님한테 집 안팎에서 하는 일을 바꾸어 보자고 말했다지요. 아주머니는 서글서글히 ‘그러자’ 했고, 아저씨는 ‘쉬워 보이는 집안일’을 맡아 보기로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엉망진창이었고, ‘들일이야말로 쉽’고 ‘집안일을 함부로 보면 안 되네’ 하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서로돕고 함께하는 살림길을 슬기로우면서 재미나고 사랑스레 보여주는 이 그림책은 어찌하여 ‘쉽게 사라진’ 책이 되어야 했을까요. 다들 집안일을 대수로이 여기는 물결 탓일까요. ㅅㄴㄹ


#TheStoryofaManWhoWantedtodoHousework #GoneisGone #WandaG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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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5


《글자의 혁명》

 최현배 글

 정음사

 1947.5.6.



  외솔이란 분은 《한글갈》이나 《우리 말본》이란 책을 쓰기도 했으나 《나라 사랑의 길》이나 《글자의 혁명》이란 책도 썼어요. 나중에 쓴 책에는 ‘-의’를 넣고 말지요. 배달말이 나아갈 길을 밝히며 흘린 땀방울은 값집니다만, 배달말에 없는 과거분사·현재진행형이라든지 입음꼴을 영어 말본에 억지로 맞추어 퍼뜨린 잘못은 도무지 씻기 어렵습니다. 국립국어원을 이룬 이들이 일본 말씨나 일본 한자말을 배달말에 잔뜩 끼워넣었다면, 외솔이란 분은 우리 말씨가 아닌 ‘번역 말씨’를 확 끌어들였지요. 영어 말본하고 우리 말본은 달라요.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틀을 헤아려 갈무리하면 됩니다. 배달말에서 정관사를 찾아야 할 까닭이 없고, 영어에서 토씨를 찾아야 할 일이 없어요. 말글을 이루는 빛은 생각을 짓는 씨앗입니다. 말글을 가꾸는 손길은 마음을 다스리는 사랑입니다. ㅅㄴㄹ


“百, 千, 萬, 億, 兆”가 같이 쓰히다가, 드디어 “온, 즈믄, 골, 잘, 울”은 아주 없어졌는데, 다만 “온갖”, “골백 번”, “잘천 년” 따위의 말에서 그 짙은 그림자를 엿볼 뿐이다.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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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3


《Three Gay Tales from Grimm》

 Grimm 글

 Wanda Gag 그림

 Coward McCann

 1943.



  일제강점기를 보내야 하는 동안 참 많은 분이 여러모로 나라살리기에 온힘을 다했습니다. 군홧발에서 벗어나려면 총칼을 쥐어야 한다고 여긴 분, 새길을 배우고 가르치는 터를 닦아야 한다고 여긴 분, 어린이가 꿈별인 줄 헤아려 누구보다 어린이가 누릴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인 분, 이 나라가 스스로 서려면 흙살림꾼이 슬기롭고 씩씩해야 한다고 여겨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는 길을 나누는 분이 있었어요. 이때에 정치나 문학이나 예술이나 경제나 종교를 한 분이 있을 텐데, 먼먼 옛날처럼 수수하게 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면서 사랑을 물려준 분이 가장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Three Gay Tales from Grimm》은 ‘그림(Grimm)’ 님이 남긴 글에 그림꽃을 입혀서 선보인 그림책입니다. 1920년대부터 그림책을 내놓은 완다 가그 님인데요, 미국도 그즈음은 살림이 썩 좋지는 않았을 테지만 오직 어린이를 헤아려 그림책을 일군 반짝이는 눈빛이 있었네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비록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나온 그림책은 없다시피 하지만, 수수한 어버이는 수수한 옛이야기로 아이를 키웠겠지요. 그나저나 이 그림책은 ‘주한 용산 미군기지’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다가 헌책집에 나왔더군요. 한국은 군부대에 그림책을 둘 수 있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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